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流댄스컴퍼니 〈왕비가 된 심청〉
다채로운 춤과 음악, 타켓형 가족 무용극
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이즈음 들어 한국 춤계에 나타나고 있는 흐름 중 하나로 타켓형 춤 상품의 제작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발레 장르를 중심으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 같은 흐름은 한국춤 현대춤 부문으로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전문 무용단 체제로 운영되는 춤 단체가 많아지면서 단순히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공연 작품을 하나의 ‘상품’으로 인지, 전국의 공연장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판매하겠다는 춤 단체들의 의도가 깔려있다.
 이와 함께 복지 차원에서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문화융성을 내건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소외지역 공연 등 문화나눔 부문의 지원예산이 증액하면서 이를 겨냥한 마케팅 차원에서 성행하고 있는 면도 없지 않다.
 충정 지역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는 流댄스컴퍼니의 신작 <왕비가 된 심청>(안무 류지나, 연출 류명옥, 8월 27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 역시 가족들이 볼 수 있는 춤 공연을 겨냥해서 만든 다분히 타켓형 작품의 성향이 농후했다.

 



 자신을 희생해 아버지의 눈을 뜨게하겠다는 효심을 바탕으로 한 소재,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이야기, 그리고 발레에서부터 현대무용, 파핀 등 대중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춤을 녹여낸 점, 출연자들이 춤에만 의존하지 않고 대사를 곁들여 극의 몰입도를 높이도록 한 점, 작품의 시작을 출연자들이 객석에서 등장하는 것으로, 마지막은 관객들이 모두 무대로 올라오는 것으로 설정한 것 등이 모두 관객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계산된 시도처럼 보였다.
 특히 출연자들이 무대 위에 등장하기 전 심봉사가 갓 태어난 심청을 안고 동네 아낙들에게 젓 동냥을 하는 설정을 실제 십여명이 넘는 출연자들이 아이를 안고 객석을 돌아다니면서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는 도입부와 심봉사가 왕비가 된 심청을 만나 눈을 뜬 후 모두가 즐거워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 한바탕 함께 춤을 추며 즐기도록 한 마지막 장면은 극의 흐름과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그것 자체가 하나의 작품 속에 녹아들게 한 연출력이 특히 돋보였다.
 공연은 전체적으로 무용극의 스타일을 띄었으나 지나치게 스토리텔링에 의존하지 않았고 시대적으로도 원작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복식의 의상과 감각으로 전개시켰다. 심청과 심봉사, 왕, 뺑덕어멈 등 주요 캐릭터에 대한 의존도도 상대적으로 낮추어 볼거리 위주로 꾸며간 점도 ‘심청‘을 소재로 한 기존의 공연예술 작품들과 차별화 되었다.

 



 이번 공연은 流댄스컴퍼니 단독공연이 아니라 2014 충북공연장 상주단체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8월 24일부터 29일까지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 페스티벌은 충북 지역의 공연장 상주단체 또는 비상주단체로 활동하는 8개의 연극 전통예술 무용 단체들이 참여했다.
 전문 예술단체와 공연장을 연계한 이 같은 축제는 지역주민들에게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공연단체들에게는 축제를 통해 단체의 인지도 상승은 물론이고 관객들과의 소통 기회를 확대하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시도이다. 실제로 이날 流댄스컴퍼니의 공연장에는 남녀노소에 학생들의 단체 관람까지 대극장의 일이층 객석을 가득 메우는 성황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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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_ 연출․대표 류명옥 & 대본․회장 윤보경


장광열 관객들이 많이들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流댄스컴퍼니는 청주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표적인 현대무용단체인데요. 인근 음성문화회관의 비상주단체로 지정되어 있네요?
류명옥 충북의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은 청주지역을 제외한 군단위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의 가동율을 높이고 문화예술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소외지역의 문화향유를 높이기 위한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공연 수요자들이 학생 또는 군부대의 군인들, 지역 노인층이 많습니다. 설문지 조사결과 무용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97%나 되었어요. 그것도 무용은 고전무용 <부채춤>, 그것도 TV에서 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流댄스컴퍼니를 이끌면서 직접 연출도 하셨는데 이번 작품은 어떤 부문에 가장 중점을 두고 연출을 했는지요?
: 작품 구상을 할 때 설명이 필요 없는 누구나 알고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는 고전을 선택하고자 하였고 심청이라는 아름다운 인물과 그 안에 녹아있는 휴머니즘을 작품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공연을 마친 소감은 어떻습니까?
: 가장 기본적이고 인간다운 삶의 근간이 되어줄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고유정서 ‘孝’를 강조하는 구전소설 ‘심청’은 세계적으로 최고의 문학적 가치를 자랑하기 때문에 심청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몸짓으로 전달하고자 한다면 관객들의 호응도 자동으로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적중한 것 같습니다.

