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국내춤기행_ 영산재(마지막 회)
영산재의 춤꽃, 향화게(香花偈)작법과 봉송의식
이병옥_춤비평가

 

 

 

 불교의례에서 흔히 ‘일일권공(一日勸供) 삼일영산(三日靈山)’이라고 하는데, 이는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를 거행하는 데는 하루가 걸리고 영산재(靈山齋)를 거행하는 데 삼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즉 영산재는 영산회상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덕화를 찬탄하며 일체중생의 성불을 기원하는 재의식으로 규모가 가장 큰 방대한 의식으로 그 채비 또한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순수한 안채비소리와 대중성을 띈 바깥채비소리(*)로 양분되며, 범패소리의 다양한 가락과 작법(나비춤, 바라춤, 법고춤, 타주춤)등이 구성되어 불교문화의 진면목을 나타내는 전통예술로서 가치가 크며 채비가 면밀하면서도 독창적이며 장중한 의식이다. 오후 4시가 지나자 온종일 더위에 지치고 범패소리와 진행의례의 뜻을 모르니 지루하기만 느껴진 관객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하여 주변이 덜 복잡해졌다. 필자는 영산재 작법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향화게작법을 눈여겨봐야겠다는 생각에 땡볕마당에서도 꿋꿋이 지켜봤다.

* 안채비는 본래 그 절에 있는 범패승을, 바깥채비는 다른 절에서 초청한 범패를 전업(專業)으로 부르는 범패승을 일컫는다. 안채비소리는 법당 내부에서 요령을 흔들며 목탁을 치며 의식문을 독송하는 등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대체로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의식에서 많이 행한다. 바깥채비소리는 범패를 전업(專業)으로 부르는 중이 다른 절에서 초청받은 범패승의 소리를 말한다.




 영산작법의 춤꽃, 향화게(香花偈)의 나비춤

 영산재 상단권공의 소청(召請)의식인 삼례청(三禮請)은 영산회상의 삼보님께 강림을 청하는 의식이며, 일체공경(一切恭敬)은 신심과 정성으로 마련된 공양물을 삼보님께 올리며 귀의를 홋소리로 표현하는 의식이다. 이어지는 향화게(香花偈)는 육법공양 가운데 ‘향’과 ‘꽃’으로 삼보님께 흠향할 수 있도록 발원하는 의식으로 꽃을 들고 착복(着服)을 하고 나비춤을 춘다. 향화게작법춤은 나비춤 중에서 가장 길고 어려운 정치로 동작과 소리가 다양하고 변화가 많은 것이 특징이어서 영산재의 춤꽃이라고도 한다. 지면상 무보를 모두 밝힐 수 없으나 개관을 하자면 ‘원차(願此)~일체법(一切法)’까지 홋소리에 사방요신(四方搖身)을 천천히 나비같이 곱게 추는데, 2인이 서로 자리를 바꾸거나 제자리에 서서 춘다. 그후 태징소리에 맞춰 요신(搖身)과 사방좌립(四方坐立)의 독특한 춤을 추고, ‘선전무애(旋轉無碍)~몽훈(蒙薰)’까지 홋소리에 다게(茶偈)작법춤을 춘다. 이어서 사방요신춤을 추고 도량게작법춤으로 마친다.






 명부전(冥府殿)의 명부시왕(冥府十王)께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혼 천도

 영산재의 운수상단권공(雲水上壇勸供: 召請上位)은 명부시왕에 대한 권공으로 소청상위는 각배재(各拜齋;大禮王供齋, 十王各拜齋)로 바깥채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운수상단에 불보살을 청하여 예를 갖추어 공양을 올리며 진언으로 소청하여 불공을 받드는 사유를 발원하고 재의 내용을 소상히 밝히는 절차이다. 사찰의 명부전에는 이 지장보살이 주불(主佛)로 모셔져 있고 좌우에는 사후세계의 심판관인 시왕(十王)이 안치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죽은 자의 영혼이 도달하는 세계를 명계(冥界), 명토(冥土), 황천(黃泉) 등으로 부르고, 이 명계를 다스리는 왕이 10명이 있다고 하여 시왕(十王)이라 부른다. 중생들은 죽은 날로부터 7일 단위의 일곱 번과 사후 100일, 1년, 3년 등 열 번에 걸쳐서 시왕들로부터 자신의 선악업을 심판받는다고 한다. 심판받는 동안 망자의 죄업을 사하기 위해 열 번의 재를 베푼다. 이러한 시왕신앙은 도교의 영향을 받아 불교 안에서 수용된 민간신앙이다. 취타악사를 앞세우고 스님과 보살들이 도량을 돌아 명부전에 도착하여 명부시왕전에 심판받고 도량으로 돌아와 대웅전을 향해 반배로 세 번 절을 하고 도량돌이를 하고 마친다.






 진언권공(眞言勸供) 후 사다라니바라춤
 

 진언권공에서 “향수라열(香羞羅列)”을 홋소리로 독창한 후 “특사가지(特賜加持)”를 삼현육각의 영산회상 연주와 태징과 북과 더불어 짓소리로 행한 후 사다라니바라춤으로 이어진다. 사다라니바라춤은 민요조의 흥겨운 선율이 처음부터 중간 중간에 끼어있는 것이 특징이어서 흥겨움과 친근감을 주어 신심을 갖게 한다. 네 개의 다라니, 즉 진언에 맞춰 춤을 춘다.
 바라춤은 괘불을 향해 준비자세로 서 있다가 양손모아 머리 위로 들어치기를 하면서 사방을 돌면서 친다. 양손 따로 번갈아 들기를 하면서 사방돌기를 한다. 다시 양손모아 들어치기와 따로 번갈아 들기를 반복하며 사방을 돈다.






 축원화청(祝願和請)·시식(施食)·소대(燒臺)의식으로 영산재의 마무리
 

 화청의 곡조는 대개 민요조이기 때문에, 그 노래의 곡조는 대중에게 친밀감을 주는 불교가요이다. 화청의 노래가사는 대체로 우리말로 되어 있다. 이 노래는 재(齋)가 끝날 때 불린다. 태징(太鉦) 6박장단에 맞추어 메나리조로 불린다. 일반에 잘려진 회심곡(回心曲)은 과거에 동희스님이 잘 불렀으나 이번에는 들을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시식(施食)은 관음보살의 원력으로 영혼단에 공양을 베푸는 의식이다. 상단 불보살전에 육법공양을 올리고 신중 퇴공과 더불어 축원을 마친 후, 밖에 마련된 하단(감로단, 영단)을 향해 일체 유주무주 영가들의 영혼을 위하여 법식(法食)을 설해주는 의식으로 배불리 공양하시고 돌아가시라는 절차이다.
 마지막 소대의식은 영산재의 도량에 봉청해 모신 불, 보살, 수호신, 영혼 등을 돌려 보내는 의식이다. 도량 한쪽에 마련된 소대(燒臺)로 향하여 각종 장엄구를 불태운다.





 오전10시부터 시작한 영산재는 오후 6시경이 되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런데 봉원사 영산재는 언제부터인지 ‘일일영산(一日靈山)’으로 축소되어 안타깝게도 재의식을 제대로 거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서도 준비부족인지 진행이나 춤연행이 그전만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2003년부터 6차례나 참관 했지만 하루를 진행하는 것도 버겁고 구경하는 것도 더위에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되었고, 게다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인 만큼 몇 년에 한번쯤은 3일 영산을 제대로 보여주었으면 한다.

2015. 0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