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서평
우리춤의 현장과 주변 ─ 지역춤의 시각에서 │2013-2016│
이만주_춤비평가

 이찬주는 우리 무용학계에서 가장 치열하게 저작을 잇달아 내놓는 여류 춤학자 중 한명이다. 그런 그녀가 11번째 춤서적을 냈다. 저자는 이번 저서, 「우리춤의 현장과 주변-지역춤의 시각에서 │2013-2016│」(현대미학사)를 내기 전까지는 무용 이론서 내지는 학술서적을 출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춤평론집이다. 2013년부터 춤비평을 시작하여, 2014, 15년, 그리고 16년 상반기까지 쓴 글들을 모아 4년도 안된 올해 10월, 이 춤평론집을 펴냈다.
 이 평론집에는 우선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저자가 서울에서 접한 공연도 더러 섞여있지만 책의 부제인 ‘지역춤의 시각에서’ 보듯, 춤비평이 연고를 갖게 된 청주와 대전을 위시한 우리나라 중부권 춤작품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을 위시한 충청권의 춤도 우리춤의 중요한 자산이고, 기록되면 우리춤의 역사인데 누군가가 비평 작업을 한다는 것은 값진 일이다.
 둘째는, 무용인으로서 다양하고 특이한 이력을 갖는 저자가 썼다는 점이다. 이찬주는 발레, 현대무용, 한국춤의 실기와 안무와 이론을 아우른다. 저자는 대학 학부에서 발레를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이론과 평론을 전공했다. 이어, 한국의 무용가는 한국춤의 미학을 알아야 한다는 자각이 들어 박사과정에서는 우리춤을 연구해 학위를 받았다(범부춤의 심층구조와 의미에 대한 화쟁기호학적 연구). 그 후, 한양대, 국립공주대 등의 무용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런 한편 ‘Pax 21 Dance Company'라는 무용단을 만들어 직접 안무를 하여 창작발레를 발표하기도 했다. 더욱 특이한 일은 대전에서 춤 전문도서관이자 자료관인 ‘이찬주춤자료관’을 운영하고 있는 점이다.
 책의 편성은 앞부분에 ‘저자 서(序)’, ‘추천의 말(김태원)’을, 뒷부분에 색인(索引)인 ‘찾아보기’를 두었고 본문을 Ⅰ, Ⅱ, Ⅲ, Ⅳ부로 나누었다.
 Ⅰ부의 제목은 ‘지역춤문화의 제도와 문제점’으로 첫머리는 2013년 2월, 저자와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하고 4월에 타계한 무용가 한상근(1953-2013)에 대한 헌정(Hommage) 형식을 띄는 ‘한상근─대전에서의 마지막 초상’이라는 글로 시작된다. 이어 ‘무형문화제 제도’, ‘충청권 시립무용단의 판세 변화’, ‘지역의 젊은 무용가들이 처한 현실과 대안’, ‘공공무용단 기본에서 발견하는 미래찾기’ 등을 다루며 책의 총론격 성격을 띤다. ‘지방 춤전용 소극장의 필요성’을 여러 번 다룬 특별함이 있다. 이 Ⅰ부에서는 춤과 관련하여 저자가 자기 나름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책을 힘 있게 한다.
 Ⅱ부는 ‘지역춤의 명인과 새 뿌리들’이라는 제목 아래, 중부권 원로 춤예술인들의 예술역정을 기록한 글들이다. 대전시립무용단의 초대 예술감독을 지낸 살풀이춤의 김란, 불교 영산재 작법무의 법우 스님, 북춤의 유학자, 고 이미라 선생의 예맥을 이은 조광자, 이어 최윤희, 신석봉, 송덕수를, 그리고 한상근을 한 번 더 다루었다. 글들에서는 원로 춤예술인들의 생애가 조망되면서 그들이 예술의 길에 얼마나 용맹정진했는가가 느껴져 깊은 감동을 준다.
 이찬주는 이 글들을 쓰기 위해 최소한 그들을 2번 이상 만나 인터뷰하는 철저함을 보였다. 중부권 무용가들이라지만 예맥이란 얽히고설키기에 이 글들은 우리 춤의 소중한 역사기록이다. 저자는 동서양 춤의 계보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발레, 현대무용, 일본춤의 계보도를 그려 완성하는 독특한 연구를 한 이력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특기를 발휘해 ‘예맥을 잇는 춤꾼들’에서는 중부권 춤에 대해 긴 글을 쓴 다음 ‘대전·충남 지역의 춤예맥 계보도’를 그려 놓아 흥미롭다.
 ‘춤의 현장을 찾아서─춤리뷰 및 인터뷰(2013~2016)’가 제목인 Ⅲ부는 본격적인 현장 춤의 리뷰가 주를 이루며 인터뷰한 글과 좌담회 녹취 기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2013년 13편, 2014년 11편, 2015년 33편, 2016년 상반기에 21편, 모두 78편의 리뷰가 실려 있다.
 이찬주는 앞에서 기술한대로 춤과 관련한 모든 것을 섭렵한 이력에, 춤자료관을 운영하기에 춤에 관한 한 박람강기(博覽强記)다. 많은 전문적인 지식으로 춤의 모든 영역을 다루는 일이 가능하고 그 위에 여성적인 세밀한 관찰과 감성이 더해져 비평을 함에 있어 디테일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글은 쉽지만 오랜 저술활동에서 오는 저자 나름의 수사(Rhetoric)와 개성 있는 밝고 또렷한 목소리로 인해 재미있게 읽힌다. 리뷰들을 읽으면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며 어떤 리뷰를 읽을 땐 그 춤을 못 본 것이 못내 아쉽게 여겨진다.
 여기 Ⅲ부에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회에 걸쳐 저자 자신이 문제의식을 갖고 주관하여 ‘이찬주춤자료관’에서 열고 사회를 본 ‘충청춤의 발전 방향 좌담회’ 녹취록이 게재되어 있다. 말미에는 대전시립무용단의 제1대에서 현재 제6대 예술감독까지, 김란, 채향순, 한상근, 김매자, 정은혜, 김효분과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어, 대전시립무용단 30년 역사와 발전상을 통찰할 수 있다.
 제목이, ‘[보록] 두 편의 논문과 대전 비평자료’인 Ⅳ부에는 저자가 근래에 써서 「우리춤과 과학기술」 제21집과 제23집에 실었던 학술논문 두 편, ‘한국 고전춤의 개념에 관한 연구’와 ‘커뮤니티댄스의 가치와 창작 활동의 역할’을 실었다. 전자가 우리 고전춤의 개념을 학문적으로 연구해 정리한 논문이라면, 후자는 요즘 우리 사회와 춤계에서 넓게 퍼져나가고 있는 커뮤니티댄스에 대한 이론 정립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학구적인 면모를 알게 해 준다.
 이곳 Ⅳ부 끝에는 저자가 중부권 춤의 비평활동을 하기 전, 2013년 이전, 다른 이들이 쓴 춤비평문들이 모아져 실려 있다. 춤비평가 김태원, 장광열, 장석용의 리뷰가 각각 12편, 4편, 2편이 게재되었다. 중부권 춤의 기록을 통시적으로 가능한 한, 많이 남기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 “현재의 우리 춤예술이 서울만이 아니라 중부권에서도 백화만발하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며 우리춤의 자산이 실로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568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 이 춤평론집은 저자가 얼마나 쉬지 않고 춤현장을 돌아다니며 맹렬하게 비평작업을 하는가를, 또한 춤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가를 짐작케 한다. 

2017.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