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좌담_ 블랙리스트 셀프 0 징계 항의 나선 1인시위 무용인들
문체부 존립 이유 뒤흔든 황당한 無 징계



사회: 오늘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셀프 징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며 거리에서 연일 피켓시위를 진행하는 분 중에서 세 분을 모셨습니다. 간략한 자기 소개 후 좌담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윤규: 저는 2017년도 7월부터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했고, 무용인 희망연대 오롯의 운영위원이며 댄스씨어터 틱의 대표인 김윤규입니다.

이동민: 저는 무용인 희망연대 오롯에 같이 합류하고 있는 이동민입니다. 저희는 위원장이 없이 수평적으로 다 위원입니다. 저는 공연 기획자이고,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 운영위원장으로 있습니다.

김윤진: 저는 무용가 김윤진입니다. 저도 무용인 희망연대 오롯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체부 셀프 징계의 실상과 장관 면담

사회: 오늘 모이신 분들을 보니깐 오롯이 주로 거리를 뛰쳐나가서(웃음) 활동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김윤규씨는 진상조사위원회 민간위원으로 2017년부터 활동을 하셨는데, 어쩌다가 2018년 9월 이 사태까지 왔는지 한 번 짚으면 맥락이 정리될 것 같네요.

김윤규: 2016년 11월 촛불 정국이 시작되었죠. 그때 처음으로 광화문에서 일인 피켓시위를 김윤진 선생님이 맨처음 하셨고, 그후 정권이 바뀌어 국정과제 제1호로 적폐청산, 그 다음에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정부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민간인과 문체부 장관이 함께 만든 것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 개선 특위’였죠. 원래 3개월을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거의 만 명 이상의 사례가 있었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수천 명을 조사하다보니 실제 조사할 사안이 너무 많아 11월까지 연장되었어요. 그러다 최종 연장되어 11개월 만인 지난 6월 말에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진상조사 책임규명 권고안’을 문체부와 국가에 제안하고 해산했습니다. 그 두어 달 뒤인 9월 13일 문체부에서 갑자기 이행계획을 발표하였는데, ‘블랙리스트 관여자에 대한 수사의뢰 및 징계 이행 계획’이었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권고안에서 수사의뢰 26명, 징계 105명의 내용을 제안했어요. 그 가운데 문체부에 관련된 사람이 68명이었는데, 실제로 검찰에 7명을 수사의뢰하고 12명은 주의 처분을 주기로 했다 합니다. 그 외 나머지는 ‘위에서 시켜서 했으니깐’ 이라는 이유에서 징계에서 제외한다는 것이지요. 주의 처분은 징계가 아닙니다. 검찰에 수사의뢰한다지만, 분명히 문체부 내에서 징계가 취해져야함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는 검찰에 넘기면서 징계하지도 않았어요. 지금은 징계시효가 만료되어가는 시점입니다. 대개 2016년이나 그 이전 사건들이니깐 3년 징계시효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입니다. 징계시효가 끝나면 면죄부를 쥐어줄 가능성이 크지요. 결국 지난 일요일 10월 14일 이전 진상조사위원회가 장관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어요. 그날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문제를 많이 지적했어요. 그런데 장관의 태도는 블랙리스트 문제를 공무원 사회의 문제, 관료의 문제로 받아들인다는 인상을 주었어요. 국가범죄라는 사실을 상당히 간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공식적으로 이전 진상조사위원회와 협상 테이블을 다시 만들고 문체부가 발표했던 이행계획안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했었거든요. 아직 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듣지는 못했어요.

사회: 4시간의 면담 자리에서 답이 없었다면,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언질은 있었던가요?

김윤규: 추후 계획에 대해 확답이 없어서 저희들이 48시간이라는 시한을 제시했었는데, 방송에서 보니까 대통령 수행차 이탈리아로 가셨더라구요.(웃음)




일인시위 그리고 국회~청와대 행진

사회: 9월 13일 블랙타파(‘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회복을 위한 연극인회의’)에서 2차 성명서를 내면서 이 사태가 다시 벌어졌고 무용 쪽에서는 오롯이 9월 22일부터 동참하고 있습니다. 오롯을 주축으로 해서 무용 쪽에서 참여하고 있는 양상을 먼저 소개해주시지요.

이동민: 일단 일인시위는 장르개념으로 따로 따로 움직이고 있어요. 자발적으로 움직입니다. 연극계가 먼저 시작했구요. 무용계는 오롯을 주축으로 남부터미널에서 시작했는데 지금 이제 음악 쪽, 심지어 문화산업 쪽 등 전 장르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죠. 장르별로 어떠한 단위가 있어서 조직을 해서 리딩을 하는 개념으로 “합시다” 이런 것이 아니라 하나씩 하나씩 자발적으로 붙는 상황으로 확산되고 있거든요. 큰 틀에서 보면 2016년 11월 광화문에서 했던 광화문 캠핑촌, 국정농단사태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예술행동, 그 당시에 했던 자발적인 모임하고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9월 13일 문체부 이행계획안이 나온 다음부터 각 장르별로 연대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했거든요.

