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SIDance2013 제6회 공연저널리즘 서울포럼 발제문(2)
창작공간을 넘어 문화교류 공간으로서의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최석규_아시아나우 대표

 □ 국내 레지던시의 현재와 아시아나우 창작레지던시



1. 국내 시각예술과 공연예술가의 예술가 레지던시에 관한 변화와 그에 따른 논의점

오늘날 예술 창작 활성화 혹은 예술가 창작개발은 다양한 형태로 국내외에서 행해지고 있다. 그러한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예술가 레지던시(Artist in Residence or Artist Residency, 이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시각예술 분야에서부터 시작되어 공연예술 뿐만 아니라, 예술 전분야로 활성화 되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특히 공연예술 레지던시를 논의 할 때, 공연예술 레지던시의 용어적 정의를 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그것은 먼저, 시각예술과 다른 예술적 창작 방식(개인 창작방식VS 공동창장의 형식)의 차이와 레지던시라가 가지는 “상주, 거주”라는 용어적 의미 때문에 레지던시를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레지던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1) 시각예술 - 레지던시 공간지원 형태와 정책의 변화
국내에서 특히 미술 장르를 중심으로, 시각예술 레지던시는 90년대 예술가의 창작 작업공간 제공에서시작하여, 시각예술의 생태계의 변화에 따른 주류예술과 비주류예술의 형성이 “대안 공간”의 레지던시라는 형태 변화를 가져오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 아트페어의 성장과 정부의 정책상의 지원에 힘입어 창작 레지던시 스튜디오와 창작 공간의 지원 형태로 변화를 가져온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 변화를 보면 창작레지던시에 대한 논의는 주로 창작 스튜디오라는 공간 하드웨어적 관점에서 주요 논의가 되고 있다 즉 이것은 1997년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현 한국예술위원회)의 폐교 활용한 창작촌 지원 사업에서, 전국 작업실 네트워크, 창작 스튜디오 지원 사업, 대안공간 지원사업, 창작공간 조성사업, 창작공간 협력사업 등으로 변화 성장해왔다.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공미술 지원사업과는 별도로 프로젝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원을 시작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시기부터 공간을 거점으로 하는 레지던시의 고전적 개념을 지나서, 지역과 결합된 다양한 사회적 리서치를 통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협력 프로그램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2009년~11년 사이의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의 창작공간 활성화 사업을 통하여 예술가 레지던시는 창작공간 사업의 일환으로 그 변화를 가져온다. 즉 서울시 창작공간 11개, 인천아트 플랫폼, 경기창작센터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주요 미션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세 가지,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제공, 예술의 국제교류 그리고 지역사회와 연계 프로그램을 통한 시민문화 및 지역 활성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주요 목적에 가장 축이 되는 프로그램이 예술가 레지던시라고 할 수 있다.

2) 공연예술 - 레지던시의 목적과 효용성에 따른 레지던시 방법론의 변화
공연예술은 기본적으로 창작의 방법적 면에서 시각예술과 다른 이유로 공연예술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시각예술보다 논의가 활발하지 못하였다. 장르적인 측면에서 연극보다 무용(홍은예술창작센터) 그리고 최근에는 다원예술 창작 레지던시로의 변화의 경향을 보인다. 공연예술 레지던시에 대한 논의는창작 공간 제공에 대한 논의보다는 레지던시의 효용성 즉 유효성에 대한 논의가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즉 이것은 1) 개별 예술가의 창작역량 강화, 2) 창작 작품에 대한 제작 및 유통 활성화 3)예술가들의 국제교류 및 모빌리티 확대, 4) 공연단체의 지속성장 가능성, 5) 예술을 통한 지역시민 만나기와 지역사회 활성화, 6) 다원예술 예술가들의 협업과 실험 제공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공연예술 레지던시의 형태를 분류 해 보면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공연예술 레지던시의 목적에 따라 창작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레지던시는 공간적 의미에서부터 예술가의 다양한 국제교류와 공동협력 제작프로그램으로 목적에서 뿐만 아니라, 창작 유통활성화라는 정책적 측면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처럼, 한국에서 예술가 레지던시의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예술의 창작개발이라는 중요한 핵심을 간과하고, 제도적 유행으로 특히 하드웨어적 공간 확장, 그리고 도시 재생 혹은 지역커뮤니티 예술 활성화라는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예술가 레지던시의 기본적인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술가 레지던시를 무엇이라 한마디로 정의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 핵심은 첫째 예술가들이 창작에 필요로 하는 시간(Time), 공간(Space) 그리고 지원(Suppot-기술, 재정)을 제공하고, 둘째, 예술가들 간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예술과의 교류 혹은 충돌, 그리고 거주하는 지역사회의 지역성을 이해하게 하고, 셋째, 국제교류의 측면에서 국가와 인종의 벽을 넘어 타 문화의 경험을 통한 예술의 다양한 경험을 함으로써 결국 현대 예술의 창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예술가 레지던시는 공간제공과 거주 예술가라는 고전적 의미를 넘어서, 지역 활성화 혹은 도심과 지역 공간 재생이라는 제도적, 정책적 관점을 떠나서, 예술의 창작 활성화와 예술가의 창작개별이라는 광의적, 복합적, 다층적 의미로 바라봐야 할 것으로 본다.



