리뷰

2018년 기억할만한 춤 공연
독특한 질감, 분명한 콘셉트
장광열_춤비평가

YJK 댄스프로젝트 김윤정 안무 〈Inter-View〉


 빼어났다.
   따뜻했고 무엇보다 소통을 넘어 공감으로까지 이어진 춤 공연을 만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YJK댄스프로젝트의 김윤정 안무 〈Inter-View〉(8월 3-5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평자 3일 공연 관람)는 김윤정 혼자서 60여 분을 끌어가는 모노 댄스 공연이었다.
   안무가는 실제 아티스트이자 ‘나’ 자신이 출연하여 무대 위의 나를 인터뷰하며 완성해 내는 독특한 콘셉트를 들고 나왔다. 20여 년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활동한 댄서이자 안무가인 김윤정이 다양한 문화와 환경 속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내용으로 한 예술가의 셀프 인터뷰 형식을 띈 이 솔로 공연은 혼자서 한 시간을 이끌어 가는 춤 공연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란 평자의 기우를 통렬하게 잠재웠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일등 공신은 분명한 콘셉트와 집 형상의 나무틀과 테이블 등 오브제의 활용, 그리고 안무가 자신이 스스로 독백 형식으로 토해내는 텍스트의 내용이었다. 여기에 이들 오브제와 함께 적절하게 화합한 김윤정의 움직임과 춤 연기력이 결합하면서 만들어낸, 드라마와 정서적 공감은 참으로 인간적이었다.


 

 YJK 댄스프로젝트 김윤정 안무 〈Inter-View〉ⓒMaciej  Rusinek



  극장으로 들어서자 무대 위에는 나무 구조물이 2개 있고 철 바께쓰, 거울과 옷 등이 보였다. 조명이 꺼지면서 김윤정은 자기 자신과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되고 싶은 나가 아닌 그냥 존재하는 나”이기를 원했다.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졌고 그는 마이크로 자기 가슴을 쳤다.
  안무가는 정확한 계산 하에 작품을 끌어갔다. 알 수 없는 움직임은 관객을 궁금하게 했고, 자기의 시선에서 본 것을 영상으로 찍어 투사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한 후에 하수 쪽의 큰 나무 구조물에서 몇 가지 움직임들이 이루어졌고, 상수 쪽의 다리가 긴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그것은 마치 그가 평상시에 몸을 풀면서 책을 읽는 장면을 그래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몸의 형태들이 만들어졌다. 혼자 책을 읽는 다는 것은 타인이 보기에는 외로운 것이고 스스로에게는 행복한 순간이다. 그리고 그는 의자 위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음악을 들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김윤정의 생각과 깊은 내면의 고독을 제 3자가 되어 훔쳐보는 듯 만들었다.
  주인공은 물병의 물을 자기 몸에 붓고 흘러내린 물이 바께쓰에 담기면, 바께쓰의 물을 물병으로 옮기는 그 과정을 설명했다. 마치 물의 소비와 삶의 흐름이 일치하듯 점점 줄어드는 물병의 물과 나를 통해 사라지는 물이 마치 늙어가는 한 무용가를 의미하는 듯 했다.
   이어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천위에 앉아 자신의 뒤에서 속삭이는 자신과 마주한다. 번쩍거리는 천은 그의 눈을 가렸고, 그는 눈먼 상태로 흥겹게 춤을 추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마주한 또는 마주했던 삶과 자기와의 분리 속에서 살아 온 한 여자의 독백처럼 느껴졌다. 거울과 마주한 김윤정은 천천히 움직이다가 점점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살핀다. 그것은 본질이고 가장 두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하수의 큰 구조물(작은 집의 모양)을 넘어뜨리고 앙상한 구조만 남아 있는 집에 드러눕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했다. 그리고 말 잇기를 하며 웃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1968년 아마도 그녀가 태어나던 해에 세계적으로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영상을 통해 알려주려는 듯 했다. 그리고 다시 집의 모형으로 돌아와서 집 안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런 모든 과정들은 그 자신의 현재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들이었다. 자신의 태어남으로 돌아가서 다시 현재의 집으로 돌아온 김윤정은 시간여행을 했다. 엎어진 집 안에서 이루어진 춤은 고독의 끝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같았다. 그리고 그는 지쳤고 쓰러졌다. 집을 바로 세우자 편안하고 안정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고 조명도 햇살처럼 안온했다.
   그는 집 안을 제대로 꾸미기 시작했다. 마치 방황의 끝에 돌아온 탕아의 모습이랄까? 집은 점점 살만한 공간으로 변해갔다. 그것은 마치 그가 말하려는 일상이었다. 뭔가 대단한 것을 원하기도 했고, 뭔가 큰 것을 기대하기도 하고, 번쩍거리는 그 무언가를 잡으려고도 했지만, 결국 돌이켜 생각해보면 ‘되고 싶은 나가 아닌 그냥 존재하는 나’라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다.
 

