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뉴욕 현지취재_ 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 10주년 기념공연
호평과 혹평, 아름다운 몸
서정민_<춤웹진> 뉴욕 통신원

 

 

 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이하 CL) 10주년 기념공연이 Brooklyn Academy of Music(BAM)의 ‘2014 겨울/봄 시즌’ 무대에 올랐다.
 월마트 상속자인 Nancy Laurie가 2003년 이 무용단을 만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우둔한 짓으로 여겼고, 첫 데뷔 무대를 가졌을 때 세계를 유람하며 놀고 지내는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등 리뷰는 참으로 가혹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CL은 무용계에 필요한 부분을 채워줬다는 평가와 더불어 떠오르는 유럽 안무가들에게 작품 제작을 의뢰함으로써 주목받는 단체로 변신했다. CL은 안무가들에게 작품을 만들고 선보일 수 있는 종합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으며 따라서 모든 작품은 제작의뢰의 형식을 거친다. 곧 이 무용단은 뉴욕을 베이스로 새로운 양식을 탐색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급진적인 안무가들의 특출난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단체의 예술감독은 혁신적인 작품을 개발할 수 있는 안무가와 컴퍼니가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코디네이션의 역할을 맡는다. 역대 예술감독들은 파리 출신들이 많아 유럽 무용계와 강력한 커넥션을 구축하고 있고 이는 컴퍼니가 더 급진적인 춤을 출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
 현재 CL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원진영은 “다양한 스타일의 안무자들과 작업하고 유럽 투어를 많이 합니다. 그동안 컴퍼니는 Hofesh Shechter, Crystal Pite, Ohad Naharin, Jiri Kylian, Sidi LArbi Cherkaoui, Andonis Foniadakis, Emmanuel Gat, Alecander Ekman, Johan Inger, Jo stromgren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발레에서 모던, 연극적인 요소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업을 합니다. 스튜디오 옆은 큰 빈 공간으로 CL의 인스톨레이션 전시나 크고 작은 행사를 위해 렌트를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뉴욕패션 위크나 싸이도 저희 극장에서 광고를 찍었답니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16명의 무용수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침 워밍업은 보통 발레로 시작하고, 가끔 게스트 선생님들의 즉흥 수업이 있기도 합니다.”

 



 CL은 맨하튼 첼시에 위치한 컴퍼니의 극장 혹은 조이스 씨어터(Joyce Theater)에서만 작품을 올려오다가 10주년을 맞이하여 BAM의 Howard Gilman Opera House에서 6월 11-14일까지 공연했다. 세 개의 프로그램 가운데 최근에 안무된 5개 작품과 함께 기존 레퍼토리가 묶여 공연되었는데, “나쁘지는 않지만 그러나 다시 볼 정도의 작품들은 아니다”라고 Brain Seibert는 뉴욕타임스에 언급했다.
 오프닝 나잇 작품 <Orbo Novo>는 장편으로 2009년에 Sidi Larbi Cherkaoui가 벨기에 안무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무대에 선보인 작품이었다. Brain Seibert는 ”당시에도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하지만 음악은 우아했고, 댄서들은 빛나는 테크닉을 선보였다......음악에 맞춰 다음 동작을 연상을 할 수 있었다. 계속되는 반복 그리고 뼈대 없는 흐름은 아무 생각 없어 보인다"고 할 정도로 혹평을 퍼 부었다.
 그러나 CL의 이번 공연은 BAM 웹사이트에 티켓이 오픈이 되자마자 거의 솔드 아웃이 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고 '역시 다르다’, ’너무나 멋지다‘라며 작품에 대해 찬사를 보낸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필자가 공연을 본 날은 Crystal Pite의 <Grace Engine>, Alexander Ekman의 <Tuplet>, 그리고 Jo Strømgren의 <Necessity, Again> 세 작품이 사이사이 휴식시간을 두며 이어졌다. 1층에서부터 3층까지 빈 좌석이 하나도 없이 꽉꽉 찼으나, 쉬는 시간 중간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첫 무대를 장식한 작품은 <Grace Engine>. 조명이 객석 방향으로 강렬하게 빛을 쏟아내더니 무대는 다시 어두워졌다. 음산한 듯 하면서 공포스러운 엔진 소리가 착착 맞아들 듯 무대음악은 기계적으로 돌아가고 15명의 모든 무용수들은 그들의 온몸을 쭉쭉 뻗어내는 듯, 그러나 날카롭지 않고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톱니바퀴 돌아가듯 관객들의 시선을 빨아들였다.
 그룹 레퍼토리 중 최고로 평가받은 것을 계기로 이 작품의 안무가 Crystal Pite은 향후 CL과 3년에 걸쳐 작업을 계속하기로 계약되었는데,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Brain Seibert는 그녀의 작품을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
 두 번째 작품, <Tuplet>(잇단 음표)은 서로 당기는 듯, 그러면서 어우러지는 춤은 <Grace Engine>보다 가벼웠다. 빔 프로젝트로 영상을 무용 중간 중간에 사용하기도 했고, 일부분에서는 댄서 한명 한명에게 스퀘어 조명을 비추고 그 안에서 개인기 혹은 군무를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하였다.
 <Necessity, Again>은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으로 무대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색종이 크기만한 종이가 빨랫줄에 걸려 무대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다양한 소품들이 사용되었다. 테이블을 활용한 아슬아슬한 춤도 보였다. 일상의 축제성이 강조된 듯 하면서도 필자에게는 섹슈얼이 많이 어필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배경음악으로 샤를 아즈나부르(Charles Aznavour)의 샹송이 사용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한호와 갈채를 보냈다. 앞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는 바람에 함께 일어서서 박수를 치게 되었다.
 <Grace Engine>처럼 온 신경을 작품에 몰두하며 관람하거나 <Necessity, Again>처럼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한 CL의 레퍼토리는 동시대의 무용계를 이끌고 있는 안무가들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빼어난 몸을 소유하고 있는 무용수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몸짓은 주제를 불문하고 몸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발레의 우아함과 급진적인 움직임 그리고 연극적인 요소 등을 고루 갖추고 있는 그들의 레퍼토리를 보면 이전에 뉴욕 타임즈가 “미국 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현대적인 발레 팀”이라고 소개한 이유를 충분히 수긍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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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한국인 무용수 원진영