공연제목을 <왕비가 된 심청>으로 정한 연유가 있나요?
: 평범하지만 일반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했습니다. <왕비가 된 심청>은 가족무용극을 표방한 작품과도 어느 정도 어울린다고 생각했구요.

판소리와 국악 관현악곡이 위주가 된 음악이자만 무척 다채롭게 느껴졌습니다.
: 많은 음악을 창극에 나오는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전 국립국악관현악단 이용탁감독께 특별히 부탁해서 음악전체를 받게 되었습니다. 공연을 보셨지만 순수무용은 물론 대중무용이 하나가 된 무대였습니다. 마지막 관객까지도 무용수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번 무대의 연출의도였습니다.

앞으로 컴퍼니를 어떤 색깔의 단체로 이끌어 나갈 것인가요?
: 청주뿐 아니라 지방은 무용과가 거의 폐과가 되었어요. 당연히 무용수는 급감했습니다. 한국무용 파트는 그래도 무용인구가 꽤 됩니다만 아마도 청주시립무용단이 주는 영향력이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대구인 경우 시립무용단이 현대무용이 상주하고 있으니 현대무용 인구가 많은 것처럼요. 이번 공연의 경우도 무용수 절대 부족인 관계로 심봉사 역으로는 연기하는 친구를 섭외했고 팝핀하는 친구들과 함께 구성하여 총 출연진이 17명이 되었어요.
앞으로는 댄스컴퍼니 개념보다는 댄스 씨어터로 재도약하려고 합니다. 이제는 춤의 장르를 구분한다는 것도 시대에 걸맞지 않고요. 협업과 융복합 등 새로운 신종 문화가 재창조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 음성문화회관의 비상주 단체로 지정되어 있는데 상주단체로 선정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 저희는 상주단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영동지역에서 비상주단체로 있으며 굳이 상주단체가 아니어도 상주단체 못지않게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또 따른 문제로는 공연장의 열악한 물리적 환경으로 인해 그 시설이 무용공연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무용공연에 맞는 공연장을 찾아 비상주단체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역 문화예술회관의 지리적 특성이 무용수들의 활동영역과 너무 동떨어져 있고 기초적인 생활기반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기 어려운 무용단의 실정과 맞물려 지역만을 위해 상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이번 공연의 대본을 쓰고 컴퍼니의 회장을 맡고 있는 윤보경 선생님께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무엇이었나요?
윤보경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2013년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그 안의 자매간의 우애가 전국민의 마음에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족애는 가장 기본적이고 인간다운 삶의 근간이 되어주기에 그중 으뜸으로 삼아야 할 효의 사상을 ‘심청’을 통해 계몽적으로 풀어내어 국민무용극으로 사랑받고자 하였습니다.
우리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 든다는 것은 욕심일 수도 있지만 고전 속에 비춰진 지금의 우리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위험스럽지만, 도전해 볼 만한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제작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한 어떤 것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 버라이어티한 대중영상매체에 빠져있는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더이상 공연예술이 의미없는 몸짓과 테크닉만 나열해서도 안되겠거니와 감동만으로는 시선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65분 동안 지루할 틈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 모든 춤 장르를 한자리에 모은 것도 하나의 전략이었습니다.
대본 작업을 하면서 그 같은 생각들을 가장 중점적으로 반영한 대목이 어디인지요?
윤 :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가는 16세 심청입니다. 죽음 앞 나약해진 인간의 진한 두려움을 디테일하게 표현되도록 하였고 팔도봉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현대무용수와 팝핀하는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져 너무 무겁지 않게 웃을 수 있는 코믹적인 요소로 훈훈하게 마무리되도록 고려하였습니다. 

2014. 09.
사진제공_김종석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