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문화융성 역행하는 ‘국립’ 무용단 예술감독 공석 사태
단체의 정체성에 맞는 예술감독 선임하라
장광열_<춤웹진> 편집장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는 4개의 ‘국립’(National) 무용단체가 있다.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그리고 국립국악원무용단이 그것이다. 2016년 9월 1일 현재 이들 4개 단체 중 3개 단체의 예술감독이 모두 공석이다.
 창단 7년째를 맞는 국립현대무용단은 전임 안애순 예술감독의 임기가 6월 30일로 만료되었으나 아직 후임감독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고, 국립국악원무용단은 지난 4월 한명옥 예술감독 퇴임이후 한참이 지난 6월에 공모를 시작 7월에 발표하는 일정을 공표했으나 무슨 일인지 아직도 후임감독 발표를 미루고 있다. 국립무용단은 지난해 6월 윤성주 예술감독이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후 무려 1년 2개월이 넘도록 공석이다.
 현재 국립현대무용단은 임기가 끝난 안애순 감독이, 국립국악원무용단은 최경자 안무가가, 국립무용단은 윤성철 단원이 예술감독 대행을 맡고 있다.

 



 직업무용단에서 예술감독은 단체의 정체성에 걸맞는 작품 개발에서부터 단원들의 기량 향상, 작품 선정과 제작 스태프 구성, 무용수 캐스팅을 통한 공연의 예술적 완성도를 책임지는 중요한 직책이다. 따라서 외국의 경우는 적어도 계약만료 최소 1년 전이나 그보다 더 일찍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거나 후임감독을 선임해 다음 시즌을 준비하도록 한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경우 2018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리드 엔더슨 예술감독을 이을 후임 감독을 3년 전인 지난해 이미 선임했다.
 국제교류를 해야 하는 직업무용단의 경우 후임감독 선임이 늦어지면 사실상 새로운 공연 레퍼토리 편성과 해외진출 공연은 불가능하다. 발레의 경우 2년이나 3년 전부터 작품 섭외와 지휘자, 의상과 무대장치, 안무가 등의 섭외가 이루어지고 현대무용의 경우도 객원안무가 초빙과 레지던시 작업, 페스티벌과 해외극장 진출 타진을 위해서는 2년 전부터 섭외를 시작해야 한다.
 공석 중인 3개 단체의 예술감독 뿐 아니라 국립발레단의 경우 현 강수진 예술감독의 임기가 5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나 아직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내년도 예산 편성을 마친 국공립 단체들이 예술감독 공석 상태에서 또 후임 예술감독 선임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어떻게 예산 편성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
 국립국악원무용단의 경우 공연안내책자에 11월 국립현대무용단과의 협업공연 안무자로 안애순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이름이 올라있다. 그러나 필자가 확인한 결과 다른 안무자로 교체되었고, 결국 이 같은 사실은 이를 확인한 평자와 양쪽 무용단의 관계자 몇 사람만이 알고 있는 셈이 되었다. 관객들에게 틀린 정보를 전하고 있는 국립단체들의 이 같은 행정의 난맥상은 결국 후임자 선정을 제때에 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예술감독 공석 누구의 책임인가

 ‘국립’ 단체 예술감독 공석 상태의 1차 책임은 단체의 수장이 져야한다. 국립무용단의 경우 국립극장장이, 국립국악원무용단의 경우 국립국악원 원장이, 국립현대무용단의 경우는 재단의 이사장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국립’ 단체를 관리 감독하는 문화관광체육부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3개 단체의 예술감독에 대한 최종임명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 국립국악원무용단과 국립무용단은 공모를 통해 단체의 책임자가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역시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 최종 낙점을 한다.
 예술감독 공석 사태로 인해 국립현대무용단은 이사회의 기능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국립무용단 역시 자문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이 입증되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이들 위원회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국립무용단 단원들로 이루어진 노동조합에서도 예술감독 선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특히 1년이 넘도록 후임 예술감독을 선임하지 않고 있는 국립극장의 경우는 책임자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춤계 현장에서의 불신은 팽배해질 대로 팽배해져 있다. 그 사이 두 차례나 공모절차가 있었음에도 아직도 선임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적임자가 없다고 했다” “무용계의 투서 때문에 뽑지 못했다” 란 이야기가 떠돌고 있으나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책임자의 리더십 부재는 더욱 수면 위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지도급 무용가들이 있음에도 단체의 예술감독 한 명을 선임하지 못하는 책임자라면 결단력과 추진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업무용단의 예술감독 부재는 선장이 없이 먼 길을 항해하는 것과 똑같다. 행정의 수장이 대행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국립극장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연출과 안무자들을 객원으로 초빙해 지난해 말 공연한 <향연>의 경우 외형적으로는 정갈하고 세련되어 보일 수 있으나 정작 중요한 춤의 맛깔과 그 질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허점이 노출되었다.
 여러 개의 소품들이 버무려져 있고 비교적 탄탄한 기량을 갖춘 절반 정도의 국립무용단의 단원들이 오랫동안 추어온 레퍼토리들이 있어 묻혀버렸기 때문이지, 찬찬히 보면 개개 소품의 맛깔을 살려낸 춤이 아니라 그저 안무된 동작을 그대로 추는데 그치고 있다. 단원들은 어느새 익숙해진 몸짓 그대로를 음악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이는 예술감독의 장기 부재가 가져온 참담한 결과이다.
 그동안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선임은 원로무용가에 집중되어 변화하는 국제적인 흐름에 대응하지 못했다. 그들의 경험이 단체운영에 기여한 바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실효성은 떨어졌다. 유능한 안무가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몇몇 원로 무용가들의 회전문 인사로 인해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의 경우 송범 단장과 임성남 단장이 단체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지만, 이들의 30여년 장기 집권은 국립발레단과 국립무용단의 빈약한 국제교류, 세계 춤시장으로의 진입을 더디게 한 요인이 되었다.

