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메타댄스프로젝트 대전광역시 상주단체 공연 & 최성옥 대표 인터뷰
친밀한 소재, 탄탄한 앙상블로 지역주민과 소통
장광열_춤비평가

 

 

 2014년 대전광역시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대상 단체로 메타댄스프로젝트(회장 곽영은)가 선정되었고, 그 첫 공연이 6월 13-14일 대전서구문화원 아트홀에서 있었다.
 황지영 김선주 최성옥 3명 안무가의 작품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 대전 서구문화원 아트홀은 500석 규모의 중극장으로 무대 전후의 깊이가 그다지 깊지 않은 아쉬움은 있었지만, 춤 공연과 춤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기에는 그런대로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김기형과 황지영이 출연한 <Black>(안무 황지영)은 개인과 개인의 소통의 문제를 2인무로 풀어냈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 도심 속의 풍광이 영상으로 투사되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무대에 건물과 자동차 등의 형체를 마치 연필로 각인시킨 듯한 오렌지 빛 색채의 라인이 두 무용수의 다양하게 변주되는 지체의 움직임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안무자는 두 무용수의 의상을 통해 흑과 백의 색채로 무대를 채색하고 그들의 움직임은 시종 밀착된 상태에서의 춤 보다는 개개의 솔로춤도 적지 않은 비중으로 담아냈다. 다만, 두 무용수 사이의 교감의 밀도가 더욱 높았더라면 관객들에게 전해져오는 감성적인 충동 또한 더욱 컸을 것이다.

 





 6명의 무용수들이 출연한 <소금꽃 이야기>(안무 김선주)는 소금을 채취하는 염전을 배경으로 노동,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인간들의 삶을 터치했다. 앞의 작품이 감성적인 2인무라면, <소금꽃 이야기>에서의 움직임은 리얼하고 구체적이다. 연기적인 몸짓을 곁들인 무용수들의 춤 역시 선이 굵고 더욱 선명하다.
 소금 채취에 사용되는 도구(바케스, 삽, 소금 포대 등)를 활용한 새로운 움직임 조합이 주는 신선함, 바다 영상과 파도소리를 담아낸 음악 등 노동의 현장성을 표출한 작품의 이미지는 기존의 컨템포러리 댄스가 담아내는 것과는 사뭇 차별성을 드러냈다. 작품 중반 미니멀 음악이 적지 않게 사용되는 장면에서는 템포나 이미지 등에서 전체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기대했으나 전반부와 같은 톤으로 전개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모래의 집>(안무 최성옥)은 카프카의 <변신>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움직임, 대사와 영상을 곁들인 이 작품은 댄스 씨어터적인 성향이 짙다. 테이블과 소파, 의자 등을 이용한 새로운 움직임의 조합, 나레이터의 텍스트에 의한 의미 전달, 캐릭터들의 성격과 무대세트의 전환에 의한 변화되어가는 무대 위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운드의 크기, 금속성의 타악기에 의한 지나치게 침울하고 어두운 음색의 음악은 극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전이되는 감흥을 기대하는 관객들을 오히려 지나치게 억제시켜 버리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이날 공연된 3개의 작품은 각기 다른 소재와 분위기로 메타댄스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들 작품은 공통적으로 개인들의 삶의 문제와도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을 배려한 선택이 엿보이는 시도였다.
 지역 주민들과 관객들과의 친화력 고양은 무용예술의 대중화와도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메타댄스프로젝트에게 주어진 지역 문화공간의 상주단체로서의 운영과도 상관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이 단체의 행보에 더 큰 기대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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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최성옥 대표

