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2014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외국의 직업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무용수들을 초청해 마련하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은 그들의 춤을 국내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최신 경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작품들이 국내에 초연되고,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국내 무용계의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춤 공연 현장과 부대행사 현장을 스케치 했다. (편집자 주)



(1) 공연 현장 스케치 


 

개성 있는 무용수와 기획력이 흥미 유발의 열쇠 

 

김인아_<춤웹진> 기자

 

 해외에서 활약 중인 우리나라 무용수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이 올해도 어김없이 국내 무용 팬들을 찾아왔다. 지난 7월 16-17일 양일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 <2014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은 40여명의 무용수가 무려 두 시간 반 동안 총 15개 작품을 선보이는 알찬 구성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2001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열렸던 공연은 해외 진출 무용수의 급격한 증가와 더불어 이들의 춤을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2007년부터 매해 개최, 올해로 11회를 맞이했다.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은 해외 활동 중인 무용수들에게는 자신의 춤을 고국에 선보일 수 있는 명예로운 무대로, 관객들에게는 한국 무용수들의 우수한 기량과 해외 최신 춤을 보며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무대로 자리매김 하였다. 한편 갈라 공연 외에 해외 무용스타와 함께 하는 공연실황 영상감상회, 국제교류 간담회, 발레 클래스 등의 부대행사를 마련한 기획은 ‘해외무용스타와 함께하는 춤 축제’로 거듭날만한, 유의미한 행보인 동시에 그간의 질적, 양적 성장의 결과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해외에 진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연급으로 급부상한 여섯 명의 무용스타들이 무대에 올랐다. 보스턴발레단의 주역무용수로서 주목받고 있는 한서혜를 비롯하여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이어 한국인 발레리나로서는 처음으로 노르웨이 국립발레단에서 맹활약 중인 권세현, 툴사발레단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현준과 손유희,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떠오르는 스타 최영규, 미국 리사르 컴퍼니의 개성있는 컨템포러리 무용수 이혜린이 출연해 총 7개의 국내 초연작을 선보였다. 이들은 해외 단체가 보유한 작품의 일부를 맛보는 재미를 선사하며 해외에서 배운 춤을 고국 무대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한서혜는 네오클래식 발레 〈Niris〉와 클래식 발레 <돈키호테>의 그랑 파드되 두 작품으로 파트너 Lasha Khozashvili와의 뛰어난 파트너십과 탁월한 기량을 마음껏 발산했다. 특히 〈Niris〉에서 보여준 여성무용수의 힘과 서정성이 겸비된 놀라운 춤은 컨템포러리 발레의 안무가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을 무용수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춤춰낼 수 있는지 선명하게 제시해 보였다. 클래식과 컨템포러리를 아우르는 보스턴발레단에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내는 그의 모습이 사뭇 궁금해지는 무대였다. 

 

 



 권세현은 동반 무용수 Jozef Varga와 두 작품을 선보였다. 네덜란드어로 “지나간 세월”을 의미하는 〈Voorbij Gegaan〉에서는 잔잔한 고독함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미노타우로스 이야기 중 아리아드네와 테세우스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담은 〈Minos Duet〉에서는 애절함이 무대를 감싸 안았다. 파트너 조제프의 안정적인 뒷받침과 함께 권세현은 증폭된 감정선을 단숨에 압축하여 섬세하고 우아한 몸짓으로 구현해냈다.  

 이현준과 손유희 커플은 숙련된 테크닉과 성숙한 파트너십의 무대를 펼쳐보였다. <에스메랄다>에서 밝고 청량한 분위기의 2인무와 음악에 맞춰 발끝으로 탬버린을 치는 손유희의 화려한 테크닉이 무대를 꾸몄다면, 〈Extremely Close〉 마지막 듀엣 부분에서는 무거운 감성을 심플하지만 정제된 표현법의 진수를 보여주며 각기 다른 색깔의 매력을 선보였다.
 최영규의 <차이코프스키 파드되>와 <장미의 정>에는 국립발레단의 주역무용수 이은원이 파트너로 가세했다. 무엇보다도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진 호흡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두 무용수의 조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빠른 회전과 높은 도약 등 고난도 테크닉뿐만 아니라 섬세한 감정을 놀라울 정도로 완벽히 소화하는 최영규의 몸짓은 그의 다음 무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끔 만들었다. 