 






   김윤정의 무대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하나의 절규 같은 강한 느낌을 전했다. 마치 뭉크의 절규를 보듯이. 뭔가 해보려고 하고 좌충우돌 했지만, 결국 매일 살아가면서 느끼는 작은 행복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과 존재하는 내가 나의 가장 근원적인 행복이란 것을 깨달았다는 한편의 소설과 같은 작품이었다. 관객은 그가 절규하며 쏟아낸 말을 들은 것 같았고, 그 절규는 사실, 우리 모두가 느끼는 근원적 고독과 절규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무용가들이 자신과의 대화를 할 때는 많이 힘들거나 고독하기 때문이다. 소수민인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재독 안무가 김윤정의 외로움은 그의 과거를 눈여겨보면 바로 보인다. 김윤정은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오랜 기간 춤을 추었다. 그리고 지쳤다. 그러다 8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새로운 에너지를 장착하고 다시 무대를 찾은 김윤정의 무대는 단단했고, 깊었다.
   김윤정의 〈Inter-View〉는 한 개인의 모노드라마이지만, 우리 모두의 모노드라마였다.




국립무용단 김설진 안무 〈더 룸(The Room)〉


최근 한국 안무가들의 일련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한국창작 춤계에서 오랜 기간 이루고자 노력했던 전통의 현대화는 최승희가 이루었던 것처럼 현대춤 전공자들에 의해서 완성되어 가는 듯 보인다.

   국립무용단은 외국의 객원 안무가를 초청해 만든 〈시간의 나이〉나 〈회오리〉를 통해서 서구식의 방법으로 한국의 미를 완성하려고 했으나 그 결과물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한국’을 담아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농후하다.
   이즈음 한국의 현대 무용가들에 의해 실험되고 있는 ‘한국적’인 현대춤 실험은 감성과 문화가 녹아 있다. 이는 태생적 감수성이 몸의 기억에 묻어있고 사고의 깊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블린파티의 공동 안무 작품에 녹아져 있는 희극적 감수성과 국립무용단 무용수들과 함께 한 김설진 안무의 〈더 룸〉(11월 8-10일, 달오름극장, 평자 9일 관람)에 녹아 있는 한국적 정서의 깊이는 타국민이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국립무용단 김설진 안무 〈더 룸(The Room)〉 ⓒ국립극장



   〈더룸〉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아픔을 건드린다. 남성위주의 사회와 억눌린 여자의 참을 수 없는 분노, 그리고 어머니를 통한 전통에의 접근 등 교묘한 방법으로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고 있다.
   안무가는 8명의 무용수 모두에게 마땅한 배역을 주고 그들로부터 다양한 안무적 재료를 얻어 낸다거나 시종일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각각의 이야기를 전개한다든지 하여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여자들의 면면을 미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 역시 시사성을 담은 작품의 틀을 갖추는데 일조했다.
   국립무용단과 작업한 대부분의 객원 안무가들이 넓은 무대에서 국립무용단의 많은 무용수들을 탐한 반면에 김설진은 8명의 무용수들과 작은 극장 무대에서 비교적 분명한 콘셉트로 작업했다.
   공공무용단의 예술감독을 평가하는 기준이 재임 기간 동안 얼마나 좋은 작품을 남겼는가, 그리고 단원들의 예술적 수준이 얼미나 높아졌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라면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상덕의 이번 선택은 합격점을 줄만했다.