여러 안무가들과의 작업이 주는 특별한 매력


CL에는 과거 한국인 무용수로 최수진 씨가 활동했고, 2012년에는 원진영 씨가 합류했다. 선화예중과 예고에서 공부한 그녀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II, 스위스 바젤 발레단에서 활동했었다.

서정민 CL의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BAM Season에 하게 되었는데…
원진영 무용수로 다양한 무대에 많이 서보았어요. 역사적이거나 현대적이거나 콘서트장처럼 크거나 작은 소극장이거나 중요 인사분들을 모시고 하는 공연이거나 무용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을 위한 무료공연 등등요.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어떤 무대이던지 어떤 취지의 공연이던지 무대 자체가 참으로 소중했어요. 또 그렇게 의미를 나누려 하지도 않고요.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실수 없이 잘 한 공연이 신나요. BAM 같이 크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극장에서 공연하다 보니 테크니컬 부분에서는 입이 딱벌어졌죠. 그리고 무대에서 관객을 바라보는 그 기분 정말 말로 표현 못 합니다. 가끔 관객들이 이 광경을 볼 수 있었으면 해요

개인적으로도 BAM에서의 공연은 처음일 텐데요?
CL 10주년 , 그리고 10년 만에 BAM에서의 공연,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새 단장님과의 시작. 그래서 그런지 저 보단 주변에서 더 많은 관심이 있었고 그들이 제게 살짝 긴장감을 얹어 준 듯해요. 저 개인적으론 이번 공연을 하면서 10년 동안 쌓아온 컴퍼니의 입지 그리고 제가 입단하기 전에 안무되었던 작품들을 추면서 그 입지에, 작품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리고 다른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의 관객들과의 소통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참 한 가지 더 더하자면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제가 직접 창작단계에 참여하지 못했었던 예를 들면, <Grace Engine>이요. 이 작품을 안무자와 혹은 안무자의 어시스턴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네요.

