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대전 코미디아츠 페스티벌
퓨전적인 현대춤,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주목
김혜라_<춤웹진> 편집위원

 

 

 대전예술의전당이 주관한 제1회 코미디아츠 페스티벌(8월16-23일)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실내극장에서는 연극과 클래식 음악으로, 실외 모두 광장에서는 인디밴드와 타악, 크로스오버 음악을 올렸다. 광장 옆 원형극장에서는 마당극과 드로잉쇼, 뮤지컬 갈라를 선보였고, 미술관 앞 분수대에서는 무용공연이 올려졌다. 공연시간도 저녁 7시, 8시, 9시 순차적으로 40여분의 작품이 배치되어 관객이 선택적으로 관람하거나 아니면 천천히 장소를 이동해가며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공연된 24개 작품 중에는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것도 많아 일반 관객들의 관심을 끌만했고, 대전예술의전당 앞 넓은 잔디밭에서 운동을 하거나 산책 나온 시민들이 관람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자유스러워 보였다. 페스티벌 시작부터 4일여간 장맛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관객들은 비옷을 입고 공연을 보는 열렬한 관심을 보였고, 폐막작인 장미여관과 델리스파이스의 공연은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코미디아츠 페스티벌은 지난 8년간 해오던 ‘빛깔 있는 여름축제’의 진화된 상태이자 대전예당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로 출범한 축제이다. 특히 올 해는 세월호 사건 이후 침울한 시민들에게 잃어버린 웃음을 예술로 위로하고자 하는 취지가 있다고 한다.
 몇몇 지방 공연이나 축제를 둘러보면서 무언가 허술했던 인상과는 달리 이 페스티벌은 수도권의 여느 페스티벌에 비교해도 공간조건과 프로그램 구성만으로만 본다면 관객들에게 만족할 만한 기획이라 생각된다. 특히 이례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무용이 매일 시연된 점과 젊고 퓨전적인 작품으로 현대무용을 많이 관람하지 못한 시민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주고자 하는 대전예당의 의도와 안목이 보였다.
 5일 동안 춤 공연은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8.18), Jam(잼)있는 춤 이야기로 엠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공존>과 안수영컴퍼니의 <백조의 호수>(8.19), 무용단 놈스의 〈Loser〉(8.21), LDP무용단의 〈No Film〉 〈No Comment〉(8.22), 최상철 현대무용단의 <외침> <논쟁>(8.23)이 차례로 선을 보였다.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는 빠른 음악과 움직임에 판소리가 복합된 퓨전무대를 선보였다. 빗물에 춤꾼들이 다칠까 불안한 마음으로 보던 필자는 점차 춤꾼들의 거친 에너지와 빗물이 튀어 조명 빛에 비춰지자 마치 의도된 오브제로 느껴질 정도로 몰입하였다. 맨 앞자리에서 비옷을 입은, 현대무용을 처음 본다는 어린이 신민(9세)은 “무용이 안정적이고 박진감이 넘쳐요. 너무 재미있고, 비가오니 더 멋있어요”라고 말했다.
 중간에 등장한 정승준 소리꾼은 조선중기 임제가 평양기생을 그리며 지은 시조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취시켰으며, 품바의 구슬픈 소리와 춤꾼들의 힘 있는 동작들의 적절히 맞물려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연 후 오하은(21세)씨는 “국악과 현대무용이 조화가 안 될 줄 알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고, 각색이 신선했다”는 소감을 들려주었다.

 

 



  다음날 김보람의 <공존>도 여전히 빗물바닥에서 위험을 감수한 채 실연되었다. <공존>은 야외무대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사랑’, ‘싸움’, ‘유머’의 코드를 가볍고 재치 있게 풀어내었다. 감정에 솔직한 춤구성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두 남자의 관계설정 그리고 시각적으로도 볼거리(의상, 헤어, 비오는날 썬글라스 등)를 주어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어진 안수영의 <백조의 호수>도 대중들에게 익숙한 발레원곡 사용으로 현대무용이 다소 생소한 관객들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설 수 있었다. 현대인의 방황의 상황으로 <백조의 호수>를 재구성한 작품은 자칫 안무자의 의도가 무겁게 반영된 면도 있지만(야외공연이라는 점을 감안) 역설적 요소가 적절히 가미되어 의미파악이 어렵지 않았다. 서정적인 선율에 브레이크와 덤블링, 힙합 꺾기 동작들이 조화를 이뤄 발레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색다른 퓨전의 모습을 보였다. 운동을 나왔다가 공연을 관람한 김현중(60)씨는 “무슨 의미가 있는데 어렵네요. 그래도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최상철 현대무용단의 <논쟁> <외침>은 많은 관객들이 핸드폰 영상을 찍으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맑은 날씨와 주말) 군무중심에서 솔로, 트리오 같은 다소 상투적으로 형태를 변형해가며 인간관계의 복잡한 논쟁 상황을 표현하였다. 개인의 외침과 절규 그리고 수많은 논쟁거리들을 은유하며 상황을 설명하는 연극적 몸짓과 군무의 에너지를 섞어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명확한 주제를 다양한 상황 반복으로만 이끌다 보니 다소 긴 듯 작품이 지루해질 시점에서 전체 상황을 전복할 만큼 효과적이었던 상황은 갑자기 개 짓는 소리와 함께 개 모양으로 형상화 한 마지막 장면이었다. 은유, 사실, 아이러니로 연결된 작품을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리역할을 하였다. 공연을 관람한 10대 학생들은 “의미가 어렵고 지루하다”는 감상평과 부모님들은 “현대무용도 발레처럼 해설을 작품 시작에 해주면 공감이 쉬울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다.