 



 이혜린은 바체바 댄스컴퍼니의 아트 디렉터 오하드 나하린이 창안한 가가 무브먼트 랭귀지를 발전시켜 만든 작품 〈Princess Crocodile〉과 〈Grass and Jackles〉를 선보였다. 상하체가 분절된 비정형적인 몸짓과 불규칙의 흐름으로 능수능란한 테크닉을 지속시킨 무대에서는 원색적, 원초적 느낌의 묘한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 10분 정도의 짧은 솔로 파트에서 그가 원한 이미지를 적확하게 구현하며 농도 깊은 질감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국내초청단체 LDP무용단과 애매모호한무용단, 조주현 댄스컴퍼니는 각각의 개성으로 무장한 훌륭한 창작 레퍼토리, 다채로운 색깔을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17일 무대에 오른 애매모호한무용단은 김보람 안무의 〈Rhythm of Human〉으로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안무가 김보람은 클래식 음악의 선율을 따내 반복적인 동작을 구성하는 특유의 안무법으로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퍼포먼스 요소들을 유쾌하고 명랑한 춤 언어로 도출시켰다. 

 

 



 올해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은 한국의 무용수들의 우수한 기량과 다양한 춤 언어를 한 자리에서 엿볼 수 있다는 점 이외에 웰메이드 공연으로 성장한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예년에 비해 작품의 질적 편차가 두드러지지 않고 높은 수준의 작품으로 고른 구성력을 선보인 것은 해외무용스타들의 양적, 질적 성장만큼이나 고무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춤비평가 김예림은 “이번 공연은 프로그램 구성이 탁월했다. 예전에는 누구(who)를 볼 수 있는가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그들이 무엇(what)을 추는가가 동시에 중요해진 것이다. 작품 선정과 전체를 아우르는 구성력이 탄탄해서 긴 공연시간을 지루할 틈 없이 양질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물론 과거에도 좋은 무용수들이 많이 참여했지만, 경력이 짧은 어린 무용수나 기량이 예전만 못한 노장의 무용수들의 무대도 다소 있었다. 이번 공연은 현재 전성기의 해외무용스타들을 초청해 그들의 기량이 마음껏 펼쳐졌고, 전반적으로 젊은 에너지의 활기찬 무대로 꾸며졌다”고 평했다.
 또한 올해 한국을 빛낸 해외무용스타중의 스타로 권세현과 최영규를 꼽았다. 다른 발레무용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 해외로 진출한 그들은 수준 높은 기량으로 고국 팬들에게 참신한 무대를 선보였다. “권세현은 네오클래식, 컨템포러리 발레에 매우 적합한 무용수이다. 파트너의 걸출한 기량과 두 사람의 안정감 있는 파트너십, 자신에게 어울리는 완성도 높은 두 작품을 선택한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최영규는 ‘한국의 니진스키’로 불릴 만큼 고난이도 점프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는 탄력과 근력을 겸비한 훌륭한 체형을 갖췄다. <차이코프스키 파드되>에서도 놀라운 춤을 보여주었고, 전세계적으로 <장미의 정>을 해석하고 소화해내는 발레리노가 많지 않은데 나이어린 무용수가 이 작품을 성공적으로 춤춰보였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발레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현대무용을 한두 편씩 선보이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현대무용은 무용수가 다른 무용수들과 작품 전반에서 어떻게 어우러지는지가 중요한 장르적 특성 때문에 솔로로 출 경우 상대적으로 발레무용수에 비해 자신의 기량을 온전히 드러내기 힘들다. 현대무용 작품에는 5-10분의 솔로 레퍼토리가 거의 없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안무를 하거나, 기존 작품에서 적절히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무용수가 무용단 안에서 어떤 역할과 기량을 선보이는가를 이 공연에서 찾기 힘들다는 점, 현대무용단 전체를 초청하지 않는 이상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라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덧붙여 춤비평가 김예림은 “국내 무용수들의 해외 진출이 더 이상 희귀하거나 특이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 요즘은 한국 관객들이 해외무용스타를 보는 것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10회를 넘어서 여전히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각자의 개성을 가진 무용수들이 있고, 그들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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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청무용수 & 전문가 간담회

