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동아대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부산 춤계가 동아대학교 무용학과 문제로 동요하고 있다. 이미 보도된 대로 동아대학교는 2012학년도부터 무용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이는 사실상 학과 폐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83년 설립되어 부산 지역 춤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동아대 무용학과의 폐과는 부산 춤계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무용인들도 지역 사회에서 춤의 앞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사태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동아대학교는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기로 한 사실을 무용학과에 통보하였다. 이런 사실이 재학생들에게 알려진 5월 중순 이후 학생들은 연일 항의 집회를 갖고 6월 중순 현재 학교 총장실 앞에서 무용학과 폐지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동아대학교 측이 밝힌 바에 의하면, 동아대 무용학과 지원자 수는 지난 몇해 계속 줄어들어 2011학년도 입시에서는 모집 정원이 21명으로 줄었으며, 2005학년도에는 입학생 23명 가운데 6명이 자퇴했고, 2006년학년도 입학생 28명 가운데 10명이 그만뒀으며, 2009학년도에도 입학생 27명 가운데 16명이 학과를 옮기거나 학교를 그만뒀다고 한다. 동아대학교 측에서 무용학과 폐지 이유를 공식 발표한 바 있는지 몰라도, 이번 사태 이후 동아대 학교 본부 측이 학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포괄적으로 거론한 것처럼 입학 정원 축소와 미달 등으로 무용학과가 시대 변동 추세에 맞춰 개편될 필요가 있었고 또 학교가 입을 이미지 손상과 그로 인한 대학 경쟁력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고 있다.

 

 



동아대 무용학과 폐과 조치 반대 집회 장면

 


이에 대해 동아대학교 내부 즉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측이 사실은 시장 논리에 따라 학과 경쟁력을 따지고 학과 존폐를 결정지었다시피 학문과 문화예술, 인재 육성이라는 대학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동아대 무용학과에서 발표한 호소문과 아고라 청원서는 “대학은 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의무도 있지만, 그 인재가 공부하고자 하는 학문을 공부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해 줄 의무도 있습니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학과만 육성하는 것은 대학 본연의 의무를 져버리는 것입니다”고 주장하여 대학이 시장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는 시각을 강하게 표명하였다.

6월 4일 동아대 교수협의회(교협)가 발표한 성명서도 “[정원] 충원률 미달은 곧 재정 부담이라는 등식과 경쟁력만 앞세울 때, 기초학문이나 예술관련 학과는 설 자리를 잃고 만다. 취업이 중요하지만, 대학이 취업 준비기관 쯤으로 전락해서도 결코 안 될 일이다”고 지적하여 시장 논리가 이번 무용학과 폐과의 주요인임을 거듭 환기하고 있다.

대학의 본분과 시장 논리의 충돌은 지금 전국 대학에서 펼쳐지고 있어서, 동아대만의 현상은 아니다. 이런 와중에 동아대학교 무용학과 폐과 문제를 학내 사태로 더 키운 것은 폐과 결정 과정이 합리성과 설득력을 결여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동아대 교협의 성명서는 먼저 동아대학에서 그간 몇 차례 있은 다른 학과 구조 조정 작업들이 모두 학과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해당 학과의 요구와 협의를 바탕으로 추진된 반면에 이번 무용학과의 폐과 결정은 이전과는 다른 조처라고 지적하면서, 폐과의 원칙과 기준이 자의적으로 적용되었다고 비판하였다.

동아대 교협 성명서를 더 들어보자. “무용학과의 폐과 조치는 폐과의 원칙과 기준, 그리고 그 절차나 처리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충원률과 중도탈락률 등을 고려했다고 하나, 그 기준을 규정화하지 않고서, [학교] 당국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충원률과 중도탈락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몇 년간에 걸쳐 어느 정도 미달 상태이면 폐과로 결정하는 것인지, 그 원칙과 기준을 규정 등으로 공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용학과의 경우 적어도 최종 충원률에 있어서는 2008년도를 제외하고 최근 미달사태가 없었다는 점에서 폐과의 기준을 어디에 두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학교당국은 무용학과의 위기에 대해 누차 지적했다고 하지만, 정작 폐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무용학과와 관련 협의나 동의 절차가 생략되고 있다. 해당 학과의 교수, 학생들과 함께 공식적으로 폐과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거나 협의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정원을 결정하면서, 무용학과를 ‘폐과’로 처리하고 이를 학과에 통보한 것이 전부이다. 사태가 발생한 후에야, [학교] 행정당국이 ‘교수 관련사항 및 재학생들의 학적과 수업 등 후속조치’를 협의하겠다는 공문을 내려 보낸 것은 사전 협의나 학과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학과 존폐의 전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후 협의가 아니라 반드시 사전 협의와 공식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마땅한 절차이고 상식이다. 본부회의, 교무회의, 대학평의원회 등의 심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해당 학과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했는지,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정리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이상의 사실은 다시 대학에서 학과 존폐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한다. 동아대 무용학과 사태에서는 몇 해 거듭된 학과 충원률 미달이 곧 그 학과의 폐지 근거로 거론되고 또 이렇게 거론되는 순간부터 우리나라 대학들에서 암묵적인 기준으로 되어버리는 이상한 관행이 발견된다. 동아대 교협이 지적한 것처럼 ‘사전 협의와 공식적 동의’는 없었다. 그런 절차 없이, 앞서 소개되었듯이 이번 사태 직후 학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학교 측은 무용학과의 충원률 미달 현상이 대학 이미지 손상과 대학 경쟁력 하락을 초래할 것이므로 폐과해야 옳다는 논리를 폈다. 학과의 충원률 미달은 피해야 할 현상임에는 분명하나, 그런 미달 현상이 대학 이미지 손상과 대학 경쟁력 하락을 초래하는지의 여부는 판별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해당 학과를 폐과해야 하는지의 여부도 더욱 판별하기 쉽지 않으며, 게다가 폐과는 학생의 진로 그리고 교수의 교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국공립 대학과 마찬가지로 사립대학도 공공의 기구이다. 사립대학은 민간의 기관이긴 하나 교육의 공공성은 사립대학에도 공공의 책임을 요구하며 정부가 공적 재정 지원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립대학에서 학과의 존폐는 학교의 자율적 사안인 동시에 공공의 사안이다. 그러므로 동아대 무용학과의 폐지는 우선은 학교의 소관이라 하더라도 춤계와 공공의 차원에서 문제시될 수밖에 없다.