 



 전체적으로 작품들의 내밀한 의미를 극대화하기에는 무대가 멀고 비와 주변이 소란스러워 안무가의 의도를 간파하기는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량있는 춤꾼들의 춤자체만으로도 볼거리와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특히 전체적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음악(클라식, 판소리, 팝, 전자음악 등)과 각종 현란한 움직임을 접목하여 퓨전을 지향한 작품을 선보인 것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독특한 인상을 준 것 만을 확실한 것 같다.
 제1회 코미디아츠 페스티벌이 문화갈증을 해소하는 대전의 대표적인 행사로 성장하여 지역시민들에게 건강한 에너지와 진한 울림으로 매해 진화되길 바란다. 더불어 다양한 장르의 춤 공연 소개도 지속적으로 선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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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_ 대전예술의전당 박지연 교육축제팀차장


김혜라 코미디 아츠 페스티벌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페스티벌 개최 목적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박지연 대전예술의전당에서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여름철이면 '빛깔 있는 여름축제'라는 이름으로 야외 무료 공연 축제를 개최해왔습니다. 올 해 들어 '빛깔 있는 여름축제'를 좀 더 확대해 본격적인 공연예술축제로 키워보자 라는 의견이 나왔고, 그럼 특색 있는 축제로 발전시키는 것이 어떻겠나 하는 의견들이 수렴되었습니다. 공연은 어렵다라는 편견들을 없애고 쉽고 재미있게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라는 의도에서 코미디 장르로 특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음악에 비해 관객 저변이 취약한 연극과 무용에 좀 더 집중해 유쾌하고 재미있는 연극과 무용 프로그래밍을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코미디 아츠 페스티벌의 목적은 웃음요소가 가득한 공연관람을 통해 '공연은 재미 있는 것'이라는 친근성을 확보함으로써 관객 개발 및 저변확대를 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역에서 다양한 장르, 특히 현대춤에 대한 소개가 매일밤 이뤄지고 있는 것이 흥미롭고 지역에서 어떻게 받아드려질지도 궁금합니다. 다른 장르에 비해 생소한 무용장르를 한 섹션으로 선택, 할애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지요?
‘코미디 아츠 페스티벌’은 모두 다섯 군데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실내 두곳 (아트홀, 앙상블홀), 야외 세곳 (모두의 광장, 미술관 앞 분수대, 원형극장), 이렇게 다섯 개의 공간에서 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공연들이 올라가는데요, 그 중 미술관 앞 분수대 무대는 특별히 무용공연을 소개하는 곳으로 특화했습니다. 그렇게 하게 된 데에는 우선 저희 페스티벌에 앞서 3일간 대전시립무용단이 해마다 개최하는 '한 여름 밤의 댄스 페스티벌'이 바로 같은 장소에서 개최되었던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장소를 저희가 그대로 이어받아 활용하게 되었는데요, 이런 저런 공연을 올리는 것보다는 무용으로 아예 장르를 특화시켜 올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아직 대중화가 덜 된 현대무용을 올려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최자인 저희도, 관객도 서로 티켓판매나 수익에 대한 부담 없이 맘껏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해 보자, 그리고 이런 무료 공연들을 통해 친근성을 확보 한 후에 실내에서 현대무용을 소개했을 때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자, 이런 의도들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젊은 안무가들의 새로운 시도들을 소개하는 장으로 활용하기에 야외 무료 공연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지역민에게 문화적 경험을 나누시고자 한 기획이 흥미롭습니다. 공연 대부분이 무료인데 지역예산에서 많은 보조가 있으신지요?
저희 공연장은 대전광역시 사업소로 전체 공연비가 모두 시비로 운영됩니다.

이러한 페스티벌에 참가하고자 한 단체는 어떤 경로를 통해 참여할 수 있는지요?
저희가 따로 공모로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서요, 직접 보거나 또는 전문가집단의 추천작 들 중에 선별했습니다. 연극의 경우엔 재미있으면서도 뭔가 생각할 만한 것들이 있는 작품들, 그리고 무용의 경우엔 재미 또는 대중이 공감하기 쉬운 요소들이 있는 작품들로 골랐습니다. 좋은 작품들을 선보여야 하는 만큼 작품 조사 및 수집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전이 문화의 중심이 되길 희망하며 앞으로 수준 있는 춤이 지속적으로 공연되길 바랍니다. 앞으로 계획된 춤공연이 있으신지요?
하반기 가장 대표적인 무용작품으로는 프랑스 현대무용의 거장 마기 마랭의 <징슈필>(Sing Spiele)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2014년 초연작으로 대전 예술의전당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각각 공연할 예정입니다.

마기 마랭의 공연도 기대가 됩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2014. 09.
사진제공_대전예술의전당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