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오스트리아 사진전 ‘Trajectory Lines’ 참가 후기
난생 첫 사진전, 춤사진의 길을 다시 생각하다
옥상훈_춤사진가

Andrea K. Schlehwein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NETZWERK ARKS가 올해로 10주년이 되었다. ‘10 is only a number’ 타이틀로 10주년 기념행사와 공연을 했는데 사진전은 10주년 기념 기획 행사의 하나였다.
 오스트리아 밀스탄트 소재 “art space”는 밀스탄트 대수도원 안에 위치한다. 이 수도원은 1070년에 지어진 건물로, 시간의 멋스러움이 온전히 스며든 건물에 수도원 특유의 경건함과 정갈함이 한국에 있는 여느 공간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안드레아가 운영하는 art space는 이 지역의 거의 모든 문화 기획 및 예술 행사를 담당하고 있다. 사진전은 art space에 상주하는 FORUM KUNST contemporary 단체의 큐레이터 Eleonore Dorothea Scäfer 와 함께 했다. 전시 컨셉을 잡고 사진의 선별과 배치 등 전반적인 진행에 필요한 작업을 진행했다.




 안드레아와의 인연은 2012년에 시작되었다. 그때 한예종 무용원 창작과 초빙교수로 안드레아가 왔었고 나는 그 당시 창작과 정기공연 사진촬영 맡아서 작업했었다. 무용원 창작과 정기공연에는 창작과 교수님들의 안무 작품과 함께 안드레아가 안무한 작품 〈outcast〉가 올랐다. 안드레아 말로는 공연 촬영 당시 내 옆에 있었는데 내가 커다란 방음팩을 온몸에 덮고 촬영하다가 작품이 끝날 때 숨을 헐떡이며 방음팩을 치우던 내 모습이 굉장히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나온 사진이 한동안 창작과 공연 메인 사진으로 쓰였던 그림자 사진이다.

 

 

 그때 찍었던 사진이 맘에 들었는지 다음해 2013년에 오스트리아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초청받아 공연한 INTER FACE란 작품의 사진의뢰를 했었고, 그 다음해 SIDance에 초청받아 〈wozzeck_woyzeck_reloaded〉라는 작품으로 한국에 왔을 때도 역시나 사진 촬영 의뢰를 했었다. 〈wozzeck〉 공연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기 전 날 사람들과 이태원의 중국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은 뒤 근처 커피숍에서 내가 찍은 사진을 “super! super!”를 연발하며 맘에 들어 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고 2016년에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선정 국가가 오스트리아였는데 그때 예술교류의 일환으로 무용 분야에 안드레아가 초청되어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Invocation〉이란 작품을 하게 되었을 때도 부산에 함께 가지 않겠냐는 연락이 와서 일정을 그들과 함께 하였다.




 전시회에 대한 프로포즈를 받은 건 작년 연말이었다. 2017년 연말 안드레아로부터 메일이 왔다. 내년에 몇 가지 전시회를 구상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를 SANG HOON OK으로 테마를 정했다고 내년 8월 10일에 내 작품을 찍은 당신 사진으로 전시회를 할 거니까 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동안 제 사진이 여기저기 전시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제 이름으로 전시회를, 그것도 한국이 아닌 먼 외국인 오스트리아에서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것도 초청 전시로 말이다. 일반적으로 사진전을 한다고 하면 사진작가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연출하고 만들어서 조명을 세팅하고 촬영한 결과물을 전시한다.
 나는 공연, 특히 무용사진을 찍을 때 단순한 기록, 이미지로 대하기보다는 내 나름의 생각과 해석을 곁들여 기록의 의미와 함께 사진으로 작품을 재해석하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안드레아도 내 사진에서 보여지는 이런 점에 가치를 두고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 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Trajectory Lines’이다. 제목은 이 전시회를 최초 기획한 안드레아와 엘리노어가 정한 것이다. 무용이나 사진 같은 다양한 예술장르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표현하려 한 제목이라 생각된다. 사진과 무용처럼 각자의 궤도에서 서로 만나기도 하고 함께 나아가기도 하는 것처럼 이번 전시가 서로 다른 두 장르의 만남을 표현하는 거라 이런 제목을 정한 것 같다. 이번 전시의 포스터나 리플렛의 디자인에 있는 선들이 그러한 의도를 더 표현하고 있다.

 

 

 8월 6일 출국하여 7일에 오스트리아 Millstatt의 art space에서 안드레아를 만났다. 사진은 큐레이터인 엘리노어에 의해 공간 배치가 진행 중이었고 10주년 기념 행사에 맞추어 안드레아는 〈shivering〉 무용 신작 공연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8일에는 오스트리아 국영방송 ORF에서 안드레아와 나의 인터뷰가 있었다. 이 방송은 그 날 저녁뉴스에 그대로 방영이 되었다. 8월 10일 전까지 막바지 전시와 신작공연 준비를 하고 8월 10일 7시에 오픈했다. 오픈은 간단한 다과와 음료가 준비되어 파티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안드레아 주변 지인들과 많은 사람들이 왔다. 오픈의 첫 순서로 현대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의 축하공연, 이후 큐레이터인 엘리노어의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개 멘트가 있었다. 멘트가 끝난 뒤 아티스트 토크 순서가 있었는데, 자유롭게 경청하는 가운데 미리 정해준 질문에 대한 답을 한국말로 하고 그걸 독일어로 설명하는 과정을 거쳤다. 아티스트 토크가 끝난 뒤에는 안드레아의 신작인 〈shivering〉의 공연이 있었다. 〈shivering〉은 주변 환경과 관계들 속에서 우리가 느끼고 받는 억압과 여러 가지 것들을 무용수들의 떨리는 움직임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을 하는 공간이 일반 공연장이 아닌 수도원 건물 안에 있는 art space 공간이어서 그런지 더 고급스럽고 색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다른 매체에서 나와 안드레아, 그리고 몇몇 무용수들의 인터뷰가 있었고 준비된 음식들을 나누며 작품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용사진, 더군다나 공연예술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열기 힘든 사진전을 한국이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그것도 난생 첫 전시회를 하고 나니까 감회가 더 새롭고 공연사진, 특히 무용사진 전문작가로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새롭고 신선하지만 내 주관이 너무 드러나거나 넘치지 않게 앞으로도 작품들을 대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아티스트 토크 중에 안드레아가 나를 소개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진작가 옥상훈은 공연 촬영을 하기 전에 반드시 연습을 참관하고 안무자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연습 장면을 동영상을 찍어 작품을 분석한 후에 촬영한다. 직접 무대 안으로 들어와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동선에 맞추어 호흡과 움직임을 담아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지금 여러분들이 보시는 사진들이다.”
 나는 앞으로도 다양한 작업들을 접할 것이고 많은 안무자들과 무용수들, 그리고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날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사진으로 그들과 소통하며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옥상훈
국악이 좋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국악 반주에 맞춰 추는 승무에 반하여 춤 사진을 찍게 된지 올해로 13년 된 공연 전문 사진작가이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 창작산실 및 국내외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 무용 및 공연작품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2018. 09.
사진제공_옥상훈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