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전통 무용계 현안과 개선방안
태평무 인정예고와 보류 사태에 따른 무형문화재의 현안
이병옥_춤비평가, 용인대 명예교수

 2016년 전통무용계는 〈태평무〉 인정예고와 보류의 혼선 속에 충격과 혼란과 갈등의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사태까지 올 거라고는 아무도 예측 못했었던 것 같았다. 왜냐하면 새로 개편된 보유자 인정제도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시행착오를 완충시킬 대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으며 팽팽한 시각차가 공존하다보니 정답도 안보이고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할지 모를 지경이어서 문화재청도 일단 뚜껑을 열었다가 닫아버린 상황이 되었다.

 

 



 보유자 인정문제 발단의 원인과 분석

 2016년에 벌어진 새로운 무형문화재 지정제도의 운영방식과 문화재청이 그간의 예능보유자의 인정 등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원론적인 문제와 세부적인 문제를 병행하여 짚어보기로 한다.
 첫째, 문제의 시작이자 근원은 고령화시대에 따른 고령보유자들에 대한 ‘명예보유자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적절한 시기를 놓친 결과 고령화된 전수조교에 대책 없이 시행한 것이 가장 근원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2005년도에 본격적으로 시행된 명예보유자 인정제도는 평생을 우리 문화유산을 위해 헌신해 온 보유자들의 명예와 앞으로의 활동을 보장해 주고, 중요무형문화재 전승자들 간의 안정적인 세대교체와 아울러 전승현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두 가지 실효성을 목적으로 마련된 제도로 문화재청은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에 있었다. 중요무형문화재 명예보유자 제도는 80세 이상의 고령 또는 기타 질환 등으로 지정 종목의 기·예능을 실연하지 못하거나 전수교육을 수행하기 어려운 보유자를 위한 제도로 문화재위원회의 검토와 심의를 거쳐서 보유자에 준하는 예우로 대상자가 처해있는 현실에 맞추어 전승활동을 도모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었다.
 하지만 고령 보유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유명무실해지면서 10년 세월이 지나면서 보유자들이 90세에 이르면서 뒤를 이를 전수조교들마저 80대에 이르게 한 것이 이번 사태의 거센 반발의 빌미를 주는 결정적 문제의 핵심이 되었다.
 다시 되돌려 볼 때 10년 전에 고령보유자들을 명예보유자로 더 예우해서 올리고 1순의 70대 전수조교를 보유자도 인정했더라면, 10년이 지난 지금쯤 이들도 80대 고령 보유자가 되어 명예보유자로 대를 물리고 다음 세대의 전수조교들이 보유자가 되는 데에 큰 무리 없이 안정된 전승체계로 계승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실태는 비단 〈태평무〉 뿐만 아니라 〈승무〉 〈살풀이춤〉 등을 비롯한 여타의 모든 무형문화재 종목에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어떤 제도의 운영보다 앞선다고 보는데 문화재청은 이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한 편이어서 앞으로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둘째, ‘복수보유자 인정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과 문화재 위원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엄청난 저항사태를 맞이하였다.
 개인종목 무용분야는 국가지정이 수적으로 너무 적은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밖에 없다보니, 수많은 한국무용 전승자들이 수백 명씩 이수자가 배출되는 기현상을 빚어왔다. 그만큼 명무전승자가 많은 만큼 보유자도 국악분야처럼 많아도 되는데 한명밖에 인정 예보하지 않았다가 거센 반발로 보류하고 말았다. 전수조교 3명은 모두 20년의 넘는 전수조교 경력에다 전통무용의 보급과 공연경력이 엄청나게 많았다. 따라서 모두 보유자로 인정해도 무방하였으며 최소한 두 명만 인정했어도 금년 같은 사달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였다.
 셋째, 수십 년간 운용된 폐쇄형 보유자 인정제도를 개방형 인정제도로 전환 실시하는 데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지 않고 ‘경과조치 없이 시행’한 개방형 보유자 인정심사 제도를 무모하게 밀어 붙이다가 거센 역풍을 맞게 되었다.
 모든 개인종목[무용분야-승무(제27호), 태평무(제92호), 살풀이춤(제97호)] 등 과거의 문화재보호법에서의 보유자 인정 제도는 ‘전수조교 경력 우선의 절대적 조건’이었다면, 현행 무형문화재법에서는 ‘전수조교 경력의 미약한 반영’의 차이를 경과조치도 없이 조급하게 시행하여 발생한 문제였다.
 즉 그간 수십 년 동안 과거 전수조교만이 보유자가 될 수 있었던 절대적 제도에서는 전승경력이 가장 강력한 조건이었다. 그런데 현행제도와 심사기준에는 전수조교 경력 반영은 거의 참고사항에 불과할 만큼 미미하고 일반인, 이수자들까지 보유자가 될 수 있게 한 보유자 인정제도는 ‘개방형’이란 이상적인 말이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보유자를 보필하면서 춤 전승에 인생을 몸 바친 노령자들의 경력과 전승의 역사성에 대한 평가비중은 미약하게 반영하고 실기와 이론이 밝은 젊은 전승자가 유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들리는 바로는 〈승무〉와 〈살풀이춤〉 역시 고령전승자보다 젊은 전승자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며 점수대로 시행하면 똑같은 저항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경과조치로 그동안 전통무용계에 공로가 많고 20년 이상 고령의 전수조교들은 속히 보유자로 인정하고 난 다음에 이수자와 전수자들도 응시할 수 있는 개방형 보유자 인정제도를 시행하여야 한다.
 넷째, 또한 유파별로 한영숙류 〈태평무〉(판소리만도 유파별 7명)도 비지정임에도 많은 전승자와 공연과 경연에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별도로 인정해도 될 만큼 무용계의 비중이 커져있다는 점도 무시되었다. 이번 사태로 인한 문제가 크다보니 소외되었지만 다시 인정심사가 된다면 강선영류와 별도로 이동안류 〈태평무〉와 한영숙류 〈태평무〉도 인정 대상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한편에서는 국가 지정 종목인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는 이미 전승자가 많아 희소성이나 소멸위기를 넘긴 종목이니 해제해도 된다는 논리를 펴는 이들도 있다. 무형문화재 법률에서 지정해제의 대상은 1. 가치의 소멸, 2. 전승의 단절·불가능, 3. 소멸위험이 현저히 없어졌을 경우를 말하고 있다. 여기서 소멸위험이 없어졌다고 지정 해제하는 것이라면 판소리도 해당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판소리를 해제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은 한국전통문화의 대표성과 예술적 가치가 높기 때문인 것처럼 한국 전통무용의 백미인 〈승무〉〈살풀이춤〉〈태평무〉가 한국전통춤의 대표성, 예술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발전시키고 세계적인 한국 전통춤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이상에 거론한 몇 가지의 중요한 현안문제를 감안하여 내년부터 새롭게 대안을 마련하여 재시행할 때 참고하여, 다시는 시행착오 없이 보유자 인정이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개선방안