사회: 춤계에서도 별도로 발표했나요?

이동민: 네, 예를 들면, 무용계의 경우는 협회·단체 쪽은 전혀 서명서가 안 나왔구요. 무용인 희망연대 오롯이 발표했고 영화는 영화산업노조 그리고 연극계 쪽은 블랙파타, 각 장르 별로 그런 식으로 기존 활동가들이나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연대체들에서는 거의 다 서명서가 나왔어요.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성명서가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이전 정권의 국정농단사태 때를 방불케 하는 심각한 상황이 반복되며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확산의 끝은 현장이 요구하는 말 그대로 진상조사 처벌이행계획이 전면 재수립이고, 재수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다음 주 10월 24일에는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에 대한 현장토론회가 잡혀 있습니다. 여러 단체를 망라해서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에서 주관하고, 11월 3일에는 시가행진을 합니다. 문화예술인대행진 ‘블랙리스트 블랙라스트’라는 제목으로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합니다.

사회: 10월 24일과 11월 3일, 이렇게 계속 압박하면서 강도를 높여가겠다는 계획이군요.

이동민: 그렇죠. 광장에서 거리로 2년 만에 쏟아져 나오는 거죠. 정부가 바뀌기 전에, 정부가 바뀌고 난 이후에 계속 참아왔던 것들이 드디어 터진 거죠.

사회: 장관 비공개 면담이 지난 일요일 있었다는데, 문체부가 제대로 준비도 않은 채 면담에 임했군요.




현단계 문체부 장관의 소임은 무엇인가

사회: 장관은 본인의 탄생 배경을 잊은 듯합니다. 지금 남북문제에서 문화교류가 부각되면서 아마 이 문제를 소홀하게,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사실은 촛불부터, 그 다음에 이 정권 탄생과 함께 도종환 의원이 문체부장관이 되었던 명분이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놀랍습니다.

이동민: 맞아요. 블랙리스트 사태가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원래 3개월 단위로 계속 연장기한 없이 조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연장해서 가긴 했었어요. 실제로 조사는 5개월 정도밖에 못 한 거죠. 예산이 삭감된 거죠. 국회에서 예산 삭감시키더라도 정부차원에서, 문체부 차원에서 예산을 따로 만들었어야 했죠. 그래서 조사가 철저히 되게끔 해야 했었고. 그 지점에서 문체부장관이 아무 역할을 못 했어요. 당시 교육문화위의 여당 국회의원들을 만나서 “추가 예산을 내놓아라. 블랙리스트 사태는 새 정부 문화정책의 아주 핵심적인 첫 관문이기 때문에 이것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라고 따졌죠. 그런데 여전히 그 이후에 반응이 없었죠. 진상조사가 끝난 후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고, 문체부는 이행계획안을 냈는데, 그 와중에 연이어 두 차례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련되었다는 기관장 임명 건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었죠. 예술경영지원센터장이라든지, 국립문학관 건립추진위원이라든지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했다고 논의되고 있는 그런 자들을 임명하고 바로 다음날 임명 철회를 하고...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 지금 다시 징계권고안에 대한 이행계획을 징계제로(0)로 결론 내버리는 상황이 되었죠. 블랙리스트 팔아서 장관이 되었다는 얘기를 허투루 들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으니까요. 관료사회가 어차피 자기 정화를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장관의 역할이 필요한 건데, 지금 정무직 장관으로서 본분을 완전 망각한 상황입니다.

김윤규: 일례로 진상조사위원회 첫 발족한 날 빼고는 한 번도 안 나타났어요. 심지어는 최종 책임규명 권고안을 발표한 날에도, 마지막 해산한 날에도 참석하지 않았어요.

사회: 도종환 장관이 위원장이죠?

김윤규: 네. 미술인 신학철씨하고 공동위원장이에요.

사회: 문제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장관이 본분을 잊고 있는, 장관 개인적인 여러 가지 문제 하나하고, 또 하나는 문체부 관료체제 내에서 자기네들을 비호하고 보호하려는 적폐 습성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같네요. 일인시위 시기에 무용 쪽에서는 몇 명 정도 같이 활동하고 있나요?

