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전통춤에서 기이하게 변형되고 있는 손춤사위
김영희_우리춤연구가

 근래 전통춤 공연에서 기이한 손춤을 보곤 한다. 손가락 끝에 기운이 뻗쳐서 춤은 보이지 않고 손가락만 보인다. 검지를 중심으로 손가락들에 잔뜩 힘을 주어, 손가락이 활처럼 휘어올라가기도 하고, 손가락들을 부채살처럼 벌린 모습으로 춤을 춘다.
 미묘한 차이이지만, 이러한 손가락 모양은 손춤으로 추는 춤사위에서 전통춤의 기법은 아니라고 본다. 대개 팔을 들어 옆으로 벌렸을 때 팔 끝의 손은 자연스럽게 펴지며 약간 떨어진다. 일부러 팔과 수평이 되기 위해 손과 손가락에 힘을 주어 일자로 곧게 펴지 않는다는 말이다. 팔을 움직여 동작을 할 때에도 대개 손목이 먼저 가기에 손가락은 약간 쳐져서 따라가게 된다. 궁중무 동작용어에서 이수고저(以袖高低)나 일고일저 (一高一低)의 경우와 같이 팔을 움직여 손목으로 손을 끌고 가면서 손은 자연스런 모양이 된다.
 다만 손을 8자 내지는 태극모양으로 둥글게 감는 동작에서 검지를 중심으로 손끝이 살아나게 되는데, 손가락이 손목보다 올라가거나 손가락이 곧게 펴지게 된다. 이때에도 사위를 둥글게 감았다가 풀어낼 때는 손목이 손을 끌고 가게 된다.
 하지만 근래 일부 민속춤의 춤사위에서 손가락에 잔뜩 힘이 들어가면서, 춤의 모양을 변형시키고 있다. 춤의 기운이 호흡과 단전이 아니라 손가락 끝으로 모이면서, 기이하고 현란한 손가락 모양이 춤을 어지럽히고 관객의 시선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호흡을 하고 몸의 중심을 잡는 단전은 의상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손가락은 대번에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은 춤의 표현이 가장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도구춤인 살풀이춤에서 수건의 사위나 승무에서 장삼소매의 사위, 궁중무의 경우 한삼의 사위처럼 춤의 표현이 외형적으로 펼쳐지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손춤으로 출 경우에도 손 부분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이는 우리의 전통춤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춤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전통춤의 손 모양이 변하는 현상에는 신무용(협의의 신무용을 말한다)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신무용의 춤사위들은 쭉 뻗은 손 모양을 하고 있다. 신무용가들이 안무한 산조춤이나 장고춤 등의 손사위들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대형 무대에서 춤의 표현을 극대화해야 했던 무용극들은 춤꾼의 감정과 표현을 팔을 지나, 손을 지나 무대 끝까지 뻗어가야 했기에 손의 기운과 표정은 뻗쳐있었다. 그래서 신무용을 추었던 춤꾼들이 전통춤을 출 경우에 손사위가 편안하게 놓아지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이매방류 춤의 젊은 춤꾼들에서 이러한 현상이 보이기도 한다.
 이매방은 나이가 들며 검지인 두 번째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춤의 형이 무뎌지지 않기 위해 집중하다보니 손가락에 힘이 더 들어갔을 것이다. 연로한 춤꾼들의 손사위에서 이러한 모습을 이따금 볼 수 있는데, 하지만 이매방이 손가락에 힘을 준 모양과 젊은 춤꾼들의 손가락 모양 - 손가락마다 힘을 들여 휘어져 보일 정도로 뻗고, 부채살 모양으로 벌린 모양은 다른 것이다. 이러한 손가락 모양은 분명 변형된 모습이다.
 많은 식자들이 전통춤의 사위들은 자연을 닮았다고 했다. 억지를 부리지 않고 몸의 변형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팔을 옆으로 들었을 때 몸통과 일자가 되기 위해 가슴을 내밀지 않으며, 다리를 들 때는 무리하게 높이 들지 않고, 무릎의 굴신(屈伸)은 과도하게 굽히거나 과도하게 늘리지 않는다. 팔은 몸통에 따라 움직이고, 손은 손목에 따라 움직인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의 감수성이 변했다고 하지만, 전통춤의 기법은 지켜져야 한다. 이를 위해 1세대 예능보유자였던 한영숙, 김숙자, 김수악, 강선영, 이매방 등 전통춤 명인들의 모습을 영상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옛 사진들을 통해서라도 관찰하고 음미하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방춤 계열의 춤뿐만이 아니라 마당춤의 다양한 손사위, 여성춤과 남성춤의 손사위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춤의 기법은 교묘하고도 긴밀하게 춤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현행 전통춤공연의 춤사위들을 새삼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6. 0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