학과의 충원률 미달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태를 접하는 당사자들이 보일 반응은 매우 다양할 터이지만, 단박 폐과나 학과 구조 조정부터 연상하는 것은 지금 대학들의 관행처럼 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사전 협의와 공식적 동의’ 없이 학과의 충원률 미달을 학과 폐지의 근거로 삼는다면, 무엇보다도 근거 자체가 명확치 않다. 이럴 경우 이러한 근거는 상당히 주관적이며 자의적(恣意的)이어서 매사에서 지성과 합리성이 관통해야 할 대학이 취할 근거로는 부적절하다. 설령 오늘날 시장성이 떨어지는 학과는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상식과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할지라도, 대학의 매우 중대한 결정적 단계에서 상식이 주도한다면 대학에서 연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므로, 여기서 다시 대학의 존립 이유를 묻게 된다. 즉, 상식을 맴돌 것 같으면 대학(그리고 학교)보다는 학원이 더 나을 것이다.

상식을 맴도는 대학과 상식을 넘어서는 대학 사이에서 지금 대학들은 어느 길을 택하고 있을까. 이번 6월에도 보도는 지방대에서 폐과 등을 계획하는 대학이 7곳에 달한다고 전하였다. 폐과 명분은 대부분 대학 경쟁률 높이기로 귀착되고 있다. 대학의 경쟁률 가운데 입학 경쟁률과 졸업생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마도 절대적일 것 같다. 이 두 가지 경쟁률은 사회의 평가와 직결된 것으로서 역시 상식을 맴도는 성격이 강하다. 대학들이 학과 충원률이라는 상식에 묶여 그 문제만 푸는 데 몰입한다면 학과 폐지 같은 악순환은 반복되기 마련이다. 악순환 끝에 대학 자체도 폐교되어야 하지 않을까. 폐과의 부메랑 효과는 그만큼 근원적이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이 강조된다.

예능계를 비롯하여 대학 입학 인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진단은 지난 20년 남짓 끊임없이 예측되어 왔다. 학령인구가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반면에 대학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고, 이로 인해 대학들 간의 경쟁이 고조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21세기라는 상황은 삶과 학문 연구에서 전반적인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의 압력이 대학의 경쟁을 부추기고 대학을 취업 준비학원의 늪으로 내몰고 있다.

이들 상황 앞에서 오히려 대학들은 목전의 기득권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숨을 가다듬으며 대학의 본분을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어느 대학은 입학 및 졸업생 취업률만 안중에 있지 다른 것은 필요치 않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대학도 있을 것이다. 대학이 학문의 연구로만 시종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지 물어볼 일이고, 실제로 학문의 연구로만 시종하지도 않는다. 실용성과의 조화는 언제라도 강조되어야 할 일이다. 그리고 학문의 연구가 얼마나 충실히 진행되고 후학들에게 전수되는지도 따져 물을 일이다. 그러므로 이른바 ‘반값 등록금’이 제기되는 현시점에서 대학의 본분은 포괄적으로 되짚어져야 하고, 대학의 본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미구에 추진될 반값 등록금 정책에도 적극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동아대 무용학과 사태를 접하며 부산의 무용인들은 “학생들이 대부분 서울로 진학하며 지방 대학 무용과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대학이 자본논리에 굴복해 순수예술학문을 포기하면 자연스레 관련 인구가 줄어들어 순수 예술 분야의 저변이 축소될 것이다”면서 “결국 지역문화영역이 인력 수급, 자체 문화 개발과 전수에 차질이 빚어져 존립에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지적들은 지역 사회 문화에서 특히 대학이 맡아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명분이 그렇다 하더라도 운영 자율성이 더욱 보장되는 사립대학에 대해 일방적 적자 운영을 강요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동아대 무용학과 재학생들은 “무용학과의 경우 일반 학생보다 약 1.5배의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다니기 때문에 학교가 재정난으로 폐과한다는 것은 더욱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상의 여러 측면에서, 동아대 무용학과 폐과는 제3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으로 보인다. 앞으로 폐과가 기정사실로 귀결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결정은 심히 주관적이며 자의적인 근거에서 성급히 내려진 것이라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태 속에서, 또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학교의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학교 측의 항변에도 일리가 있는 듯하지만, 이미 폐과를 내밀히 정하고서도 2011학년도 신입생을 선발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는 비난받아 마땅한 처사이다.

