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故 한상근 선생 추모 특집
故 한상근 선생님을 추모하며
조기숙

 

 

선생님! 선생님 왜 그리 급하셨나요!
왜 그리 연락도 없이 기척도 없이 먼저 가셨나요
왜 그리 우리를 두고 동지를 두고 빨리 가셨나요
만고의 진리가 인간이 태어나면 반드시 돌아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좀 준비할 시간을 주셨어야지요.
그러지 않아도 부쩍 선생님 생각이 나서 전화 드려야지,
학교로 한번 모셔야지, 하며 계속 머릿속에 선생님이 맴돌고 있었어요.

선생님! 우리가 언제 만났는지 기억하시나요?
87년 어느 날 대학로에서 무용공연을 보고
김채현 선생님과 함께 허름한 소주집에서 만났었지요.
그 자리에서 우리는 춤을 논하다가 논쟁이 지나쳐 그것이 그만 싸움이 되고 말았지요. 철없었던 제가 선생님에 대해 “기득권자가 이 역사에서 하는 것이 도대체 뭐냐”고 따져 물으며 바짝 건드렸던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제 생각의 경도됨을 지적하셨고 그 젊은 혈기에 저도 질세라 더 따지고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폭력직전까지 갔었지요. 김채현 선생님께서 우리를 선생님(사모님이 제 대학 선배님이라 잘 아는 사이였지요) 댁에 데리고 가셔서 그 싸움을 정전시켜 주셨지요. 참~ 우리가 다 젊고 열정이 있었던 때의 일이네요. 그렇게 대판 싸운 후 선생님과 저는 가장 믿는 동지가 되었지요. 선생님은 제가 춤운동을 하며 외롭고 고달플 때 밥을 사주시고 조언을 해 주시는 선배가 되셨지요. 그래 우리가 민족춤을 염원하며 단체를 만들자 선생님이 함께 앞장서신 그날들이 선합니다. 아~ 세월이 유수와 같아 그러면서 25년 넘게 흘렀네요. 그 동안 수지는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선생님과 저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의 동지애는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지요.

전 선생님을 만나서야 한국에 남성무용가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남성무용수도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즉 선생님이 저에게 남성무용가의 ‘상’을 보여주셨던 거지요. 그전까지는 솔직히 남성무용가를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도 없었고 제 자신이 남성무용가에 대한 편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전 선생님의 작품을 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특별히 <꽃신>에 애정이 가고 의미를 더 두게 되어 그 작품을 분석까지 했었지요. 부족하지만 본 논문을 선생님께 바칩니다. 선생님의 작품들은 한국무용에서 전통춤에서 무용극으로 그리고 창작춤으로의 발전에서 더 나아가 포스트모던 댄스로의 진입을 알리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 근거는 형식적으로는 피지컬씨어터(physical theatre)성과 내용적으로는 여성적 가치와 치유를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선생님의 작품 연구가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깊이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선생님만큼 춤에 대한 열정이 있던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요. 무용가 한상근 선생님을 대변하는 핵심 용어는 열정, 치유, 감동 그리고 여성성이지요. 이는 바로 21세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아닙니까. 이제 남은 우리들이 선생님의 춤 정신인 열정, 치유, 감동, 여성성을 이어받아 춤에 한결 정진하겠습니다. 부디 하늘에서 춤추시며 그곳 춤계에 터 잡아 두고 우리를 기다려 주시지요. 조금 계시면 우리 모두도 선생님 곁으로 돌아갈 것이니 우리 그때 다시 만나 손에 손잡고 춤추면서 다 함께 영생을 누리기 바랍니다. 
故 한상근 선생님, 추모의 마음을 이 부족한 글월로 대신하겠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우리 모두의 님이여, 춤이여!
 

 아아! 이것이 꿈인가
 꿈속의 꿈인가
 현실 같은 꿈인가
 님을 놓아 드릴 수 없는 이 쓰라림
 아직 가시지 않은 깊은 슬픔 그리고 눈물

 고목처럼 굳건하고 화산같은 열정으로
 몸과맘은 부드럽고 한결같은 우정으로
 사랑하는 벗과함께 애틋하얀 춤을추네
 열정어린 무용으로 버거웠던 순간들을
 외로운 투쟁 춤, 애절한 춤꾼 님~

 고달프던 그 시절에 먹여주던 그 의리
 힘들었던 그 세월에 벗돼주던 그 우정
 그누군들 그 감사함 어찌어찌 잊으리오
 세상향한 이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놓고
 진정으로 이 세상을 사랑하라 외치시네

 님 보내고 슬퍼하는 우리에게
 님 웃으며 춤추라고 미소짓네
 우리의 끝없는 사랑춤은 생명 되어서
 꽃으로 피어나 하늘까지 향기 날리고
 하이얀 웃음은 푸르르른 햇살 되리니

 진력을 다해 사랑의 춤을 추고 또 추면
 붉은 꽃 한 송이 피어올라 열정이 되고
 내 몸에 하얀 날개 돋아
 가볍게 하늘을 날아 나도 돌아가리, 아! 춤이여
 아~ 님을 데려간 4월도 이제 돌아가리, 아! 님이여 

*필자는 한상근 선생의 <꽃신>을 분석한 英文논문(무용예술학연구, 제12집, 2003)을 발표한 바 있다.">​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Ph.D(영국 Surrey대학, 한국 aSSIST 경영학박사), Ewha Centre for the Performing Arts 디렉터, 한국춤 기록학회 회장
*필자는 한상근 선생의 <꽃신>을 분석한 英文논문(무용예술학연구, 제12집, 2003)을 발표한 바 있다.
2013. 05.
사진제공_한용훈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