김윤진: 오롯 탄생배경부터 짚겠습니다. 2016년 10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뒤집어지고, 그러면서 그전에 암암리에 느끼던 예술인 검열사태 실체가 드러나면서 예술인들이 집단적으로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를 시작한 거죠. 무용가들이 집단 서명도 하고 성명서도 내고, 시위는 그때나 지금이나 조직적인 운영이 아니라 페이스북에서 연극인하고 음악인들, 만화 작가들이 요일별로 일인시위를 하겠다고 올린 거예요. 제가 그때 “장르별로 요일 지정합니까?”라고 질문하면서 “그럼 무용인들도 하루 해도 될까요?” 이런 식으로 댓글 한 번 단 것부터 시작된 거예요. 그래서 우선은 “제가 하겠습니다”라며 동료 안무가·무용가들한테 연락 돌린 것이 그 다음 박근혜가 탄핵될 때까지 이어진 거죠. 장르별로는 사실 저희가 끝까지 광화문에서 일인시위를 하게 되었던 거고. 지금은 여론도 그렇고 ‘블랙리스트 사태는 김기춘하고 조윤선 전 장관이 구속됐으면 해결된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해요. 그러다 ‘문체부가 조금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이런 식으로 더러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가니깐 충격적입니다. 그때 같이 일인시위하시고 서명해주셨던 삼십여명이 있는 카톡방에 일단 저희가 계속 공지하고 있고 원하는 분들은 함께 일인시위하고 있어요. 현재 열댓분 정도 돌아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사회: 아까 실천연대 빼고는 이 문제를 전반적으로 얘기하는 조직은 아직 없다고 했는데 무용도 실천연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가요?

이동민: 지금 발언하고 있는 각 장르별 단체들이 대부분 다 실천연대 참여 단체들이에요.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윤진: 저부터도 일인시위를 처음 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깐 다른 동료 무용가들이나 무용계에 계시는 분들이 따로 연락해서 말하기를 “너무 나가서 하고 싶은데, 너무 지지하는데, 다만 여건이, 사정이 안 되어서 나가지 못합니다”라고 해요. 문제 자체 심각성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같이 공유하고 있고 이 문제가 덮어질 수 없다고 다들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반헌법적 죄책은 엄중하게 조치해야

사회: 지금 문화예술계는 미투운동, 남북교류 등의 현안에 가려서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진행 과정을 가까이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 흐름이나 초점을 잘 알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사실 웹진에서 그 진행을 알리고 여론화하여, 그것이 나의 예술 활동이나 나의 권역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어요.

김윤규: 저는 11개월 동안 진상조사위원회에 있으면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말은 블랙리스트 행위가 헌법적 죄책에 해당된다는 것이었어요. 블랙리스트가 예술가에 대한 지원 체계를 망가뜨릴 뿐만 아니라 길들이고 창작에서 통제하고 검열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예술가 또한 헌법적 죄책감을 가져야한다는 이야기가 저한테 굉장히 와 닿았어요. 그것을 눈 감는 것조차도 헌법적 죄책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 지원 체계 안에서 지원 신청 했다는 것도 어쩌면 그들을 돕고 있었고 방조했다는 이야기인거죠. 그 블랙리스트가 눈에 띄지 않더라도 거의 모두는 항상 심리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이런 ‘줄’로, 이렇게 가지 않으면 제외되며 생존하지 못한다는 잠재의식을 갖고 있지 않나 합니다. 사실 피켓을 들고 나선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은 리스트화되지 않을까 두려움이 있다는 겁니다. 전통 쪽이나 폐쇄적 분야일수록 보이지 않는 리스트에 많이 순치되어 있지 않은지 생각합니다. 사실 최근 국립국악원 무용단 사태를 봐도 벌건 대낮에 분명 마스크 끼지 않고 사진 찍어놓고, 올릴 때는 모자이크해서 올리더라구요. 전통이다 국립이다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그 공포가 내재된 것 아닌가 합니다. 제 희망으로는, 무용계가 더 나서주었으면 한다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헌법상 자유롭게 참여하고 의견 낼 수 있도록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절차적 형식상의 민주주의만으로는 부족하지요. 사실은 그것을 내세우면서 정권 입맛에 맞게 돌아갔던 것에 대해서 우리가 동조했던 데 대한 자기 성찰도 필요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나서는 것이 존재 증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국가 검열에 대한 부분, 국가 블랙리스트와 반드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동민: 실제는 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외치는 구호 하나가 “예술과 일상이 결합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예술은 일상과 많이 스스로 분리되어 있었구요. 그리고 스스로 벽을 친 부분이 있어요. 예술가는 “이렇게 해야 돼, 예술의 세계는 달라”라는 것이 과거의 예였습니다. 그러나 재작년, 작년 겨울 광장에 나섰던 예술가들의 마음 기저에는 예술인과 시민이 다르지 않다는 맥락이 깔려 있었잖아요. 예술인도 예술 작업만 하는 생산자, 작품을 생산하는 국한된 생산자가 아니고, 우리도 우리나라를 구성하는 시민이다 이거죠. 시민으로서의 주체적인 삶의 결정권을 가진 시민이다. 그런데 지금 블랙리스트 사태 같은 경우는 단순하게 작품 지원금을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고, 이런 지원금 배제의 문제가 아니고, 송두리째 자기 결정권을 가진 주체적인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박탈한 것이죠. 그러니깐 인권유린인거죠. 아주 근본적인 인권유린이고, 게다가 기존에 사적영역, 민간 내에서 이루어진 사태와 다르게 국가공권력이 개입해서 사찰과 검열과 배제를...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두고 해왔다는 거죠. 이 부분은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예술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해나갈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지점인 거죠. 그래서 반드시 이런 사태가 재발이 되어선 안 되구요. 누군가는 ‘홀로코스트’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맞습니다. 당장 나한테 검열과 사찰이 안 들어왔다고 해서 ‘나와는 상관이 없어, 일부의 이야기다’라고 할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국가공권력이 개입 조작한 사건이고 아까 김윤규씨 말대로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를 전면으로 부정한 사건이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예술·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부분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인 거죠. 이 부분은 엄중처벌, 예술인이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면서 끝까지 해내야 하는 상황인거죠.