 



 

   그러나 안무가 김설진의 이번 작업은 아쉬움도 있었다. 그것은 〈더룸〉이 그가 소속하고 있는 컴퍼니 피핑톰의 작업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모방은 창작의 바로미터이지만 모방이 모방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움을 덧 입혔을 때, 온전한 자기 것이 된다. 안무가 김설진이 오래 동안 몸담았고 지금도 담고 있는 컴퍼니의 색채를 털어버리고 자기 나름의 실험을 하지 않은 점은 그래서 두고두고 아쉬웠다.
   재공연 작업을 통해 새로워진 〈더 룸〉을 기대하는 것은 김설진이 갖고 있는 안무가로서의 감각과 재능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호연 임정하 안무 〈최초의 풍요사회〉


무대가 밝아지면 중앙에 푸른 잎이 무성한, 군데군데 열매가 달려 있는 커다란 화분이 눈에 들어온다. 두 명의 남성들이 상의를 걷어 올리거나 발목까지 바지를 내릴 때 몸 구석구석에 숨겨졌던 달과 별, 하트 모양의 표식들이 하나 둘 드러난다. 이들이 움직이는 몸과 조합되어 어떤 형상들이 만들어질 때나 바지 가랑이 속으로 발 대신 손을 넣어 춤출 때면 객석에서는 이내 웃음이 터져 나오고 관객들은 기발한 발상에 탄복한다. 무음악에 상체 위주로 움직이는 전반부와 서정적인 음악과 하체 중심으로 변환되는 후반부의 대비된 움직임 구성 등 안무가의 계산된 구도도 작품의 완성도에 일조했다.
   2월 12일 후쿠오카프린지댄스페스티벌에서 선보인 김호연 임정하 안무 〈최초의 풍요사회〉는 작품을 풀어나가는 아이디어, 움직임의 조합과 상상력의 발현이 돋보인 수작으로 축제에 소개된 20개 작품 중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엉덩이를 반쯤 노출시킨 10명의 무용수들. 어찌나 세차가 때렸던지 금새 붉어진 선명한 반점들, 차가운 얼음조각이 녹아 바닥을 흥건히 적실 때까지 손으로 잡고 버티는 댄서들의 집중력은 관객들을 단번에 함몰시킬 정도로 그 여운이 만만치 않았다. 

 

김호연 임정하 안무 〈최초의 풍요사회〉



   2월 4일 요코하마댄스콜렉션에서 선보인 Shimojima Reisa 안무의 〈SKY〉는 거칠고 강렬했다. 안무가는 인체의 한계를 실험하듯 오브제를 이용한 저돌적인 몸의 확장, 강렬한 음악, 거침없이 내뱉는 짧은 독백으로  ‘자아비판’이란 이름 아래 많은 동지를 린치 살해한 일본의 아사미 산장 사건을 춤으로 희화, 22개 작품 중 단연 주목을 끌었다.
   해마다 2월 일본에서 열리는 Yokohama Dance Collection과 Fukuoka Fringe Dance Festival은 아시아 안무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댄스 플랫폼이다. 앞의 〈SKY〉와 〈최초의 풍요사회〉는 화제작답게 세계 여러 나라의 축제감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올해로 각각 23회, 11회 째를 맞은 이 축제들은 공연 프로그램 못지않게 극장과 페스티벌 간의 교류 확대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이즈음 들어 아시아의 춤 네트워킹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동아시아 안무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2018년 11월 홍콩에서 출범한 HOTPOT는 올 10월에는 한국에서 열렸고, 2020년에는 일본에서 열린다. 이 같은 아시아 댄스 플랫폼의 확장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안무가들의 작품이 세계 춤 시장의 중심부로 진입할 정도로 이제는 경쟁력을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김호연과 임정하가 안무한 〈최초의 풍요사회〉는 한국 안무가들의 작품이 세계  컨템포러리댄스의 평균점을 웃돌고 있음을 입증했다.  




정성태 〈가장 소중한 것〉


‘화이트큐브 프로젝트1’이란 부제가 붙은 정성태의 〈가장 소중한 것〉 (1월 19-20일 서강대학교메리홀소극장, 평자 19일 관람)은 몇몇 댄서들의 아크로바틱한 움직임 구사가 능란하고 이를 십분 활용한 작업이란 점에서 여타의 춤 작업과 차별성을 갖는다.

   그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프랑스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가 〈작은 장식적인 아름다움〉에서 보여주었던 무용수들의 등에 강력한 고무 밴드를 부착하고 그것의 탄력성을 활용해 무대 위를 날아다니던 모습이 연상되었다. 


