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국내춤기행_ 영산재1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를 겸한 법회, 영산재의 작법
이병옥_춤비평가

 타종(打鐘)의식-대종(大鐘)과 홍구(弘鼓)치기
 

 2014년 6월6일(현충일) 봉원사에서 거행하는 영산재를 참관하러 가기 위해 과거에 참관한 프로그램을 찾아보니 2003년부터 5종의 프로그램이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그간 봉원사의 몇 차례 학술발표 등을 포함하면 많이도 참관했던 것 같았다. 서대문 독립문에서 금화터널을 지나 연세대방면으로 빠져나가자 바로 우측으로 나지막한 산쪽으로 오르면 대한불교 태고종 총본산인 봉원사가 보인다.
 올해 제26회를 맞이한 영산재는 특히 국민적 슬픔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법회로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어산도감(魚山都監)인 ‘영산재’ 보유자 구해(九海)스님의 증명으로 오전 10시가 되자 <타종(打鐘)> 행사로부터 시작하였다.
 타종은 사찰 경내의 대종(大鐘)과 홍구(弘鼓)치는 의식으로 불교의식 봉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






 영산재의 의미와 목적

 ‘영산(靈山)’은 영산회상의 줄인 말이고, ‘영산재(靈山齋)’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시는 도량을, 시공을 초월하여 본 도량으로 오롯이 옮기고, 영산회상의 제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는 의식으로 범패, 작법, 장엄 등 3가지로 구성되고 진행 되어지는 장엄한 재의식이다.
 봉원사에서 거행하는 영산재는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되었고, 2009년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무형문화유산 종목 중의 하나이다. 한국불교 태고종 '봉원사'를 중심으로 전국 사찰에서 초종파적으로 거행되고 있다.
 영산재는 원래 49재의 한 형태로 영혼이 불교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극락왕생하게 하는 의식이었으나, 이제는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함께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데 의의가 있다. 즉, 삶과 죽음으로 갈라진 우리 모두가 불법 가운데 하나가 되어 다시 만날 것을 기원하며, 부처님 전에 행하는 최대 최고의 장엄한 불교의식이다.






 영산재의 춤(作法) 구성

 영산재의 불교의식 진행시 현존하는 작법은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 타주춤 등 4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바라춤은 화의재진언바라, 명바라, 요잡바라(번개바라), 내림게바라, 사다라니바라, 천수바라, 관욕쇠바라가 있고, 나비춤(작법춤)은 다게작법, 옴남작법, 향화게작법, 운심게작법, 다라작법, 창혼작법, 긔경작법, 정례작법, 자귀의불작법, 삼남태작법, 구원겁중작법, 삼귀의작법, 사방요신작법, 모란찬작법, 지옥게작법, 대각석가존작법, 도량게작법, 오공양작법이며, 법고춤과 타주춤이 있다. 영산재 작법 반주는 성악 반주, 기악반주, 타악반주로 진행하며, 성악의 경우 평염불과 범패 홋소리가, 기악의 경우 삼현육각 및 타악과 호적반주로 진행 된다.
 * 나비춤 곡목인 만다라작법은 현재 곡목만 전승될 뿐 춤사위가 단절 되었다. 작법춤 일부종목의 단절은 조선총독부의 사찰령으로
  인한 각 본말사법 제 7장 법식 편에 ‘화청고무, 라무(鑼舞)작법 등은 모두 폐지한다’ 등 사찰에서의 작법의 금지 영향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시련(侍輦)의식의 사방요신작법춤과 요잡바라춤

 시련의식은 영산재를 지내기 위해 사찰의 본당이 아닌 동구 밖 시련터로 나아가 불, 보살, 영혼 등을 봉청(奉請)해 모시는 의식으로, 대중(大衆)이 각종 번(旛, 깃발)과 연(輦, 가마)을 들고 시련 장소에 나아가 태징을 한마루 올리고 나서 진행하는 절차는 옹호게→ 헌좌게/헌좌진언 → 다게→ 행보게→ 산화락→ 나무대성인로왕보살→ 긔경작법→ 영축게→ 보례삼보의 순서이다. 이 가운데 작법이 진행되는 의식은 옹호게후 요잡바라, 다게(茶偈)작법후 사방요신작법, 요잡바라, 긔경(起經)작법후 사방요신작법, 요잡바라, 법고춤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3일 영산을 1일 영산으로 축소하면서 많은 의식을 축소 통합하는 관계로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대령(對靈)과 관욕(灌浴)게 바라춤