사회: 공기처럼 숨을 쉬어야 할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 병드는지 잘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병들어가고 심지어는 홀로코스트에 버금갈 심각성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지요.

김윤규: 이것은 작품제작 작업하고만 연관이 된 것이 아니거든요. 우리가 사는 환경과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주권을 강탈한 거 아닙니까. 기무사 사건을 예를 들면, 기무사가 댓글 달고 쿠테타 일을 하고. 직접적으로 정권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그래서 이번에 어쨌든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3분의 1정도는 잘라냈잖아요. 그러니깐 블랙리스트 사건은 실제로 현대 세계 어디를 봐도 희귀한 사태거든요?

사회: 기무사 사태를 어느 정도 개선한 것을 보면 좋은 사례로 보입니다, 저는 문체부도 이 사안을 징계 프레임으로만 보지 말고 새로운 상황을 맞아 개편과 변화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윤규: 문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원 체계라든지 예술인 복지라든지 어쨌든 문화정책과 행정을 담당하는 준기관과 정책 쪽으로 의지를 가지고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전혀 나서지 않고 있어 아쉽습니다.

김윤진: 2016년에 사실 무용계에서도 움직임이 있었죠. 대개 무용계에서 사회적 목소리가 크지 않았는데. 아무튼 그때 일인시위를 하고 무용계가 나선 거에 대한 여러 반응이 있었고 그런 질문들을 많이 받았어요. 결정적으로 저는 변화시킨 것은 세월호 참사입니다. 세월호 때는 충격이 너무 커서 감정적으로 그냥 몸이 뛰쳐나가지는 거예요. 그때 제가 한 번도 안 해본 짓을 했어요. 세월호 때는 일반 시민들과 강남역에서 서명 활동을 매주 했었고, 세월호 때 ‘한국사회에서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 거죠. 저에게 굉장한 각성이 일어났습니다. 그후 블랙리스트 사태가 뉴스에 뜨는 순간 북한 사회하고 오버랩되었어요. 유년의 기억은 ‘우리가 북한보다 낫다’라는 자유민주주의, 박정희 정권이 심어놓은 이분법이 제 몸에 남아있거든요. 2000년대에 아무리 박근혜 정권이라 해도 조직적으로 실제 문건에 의해서 수행했다는 것이 충격이었어요. 헌법에 반하는 죄를 짓고 행동을 했는데 공무원 사회는 왜 책임을 안 지냐는 거죠. 박근혜, 김기춘, 조윤선, 이 사람들이 지시한 사람이었으면 수행한 사람이 있고 또는 수행을 거부한 사람이 있고 피해 받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래서 일인시위 때도 그냥 몸이 나간 거죠.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조직, 그럴 수 있었던 이념, 가치관 이런 것들은 우리 사회에서 명확히 논의·기억·기록 되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이 자기네들은 명령을 따른 것이라는데, 지위를 보존했고 더 좋은 자리에 올랐고 이건 사욕을 위해 공권력을 이용한 거예요. 그분들 급료를 우리 세금으로 주는 건데 그 고용관계로 보면 지금 어떻게 이런 일이... 그런 사람들은 옷을 벗어야죠. 특히 블랙리스트를 적극 수행한 중간 관리자들은 우리가 문화예술계에서 모르는 사람입니까? 어디 회의 한 번 가보면 어영부영 다 만난 분들이잖아요. 그걸 개인적 관계로 생각하고 ‘아 그 국장님 아는 사인데., 그 원장님 아는 사인데, 대놓고 말 못해.’ ‘무용가가 무용 하지, 왜 길거리에 나와서 그래.’ 그 말들이 사실 블랙리스트 사태를 유도하고 방조한 태도라고 보아요. 그런데 국가가 국민을, 그중에서 특히 예술가들 이름에 딱지 붙이는 행동을 했단 말입니다. 블랙리스트, 반대로 지원하는 화이트리스트. 이거는 반헌법적인 거고 우리가 소위 민주주의 국가에서 산다면 제가 어린 시절에 세뇌 받았던 대한민국이 민주국가라면 다시금 생각해봐야지요.