 


 정성태 〈가장 소중한 것〉 ⓒ옥상훈



  백색으로 치장된 사각형의 무대(화이트 큐브)는 이 작품의 중요한 골격이다. 전반부에는 이 큐브를 중심으로 키가 각기 다른 4명의 댄서들이 위치를 이동하면서 만들어내는 지체의 조형미를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라면, 후반부는 큐브 아래에 숨겨져 있던 스프링보드를 이용해 댄서들의 몸을 더 빠른 동체로 변환시키고 보드의 탄성을 이용 몸의 각도와 방향 그리고 높낮이를 자유롭게 변형시키는 것을 주목하게 된다.
   객석의 구조상 시선을 수평 또는 아래로 고정시켰던 관객들은 댄서들의 이 변화무쌍한 동체의 떠다님으로 인해 새롭게 확장된 공간 속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묘한 흥분과 함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댄서들을 지켜보는 관람의 재미가 쏠쏠하다.   
   안무가는 백색으로 치장된 큐브형 무대세트에 높지 않은 계단을 만들어 이곳에 댄서들을 배치하고, 스프링보드의 탄성을 이용해 수직적인 공간까지를 구획하면서 무대미술을 활용, 공간과 움직임을 매칭시키는 범상치 않은 안무 감각을 발휘했다.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연극 및 미술, 넌버벌 등 다양한 장르와 작업해온 정성태는  물론이고 심주영의 곡예적인 움직임, 댄서 중 가장 몸집이 큰 김성록의 매칭은 화이트 큐브를 이야기를 풀어내는 키워드로 사용하고, 다양한 움직임을 구성하기 위한 매개체로 활용하겠다는 안무가 자신의 의도를 가장 근접시킨 일등 공신들이다. 




고블린파티 〈옛날 옛적에〉 


공연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 고블린파티(Goblin Party)의 〈옛날 옛적에’(1월 5-7일 CKL스테이지, 평자 5일 공연 관람)는 재공연을 통해 완성도가 더 높아지는 무용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기우를 깨부수었다. 공연은 흰색 도포에 갓을 쓴 세 명의 양반(임진호 이경구 지경민)이 등퇴장 없이 60분 동안 무대에서 노니는 것으로 전개된다.
  지팡이로 변신한 곰방대, 양산이 된 부채, 의자로 돌변한 북과 장구, 여기에 징이 더해지면 타악 합주가 되고, 강강술래는 않아서 연희된다. 도포자락을 살짝 손으로 터치하는 순간 움직임은 더 크게 확대되고, 댄서들의 몸은 거의 떨어지지 않은 채 솔로춤 2인무 3인무로 변주된다. 지체의 접촉과 떨어짐이 만들어내는 점점, 그 타이밍은 정교하다.  


 

 고블린파티 〈옛날 옛적에〉



   사용된 음악 역시 춤추기 좋은 곡을 선호하는 안무가들의 관행에서 저만큼 비켜나 있다. 두 발바닥을 이용해 북을 치거나 머리로 징을 두드리기도 한다. ‘심청가’ 중 한 대목, 몽금포 타령, 전라도 사투리, 임금과 신하 사이에 오가는 어휘를 변형시킨 인성(人聲)은 의표를 찌른다. 템포와 톤의 변화, 언어의 뉘앙스까지 그 자체가 음악으로 치환된다.
   냉동고에 보관되었던 ‘전통’을 해동해 조리한 음식은 전혀 새로운 맛이었다. 소재를 파고드는 집요함과 기발한 아이디어, 움직임과 음악 사이의 행간을 파고드는 블랙 코미디 속 유머가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상상력을 더해 해체된 옛것, 잘 나열된 전통의 파편들은 관객들의 현대적인 감성을 깊숙이 터치했다.
   이 작품은 초연 이래 20여회 각기 다른 계층을 상대로 공연되면서 작품의 순도가 더 높아졌다. 의상과 소품을 한 가지 색으로 통일한 시도는 흑과 백의 강렬한 대비로 시각적 효과가 살아났고, 장면과 장면 사이의 느슨함은 매끄러워졌다.
   전통을 토대로 한 현대화 작업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안무가들의 공통된 화두이다. 갓 속에 곱게 빗어 감아놓은 상투, 넓은 소매의 두루마기, 발목을 졸라맨 대님 등 옛 선조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들을 색다르게 느끼고 상상력을 더해 움직임의 확장으로 이어간 감각은 빼어났다. 안무가들이 직접 댄서로 변신, 공동창작을 통해 표현의 밀도를 내밀하게 조율한 것 역시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창조적인 춤의 원천이 되었다.
   이미 공연되었던 춤이 재공연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경쟁력 있는 레퍼토리로 재탄생되는 무용계의 새로운 흐름은 새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 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9.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