해외무용수들을 통한 국제교류







사회: 바쁜 일정 중에도 함께 자리해 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오늘 간담회는 2014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의 부대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것입니다. 해외 초청무용수와 국제교류 부문의 전문가들과 함께 “해외무용수들을 통한 국제교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패널리스트로 모두 아홉 분이 참가해 주셨습니다, 해외 초청무용수 한서혜, 권세현, 최영규, 이은원, 이혜린, 손유희, 이현준씨와 최근 활발하게 춤 국제교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 서울세계무용축제 사무국장이자 무용 프로듀서인 김신아님, 항상 국제적인 춤계의 동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춤 비평가 이지현님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무용수들을 통한 국제교류는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연, 안무, 교육 부문은 물론이고 그들을 중심으로 한 교류는 현재에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미래에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학술적인 발표회 자리가 아니니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을 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현준: 우선 오늘 참석자 중에 유일하게 현대무용 단체에 소속된 이혜린 선배님의 경우 컴퍼니 입단 과정과 소속 단체의 성격 등에 대해 궁금합니다. 그 배경을 알게 되는 것도 국제교류와 관련한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여쭈어 보는 것입니다.
이혜린: 저희는 가가 테크닉을 베이스로 한 컴퍼니이고 두 분의 감독이 있습니다. 모두 이스라엘 사람이고 미국에서 가가 테크닉의 창시자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매니지먼트 역할도 하고 있어요. 같은 이스라엘 사람이니까 매니지먼트 역시 바체바 컴퍼니랑 비슷하게 하는 것 같아요. 여자감독님 이름이 (Lee), 남자감독님 이름이 싸르(Saar), 그래서 리싸르(Leesaar) 컴퍼니에요. 5년 반 동안 있었습니다.
제가 LDP무용단에서 활동할 때 유럽 안무가들과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그해 9월 슬로베니아에서 이스타 코박이란 안무가와 작업을 시작하려 할 때에 대학원 수업을 받을 시 서른이 되기 전에 꼭 한번은 뉴욕에 가서 다양한 스타일의 움직임들을 접해보라는 장광열 선생님 얘기가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뉴욕으로 갔습니다. 다양한 인종 속에서 또 다른 문화를 체험하면서 나에게는 정말 미국이 안 맞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되었고 우울증도 왔었었요.
그러다가 무용스쿨 DNA에서 즉흥적이고 유럽적인 수업이 있었어요. 저흰 맨날 카운트로 움직이는데 관절 하나하나 움직이고 분리도 많이 시키고 상당히 다른 수업이었는데 마침 그날이 오디션이었던 거에요. 당시 미국에서 가가 테크닉이 아주 인기가 있어 나도 한번 해보자 하고 간 것이 오디션이었던 거죠. 그 다음날도 수업 듣고 파이널 오디션까지 가게 되었고 전혀 의도하지 않게 컴퍼니에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이현준: 저와 손유희씨의 경우는 미국의 툴사발레단을 염두에 두고 입단한 경우이지만 선배님의 경우는 전혀 예기치 않게 컴퍼니에 들어간 경우네요. 그런데 그 컴퍼니가 가가 테크닉을 전문적으로 수용하는 컴퍼니라면 결국은 선배님을 통해 그런 테크닉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에 소개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혜린: 그럴 가능성이 있지요. 이번 8월말에 개최되는 창무국제예술제에 저희 컴퍼니가 초청되어 공연을 갖습니다. 그렇게 되면 가가 테크닉을 베이스로 한 작품들이 보다 더 국내 무용계로 소개될 기회가 많아지겠지요.

