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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문화 새 흐름  6. 문화파출소 군포
파출소의 대변신, 문화예술 사랑방
김인아_〈춤웹진〉 기자

경기도 군포시 금정역 인근의 산본시장은 여느 시장과 달리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시장 골목에 들어서자 한글간판 사이사이에 한자로 적힌 붉은색 간판이 눈에 띄고, 상인과 손님의 대화에서 중국어가 들리며 김치, 젓갈, 깨 볶는 냄새와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뒤섞여 코끝을 자극한다. 외국인, 특히 중국 동포와 한국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다문화 삶의 현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시장 한쪽에 ‘문화파출소 군포’가 자리한다. 이곳은 원래 1980년대 지어진 산본 파출소 건물이었다. 2003년 이후 지역 내 파출소들이 지구대로 통폐합되면서 군포시에는 당정ㆍ수리ㆍ도장 3곳이 폐쇄되거나 사용하지 않는 파출소 부지가 되었고 재궁ㆍ산본 파출소 2곳은 치안센터로 활용되었다. 경찰관도 상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던 산본 치안센터는 2016년 12월 낙후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문화파출소 군포’로 거듭났다. 1층에 화장실 및 휴게공간을 마련하고, 취조실 등 여러 개 좁은 방으로 나뉜 2층 미사용 공간은 문을 떼내고 벽을 없애 기존보다 넓게 활용하도록 했다. 공연과 연습이 가능한 블랙박스 공간,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다목적 문화 공간, 문화파출소 군포를 홍보하는 영상 전시 공간 등으로 다소 협소한 2층을 알차게 꾸몄다. 날씨가 좋을 땐 외부 주차장에 야외공연장을 만들어 장르 구별 없이 공연도 펼친다. 지나던 행인의 걸음을 멈추고, 바쁜 일상에 지친 상인도 잠시 쉬어 웃음 짓게 하는 공연이 비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문화파출소 군포 전경 ⓒ춤웹진



 

문화파출소 군포 1층, 주요 프로그램인 ‘웰컴투문화파출소’의 사진 게시판 ⓒ춤웹진



 

문화파출소 군포 2층, 홍보영상 전시 공간 ⓒ춤웹진




 파출소는 주민들에게 가장 가까운 기본 치안시설이지만 일반적으로 즐거운 일로 찾게 되는 곳은 아니다. 크고 작은 오해나 갈등으로 얼굴을 붉히고 싸우는 사람들, 주정부리는 취객들, 이래저래 불만이 많은 민원인들이 모여들어 목소리를 높이는 곳으로 인식되어 들어서기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가 입혀진 이곳 파출소 모습은 사뭇 다르다. 동네 문화예술 사랑방이 된 문화파출소에는 얼굴 찌푸린 어른들 대신, 예쁘장한 발레복을 입고 음악에 맞춰 열심히 춤추는 아이들이 있다.
 문화파출소 군포에는 유아 발레ㆍ미술교육 ‘미술로 발레’, 어린이 국악교육 ‘야금야금 가야금’ 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주요 강좌로 개설 중이다. 뿐만 아니라 ‘웰컴투문화파출소’라는 이름으로 경찰관이 직접 어린이 교통안전, 유괴예방 등 문화안전망 프로그램을 교육한다. 5~7살 지역 아동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필수 안전교육으로 월 1회 진행, 현재까지 천여명의 아이들이 이 교육을 받았다. 어린 아이들이 제복 입은 경찰관들을 꺼리지 않도록 호돌이ㆍ호순이 탈을 쓰고 함께 사진을 찍거나 순찰차를 타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안전교육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자 지난해 경찰관 직업체험 교육 프로그램인 ‘군포 경찰 꿈의 학교’도 열었다. 경기교육청 지원으로 초등학생 20명을 모집해 매주 토요일 16주간, 경찰의 다양한 직무분야를 소개하고 경찰서를 탐방하는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밖에도 문화파출소 군포에서는 성인 대상의 제과제빵ㆍ바리스타 교육, 어르신 대상의 미디어(휴대폰 사용법) 수업, 여경 대상의 플라워ㆍ비즈아트ㆍ메이크업 강좌 등을 진행 중이다.








 

아동대상 필수 안전교육 프로그램 ‘웰컴투문화파출소’, 경찰관이 직접 어린이 교통안전, 유괴예방 등을 교육한다 ⓒ문화파출소 군포




 문화파출소가 재미있고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이 주변에 알려지자 학부모들의 호응도 점차 높아졌다. 실제로 문화파출소 군포에서는 경찰관이 상주하며 민원을 처리하거나 지역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물론 아이들 대상의 교육프로그램 진행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도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한 학부형은 “어린아이를 맡기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의 안전문제가 제일 중요한데 경찰관이 늘 함께 하니 든든하다”며 흡족해했다.
 문화파출소 군포에 상주하는 문화보안관 ‘예술의공(共)협동조합’이 지역과 주민 특성에 맞는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 만들어진 예술의공협동조합은 무용ㆍ연극ㆍ음악ㆍ연희를 기반으로 한 공연예술 전문단체로서 산본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 개발을 시작으로 현재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다. 김유미 대표는 “지역의 특색과 주민의 요구를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한다. 이 지역은 다문화 가정이 많은 곳이라 무엇보다 편견과 차별의 벽 없이 예술로 함께 놀고 문화를 나누는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이 중요했다”면서 “특히 움직임으로 소통하며 차이보다 공통점을 찾아내 하나 되는 유아발레는 문화파출소 군포의 인기 강좌다”라고 전했다.






 

유아 발레ㆍ미술교육 프로그램 ‘미술로 발레’ ⓒ문화파출소 군포




 수강료는 미디어 수업은 무료, 유아발레 강좌는 4주 4만원, 바리스타 강좌는 8주 10만원 등 강좌별로 다르다. 대체로 공공시설이나 문화센터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최소 수강료는 대부분 강사 급여로 지출된다. 이외 시설운영, 공연진행, 수업제공품 등 강좌 및 연계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금으로 운영한다.
 예술교육프로그램의 강사는 대개 예술의공협동조합의 구성원이지만 주민들도 강사가 될 수 있다. 바리스타 수업은 맛있기로 유명한 인근 카페의 바리스타가 강의를 맡고 있다. 주민 누구나 프로그램 수강뿐 아니라 직접 문화예술 활동을 제안하거나 강사가 되어 주도적으로 지역의 문화예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파출소의 차갑고 딱딱함 대신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한 공간, 누구나 자유로 드나들며 이웃과 만나고 문화예술을 즐기는 장소로서 문화파출소 군포는 지역 공동체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김 대표는 “아이와 주민들의 왕래가 늘어나니 파출소 안팎이 몰라보게 밝아졌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4년차를 맞은 문화파출소 군포의 앞날을 지금 그대로 예측할 수는 없다. 전국 9개 문화파출소의 운영이 올해까지 연장됐지만 내년부터는 지역이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뿌리를 내리기가 한창인 기존 문화파출소는 중장기적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관 지역과 발전적인 운영방식, 향후 역할을 고민하는 문화파출소의 행보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2019. 04.
사진제공_춤웹진, 문화파출소 군포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