자체 운영시스템 시행, 지역에서 뿌리내리는 무용인 많아져야


대전광역시를 대표하는 현대무용 단체인 메타댄스프로젝트는 최성옥 대표와 소속 무용수들의 서울과 지역을 넘나드는 활발한 공연 활동과 체계적인 단체 운영으로 지역 춤 단체 활동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성옥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단체 운영과 상주단체로서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장광열 대전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상주단체로 선정되기 전까지의 과정도 궁금하구요.
최성옥 제가 처음 충남대학교에 부임 할 때가 1996년 이었습니다. 처음 현대무용을 배우는 학생들도 많았기 때문에 기본부터 하나하나 제 손을 거쳐야만 했어요. 그렇게 몇 년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졸업생들이 배출되었고, 그 친구들을 주축으로 Meta Dance Project(이후 메타)를 창단했어요.
하지만 해마다 지원금을 받아서 공연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창작지원금으로 창작 공연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요. 저도 젊은 시절이었기에 새로운 시도를 원하다 보니 의상, 무대 디자인, 조명 등등에 투자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연습시간도 주중과 주말 모두 하다 보니 진행비도 만만치가 않았어요. 이런 상황이라 지원금을 받는다 해도 사비를 투자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어요.
무용단 창단의 초기에는 단원들 몸 하나하나 만져가면서 제가 직접 연습을 시켰습니다. 새벽까지 연습하는 날이 매일이었지요. 실력이 월등하지는 않았지만 저도 단원들도 열정하나만은 누구 못지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18년이 넘는 시간동안 위기도 있었고 시련도 있었지만 저는 딱 한 가지만 생각 했었어요.
‘학생들도 예술가의 길을 걷다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다른 것은 몰라도 본보기와 버팀목이 되어주자는 이 신념 하나로 지금까지 올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전이 광역시라고는 하지만 공연장의 여건, 시설, 지원금의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서울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심각한 재정 문제는 견디기가 쉽지 않았을텐데요. 
해마다 꾸준히 노력한 끝에 대전문화재단에서 지원받는 금액과 사업도 늘어났어요. 저는 상주단체사업에 지원했지만, 선정되지 못했지요. 그때 저와 단원 모두 실망에 속상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2012년에는 무용단 정기공연과 원도심 활성화, 찾아가는 문화 활동 등 창작 활동 이외에 폭을 넓혀서 지역 시민과 함께하는 사업을 많이 시도했어요. 원도심 활성화 공연은 대전역 광장, 지하상가 광장 등 야외공연으로 이루어졌는데, 다양한 관객들과 함께 호응할 수 있다는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지요. 찾아가는 문화 활동은 소외계층의 지역으로 찾아가는 공연이에요. 공연 장소 섭외부터 무용단이 자체적으로 하는데...  저와 단원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다시 도전 한 결과 좋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꾸준한 창작활동과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동시에 추진했던 계획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충남대학교에 오면서 세워두었던 일들이 하나씩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아서 설레는 마음이 드네요. 앞으로 갈 길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전문화재단의 심사에 참여하다 보니 젊은 현대무용인들의 대부분은 메타댄스프로젝트와 연계를 가진 이력이 있더군요. 메타는 대전ㆍ충청권의 현대무용분야를 대표하는 단체로 성장했는데 단체 운영과 단원들의 훈련은 어떻게 하는지요?
대전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로 성장 했다기보다는 저희만 남아있다는 표현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에서 현대무용단체를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충남대학교로 부임 할 때만 하더라도, 대전지역의 여러 대학교에 무용과가 있었습니다. 저는 대전 지역에 무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동프로젝트 공연, 국제 페스티벌을 기획하여, 선의의 경쟁으로 함께 성장하고 있었지요. 근데 불과 5년 사이에 대전 지역 뿐 만아니라, 근교의 무용과가 뮤지컬학과나 생활무용학과로 전환이 되더니 심지어 없어지더라고요. 그 결과 순수예술의 무용과는 저희 충남대가 유일합니다.
이런 실정에서 졸업 후 학생들은 자기 출신 지역에서 활동을 하려고 하지 않고, 중앙으로만 진출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젊은 무용가들이 없는 상황이에요. 또한 젊은 무용가들이 활동하기에도 열악한 상황이기도 하지요. 지원금을 받기에는 경력이 부족하고, 경력을 쌓기 위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소극장이 없는 거에요. 무용공연을 할 수 있는 극장도 몇 안 되지만, 예술의전당이나 정심화 같은 대극장을 소화하기는 저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엄두조차 낼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악순환이 되는 것 같더군요. 저는 Meta가 상주단체가 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지요.