CL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안무가만 초청하여 작품을 만드는 팀으로 유명합니다. 댄서들도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어떻게 컴퍼니에 합류하게 되었나요?
네덜란드 댄스 씨이터(NDT) 2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친구가 CL에 있었어요. 컴퍼니에 대해 가끔 듣기는 했지만 공연을 본적도 없고 잘 모르는 상태에서 2011년 스위스 바젤에서 새로운 컴퍼니를 알아보고 있을 때 CL이 독일 Furth에 공연을 왔다고 해서 바젤 컴퍼니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4시간 달려서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컴퍼니에 NDT 시절의 또 다른 친구가 있어 그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된 최수진씨 얼굴도 볼 겸 갔었는데 개인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계속 연락을 하다가 뉴욕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연락이 왔어요. 저와 함께 해보고 싶다고요. 무용수로서 또 새로운 것을 찾고 있던 때라 이런 모험이 또 있을까 싶어 바로 수락했죠.

 



여타 컴퍼니보다도 대우가 좋을 듯한데, CL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다양한 안무자들과의 작업이죠. 워크샵도 가끔 있구요. 전문적인 개인 트레이너가 있어 무용수의 건강도 정말 소중히 챙겨준답니다. 그리고 유럽 투어가 많아요. 유럽에서 처음 무용수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인지 유럽에 대한 애착이 강해요. 그리고 친구들도 그 곳에 많아요.(웃음) 투어 갈 때, 예전 컴퍼니 친구들도 가끔 만나고 친구의 친구들도 만나기도 하고요.

필자가 본 날, 총 세 개의 레퍼토리 중 한 레퍼토리에만 출연하였는데 이럴 때 느낌은 어떤가요? 예를 들어 모든 레퍼토리에서 춤을 추고 싶다는 욕심은 들지 않나요?
어릴 때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이 스타일도 잘하고 싶고 저 스타일도 잘하고 싶고 그랬죠. 그런데 점점 나이도 먹고 조금씩 경력도 쌓이면서 제게 맞는 스타일, 제가 하고 싶은 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같은 작품 안에서도 정말 다양하게 역할을 할 수도 있고요. 지금은 그런 제 모습을 찾아가고 발견하는 게 새롭고 즐거워요.

해외 활동을 일찍부터 해왔는데, 장단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장점이라면 많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거죠. 요즘은 한국 내에서도 좋은 공연 기획들이 많이 생겨서 참 기뻐요. 우리 컴퍼니도 한국에서 공연할 날이 곧 왔으면 싶은 바람도 있고요. 다양한 안무자들과 작업을 할 수 있었고, 다른 문화를 배웠고,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많은 곳을 다닐 수 있었죠. 무용수를 하면서 여행이 좋아졌고 타국 문화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졌고 쉽게 배우게 돼요.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할까요. 인간이기에 가끔은 어려울 때도 있지만 타인을 이해하고 빨리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단점은? 글쎄요 갑자기 사무치게 외로울 때가 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사회생활을 해외에서 시작해서 한국에 대한 향수병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아주 가슴 시리게 외로울 때가 있긴 해요. 이런 게 향수병인가요? 아, 어쩔 때는 한국말로 감정 표현이 어려울 때도 있어요.

해외 유명 무용단에 지원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꿈은 현실적인 목표를 갖게 하고 내일을 보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동기를 주지만 환상은 그렇지 않거든요. 꿈인지 환상인지 구분을 해야 해요. ‘해외’ 그리고 ‘유명한 무용단’이라는 기대만 가지고 출발하는 거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어느 분야이건 사람 한명 이상이 모여 만드는 사회는 잘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거든요. 자신 스스로를 얼마나 받아들이고 또 나누어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해요. 겉으론 대단해보이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면 굳이 해외 그리고 유명한 무용단이 최고 일수 있을까요?
해외 생활하면서 무용수로 제일 부러운 점은 프리랜서도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관객들도 많구요. 한국에서도 프리랜서 무용수, 안무자, 조명, 무대 디자이너 등 정말 실력 있고 자기 생각 스타일이 뚜렷한 아티스트들이 편하게 작업 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컴퍼니 계약은 1년에 한 번씩이에요. 다음 시즌을 위한 계약은 이미 했구요. 또, 여기서 저는 외국인이라 아티스트 비자를 받아야 해요. 3년 마다 갱신을 하게 되는데, 다음 시즌이 끝날 때, 제 현재 비자상태도 끝나게 되어, 요즘 생각이 많네요. 무용수로서, 좀 더 나누고 언젠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춤이라는 언어를 가지고 제가 받았던 고마운 사람들의 따뜻함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컴퍼니에서 가끔 아이들과 워크숍을 하는데 매번 마음으로 진정 느끼는 따뜻함을 오히려 받고 배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게 막연한 꿈이에요.

2014.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