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구시립무용단 75회 정기공연 〈DCDC〉
예술성이 담보되지 않았더라면…
장광열_춤비평가

 따뜻했다.
 관객들은 환호했고, 커튼 콜 무대에 선 출연자들의 표정에는 웃음이 넘쳤다. 대공연장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기와 무대 위 댄서들의 열정이 춤으로 소통한, 아름다운 밤이었다.
 공공 직업무용단이 한 해 동안 어떤 공연을 펼칠 것인지, 라인업 구성은 예술감독의 색깔과 컴퍼니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된다. 김성용 예술감독 부임이후 대구시립무용단은 다른 무엇보다 작품 창작에서 외부 안무가들의 문호개방과 대중성을 향한 시도가 강화된 점이 엿보인다.
 대구시립무용단 제75회 정기공연 무대로 꾸며진 〈DCDC〉(3월 15일, 수성아트피아 용지홀)는 1981년 대한민국 최초로 현대무용을 표방한 공공 단체로 출범한 대구시립무용단의 정통성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면서 대내적으로는 단원들의 결속을 다지려는 예술감독의 의지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대구시립무용단 〈DCDC〉 ⓒ황인모




 작품 제목 〈DCDC〉는 ‘Daegu City Dance Company’의 약자로 곧 대구시립무용단은 단체명인 ‘대구시립무용단’을 작품 제목으로 내세우고 공연을 한 셈이다. 국내외 사례를 뒤져 보아도 흔치 않은 일이고 기획의도에서 다분히 공연의 성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시도였다.
 비록 공사 때문이긴 했지만 대구시립무용단이 상주 공연장인 대구문화예술회관을 떠나 수성아트피아로 외부 나들이를 나온 것 역시 구민들의 공연 향유 기회를 더욱 확대하는 시도란 점에서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다분히 선명한 기획의도를 가진 공연은 그 이벤트(?)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공공 예술단으로서 가져야 할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 공공 직업예술단의 공공성은 다른 무엇보다 ‘예술성’을 담보할 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료를 낮게 책정하고, 찾아가는 공연을 하고, 시민들의 관람 문턱을 낮추어서 얻을 수 있는 ‘공공성’ 보다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사하면서 얻는 ‘공공성’의 획득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대구시립무용의 ‘퇴직단원부터 현 단원까지 40년을 아우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DCDC SPRIT의 향연’을 표방한 제작 의도는 평자에게도 지나친 이벤트로 다가 왔다. 그러나 〈DCDC〉는 이 같은 평자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안무자 김성용은 크게 4개의 프레임으로 나누어 그 프레임 안의 구성을 각기 다르게 차별화시켰다. 이 공연의 성공 요인은 그 차별성이 과하지 않았고, 적어도 2개의 프레임에서는 탄탄한 예술성을 담보하고 있었던 데 있다.
 오래전 대구시립무용단에서 활동했던 무용수들, 지금은 춤추기를 그만 둔 옛 단원들을 무대에 등장시키겠다는 위험한(?) 발상은 도입부 안무자가 직접 무대에 등장 말을 하면서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구성, 이후 세 명의 연주자들에 의한 타악연주(원따나라)를 통한 다양한 리듬과 춤의 조우, 이어진 빼어난 무용수들의 춤 기량을 조합한 예술성 높은 2인무와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기저로 한 컨템포러리 댄스의 다양성 구현, 그리고 전현직 댄서들의 이름을 부르며 연속성과 역사성을 상징한 연출의 힘에 의해 한 편의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만만치 않은 감흥을 전해주는 공연으로 변신했다.
 박정은이 근육 하나하나에 담아낸 섬세한 움직임과 파워풀한 에너지가 합성된 특별한 춤의 질감, 김분선과 박종수의 물흐르 듯 유연한 움직임과 뛰어난 파트너십이 빚어낸 아름다운 2인무는 이 작품의 백미였다. 상체 위주의 움직임과 몸 전체를 아우르는 움직임으로 차별화 시킨 군무 구성도 작품의 질을 담보하는데 일조했다.
 춤 위주의 구성에 벗어나 라이브 연주, 나레이션, 무용수들의 인성(人聲), 솔로춤, 2인무, 군무 등 다양한 쏘스들을 적절하게 버무린 안무가의 연출 감각도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전ㆍ현직 무용수들의 출연을 통한 대구시립무용단의 정체성과 자존감 성취, 이를 통한 대구시립무용단의 브랜딩을 표방한 이번 공연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 정체성과 자존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향후 〈DCDC〉는,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대구시립무용단 단원들이 보여주었던 솔로춤, 2인무, 군무에서의 예술성을 담보했던 장면들을 기저로 한 레퍼토리화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 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9. 04.
사진제공_황인모/대구시립무용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