장광열: 해외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다양한 컴퍼니의 스타일이 국내에 소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이번에 선보이는 7개의 국내 초연 작품들의 대부분이 소속 컴퍼니에서 공연하고 있는 레퍼토리란 점이 이런 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소속된 컴퍼니를 국내에 초청하는 것도 효율적인 국제교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속된 우리나라 무용수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떠나서라도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이 공연을 통해 또는 워크숍 등을 통해 국내 춤계로 유입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한서혜: 제가 소속한 보스턴발레단도 한국 공연에 관심이 많더군요.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제대로 홍보도 안되었었다며 이제는 저를 포함한 두 명의 한국인 무용수가 소속되어 있으니 더욱 의욕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장광열: 이 공연을 처음 시작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당시 아메리칸 발레시어터(ABT)에서 활동하던 강예나씨가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일본이나 다른 나라의 경우는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국의 무용수들은 취재하러 많이 오는데 우리나라는 한번도 오지 않았다”구요. 아메리칸 발레시어터가 큰 컴퍼니니까 여러나라의 무용수들이 모여 있게 되고 이 경우 해당 국가의 무용수를 취재하러 오게 되면 발레단내에서도 그 무용수의 위상이 올라간다는 겁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경우는 강수진씨가 활약하고 있는 덕분에 한국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지요. 이로 인해 함께 활동하고 있는 강효정씨도 많이 알려지고 점점 큰 역할을 맡게 되었고요.
한서혜: 보스턴발레단은 투어를 많이 다니는 편이에요. 70명 단원들이 다같이 움직이려면 공연 스태프도 함께 움직여야 하므로 예산이 많이 들어서 간단히 움직일 수 있는 현대발레 위주로 나가는데 한국은 아직까지 클래식만 원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미국은 컨템포러리를 많이 시도하고 밀고 나가기 때문에 그런 작품으로 불러주면 좋은데요.
한국으로 투어를 가고 싶다고 단장님께 말씀드려 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클래식을 원하는데 우리는 컨템포러리 발레 공연을 하길 원한다. 그래서 한국투어는 쉽지 않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클래식이 아니어도 좋은 작품이 정말 많아요. 성장하는 후배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훌륭한 작품들요. 먼 미래를 봤을 땐 새로운 작품을 자꾸 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장광열: 그러니까 국내에서의 지나친 클래식 발레 편식 현상이 해외 발레단의 좋은 작품들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군요.
이지현: 중요한 얘기에요. 전체적인 관객들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아직까진 연말에 <호두까기인형>만을 선호하는 정도이지요. 그것을 메꿀 만한 수요가 많아져야 하는데. 앞으로 많은 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서혜: 얼마전 끝난 잭슨 콩쿨의 금상 은상을 모두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차지했습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고 그만큼 한국의 발레가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지요. 이제는 이런 외형적인 것 못지않게 발레 쪽의 분위기도 달라져야 할듯합니다.
이지현: 특히 컨템포러리 쪽이 많이 약하지요. 이번 해외무용수들이 참여하는 이런 공연들을 많이 봐야 해요. 올해도 일곱 개의 작품이 국내초연 이잖아요.
이현준: 클래식발레만 선호해서 발전이 더디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저희가 활동하고 있는 툴사발레단의 경우도 관객들은 클래식 발레를 더 좋아 합니다. 연령층이 다양하긴 하지만 백발의 노인층도 많으시고 주로 티켓 매진되는 것은 클래식 발레에요. 무용수들을 위해서라면 계속 새로운 작품 시도를 하는 게 좋은 것 같은데,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그런 것 같아요.
김신아: 티켓이 팔리겠느냐? 이게 가장 뼈아픈 얘기이긴 합니다. 전반적으로 무용시장 자체가 확대되어야 하는 거니까 근본적인 안타까움이 있지요. 여러분들께 질문을 드리자면, 외국 나가서 활동하실 때 현지에 있는 우리 공관의 공무원들과 관계는 어떠신가요? 공연에 초대하거나 아니면 지원을 받거나 하는 면에서요.
일동: 전혀 없었습니다.
이현준: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투어를 가면 항상 대사관 쪽에서 초청 만찬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있는 곳은 작은 도시이다 보니까 한인 커뮤니티에 소속이 된다는 게 망설여지는 면도 있습니다.
