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국내춤기행_ 2014 강릉단오제(3)
강릉단오제의 진수, 강릉단오굿Ⅱ
이병옥_춤이론. 용인대 명예교수

 

 

 

조상굿의 쾌자자락춤과 포춤
 

「조상굿」은 가정에서 조상님을 모셔 자손의 만복을 빌고, 집안의 태평을 기원하는 굿이다. 먼저 집단적인 신앙의 대상인 서낭신을 모신 뒤, 개인 신앙의 대상이 되는 조상을 청하여 한을 풀어주고 염불을 하여 저승에서 편안하시기를 기원한다. 신성녀 무녀가 청보장단에 청신하여 부채와 수건을 들고 푸너리춤을 추다가 무가를 부르고 거무1,2장단(느린굿거리형-자진모리형)이 빨라지면 쾌자를 양손에 붙잡고 쾌자자락춤을 추고 장단이 거무3장단(단모리형)으로 더 빨라지면 소신무관(*)을 춘다. 이어서 어포춤을 춘 다음 수부잔을 들어 신칼로 뿌리고 수부무가를 하며 마친다. 거무춤을 마치면 추는 춤으로 대구나 명태 등 어포를 들고 포춤을 춘다. 이러한 춤은 신에게 공찬(供饌)하는 제의적 기능을 가진다.






세존굿의 삼오장춤

세존굿은 ‘시준굿’, ‘당금애기굿’이라고도 부르며, 생산(풍년)을 관장하는 신인 세존과 당금애기(*)의 결합과정을 그린 무속신화를 구현하는 굿이다. 당금애기가 부모 몰래 세존과 정을 맺고 임신하여 가족들의 따돌림을 받다가, 마침내 아이의 아버지 세존을 만난다는 줄거리이다. 삼신할미와 세존을 대우하며 각각 집안의 자손발복을 돕고 인간에게 복을 주기를 기원한다. 이순덕 무녀(전수조교)가 2시간에 걸쳐 세존굿을 연행하였다. 먼저 드렁갱이장단에 고깔과 부채를 들고 추고 나서 제마수장단(*)에 긴 서사무가인 당금애기 무속신화를 사설과 무가형식으로 연행한다. 다시 고깔 쓰고 활옷 입고 사방재배를 한 다음 삼오장장단(*)에 삼오장춤으로 도리깨무관, 비빔무관, 까불무관, 나비무관, 갈매무관 등 종합적인 소신무관을 춘다. 무악이 계속되는 동안 무언극을 한다. 노승이 부채를 쥐고 자다가 긴 하품을 하고 이를 잡아먹는 시늉, 양치질과 세수하고 화장하기, 거울보기. 허리띠 풀어 짚신 엮기를 한다. 무언극이 끝나면 무녀는 일어나서 다시 빠른 춤을 추다가 바라(제금)를 들고 춘다. 그리고 제주(이날은 필자가 대역)를 굿당에 앉혀놓고 무녀가 활옷과 고깔을 벗어 제주에게 입히고 바가지와 제상의 제물을 담은 자루를 걸머지고 앉혀 놓은 다음 무녀와 잽이(악사, 양중)가 대화로 제주치례를 한다. 예컨대 손은 이 동네 복을 전부 잡아들이게 생겼고, 눈은 미역바리 잘하겠다는 등 모두 섬겨 관중을 웃긴다. 무녀가 제주를 일으켜 마주 잡고 춤을 춘 다음 장내를 돌면서 꽹과리에 시줏돈을 모은다.

