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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랩 워크숍 장에서의 경험 그리고 동시대 창작자들과의 만남
정정아

얼마전 디아츠앤코에서 기획한 댄스랩 워크숍 장을 찾았다. 기드온 오바자넥, 마틸드 모니에, 가이 쿨스와 같은 거장들과의 만남이었다. 그들의 생각과 철학을 짧은 시간 동안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기회였고, 이를 통해 나의 현 위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편안하게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같은 것을 보더라도 아티스트 모두가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외로운 아티스트들을 위로해주는 시간이었다.

삼주 연속으로 워크숍을 참여했던 나와 같은 고정된 참여자가 있고, 각자의 관심사에 맞춰 들어오는 새로운 참여자들이 있었는데, 이러한 모든 만남이 또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3월, 「당신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 공연을 마치고 지금은 새로운 작업을 위한 구상을 하는 단계에 있다. 그런데, 워크숍을 참여하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나와 비슷했다. 대부분의 아티스트, 작가들이 자극을 받기위해, 또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이 워크숍에 찾아왔던 것이다. 동시대 창작자들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을 말하고, 또한 새로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호주 현대무용단 Chunky Move의 예술 감독이었던 기드온 오바자넥은 자신의 협력 작업을 들고 왔다. 그가 춤과 다른 매체의 결합에서 생성되는 효과, 또는 결합되는 지점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특히 2006년에 초연된 작품 ‘Glow’는 몸과 테크놀로지의 만남이 아직도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고 감각적이라 인상 깊었다. 요즈음 무대 위에서 여러 매체들의 등장은 놀라운 정도이다. 불가능한 것이 없을 것 같다. 이러한 변화들이 반갑기도 하다. 하지만 춤, 다시 말해 몸이기 때문에 가능한, 그 표현하기 힘든 어떤 아우라가 사라질 것만 같아 조금은 아쉽다.

 



두 번째 주, 마틸드 모니에 워크숍에서는 창작자들의 윤리적인 의식을 자꾸만 건드리는 ‘모방’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눴다. 기존의 작품들을 모방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하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 과정을 직접 만들고, 지켜봄으로써 모방에 대해 부정적이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덩달아 이러한 접근은 역사나 고전을 통한 새로운 생산물의 재창조가 요구되는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운 것 또는 혁신적인 것을 멀리서 찾기 보다는 과거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행위가 필요하다. 과거의 창작물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기 위한 아이디어의 발상 자체, 그것이야말로 개인의 혁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이 쿨스. 그는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전문 댄스 드라마터그다. 아크람 칸 등의 안무가들의 작업을 드라마터지 했던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동시에 워크숍에서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를 말하며 스스로 관객의 입장이 되는 훈련을 했다. 이해 가능한 표현을 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려는 시도를 했고, 그것이 드라마터그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여기에 더불어 작업에 들어가기 전후 접근 방식 등에 대해 토론하고 실험해 보는 시간 또한 가졌다. 여러 안무가들과의 작업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그의 말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까 언급했던「당신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작품에서 나는 처음으로 드라마터그 최윤지씨와 함께 작업을 했고, 그 역할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호기심에 그녀와 함께 가이 쿨스의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기술적인 면보다는 서로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 서로에 대한 자세,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당신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는 2013년 한팩 차세대 안무가 쇼케이스를 거쳐, 라이징스타를 통해 초연된 작품이다. 2009년부터 안무를 해왔지만 관객참여형태의 공연을 준비한 것은 처음이었다. 공연 전 워크숍을 통해 일반인들과 만났다. 관객이 없으면 완성이 되지 않는 공연이었다. 그 과정에서 관객이 춤추게 하기 위한 공연의 흐름과 연결고리를 드라마터그와 함께 고민했다. 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순간이었고, 순수하게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3주간의 워크숍 경험은 현재 진행 중인, 그리고 앞으로의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리서치 단계에 있는 이번 작업은 나루아트센터에서 있을 툇마루 무용단 정기공연(12월 5, 6일 예정)에서 초연된다. 지금의 나의 화두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나에겐 문제로 다가오지만 상대에겐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그 반대로 상대에게는 문제이던 것이 나에겐 문제로서 인식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 이 시대의 문제로 비춰지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진정 나의 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냥 쉽게 지나쳐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을 무대 위에 던지고자 한다.

관객이 공연 도중에 스스로 드라마터지를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나만의 얘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몸에 담아내는 것, 그것이 나의 가장 어려운 과제인 것이다. 

정정아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툇마루 무용단정단원, 안무자와 댄서로 활동하고 있다.

2013.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