 보유자는 무형문화재에서는 최고의 명예와 권세가 따르면서 모든 전승자들에게 희망과 영광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모든 전승자는 이런 로망을 가지고 평생을 전승에 다 바쳤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희망이 좌절로 변하고 있다. 또한 현행 오디션식 인정제도에 따라 고령의 전수조교(보유자 후보 포함)들이 배제되었을 때에 대한 상실감, 박탈감을 극복하게끔 보상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1인 시위까지 발생하게 되어 무모한 시행으로 낙인 찍혀버렸다. 이제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재시행할 때 참고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현행법 시행 전에 ‘과도기의 경과 조치’가 필요하다.
 개방형 인정제도는 민주적이고 좋은 제도이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고 있는 것은 과거 제도에서 생성된 전수조교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결방안은 수십 년 생애를 바친 전수조교를 보유자로 올려놓거나(예를 들어 20년 조교경력 이상 등) 아니면 납득이 갈만한 조건(보유자급 명예조교, 명예보유자 등)을 주고 난 다음에 시행하는 것이다. 그래야 나가수식 선발이든 오디션식 선발이든 가능할 것이다.
 2. 보유자는 영원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인간은 무한(無限)하지 않다. 유한(有限)한 인생처럼 보유자도 유한(有限)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주지시키는 분명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보유자들이 연령제한(과거 80세 논의됨)이든지 건강문제(종합검진, 건강나이검사 결과 참고 등)에 적극 협조하거나 조례에 따르게 된다. 현재 국가는 고령의 보유자를 명예가 아니라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3. 명예보유자 제도를 적극 활성화시키거나 위상을 높여주어야 한다. 이수권, 전승권을 갖지 못하지만 명예만은 더 높여주어야 한다. 방안은 여러 가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단돈 1만원이라도 보유자보다 더 주거나 의료보험, 교통과 항공, 주거환경 등으로 명예가 더 높아졌음을 증명해주어야 한다. 명예보유자보다 더 높인 ‘원로보유자’명칭도 생각해볼 점이다(국립국악원에서 과거 ‘원로사범’으로 우대한 사례가 있었음).
 4. 궁극적으로 개인종목은 전수조교제도가 없어져야 개방형 보유자 인정이 가능하다. 단체종목은 개인종목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어 별도 개념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단체종목은 말 그대로 다양한 기예능을 가진 전승자들의 모임체이므로 보유자를 성격에 맞게 여러 분야를 인정해야한다(예를 들어 단일종목이라도 악사, 춤, 재담, 탈제작, 소리분야별 각기 인정).
 5. 현행 ‘전수조교’를 ‘전승교수’로 명칭 변경하여 위상을 높여 주어야 한다. ‘조교’는 대학에서 교수업무를 보필하는 어린 ‘보조자’이지 교수급은 아니다. 하지만 무형문화재 전수조교는 고령의 ‘준보유자급’, ‘준교수급’이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면서 품격을 격상시키는 좋은 명칭이다. 

2016.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