그러면 동아대 무용학과 사태와 연관해서 어떤 대안이 가능할까. 폐과 방침에 대해 여태껏 쏟아진 비판을 앞으로도 감수하겠다면 사실 어떤 대안도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전화위복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대한다면 학교와 학과에 가한 충격파로서 심기일전할 계기가 될 것 같고, 덧붙여 지역 춤계나 국내 춤계 전반에 대해서도 그만한 계기가 될 것이다.

상식은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라 한다. 이 문화의 세기는 이미 형성되는 중에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문화가 무엇인지 되새겨볼 일이다. 이 문화가 대중문화 정도의 문화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사람들의 안목이 개발되지 않아 대중문화 정도에 맴도는 현상황을 갖고 21세기 문화의 세기를 판별하려 든다면 이 역시 상식을 맴도는 발상에 불과하다.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과 시민들의 지적인 안목은 갈수록 수준 높아질 것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가 지금부터의 시대이다. 일례로 오늘날 마르셀 뒤샹의 ‘샘’ 같은 전위예술은 대중들의 상식이지만 10년 전에는 보기 힘들은 현상이다. 다시 말해, 상식에 안주하면 21세기가 대중문화와 고급예술이 대중과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병존하는 세기라는 점을 간과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상식에 안주하면 21세기가 춤의 세기라는 점을 놓치기 싶다. 여기서 춤이 고급예술 혹은 주류 예술로 진입한 때가 20세기 중반이고 한국은 그보다 더 늦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무대에서나 생활 현장에서나 만발하고 있는 춤이 대학을 향해 시사하는 바는 매우 다양하다. 춤이 무대에서나 생활 현장에서나 그렇게 성행하기까지 우리 대학들이 이바지한 바는 더 강조할 나위도 없고, 동아대학교 무용학과의 역할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들어 부산과 지역 춤계가 어려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우려도 많다. 무용인들이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도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는 “무용학과 교수진들도 정통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것, 요즘 학생들이 기대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는 내용과 방법론들을 개발해야 하며 부산 춤판은 동인춤만 살아남는다는 소문에 대해 냉정하게 반성할 시점이 왔다”는 자체 반성도 가열되고 있다. 지금 내적으로 구조조정의 기운이 일어나는 것으로 관측되는 부산 춤계의 현상황은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이런 긍정적 조짐을 외면한 채 이전의 상황을 내세워, 아니면 목전의 경쟁률만으로 폐과를 결정한 것은 성급하면서도 근시안적인 조처로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21세기가 춤의 세기와 문화의 세기인 것을 상식 이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인식이 대학에서 미흡하면 연구해야 할 것이고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시대 흐름을 두고 대학이 강 건너 불 보듯 한다면 연구와 창조는 어디서, 누가 해야 할까. 경쟁률이 격화한 현시점에서 대학 줄 세우기 풍조가 대학을 좀먹는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고, 경쟁률 광풍도 언제까지 기승을 부릴 것 같지는 않다.

지난 4월 부산에서 LIG 아트홀이 부산시민회관 앞에 개관한 사례는 무용학과 폐과 현실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설비 내용과 공간 형태로 보아 국내외를 통 털어 그만한 소극장은 매우 드물다. 시간이 좀 흐르면 언젠가 이 공간에서는 적어도 한일 간, 한중 간 국제 공연 교류도 퍽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말이 과장되게 들린다면 꼭 한번 들러보면 좋을 것 같다. 이 공간은 문화의 세기에 기업이 염두에 두는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내세워질 만하다. 서울이 아닌 부산에, 현실적으로 서울보다 춤이 열세인 부산에 들어선 그런 공간에서 어떤 상상력과 장기 포석이 감지된다. 기업도 문화의 세기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마당에서 그 문화를 위한 인재와 활동가는 어디서 양성되어야 할까.

동아대 무용학과 사태는 주지하듯 순수예술에 대한 대학의 전반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이런 시각을 타파하는 데 있어 앞서 소개한 자성의 발언은 중요해 보인다. 대학과 세태의 상식을 넘어서려면 우선 순수예술인 스스로 혁신을 도모하여 오히려 정통을 확대 재생산하는 창조적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1. 0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