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FSP 융복합 아트 페스티벌 김재덕‧최두혁‧정연수‧배준용
작품성, 차별화 과제 남긴 첫 걸음
김인아_<춤웹진> 기자

 

 

 융합과 통섭의 시대답게 장르간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움직임을 융해하거나 음악, 연극, 미술, 영상 같은 타 예술분야와 협업한 춤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무용작품은 춤 이외에 다른 무언가와의 만남으로 확장을 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융복합’을 전면에 내세우며 만들어진 축제는 춤계의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FSP 융복합 아트 페스티벌(Festival Silk Road for Performing Arts)‘은 무용을 넘어 종합예술공연을 지향하겠다는 취지로 (사)무용문화포럼이 올해 새롭게 기획한 축제이다. 10월 22-23일에는 김재덕과 최두혁이, 25-26일에는 정연수와 배준용이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차례로 올라 각기 다른 색깔의 작품을 선보였다.

 



 김재덕의 〈Sinawi Sanzo〉는 소리와 움직임의 유기적인 흐름을 즉흥으로 풀어낸 솔로 작품이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언어들이 그의 목소리를 타고 리듬을 형성하며 자연스럽게 몸짓과 연결된다. 드럼, 베이스, 기타, 콘트라 베이스, 바이올린의 라이브 연주가 합세하면서 한국 춤사위를 변형한 움직임에 힘을 실었고 후반부에 연극 배우의 대사를 추가하여 전작 <시나위>(2013)를 업그레이드시켰다.
 마찬가지로 추상적이고 무의미한 대사의 발성과 김재덕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병치시켜 소리와 움직임의 결합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춤과 음악, 언어라는 매체를 유려하게 넘나드는 김재덕의 재능이 엿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감각으로 포장한 과잉된 자의식 때문에 작품 전반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어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최두혁의 〈Up-Draft〉는 다섯 개의 시퀀스로 나뉜 장면을 장구와 피리 연주, 판소리로 연결했다. 삭막한 현실 속 희망과 사랑을 힙합과 컨템포러리 댄스로 표현했으며 그 중 두 명의 남자 무용수가 한 명의 여자 무용수를 들어 올리는 리프트 연결동작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작품에 도입한 국악, 영상매체, 힙합 움직임 등이 치밀하게 묶여있다기보다 각각 이질적으로 나열되어 있어 융복합 공연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흩트려 놓았다. 주제의식과 감정표현, 장면의 흐름과 군무의 구성, 무용수의 기량 등 무대예술로서의 춤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지점들에서 전반적으로 부족함이 엿보였다.

 



 정연수의 <어느 여자이야기>는 여자의 삶을 탐구한 김숙경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에 영감을 받아 일상의 이야기를 감성적인 움직임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5m 가량의 반투명 천위에 바느질 드로잉이 되어있는 여러 점의 설치작품이 무대효과와 소품으로 기능하였다.
 “눈을 감고 창밖을 향해 있다. 나의 몸이 지향하는 곳이 아파트 전경이 되었다... 나의 의자는 나를 두 여자로 만들었다. 나의 삶은 화가와 주부다.“
 리플렛에 소개된 시놉시스를 따라 차분히 전개된 작품은 마치 프랑스의 무성영화를 배우의 연기가 아닌 무용수의 움직임으로 보는 듯했다. 여러 소품들을 다루는 섬세함과 소박함이 일관되게 보였고 동적이고 서사적인 안무가 정연수가 정적이고 추상적인 무용가 김혜숙을 만나 탁월한 접점을 찾은, 신선한 수작이었다.

 



 배준용의 〈Dogma〉에서는 시간과 공간, 예술과 비예술 사이에 존재하는 규정된 칸막이를 걷어내기 위해 일정한 공연 형식의 틀을 깬, 기준을 의식하지 않은 상황을 연출했다. 발레, 왁킹(waacking)댄스의 움직임과 영상, 연극, 음악의 다요소가 위트와 유머가 가미된 날것의 상태로 배치되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만 이런 새로운 시도가 다듬어지지 않고 거칠게 펼쳐져있어 안무가의 의도를 인식할 만큼 이해력과 전달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춤과 무엇의 만남 자체가 신선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융복합을 키워드로 한 축제의 작품은 협업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만남에서 빚어진 새로운 화학작용을 고민한 결과물이어야 한다. 춤비평가 김예림은 “신진과 중견 사이에 위치한 안무가들에게 기회를 준 것은 반가웠지만 대부분의 작품에 나타난 융복합 시도는 ‘매칭을 위한 매칭’으로 미흡해 보였다. 전문성을 갖춘 각 분야 아티스트들이 작품의 시작단계에서부터 창작을 공유했어야 했다”고 촌평했다.
 축제의 차별화도 고려되어야 한다. 융복합을 주제로 각기 다른 컨셉을 갖춘 축제와 공연, 이를테면 무용과 연극을 매칭한 PADAF(Play And Dance Art Festival), 실험적 다원예술을 표방하는 페스티벌 봄, 탈장르적 퍼포먼스 플랫폼인 러프 컷 나잇(Rough Cut Nights) 등이 좋은 예이다. 이에 대해 김예림은 “기획에 차별화가 없다면 엇비슷한 축제와 공연에 밀려 지속되기 힘들다. FSP 융복합 아트 페스티벌이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융복합인가를 명확히 세우고 이를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2014. 11.
사진제공_(사)무용문화포럼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