 대령(對靈)은 영혼을 청하여 법(法)을 일러 주는 의식으로 거불(擧佛)과 대령소(對靈疏) 등을 행하나 작법은 하지 않는다. 관욕(灌浴)은 영혼이 불단(佛壇)에 나가 불법을 듣기 전에 사바세계에서 더럽혀진 몸과 마음의 업을 부처님의 감로법으로 깨끗이 닦아드리는 의식으로 관욕게바라춤과 화의재진언(化衣財眞言)바라춤을 춘다. 대령소(對靈疏)에 경민스님, 대령법주에 구애스님, 관욕법주에 고산스님이 행하였다.






 괘불이운(掛佛移運)의 요잡바라춤과 사방요신작법춤

 괘불(掛佛)은 야단법석(野壇法席)에서 베풀어지는 법요식에 설치한 커다란 걸개탱화의 부처님을 의미하며, 이운(移運)은 괘불을 법회 도량으로 모셔 옮겨와 설치한 후에 법요식을 거행하는 의식이다. 큰 법회나 의식을 거행할 때 특별히 야외에 장소를 마련하고 불화를 설치한다. 이는 법당 안에서 행사하기에 협소함으로 야외에 특별히 법당을 만들기 위한 의식이다. 야외에 특별히 설치된 괘불단을 향하여 부처님을 거령해 모시는 절차에는 옹호게 → 찬불게 → 출산게 → 염화게 → 산화락 → 거령산 → 등상게 → 사무량게 →영산지심 → 헌좌게 → 다게 → 건회소로 진행하는데, 이 가운데 작법무 곡목은 옹호게 후 요잡바라와 다게(茶偈)작법후 사방요신작법과 요잡바라가 진행된다.






 식당작법(食堂作法)의 타주춤

 영산재에 참여한 모든 스님들이 공양하는 의식이다. 이 공양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시자(施者:공양을 베푸는 자) 수자(受者:공양을 받는 자) 시물(施物:공양물)의 공덕 및 불, 법, 승을 생각하고, 8가지 수행의 가르침을 삼아 도업(道業)을 성취함은 물론 배고픔에 고통 받는 아귀중생에까지 공양을 베풀어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을 깨닫게 하는 과정이다. 일반 대중사찰에서 하는 공양과 달리 범패와 홋소리, 짓소리와 작법춤이 어우러진 공양의식이다.
 식당작법 공양의식으로 아래의 절차로 진행 된다. 운판삼하호 - 당종십팔퇴 - 목어당상초삼통알 - 목어당후오통알 - 오관게<대중창-짓소리> - 하발금오십퇴 - 대중기립 - 정수정건 - 중수타주대중창 - 당좌창 - 중수대중창 타주춤 - 대중창 - 당좌창 - 대중창십념 - 당좌창 - 당수대중창 - 오관 및 대중창 - 중수창 - 대중창 - 대중창 - 타주상환 - 당좌창 - 타주권반 - 당좌창 - 공양 - 중수 - 당좌창 - 중수대중창 - 당좌창 - 축원문봉송 - 타주 - 오관소리 - 당좌창 - 오관소리 - 당좌창 - 오관소리 - 중수대중창 - 중수대중창 - 당수창 - 당좌창 - 자귀불 - 대중창 - 대중창
 이 가운데 작법무가 쓰이는 곡은 오관게 후 요잡바라와 법고무, 자귀의불작법, 요잡바라 이외 공양게송시 타주춤이 진행된다. 필자는 2010년에는 특별히 스님들만 공양하는 식당작법에 초청되어 속인(俗人)인 몇 사람을 공양 참여시켜 발우 공양하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2014.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