2. 아시아나우(AsiaNow)의 국제 레지던시
 

 1) 아시아나우 소개  

아시아나우는 공연예술작품의 해외 유통과 국제공동제작 및 국제 레지던시를 기획, 운영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집단이며, 국제교류 전문 단체이다. 2005년 시작된 아시아나우는 한국연극의 해외진출을 주요 미션으로 극단여행자,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공연창작집단 뛰다 세 단체의 해외 기획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 8년간 영국 바비칸 센터, 에든버러, 호주 시드니 페스티벌, 홍콩 아츠페스티발, 싱가포르아츠 페스티벌, 멕시코 세르반티노 페스티벌, 미국 언더더레이다 페스티벌 등 전 세계 주요 극장 및 페스티벌에 초청 공연을 진행해 왔다.
2009년부터 한국연극의 해외진출과 같이 아시아나우의 또 하나의 큰 축을 이루는 것은 국제공동제작 및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이는 한국공연예술의 해외진출의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며, 작품의 진출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교류, 생각과 아이디어의 교류까지 아시아나우의 미션을 확장시켜 주었다. 현재 아시아나우는 레지던시가 중심이 되는 Generating Now, 국제공동제작 중심의 Developing Now, 해외투어 중심의 Touring Now 세 부분으로 기획 운영되고 있다.

 

 



2) 아시아나우 국제 창작 레지던시
아시아나우 레지던시는 동시대에 살고 있는 국내외 예술가들 간의 예술적 교류를 통한 동시대 공연예술의 새로운 언어를 발견하고 실험할 수 있는 창작 플랫폼이다. 해마다 새로운 주제와 공연형식을 제안하고,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새로운 창작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레지던시는 세 단계로 2년에서 3년간의 다년간 프로젝트로 진행하며, 첫 번째 단계에서는 주제 리서치, 컨퍼런스, 워크숍이 진행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창작 워크숍과 쇼케이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작품 제작을 전제한 창작과정이 시작된다. 물론, 모든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리서치에서 제작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작품 제작을 레지던시의 목적으로 두지는 않는다. 처음 단계에서의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교류와 실험을 통한 새로운 발견을 주요 목적으로 두고 있으며, 두 번째 단계에서 창작레지던시와 쇼케이스를 통해 제작의 가능성을 검토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프로듀서는 레지던시 코디네이터로 주제를 제시하고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 사이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3. 아시아나우 레지던시의 특징과 과제

아시아나우 레지던시의 가장 특징은 첫째, 공간 중심이 아닌 주제별 프로젝트형 레지던지 라는 점이다.둘째 2~3년간 장기적 진행 레지던시 프로젝트이고, 셋째, 과정 중심(Process-oriented)의 레지던시와 작품개발형 창작레지던시가 두 가지의 목적을 기반으로 하지만 년도별 과정에서 해당 레지던시의 프로그램을 구체화 시킨다는 점에서 기존의 레지던시와 차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의 특징을 토대로 아시아나우의 레지던시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1) 예술가 레지던시의 운영적측면
이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예술가 레지던시의 Sustainability, 즉 지속가능성이다. 즉 과정 중심의 프로그램인 관계로 다년간의 지속적인 기금조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 공간을 가지고 있지않은 독립제작 단체(Independent producing company)이므로 아시아나우와 미션이 같은 극장 혹은 축제 등과 장기적인 파트너쉽을 어떻게 구축하고 지속시킬 것인가에 대한 과제이다.