이동민: 무용하는 사람들에게 왜 이 사건이 중요하냐면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는 정신을 지배하는 사건이거든요. 그럼 정신없는 몸이 가능하냐. 정신과 영혼을 지배하는 이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어요. 무대 위에서 자유롭고 싶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구요. 세월호를 얘기하셨지만 ‘가만히 있어라, 나만 아니면 돼’ 이것들이 대한민국을 계속 지배하던 논리잖아요. 특히 예술계의 그런 분위기 속에서 편익들 편취했던 사람도 있고 직접 가해를 하진 않았지만 그런 것들이 익숙해져서 그런 환경을 이용한 사람도 있을 거구요.




적폐청산의 실종부터 경계해야

사회: 블랙리스트 전체가 만 명 정도 규모인데 직접적으로 피해 받은 사람 다 다르겠지만 피해자 분들 지금 이 사태에 호응이나 반응이 어떠한가요?

김윤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피해자 조사는 거의 10분의 1도 못했어요. 왜냐하면 그 짧은 기간에 몇 사람 안 되는 인원 가지고 실제로 조사를 다 할 수도 없었구요. 그런데 리스트를 보면서 기가 막힌 게 선정기준이 너무 단순해요. 문재인 지지 선언 그 다음 세월호 지지 서명. 그러니깐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겁니다. 국가정책이나 국가에 반하는 모든 예술가, 문화예술계사람들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사실 자체가... 며칠 전에 대학로예술극장 카페에서 했던 팝업씨어터의 〈이 아이 공연. 실제로 이뿐만 아니라 전면으로 나서지 않은 피해자 같은 경우는 그 트라우마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요. 자기 스스로는 살기위해서 용서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징계는 영(제로)이고 피해자만 계속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앞으로도 몇 년을 더 살아가야하는지...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만 떠들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계속 페이스북을 쳐다보니깐 그 상황이 재연되는 거 같으니깐. 지원신청이나 두려움 때문에 많이 활동을 안 하는 사람도 있고 공연장에 부모님들 다 보러왔는데 테이블을 다 치워버리고 방해를 했던 직원들이 아직 직장에 있고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며 황망한 거죠.

이동민: 아까 말씀하신 피해자는 삼천 몇 백 명이 됩니다. 민변과 함께 집단소송을 해놓은 상태로 진행중이구요. 행사소송 단계부터 사백여명 집단이 꾸려져있어요. 이미 소송까지 걸 정도로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었구요. 삼천 몇 백 명의 실제 피해자 리스트에 해당되시는 분들의 공동성명서가 곧 나올 거예요.

김윤진: 저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저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가 있고 한국 사회를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세월호 세대라고 이름붙이기가 가슴 아프지만 그 젊은 친구들이 한국사회의 중심으로 드러났을 때 어떤 변화가 있을까 싶어요. 한국사회가 앞으로 한 10년 어마어마한 진통을 겪을 거라고 보아요. 이번 일이 우리의 사회문화적 관행들 때문에 용인되었던 것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우리가 잘못 해왔던 것들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야기해야 다음 세대가 있는 거고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회: 일인시위 혹은 참여한 명단이 있나요? 일인시위를 할 적에 얼마나 노고가 많은지 알아야 하니까요. 구체적인 일인시위의 진행방식, 실제 양상이랄까. 이런 것들을 무용가들이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 말이죠.

이동민: 일인시위는 공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서 공지됩니다. 오롯페이지에도 있구요. 공지되고 지원자를 받습니다. 화목 정오 12시부터 1시까지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1시간 동안 합니다.

김윤진: 무용인들이 하는데요. 이번 주에는 문화기획자분들이 오롯과 함께하고 싶다 하셔서 목요일에 같이 합니다. 저희도 굳이 무용인 일인시위라고 해서 무용가들만할 필요도 없구요. 다 오픈되어 있습니다. 피켓도 있어요.

이동민: 피켓이 있긴 한데. 피켓이 없어도 A4용지 한 장에 써주셔도 됩니다.

사회: 그럼 아주 개인적인 표현을 하는 것도 좋다? 개인적인,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가능하겠지요.

김윤규: 공통된 문구를 꼭 정한 것은 아닙니다. 연극 쪽에서는 직접 피해자도 있고 그러다 보니깐 상당히 자기 이야기들이 많아요.

이동민: 팝업씨어터 관련 연극인들의 경우는 그 사례를 몇 개 적어서 피켓을 만들기도 하구요.

김윤진: 징계하기 좋은 날씨다, 이런 거.(웃음) 정영두 선생님은 맨날 뿔 달린 모자를 쓰고 나오잖아요. 양털인데. 뿔이 여러 개 달린 모자가 있어요. 일단 사람들 눈에 띄게 많이 알려야하니깐... 머리가 지진이 난 것처럼 화가 많이 난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김윤규: 2016년도에는 우리들이 아예 바닥에서 피켓을 끌어안고 뒹굴고, 계속 피켓걸처럼 횡당보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윤진: 어떤 분들은 그래도 문재인 정권이 애쓰고 있는데, 좀 가만히 있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 거 같아요. 문재인 정권이 애쓰는 남북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지만은, 그거는 중요한 문제 이거는 사소한 문제 이런 식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또 왜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나 싶기도 해도 해요. 남북문제 잘 해결하면서도 문체부 관료사회에 잘못된 적폐를 같이 청산하는 것이 과연 그렇게 어려운가요.