*<당금애기>-당금애기는 귀한 집 외동딸로 절세미인이었는데, 세존이 절을 짓고 제를 올리다가 시주에 나서 당금애기 집을 찾아 갔을 때, 당금애기가 중과 결혼 할 팔자임을 주지시킨 후 연분을 맺게 되었다. 그날 밤 당금애기는 한쪽 어깨에 달이 돋고 또 한쪽 어깨에 해가 돋고, 구슬 세 개는 치마폭에 떨어지고, 별 세 개는 입안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게 되고 스님은 이를 아들 셋 볼 꿈이라고 해몽한 뒤 박 씨 세 개를 주고 사라진다. 당금애기는 집에서 쫓겨나 뒷동산 돌함에 갇히게 되하지만 죽기는커녕 청학의 보호로 무사히 아들 셋을 낳은 것을 본 어머니의 보호로 집에 돌아 와 자식을 키우게 된다. 아들들이 장성하자 당금애기는 박 씨를 심어 박줄기를 따라서 아버지를 찾아가게 되고 강원도 금강산 임자에서 마침내 아버지 세존을 만난 세 아들은 친자 확인을 위한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다. 세존은 큰아들은 태산, 둘째는 평택, 셋째는 한강이라 이름을 지어 주고 당금애기는 자손을 불려주고 복을 주는 삼신으로 좌정케 한다는 무속신화이다.
*<제마수장단>- 액을 막고 복을 바라는 축원무가장단이며, 달리 ‘제만수’라고도 한다.
*<삼오장(삼오동) 장단과 춤>- 강릉단오굿, 동해안별신굿과 오구굿의 세존굿 제차에 나오는 춤장단이다. 세존굿의 서주(서주)로 무가없이 푸너리를 연주한 다음, 제마수장단에 얹어 긴 서사무가인 당금아기를 부르는데, 이 무가가 끝나고 나면 무녀가 세존고깔을 쓰고 활옷을 걸치고 나서서 삼오장장단에 맞추어 삼오장춤으로 소신무관을 춘다.






중잡이굿

세존굿에 이어서 세습무부(巫夫)인 양중(남자악사)들에 의해 연행된다. 제주에게 중의 고깔과 장삼을 입고 상좌로 분장시킨 후, 자루 안에 떡이나 과일, 바가지 등의 물건을 담고 앉아 있다. 이어서 중잡이놀이로 들어가 양중 둘이 도둑 잡는 차사와 그의 얼사촌(孼四寸, 庶四寸).이 되는데, 먼저 이들에게 도둑을 잡을 만한 능력이 있는지 제주와 관중들로 하여금 심사를 보게 한다. 양중들은 판소리 한 대목을 창하는 등 장기 자랑을 하게 되는데, 제주(상제, 도둑이라고 부른다). 드디어 얼사촌들이 제주를 붙잡아 놓고 방망이로 위협하여 자루를 빼앗아 주걱, 바가지, 사과, 대추, 쌀을 꺼낸다. 주걱과 바가지는 살림살이라 하고, 사과는 천도복숭아라 하여 어촌계장을 주고 쌀을 쥐어 사방으로 뿌린다. 찰떡을 꺼내며 소의 혓바닥, 바가지를 엎어놓고 제주가 앉아 깨뜨리게 한다.






축원굿의 살풀이춤

원래 대관령국사 성황신과 여성황신을 모셔 놓고 신을 위로하는 굿이지만, 각성받이 각이각댁(各異各宅) 가정의 안락과 자손발원을 기원하는 굿이다. 박금천(전수조교)이 푸너리장단에 푸너리춤을 추고 무가를 한 뒤 부채를 놓고 수건만 들고 거무1장단에서 굿거리장단으로 바꿔주면 살풀이춤(*)을 추고 거무2,3장단에 거무춤을 추고 수부무가로 맺었다. 이어서 신희라의 축원굿과 임선미의 축원굿이 연이어 연행되었다.

*<살풀이춤> 민간에서 추는 살풀이춤은 원래 굿판에서는 없었으나 근자에 수건춤을 살풀이춤으로 추게 되었다함(빈순애 증언)