 

 





 어떤 사람이 예술감독이 되어야 하나

 국공립 무용단체의 예술감독 선임은 먼저 단체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그에 맞는 적임자를 찾는 것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모는 적합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공모를 한다면 정체성에 적합한 사람을 우선 선별하는 책임자의 변별력과 판단력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예술감독이 공석 중인 3개 단체의 정체성은 이제 보다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국립국악원무용단은 ‘Korea Traditional Performing Arts Company’란 국립국악원 영문 명칭에 걸맞게 한국의 전통무용(궁중무용 민속무용 등)을 기반으로 한 전승과 보존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콘텐츠 창출을 지향하면 된다.
 국립무용단의 영문 표기는 National Dance Company of Korea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Korea National Contemporary Dance Company이다. 영문 명칭에서 보면 정체성이 모호하다. ‘Dance’와 ‘Contemporary Dance’가 다르다. 국립무용단의 ‘Dance’에는 Traditional Dance와 Contemporary Dance 모두를 아우른다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단체의 영문 표기- Dance 혹은 Contemporary Dance는 사실상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National'이다. 국립무용단이나 국립현대무용단이나 궁극적으로는 ’National‘, 즉 대한민국을 대표해 당당히 세계 춤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단체로, 그에 걸맞는 완성도 높은 작품(상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성의 실현이란 차원에서 이 같은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을 많은 국민들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공연예술 시장에서 ‘National’ 단체가 의미하는 것은 전통성보다는 현대성이 농후하다. 최근 3년간 국립무용단과 국립현대무용단 두 단체의 작업은 그것이 한국의 전통적인 것을 베이스로 한 컨템포러리 댄스가 되었든 아니면 현대적인 색채의 컨템포러리 댄스가 되었든 이제 서로 다름을, 운영의 지향점을 보다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결국 4개의 ‘국립’ 단체는 국립발레단(발레)과 국립국악원무용단(전통무용), 그리고 두 개의 국립무용단(컨템포러리 댄스)이 프로페셔널한 단체로 국가의 지원을 받고, 국립무용단은 50여명 무용수가 상주단원 체제로, 국립현대무용단은 상주단원 없이 15명 내외의 무용수로 프로젝트 무용단으로 운영되는 모양새를 갖게 되었다.
 향후 국립무용단은 한국의 전통에 기반한 컨템포러리 댄스를 지향하면서 국내공연에 비중을 두고 국제교류와 함께 해외공연을 병행하는 쪽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은 프로젝트 무용단 체제로 운영하면서 무용과 타장르와의 융합을 포함한 실험 작업, 작은 규모의 국가간 공동협업작업과 해외 아티스트들의 레지던시 안무 작업, 그리고 국내 안무가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적 컴퍼니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안애순 예술감독 재임시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과의 공동작업 <다원예술프로젝트>, 춤유산을 토대로 한 <아카이브 플랫폼>, 그리고 연속 매진을 기록한 <춤이 말하다>, 그리고 벨기에 리에주 극장과의 공동제작 프로젝트는 작은 규모로 진행한 국제교류, 공공성을 겨냥한 프로그래밍으로 향후 국립현대무용단의 지향점이 어디여야 하는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두 단체의 예술감독은 국가간 협업, 안무가들의 수평교류, 무용과 타 예술장르의 융합이라는 세계적인 무용계의 흐름에 걸맞게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무용가가 선임되어야 한다. 그리고 단임 체재보다는 큰 하자가 없다면 연임을 통해 최소한 6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2016. 09.
사진제공_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장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