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묵무용단 〈인간실격〉
흐르는 몸과 오브제, 그 강렬한 융합
장광열_춤비평가

 오랜만에 대하는 안무가의 신작은 평자들에게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윤민석의 〈인간실격〉(12월 6-7일 인천아트플랫폼 C동, 평자 6일 낮 공연 관람)은 무용수와 오브제와의 융합이란 분명한 콘셉트가 춤과 메시지로 비교적 정교하게 맞물리면서 만만치 않은 울림을 남겼다.






윤민석 〈인간실격〉 ⓒ마묵무용단




 안무가는 철로 만들어진 미니 트러스트, 딱딱한 나무 재질의 테이블, 철제 의자와 철제 봉, 백색 고무 밴드 등 댄서들의 몸보다 더 강하고 탄력적인 물성의 오브제를 매칭시켜 공연 내내 선명한 비주얼을 창조해 냈다.
 무표정한 오브제는 무용수들의 흐르는 몸과 만나면서 무대 빈 공간을 새로운 이미지로 채색해 갔고, 이 과정에서 댄서들의 움직이는 동체와 오브제는 새로운 물성으로 교묘하게 교합되었다.
 안무가는 2명 리드 댄서(김석중, 박성율)와 6명 남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오브제와 정교하게 맞물리도록 구성했다. 개개 댄서들의 움직임의 질에서 발생되는 서로 다름과 움직임과 오브제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그 차별성을 극대화 했고, 흑과 백이 대비된 무대, 군데군데 아쉬움은 있지만 극장예술의 맛깔까지도 담아내는 연출 감각을 뽐냈다.






윤민석 〈인간실격〉 ⓒ마묵무용단




 3개의 테이블을 활용한 군무에서 안무가는 오브제와 움직이는 몸을 조합한 새로운 물성을 창조해낸다. 테이블을 마주 들고, 한 명의 여자가 테이블 위를 오르내리고, 여러 명의 댄서들이 그 테이블을 위 아래로, 좌우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상반된 구도는 놀랍게도 부자유스럽지 않다.
 안과 밖의 상반된 구도가 만들어내는 이 소통 구조는 무용수들이 공사장에서 볼 수 있는 조립식 철제 스탠드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에서도 반복된다. 무용수들이 트러스트에 매달리기도 하고, 올라타기도 하고, 한 발을 걸치기도 하고, 완성된 세트 위에 물구나무 자세로 섰을 때 안무가는 인간은 불확실한 존재임을 강하게 드러내 보인다.
 종교적 의식을 연상시키는 남성 저음이 짙게 드리운 중동 풍의 노래, 남녀 보컬의 일정한 박자와 리듬이 반복되는 미니멀 음악, 철제 오브제를 가격할 때 나는 음향의 생성까지 다양하게 조합된 음악은 안무자가 담아내고자 한 인간과 사물의 세계가 가져다주는 모호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윤민석 〈인간실격〉 ⓒ마묵무용단




 아쉬운 점도 있다. 다음 작업에서는 줄곧 이어져 온 움직임과 오브제의 매칭이 만들어 낸 무대 위 새로운 물성의 여운이 마지막까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번 공연은 마묵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안무가가 인천문화재단의 창작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올려진 무대였다.
 ‘오브제와 움직임과의 조합을 통한 몸의 재해석’을 표방한 안무가의 작품 제작 콘셉트가 비교적 높은 예술적 완성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예술지원사업의 추진방향과 예술단체가 추구하는 사업 목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춤 전공, 파리 8대학에서 현대무용기법 수학, 조세프 루시리오 무용단과의 작업, 2004년 마묵무용단 창단, 2007년 평론가가 뽑은 젊은 안무가 초청공연, Modafe에서의 활발한 창작 작업 등 10여 년 전 주목받던 안무가의 오랜만의 신작은, 지역 춤 계의 활성화 작업 그 이상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 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20. 1.
사진제공_마묵무용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