적폐 청산을 실천할 관료 조직은 있는가

사회: 제 생각에는 행정부 장악의 문제인거 같아요. 정권이 바뀌고 장관들이 바뀌어도 철밥통을 끼고 있는 관료를 장악하는 건 쉽지 않아요. 그걸 이름하여 적폐라고 부르는 거고. 이 문제는 공무원 적폐인 거죠. 전형적인 관료 적폐고 공무원 적폐이기 때문에, 사실 징계문제를 하라는 거는 그 핵심을 건드리는 겁니다. ‘위에서 시켰다’ 이것이 다 법적으로 다 면책되는 언어들이거든요. 과거까지 우리는 관료를 인정하고 관료에게 자꾸 계속 권력을 주면서 해결하라는 것이 과거 방식이었잖아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권력을 잘못 사용하고 공권력을 남용해요. 이런 문제에서 지금 시민의 의식과 역량이 커지면서 권력을 분산할 수밖에 없는... 그게 체질개선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예술인으로서는 지금 권력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관료한테 가 있는 거에 대해서 마음이 불편한 거죠. 게다가 검열까지 하고 우리의 생존권을 놓고 흔들고 이거에 우리가 화가 난 거잖아요. 그랬을 때 이 권력분산을 어떻게 우리가, 자각하고 있는 현장 예술가들이 그것들을 어떻게 우리의 것으로 가지고 올거냐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관료가 제대로 하길 부탁하고 못하면 불만 터뜨리고 하는 이런 수동적인 관계가 아니라 어떻게 권력을 잘 분배할 것인가가 문제 아닐까요. 아까 시민권 얘기하셨는데. 기본적으로 시민이면서 예술가인 사람들에게 어떤 자발적인 조직들, 그 언어 소통을 얘기할 수 있는 피해자도 피해자이지만 피해자를 넘어서서 이 문제가 우리의 체질 개선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윤진: 예술가들은 근본적으로 지원금의 수혜자, 우리는 늘 구걸해서 받는 사람, 그런 식으로 예술가 스스로 인식해서도 안 되고 우리 대리로 행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마치 자기들 돈 주는 것처럼... 문제지요.

김윤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처음에 얘기할 때는, 피해자의 진상파악하고 피해자 피해복구, 작업까지 포함된 것이 진상위원회의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재발방지와 제도개선까지 권고안을 내고, 그것을 문체부가 받아서 최종 적극 수용할 것이라는 얘기였거든요.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피해복구 사례를 다시 회복시켜주는 치유의 절차이죠. 이미 블랙리스트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이 밝혀지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가 신뢰하지 못하는 적대적인 관계가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화해하고 회복의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중 하나가 그 책임자를 명확히 하고 책임자에게 엄중한 조취를 취하는 것이 사실은 화해의 첫 출발점이겠죠. 그거 없이는 그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없지요. 새 문화정책 2030도 벌써 발표한 지가 언젠데 아직 그대로인 것 같구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이미 제도 개선 권고안까지 다 냈는데도 전혀 거기에 대해서 반응도 없고 몇 달째 썩혀 묵혀가지고선 자기네 필요한 것들만 뽑아서 정책 개선안이라 하며 자기네들은 개혁한다는 식으로 다시 고쳐냈겠죠. 저는 책임자 처벌부터 시작해서 그들에게 반성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관료사회가 변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자기네들 스스로 놓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임자 일벌백계 그리고 원스트라이크 아웃 그 정도 노력 없이는 이 불신과 이 국가범죄가 저지른 피해자들을 치유하기 아려울 것으로 봅니다.

사회: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명단 정리해서 넘겼지요?

김윤규: 그 명단에서 수사의뢰가 26명이었습니다. 엄청나게 싸우면서 최소한으로 지켜 만든 리스트입니다. 정말 문체부와 삿대질하고 싸워가며 힘겹게 만든 권고안이었어요. 하위직 공무원은 빼자는 제안을 우리가 수용까지 해가면서, 이거 발표되면 오히려 민간 현장 사람들에게 욕먹을 거야 라는 이야기까지도 감수하면서 그들과 협의해서 말 그대로 협치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인데, 그 결과물조차도 9월 13일 문체부의 이행계획안에서 무시당해 버린 것입니다. 민간조사위원회 이양구 연출가나 다른 분이 국회에서 시위하고 페이스북에 다 올려놓았어요. 도종환 장관이 블랙리스트 팔아서 장관 되었냐는 시중 여론이 있습니다. 뼈아픈 지적 앞에서 지금 무언가 행동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김윤진: 할 수 없으면 옷을 벗는 거예요. 자기가 책임을 질 수 없으면 옷을 벗어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블랙리스트 건은 한국 관료사회의 적폐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도종환 장관이 이러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는지 하는 푯말도 있었지요.