2) 예술가 레지던시 방법론적인 측면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특징에 따라 기술장비와 기술지원 공간이 그 과제였다. 예를들어 New Approaches, New Audiences와 Sound+: Pansori 레지던시는 많은 미디어 테크놀러지 실험과 무대기술적 실험을 위한 기본적인 하드웨어 실험을 위한 공간과 장비의 문제 지점이 가장 크게 대두되었다. 또한 레지던시 과정에서 실험을 위한 기술 인력(Technology coordinator) 찾기, 다원 예술의 창작 작업의 리서치와 창작과정에서 객관적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역할(예, 드라마터지 혹은 퍼실리테이터(Facilitaor) 찾기도 또한 문제지점이였다. 즉 이것은 예술가 레지던시가 어떤 장르, 어느 정도의 창작 경력, 레지던시를 통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단순히 공간과 프로그램의 목적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세밀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 공연예술 레지던시 활성화를 위한 질문들
 

 1) 예술가 레지던시의 기본적인 핵심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동시대에 유효한 것인가?  

단순한 공간지원형태에서 창작공간 프로그램 그리고 다양한 주제별 프로젝트 레지던시로 변화해오고 있는 공연예술레지던시의 형태에서, 무엇이 유효하고, 예술가 창작개발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가? 이것은 예술 환경의 변화에 따른 예술가 레지던시의 동시대적 유효성의 논의를 의미하는 것이다.
 
2) 왜 공연예술 레지던시 인가?
이는 누가 레지던시를 주최하느냐? 즉 예술가 중심, 민간 단체, 정부 혹은 민간 공공 공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주도에 따라, 예술가 레지던시의 목적은 달라 질 수 밖에 없다. 즉 리서치와 예술적 영감받기가 일차적 목적이 될 수 있고, 창작개발을 위한 사전 단계도 될 수 있고, 예술을 통한 지역사회와 지역민과 만나기가 그 목적이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이 지나치게 일면으로 가는 것은 (예를 들어, 현 정책의 예술가 레지던시의 정책은 커뮤니티와 지역 공간개발이라는 지나친 트렌디를 추구하는 형태) 공연예술 레진던시의 활성화를 위축 시키고 레지던시의 과정 중심이 결과중심의 방향으로의 의미의 변화를 가져오게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예술가 레지던시를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예술가 레지던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가 혜택을 갖는가?
참여하는 예술가인가, 프로그램 주체자인가?, 기금을 지원하는 정부단체인가? 아니면 참여의 대상이 되는 지역민인가? 이 질문의 대답은 매우 복합적인 것이며, 레지던시의 목적에 따라 질문의 답은 달라질 수 밖에 없지만, 레지던시 과정에서 우리는 가끔 혜택의 순서가 결과의 순서에 따라 역순되는 과정을 보게 된다.

4) 예술가 레지던시의 평가
과정 중심의 프로그램(Process-Oriented Program)인 예술가 레지던시의 평가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즉 평가는 프로그램의 목적에 따른 평가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결과 중심의 평가와 정량적 평가 방법이 공연예술레지던시의 활성화를 위축시키게 되는 경우를 만들게 된다.

5) 지속가능성
단년회계로 운영 되는 우리나라의 예술지원제도는 매년 기금확보라는 어렵게 하고 이것은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안정화 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된다. 또한 공공 협력 기관들의 잦은 인력 교체와 정책의 지속성이 약한 구조에서 예술가 레지던시의 지속가능성은 가장 큰 숙제로 자리 잡고 있다.

6) 예술가 레지던시의 운영자의 역할의 변화
다양한 형태로 예술가 레지던시가 프로그램 되면서 운영자의 역할 또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즉 큐레이터로, 프로듀서의 역할로, 혹은 퍼실리테이터로 다양한 역할로 변화이다. 

자료제공_ 서울세계무용축제

최석규
​춘천마임축제의 부예술감독, 축제감독으로 지난 15년간 공연예술축제의 현장에서 축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연하였다. 2003년 영국정부 장학금으로 런던대학(University of London)의 The Central School of Speech and Drama에서 창의적 프로듀서(creative Producer)석사 학위를 받은 후, 2005년 아시아 동시대 연극, 무용, 그리고 다원예술 작품 개발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는 아시아 나우(AsiaNow)를 설립하여 한국 현대연극의 국제교류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연극,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하녀들", 무용, 백호울&마티아스 에리안의 "NOTHING for 60min"에서 드라마투르기 작업을 하였고, 국제창작레지던시 Sound+:Pansori(2019-2011년), New Approaches, New Audiences(2011년), Moving Space Project(2008-2010) 큐레이터와 프로젝트 디렉터로 일했다.
2013.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