대전광역시에서는 이전에 두 개 단체가 상주단체로 선이 되었었지요. 세 번째 도전만에 이루어진 것인데, 선정된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요?
Meta가 지금의 상주단체가 되기까지는 인내와 노력의 시간이 많이 필요했어요. 저희 단체가 이렇게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관여하기 보다는 자체적으로 운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관을 만들고 회장과 임원들은 정기총회 때 투표를 걸쳐 선출하며, 임기는 2년으로 정했지요. 새로운 회장이 선출될 때 마다 그전에 일어났던 문제점이나 단점을 보안하도록 지도했어요. 이러한 방법이 낙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모든 공연이나 무용단에 관련된 일들은 회의를 통하게 했더니, 서로 경쟁을 하기도 하고 협력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유지되더라고요.
한 달에 한번 회의를 꼭 하고, 특별한 안건이 있을 때는 임시회의를 거치는 것을 원칙으로 두었습니다. 신단원은 실기시험과 면접을 통하여 선발하였어요. 서로 관계가 있거나 활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염려해서 형식적이더라도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엔 이러한 형식이 원칙이 되는 날이 올 것 이라고 판단했지요.
지방의 단체이지만,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프로단체처럼 운영하기를 원해요. 단원을 뽑는 것부터 공연의 안무자를 정하고 연습을 진행하는 과정 등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지도하고 있어요.
상주단체가 되기 전부터 제가 강조했던 부분은 일주일에 4번 이상 실기레슨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발레 레슨과 즉흥수 업을 꾸준히 하도록 권했어요. 단원들은 매일 같이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후, 늦은 시간 모여서 연습합니다. 이 긴 시간 견디어 온 것에 대한 보답으로 상주단체 선정은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다른 대학과 달리 오래전부터 즉흥수업도 하고 있고 즉흥 워크숍과 공연도 하는 등 필요한 과목을 꾸준히 시행해오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안무가 이전에 교육자로서 평소 학생들에게 어떤 것들을 강조하는지요?
저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원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찾기를 원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예술가들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생들도 예술가들로 대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잠재되어 있는 이들의 능력을 밖으로 꺼내주고자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즉흥시간에 무용에 관련된 것 보다는 다른 장르의 미술, 문학, 음악 등에서 연관을 지어 즉흥 수업을 진행해요. 그러면 새로운 움직임이 많이 나오고, 학생들도 창작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 반응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학부생들은 1년에 2번씩 하는 창작발표회를 가장 두려워하더라고요. 하지만 즉흥 수업을 경험해 본 학생들은 적어도 겁을 내거나 일반적인 동작들만 이어서 연결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박사과정이 개설되면서 본격적으로 무용예술을 공부하게 되었고 학생들은 좀 더 폭 넓은 공부하게 되었고 석사와 박사 수업에서는 이런 안무법 수업을 통해 학기 말에 스튜디오 공연을 진행하고 있어요. 벌써 1년이 넘었어요. 이렇게 해마다 실행하여 외국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충남대 학생들과 동네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오는 상황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중심은 충남대 학생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상주단체로서 올해는 어떤 사업들이 계획되고 있는지요?
상주 단체는 1년 계획이 정해져 있어요. 일단 상반기 상주단체 선정 기념공연으로 이번 공연을 마친 상황이고, 하반기는 9월 30일-10월 1일 입니다. 그리고 문화 나눔공연으로는 8월29일 대전효광원에서 ‘찾아가는 공연’, 10월 29일 서구문화원에서 ‘문화가 있는 날’, 12월 9일 ‘수능 마친 청소년을 위한 공연’이 계획되어 있어요. 그리고 10월에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댄스를 교육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서울에서의 공연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고, 제자들 역시 모다페 등의 축제에서도 공연하는 등 서울과의 교류도 활발한데 무용단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서울에서 활동을 하거나, 제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이유는 한 곳에만 정체되거나 자만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저는 무용단과 제자들이 대전에서 자리를 잡고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문화예술의 관련한 모든 것들이 중앙으로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공연을 보거나 배우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요. 하루 빨리 지역으로 분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전지역의 무용예술의 활성화 뿐 만 아니라, 대중화를 도모하는 것이 저희 단체의 몫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방의 무용인구가 많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무용과의 진학률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저희 단체를 알리는 역할로서 서울에서 활동을 하는 면도 있습니다. 단원들이나 학생들은 서울에서 공연을 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자신의 또래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들에서 저도 학생들에게도 서울에서 활동하기를 원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지원을 여러 번 했지만 지원을 받은 것은 몇 번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지원을 받는 다해도 이동하는 교통비, 숙박비가 많이 들어요. 홍보나 관객을 동원하는 일도 쉽지 않지요. 거주하는 지역이 아니다 보니 서울에서 관객을 모아오기는 늘 힘이 들 뿐 아니라 홍보에만 따로 비용을 지출하기도 쉽지 않아요.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서울의 단체와는 조금은 차별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활동을 할 거면 큰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에요. 지원금 제도 면에서 지방이라는 점을 배려해 주었으면 합니다. 제자들 또한 모다페 공연의 리허설 등으로 며칠 전부터 서울에서 지냅니다. 그러다 보면 진행비로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요. 이런 점에서 지방에 대한 배려가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리허설 시간의 배려나, 경제적인 면이 아니더라고 여러 가지 면에서 배려 할 수 있는 시스템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4. 07.
사진제공_메타댄스프로젝트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