이동민: 그냥 물러나게 하면 안 되죠, 책임을 지고 지금 사태를 해결한 후 물러나야죠.




극복해야 할 우리 안의 적폐들

사회: 네, 그러기 위해 먼저 알고 인식하고 행동하고 계시잖아요. 그러기 위해서 무용계에서 어떤 대안을 고려할 수 있을까요?

이동민: 그래서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지는 부분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이 사회 시민의식 자체가 그만큼 변했고,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를 찾아야 되는 상황입니다. 이게 무슨 장르이기주의도 아니고 예술계 이기주의도 아닙니다. 당연히 우리한테 주어진 것들을 우리가 찾아내야 하고. 그런 것들은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안 찾아줍니다. 50대 60대 전후반. 실제로 그 세대들이 이 사회에 대해서 사회개혁에 대해서 발언하지 않아요.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발언하지 않아요. 문제는 그 사람들이 현 정부의 주요 직위들을 다 가지고 가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발언을 잘 안 합니다. 저는 예술가들이 적극 거리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고는 안 바뀌어요. 잘 아시겠지만 여전히 댓글에 좋아요 못 누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겁이 나서.

사회: 그러니까 오롯 같은 그룹이 많이 생기면 좋겠군요.

이동민: 저희는 그걸 원하죠. 핵심은 자생적으로 만들어져야 된다는 거죠. 누군가의 강요나 기획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와야죠.

김윤진: 아쉬운 점은 있어요. 이런 지금 심각한 문화예술계, 특히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런 문제에 좀 더 많은 분들이, 이미 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분들이 목소리를 함께 내주면 힘이 실릴 텐데요.

사회: 2016년도에 한국 최초로 한국무용협회에서 국가의 반헌법적인 문제에 대해 발언했죠.

김유진: 네. 같이 공유도 해주시고. 춤비평가 협회에서도 글도 써주시고 했죠. 이처럼 같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사회: 2016년 그렇게 성명서를 발표하던 결기와 그 의지는 다 어디로 갔는지, 우리도 문제가 크다는 거죠.

김윤규: 네. 비슷한 이야기로 블랙리스트 사태가 왜 중요하나면, 정권이 넘어가던 그 시기에 출발한 문체부 협치의 첫 모델이었고 과거 다르게 앞으로 다르게 가겠다는 선언적인 의미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전에 2016년도에 성명까지 냈었다면 끝까지 지켜보려는 자세가 있어야지만 그게 협치의 시작일 겁니다. 지금 그게 다 무너졌다는 거 자체가 어쩌면 끊임없이 문체부와의 커넥션이 작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문체부 설립 삼십 년간 별 정책도 대안도 없는 지원체계 속에서 그 많은 예술가들이 뺑뺑이 돌아 그 프레임에 갇혀서 다 고사당하고, 특히 무용계같은 경우는 더욱 심하죠. 그 지원제도는 자기가 예술가임을 평생 증명해야하는 그 지원체계 속에서 해마다 ‘난 예술가입니다. 앞으로 더 좋은 예술 활동을 하겠습니다.’ 라는 선언을 하는 그 프레임 자체에 갇혀 살도록 합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예술가임을 선언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블랙리스트 사태 해결에 나선다는 의미가 있겠지요. 예술가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 우리가 그동안 받아왔던 수모와 그리고 보이지 않는 리스트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길은 길바닥에 나서서 나를 검열하지 않고서도 지원체계를 바꾸자고 주장할 수 있고 또 내가 정책의 주요한 발언권을 가진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 자각할 수 있는 이 지점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그 뒤에 어떤 사태에 또 나서겠어요. 지금도 협치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사실 국가지원체계에 묶인 모양입니다.

사회: 무용계에 여러 조직, 협회, 기관들이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왜 이렇게 무감한지 여론이 높습니다. 무용협회 같은 경우는 2016년에 초유의 성명서를 냈는데 블랙리스트에 대해선 관심이 실종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실종된 관심이 일기를 바라며 홍보하자면, 10월 24일 ‘블랙리스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현장토론회가 있고, 이어 11월 3일 대행진이 예정되어 있지요.

이동민: ‘블랙리스트 블랙라스트’라는 문화예술대행진이구요. 그날 오후 1시에서 국회에 모여서 청와대로 갑니다.

사회: 권력의 감시, 공무원들의 권력집행을 감시하기 위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서 시민으로서, 예술가로서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2016년에 진취적인 성명서를 무용계 내에서 낸 그런 단체나 기관이 적폐청산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이동민: 문학계에서는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에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다만 문학계는 블랙리스트 관련하여 도종환 장관과의 관계 때문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강합니다. 도종환 장관은 문인 출신 장관 아닙니까. 작가들 쪽은 국립문학관 설립이 걸려 있습니다.