김신아: 우리나라에 와 있는 대사관들이 연락해오는 것을 보면, 프랑스의 시골에 있는 조명감독이 온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대사관 담당자들을 만납니다. 내가 이러한 일로 가니 지원해 달라 알리고 요청하는 거지요. 내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무용수 본인들도 직접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우리 무용수들이 어디에 진출해있는지 파악하고 관심을 두는 것이 유기적으로 같이 가야합니다. 현지 예술가들과 친분 쌓는 것만 하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나 대사관 공무원과의 교류가 전혀 없어요. 전에 한 번은 예산이 남아돌아서 어떻게 소진해야할지 몰라 좋은 방법을 알려달라고 의뢰가 왔는데, 어디에 누가 진출해 있는지 전혀 파악이 된 바가 없어서 그때부터 조사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던 거죠. 여러분들이 먼저 자신들의 존재를 거주하는 우리 공관에 적극적으로 알려놓으면 좋겠습니다.
한서혜: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신아: 직접 찾아가는 겁니다. 그냥 가서 만나는 거지요. 공연 보러 오세요, 하고. 한 번 연락해서 안 오더라도 계속 연락하면 됩니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보면 연락할 수 있는 곳이 올라와 있습니다. 한국문화원들이 증가되는 추세이고, 한번 케이스가 만들어지면 그런 케이스가 계속 늘어나게 됩니다. 공관에서 일하는 분들이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연락하고 현지에서 뿌리내린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대사관에 알려두는 게 여러모로 좋지요. 여러분들이 활동하다가 그냥 귀국해 버리면, 현지에 뿌리내릴 수 있는 베이스가 없어지는 거지요. 일본은 베이스가 있어요. 유럽이나 미국에서 그런 베이스를 만들어두면 후발주자가 이어서 활동하는 거지요. 그 조금을 우리나라에서 하지 않고 있으니 자꾸 여러분들이 어필을 해 주는 게 좋습니다. 현지에서 지원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거나 현지 문화원에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제안을 하는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 첫 번째로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자꾸 어필을 해주세요. 지치지 말고.
이지현: 아마 선례가 없어서 잘 몰라서 실행을 못했을 거에요. 여러분들이 해외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제일 답답하거나 실질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최영규: 어딜 가더라도 자기가 하는 건 똑같기 때문에 딱히 한국에서 어떤 부분을 도와준다거나 하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아까 말씀하신 취재 등의 홍보, 그런 건 외국에서 케이스가 상당히 많습니다. 저희 발레단도 멕시코에서 온 사람이 주역을 맡았는데 취재하러 왔더군요. 그런데 그 외적인 측면에서는 무엇이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을 말해도 잘 모르고 홍보가 잘 안되어 있어서, 거기서 발레를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홍보가 많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과 유럽, 한국과 미국 거리가 상당히 머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sns가 많이 발달해있으니 국립발레단도 유튜브나 이런 걸 활용해서 홍보를 많이 하면 좋은 무용수가 많으니 알릴 수 있다고 봅니다.
장광열: 이번에 강수진씨가 대한민국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가게된 것을 독일에서 기사 일면으로 다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도 국립발레단이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지요. 2010년에 코리아 무브스(Kore-A-Moves)라는 우리나라 안무가들의 7개 작품을 한 달 동안 유럽의 주요 극장에 소개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당시 스웨덴 한국 대사관에 연락을 하니까 스웨덴 왕립발레단에 우리나라 무용수 2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더군요. 그러나 두 번째로 2013년도에 갔을 때는 현지 공관 문화 당당관이 스웨덴 왕립발레단의 우리나라 두 명 무용수와 자주 연락을 취하고 공연도 보러가곤 하면서 한국보도진들의 취재도 연결시켜주는 등 유대관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김신아 피디님 말씀대로 현지 공관과 연결되어 있으면 진출해있는 현지 기업들과 연계해 여러 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신아: 교민들은 한국을 떠났을 때의 시점에 멈춰있어서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해외 현지에서 무용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한서혜: 우리 발레단의 일본 주역무용수는 스폰서가 있습니다. 그 친구 월급은 자국에서 스폰해 주시는 분이 주니까 발레단 입장에서는 공연에 많이 세울 수밖에 없지요. 발레단이 월급을 주는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후원해주는 분을 둔 친구들이 몇 몇 있습니다.
이지현: 에이전시 역할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여러분들도 어떤 네트워킹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정보교환도 하고 의지도 하고, 대응도 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지원도 이루어지고 여러 가지 차원이 만났을 때 시너지가 나올 것 같습니다.
권세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할 때 여왕님이 점심을 초대했는데 거기에 박대통령께서 오신 겁니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걸 미리 알고 오신것 같지는 않더군요. 교민들의 분위기도 박지성 선수가 왔을 때와는 달라서… 스포츠는 잘 아는데 예술가들에 대한 교민들의 인식은 또 다른 것 같아요.