군웅장수굿의 놋동이춤과 놀이칼춤

무녀는 커다란 놋동이를 입에 물어 올리는 묘기를 보여 주기도 하여 ‘논동우(놋동이)굿’이라고도 부른다, 군웅의 성격은 상당히 복합적이어서 조상신, 농신, 사신이나 장수의 신으로 모셔지기도 하고 외부에서 들어와 잡귀를 물리치는 신으로도 나타나는데 강릉단오굿의 군웅은 장수신의 성격이 강하다. 무가가 끝나면 무당은 양손에는 놀이칼(*)을 들고 놀이칼춤과 무거운 삼단 놋동이를 입에 물어 올려 돌면서 놋동이춤을 추어 신의 위력을 보여준다. 이어서 물고 있는 놋동이만 놔두고 상하 놋동이를 빼내고 입에 문 놋동이만 물고 장군신의 위력을 보여준다. 둘째 날 아침 처음시작이어서 먼저 양중들이 드렁갱이장단으로 신명을 풀고 이어서 김은영 무녀(빈순애 보유자의 딸)가 군웅장수굿을 연행하였는데, 푸너리 장단에 놀이칼을 양손에 들고 놀이칼춤으로 시작하여 청보장단에 청보무가를 한 다음 거무장단에 놋동이를 입에 물고 놋동이춤을 춘 다음 수부무가를 마무리하였다.

*<놀이칼>-놀이칼은 흔히 쓰는 신칼과는 달리 군웅장수굿에서만은 놀이칼을 양손에 들고 놀이칼춤을 추는데, 이는 장군신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하는 행위이다.






세월호참사 위령굿의 신태집춤

2014년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못다 먹고 간 영혼들을 위로하고 극락으로 잘 가시라는 의미로 굿을 하였다. 동해안 오구굿의 초망자거리의 무가를 부르고 신태집(*)에 영혼을 실어 극락으로 보내는 신태집춤과 길가름을 빈순애 보유자가 중심이 되어 굿을 하였으며, 영해별신굿놀이(경북무형문화재) 김장길보유자가 특별 초청되어 염불을 하였다. 양중들도 모두 두루마기를 갖춰 입고 무녀들도 모두 노란리본을 패용하고 엄숙하게 진행하였다.

*<신태집>-굿을 받기 위하여 청해진 망자의 혼이 임시적으로 거처하는 공간이라고 인식되는 무구. 전라남도 씻김굿, 남해안 오귀새남굿, 동해안 오구굿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성주굿의 모방춤

성주는 집안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하는 주신으로 집의 흥망성쇠를 가름하기에 각 댁의 안과태평을 기원하는 굿이다. 성주신은 남신(男神)이므로 무녀는 대주를 상징하기 위해 갓을 쓰지만. 한자로 “안(安)”은 여자(女)가 갓(宀)을 쓰면 집안이 편안하는 뜻이기도 하여 갓을 쓴다. 무가의 내용은 경상도 안동 땅에서 태어난 성주가 솔 씨를 뿌려 가꾸어 큰 재목으로 키워서 집을 지은 뒤 세간을 들여놓은 뒤 풍요롭고 다복한 살림을 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어서 풍농을 기원하는 농부가를 부르면서 무녀들이 모두 나와 모내기 김매기 농사흉내를 낸다. 또한 농악을 모방하는 춤으로 꽹과리로 버꾸춤 흉내(농악기를 굿판에 사용할 수 없어 반주악기인 쇠로 대신함), 신칼을 머리에 대고 신칼지전을 흔들면서 상쇠 부포춤 흉내, 부채에 수건을 매어 흔들면서 상모춤 흉내를 내며 농악의 흥겨움과 풍년을 기원한다. 다음은 풍성한 음식을 성주상에 차려 성주목에 받쳐 균형 잡아 사슬세우기(*)를 하여 신의 영험함을 확인하였다.

*<사슬세우기>-굿에서 돼지나 제물을 삼지창 등 도구 위에 세워 놓고 균형을 잡는 것으로 신이 대접을 잘 받았나를 점치는 행위이다. 원래 황해도, 경기도 강신무에서 행하지만, 세습무가 연행하는 동해안 굿에서도 사슬세우기와 유사한 행위로 성주굿을 마치면서 성주상을 성주목에 세운다.




<다음 호에는 강릉단오굿의 후반부 거리굿과 다양한 무구춤들에 대해 기행하기로 한다.>

2014.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