사회: 9월 13일 문체부의 ‘책임규명 이행계획안’은 검찰에 7명 수사의뢰를 하였고, 지난번 도장관을 만났을 때도 검찰에 수사의뢰를 7명 했다는 사실이 강조된 것으로 들었어요. 징계하지 않고 수사의뢰를 함으로써 징계보다 더 중한 징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문체부로서는 더 강한 조치를 내린 것이라는 뜻이지요. 문체부 내부 징계가 영(제로)이라고 해서 그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문체부의 자체 해명이고 그걸 옮긴 보도도 있었어요.

이동민: 이에 대해서는 판례가 나와 있습니다. 공무원들에게 일어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과는 상관없이 징계 조치가 별도로 들어가야 됩니다. 징계소송 결과를 보고 징계를 하겠다는 거는 법에 안 맞습니다. 이것이 대부분 판례입니다.

김윤규: 그러니깐 검찰은 검찰대로 수사를 진행하면 되고 문체부는 문체부대로 징계를 돌리면 됩니다. 두 가지를 연결시킬 필요가 없는 겁니다.

사회: 맞습니다. 10월 14일 장관 면담 자리에서 징계하지 않고 수사의뢰를 함으로써 징계보다 더 중한 징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문체부로서는 더 강한 조치를 내린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나요?

김윤규: 면담자리에서 그렇게 나왔습니다. 그러니깐 그 사람이 과연 알고 이야기하는 건지. 공무원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와서 그 얘기를 이해시키려고 우리한테 몇 번을 그대로 반복해서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오해가 있었다고 하는데. 문체부장관은 그렇게 알고 있는 거예요. 직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서.

사회: 일인시위를 계속하는데, 앞으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책임규명 권고안’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일인시위는 장기간 이어질까요. 얼마 전에 재밌는 기사를 보았는데 어느 사회에서나 공적인 범법행위에 대해서 처벌을 안 하면 사적인 복수로 넘어간답니다. 공공의 범법행위에 대해서 이의를 달지 않으면 그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죠. 정부가 현 사태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게 아닌가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이동민: 그렇죠. 9월 13일의 징계 이행 계획안뿐만 아니라 현재 각 기관별로 문화정책이나 문화행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거든요. 이게 전혀 해결이 안 되고 있는 상태고 해결의 기미가 안보여요. 행정과 정책에서 해결이 안 된 부분들에 대한 요구까지 다 담아서 시위나 여론이 점점 확산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작전상 질질 끌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는 공공의 대안을 더 크게 생각하겠죠.

사회: 문체부의 새로운 네이밍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오고 있지요.

김윤규: 네. 문체부는 얼마나 선진화되었는가. 30년 동안 아무 문화정책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블랙리스트 같은 천하에 둘도 없을 범죄행위에 대해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안까지 받아들이면 그게 정말 결국에는 더 선진화된 개혁적인 문화 정책이 아닐까 합니다.

사회: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부의 역할을 위해서라도 블랙리스트 사태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끝으로 하실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이동민: 주변에서 오롯이 뭔가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해야 된다는 단체로 얘기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오롯은 무엇을 해결해주는 단체가 아닙니다. 오롯은 사실 동아리 같은 조직이거든요. 개인이 모여서 하는 소소한 실천행동을 하는 곳이에요. 예를 들면 무용계 내에서 일어나는 이슈에 대해서 그동안 불편하고 힘들었던 지점에 대해서 먼저 발언하는 경우가 간간히 있지만 그 정도까지입니다. 함께 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김윤규: 장관 면담 때 그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무용계 사람들에게 정치적 시위는 낯선데도 불구하고 검열사태 때 만들어진 것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 같으냐”라고 오히려 질문을 했어요. 우리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사회 참여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우리가 지금 감각들과 감정적 표현들을 잃어가는 것이 도제식 교육이나, 잘못된 풍토나 오래된 억압에서 비롯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나서려는 마음이 있으면 나와서 소리치고 같이 서지 않으면 사회가 속으로 골병들어간다고 봅니다. 많이들 나서서 머리를 맞댔으면 해요.

김윤진: 일간지에 문체부의 문화예술정책실장이 기고를 했어요. 9월 13일 징계 이행 계획 내용에 대해 공무원으로서 가장 가혹한 처벌이라면서 예술가들이 지금 정서적으로 너무 감정적으로 한다는 거죠. 이 기사를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거든요. 문체부의 태도라든지 생각이라든지 어떤가를 정말 명확하게 의도를 알게 됐습니다. 블랙리스트 일인시위는 예술가들이 감정 차원에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문화예술계에서 블랙리스트 사태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고 이거를 거울삼아서 한국사회가 바뀌는 ‘바로미터’같은 역할을 하리라고 믿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회: 네. 오늘 짧지 않은 시간동안 현재진행중인, 가장 문화예술계 무용쪽에서 직접 행동하고 계시는 세 분을 모시고 이야기 잘 나누었습니다. 무용인들이 같이 느껴주시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필요한 사태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오늘 이 자리는 마무리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2018.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