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해외춤기행_ 라오스 무용교육 봉사
가슴 찡한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무용 봉사
안남근_LDP 무용단원

 9월 16일 출발 9월 28일 귀국,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서의 무용교육 봉사 활동은 12박 13일의 길고도 짧은 일정이었다. 이즈음 “꽃보다 청춘”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라오스는 정말 아름답고 꼭 여행하고 싶은 나라로 꼽혔기에 출발 전부터 우리 봉사단원 모두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개인사정으로 다른 멤버들에 비해 나와 최수진은 3일 늦게 출발했어야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라오스의 공항에서 우리를 마중 나와 있는 봉사단원들의 웃는 얼굴을 대하며 라오스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공항에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상상을 초월한 더운 열기가 숨을 막히게 했다.
 도착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봉사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른 조식을 먹고 8시30분이 첫 수업이라 서둘러 준비를 해서 갔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열악한 환경에 또 한번 놀랐다. 첫 상대는 라오스 국립 성금학교의 예술학교 학생들이었다. 고무가 깔려있지 않은 그냥 맨 바닥이었고 날씨는 엄청나게 덥고 주변의 잡음까지 교실로 들어와 도무지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영어를 하는 선생님이 한분 있어서 조금은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었는데 우리를 더욱더 충격적으로 만든 건 아이들의 수업 태도였다. 수업시간 도중 서로 말하고 돌아다니는 건 기본. 마치 시장같은 분위기를 만들었었는데 우리들이 소리치고 화를 내는 것 같은 모습에 오히려 그쪽 아이들이나 선생님도 처음 보는 것 마냥 놀랜 것 같았다.
 옷을 땀으로 범벅이되도록 만들고 나서야 조금은 순조롭게 수업을 이끌 수 있엇다. 11시 반 수업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각자 끼니를 때우고 다음 목적지인 라오스 국립 예술단체의 프로 무용수들을 상대로 한 수업을 위해 조금은 긴장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이곳 역시 시설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는 닭들이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있었고 무용단 건물은 들어서자마자 권투장을 연상케 하였다. 건물 안에 무대가 있었는데 무대 앞 공간은 오토바이들도 들락날락 거려 엄청 소란스러웠었으며 바닥 역시 먼지가 많이 쌓여 미끄러웠었다.
 이곳 역시 영어를 하시는 분이 한분 있어 설명에 그렇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으나 아니나 다를까 이곳 역시 수업 태도는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세 명이 해도 될 일을 일곱 명이라는 사람들이 붙어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간신히 수업을 마쳤다. 다들 에너지를 너무 쏟은 탓인지 호텔로 돌아와서는 금방 쓰러졌다.
 이날 라오스에 계신 지인분이 우리 호텔로 와주었고 그분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유명한 음식점으로 갈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라오스의 맥주 라오비어도 일품이었다. 라오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초등학교만 졸업을 하고 곧바로 돈을 벌기위해 일을 하러 간다고 했다. 심지어는 다치면 태국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내가 보기엔 아직도 애기 같고 세상물정 잘 모르는 그런 아이들이 벌써부터 사회에 나와 집안을 돌봐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겠다는 생각보다는 같이 공유하고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업에 임했다.





 아이들은 처음엔 낯을 많이 가렸다. 계속적으로 눈을 마주치려 노력했고 최대한 같이 움직이려고 했다. 무슨 마음으로 이 아이들이 이 자리에 있을까? 어떻게 해야 호기심을 갖게 할까? 생각하며 시간 날 때마다 눈을 보며 인사하고 웃어주었다. 이런 정성을 아이들이 눈치 챘는지 그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가는 게 느껴졌다.
 이곳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신체적인 접촉이나 뭔가의 교류에 대하여 꺼린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나라의 사람들이나 다 똑같은가 보다. 처음에 봤었던 낯설기만 한 눈빛들은 어느새 우리를 동네 친구 마냥 바라보며 웃어 주었다. 이후로 아이들과 하는 수업이 힘들거나 덥고 짜증나기 보단 뭔가 소통한다는 것에 대해 오히려 내 자신이 봉사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것들을 주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이 하나씩 이해하며 해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면 정말 여느 때와 다르게 감동이 배가되어 돌아왔다.
 라오스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은 정말 덥고 힘든데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다 같이 선생님 앞으로 모여서 기도하듯 작은 양손을 맞대어 “캅짜이”라는 말을 건넨 것인데 그 말은 “감사합니다” 라는 라오스 말이다.





 고등학생 아이들과는 2주 동안 네 번 정도 만나서 수업을 했고 마지막 날에는 쇼케이스 형식으로 우리가 했던 걸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했다. 아이들과 같이 무대에 올라 그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우리의 작품을 선보이는 순서.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아주 열심히 했고 실수 없이 해내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뿌듯함을 느끼며 격려해주고 그러한 모습들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무사히 공연을 마친 아이들은 우리가 간다는 걸 아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주말에는 전통무용공연 전문단체로 가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무용교육보다는 그냥 아이들과 놀다 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30여명 정도 되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재미있는 게임을 곁들인 움직임으로 점심시간을 제외한 6시간을 보낸 이날이 라오스에서 한 수업 중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 세상에서 가장 밝게 웃고 있던 아이들은 비유하자면 야생동물들 같았다. 신발도 안 신고 더러운 게 뭔지도 인지하지 못하는, 자기하고 싶은대로 다하면서 우리한테 안기는 그 모습에 절로 힘이 솟았고 그런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이곳에서의 수업은 비록 하루 밖에 없었지만 그곳을 나설 때엔 이미 아이들은 우리랑 정이 들어서인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라오스의 사람들은 참 따뜻했다. 마치 시골사람들 같이 순수하고 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일찍이 성금학교 학생들과 국립 단체 프로 무용수들에게 드림 프로젝트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녹색 티셔츠와 작은 가방 하나 그리고 부채를 선물로 주었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라오스의 티셔츠를, 국립 단체에선 티셔츠와 더불어 라오스만의 특색 있는 가방까지 선물로 주었다.
 우리가 행한 예술교육 봉사 프로젝트는 라오스의 외교부에서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많은 라오스의 청소년들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기회가 된다면 예술가로서 우리보다 낙후된 곳에 사는 청소년들을 위해 무용을 통한 봉사활동을 펼치겠다는 다짐도 함께 해본다.

2014.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