장광열: 네덜란드에서는 일종의 문화외교를 실현한 거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외교’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아요. 한국의 대통령이 독일 총리를 방문했을 때 강수진씨가 양국 정상의 만찬에 동행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문화외교를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한 거지요.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무용수들을 통한 국제교류는 이렇듯 문화외교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외교적인 감각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은 향후 더욱 중요해질테니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예술가들의 역할은 그런 점에서도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합니다.
손유희: 저는 프로생활 이외에 유학경험을 얘기하자면, 러시아의 페름에 처음 갔을 때 페름은 한국에 알려지지도 않았고. 연수하는 썸머스쿨에서 선생님들이 뽑아주셔서 가게 되었습니다. 페름에서 최초 한국학생이었어요. 놀라웠던 게 일본 학생들은 이미 10년 20년 전부터 히스토리가 쌓여있더군요. 무용수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일본에서 페름 자매학교처럼 아카데미를 만든 친구가 있는데 페름 발레학교 선생님들을 썸머스쿨에 초청해서 바가노바처럼 메소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키는 게 잘 되어있었습니다. 그게 부러우면서도 저도 이런 경험을 춤 보여주는 것 외에 전수를 해줄 수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꼭 페름 발레 아니더라도 한국인들이 먼저 밟아놓은 발판 위에 유명한 선생님들, 연락하면 당장 다리를 놓아줄 좋은 선생님들이 있는데 혼자만 할 수는 없어서 아쉬워요. 훌륭한 발레 교육법을 국내 발레계에 연결 할 수 있는 것도 우리 해외무용수들이 해 줄 수 있는 일인것 같습니다.
장광열: 2001년 첫 번째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 참가했던 허용순씨의 경우 국내 무대와 인연을 맺은 이후 발레교사로 그리고 안무가로 국내 발레계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허용순씨의 경우가 해외 무용수들을 통한 국제교류의 전형적인 모범사례라고 봅니다. 그녀는 오랜 발레단 생활에서 맺어진 인맥을 통해 외국의 좋은 무용수와 무용단들을 국내의 발레 축제나 갈라 공연에 많이 추천을 했습니다. 해외에서 축적된 훌륭한 티칭기법과 컴퍼니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쌓은 안무 감각으로 교육과 창작 모두에서 기여하고 있지요. 여러분들도 이같은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지현: 여러분들은 일단 국내무대를 떠나 세계 속으로 나갔기 때문에 무용만 하던 때는 지난 것 같아요. 워낙에 테크닉 검증은 끝난 사람들이고 관리도 하겠지만 각자 문화외교관 역할, 국내와 해외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연습도 많이 해야겠지만 반경을 넓히고 좋은 관계들 속에서 삶의 풍부한 경험이 있을 때 잘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 챙겨주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게 필요합니다.
김신아: SNS 상에라도 소통채널 만들어주면 좋겠고 지치지 않아주면 참 좋겠습니다. 일본은 자기들 자국의 불안감 때문에 적극적이지만 2007년 이스라엘 무용계가 발전한 이유도 훌륭한 외국의 아티스트들과 안무가들, 교육자들을 국내로 불러들이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의 경험과 네트워킹은 후배들이 활동하는 데에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은원: 저는 아직 선배들처럼 외국에 나간 경험은 없지만 국내의 선배들 직장동료들 또한 새로운 안무자들과 작업하길 원합니다. 다들 열정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요. 강수진단장님이 오시면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을 포함한 유럽의 안무가들이 많이 방문하게 될것 같습니다. 벌써 안무 워크숍을 마치고 가신 분들도 있구요. 강단장님의 이런 네트워킹이 발레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향후 더 많은 작품들을 춤출 수 있는 기회도 생기게 되겠지요. 그런 점에서 무용수들에게 어떤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도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장광열: 여러분들 중 몇 분은 휴가 때 오면 예술학교에서 발레 클래스도 하고 후배들에게 전수해주는 노력,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동기부여가 될 겁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시 미도리는 7월이 되면 모든 스케줄을 멈추고 본국에 돌아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만나는 School Visit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휴가 기간 짬짬이라도 여러분들이 배운 것들을 후배들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현대무용 전공 무용수들의 국내 공연 활성화 흐름도 국제교류에서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현지에서 지원금을 받아 현지 동료무용수들과 작품을 만들어 국내에서 공연을 하다든지, 국내 무용수들과 함께 새로운 작업을 한다든지, SIDance나 SPAF 등 큰 축제에 자신들의 컴퍼니와 함께 공연을 갖는 것 등이 그런 예들입니다.
이들의 이 같은 작업에 관심을 가져주고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노력이 더해지는 것도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무용수들을 지원해주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이지현: 그렇습니다. 이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무용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지요. 자신들의 예술활동의 반경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그 만큼 의욕도 더욱 넘쳐날 것입니다.
장광열: 독일에 있는 한국 무용수가 독일의 조명 디자이너나 안무가와 공동 작업할 경우 양쪽 국가의 국제교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행사 아니면 여러분들 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지요. 국내에 있는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같은 데서 여러분들을 초청하거나 아니면 여러분들이 소속된 무용단에 좋은 컨템포러리 작품이 있다면 그 안무가를 초청해서 국내무대에 올리거나 국내 무용수들을 작품 제작에 조인시키는 것도 서로 돕는 방법이 있겠지요.
이현준: 이렇게 좋은 공연에 저희가 함께 할 수 있어 좋고 영광입니다. 한국 관객들에게 춤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로서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가가 된 것 같습니다. 

 

 



장광열: 여러분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국내 무용계와 이런 교류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적극 해주면 좋겠습니다. 교육, 안무자와 관련된 것, 좋은 선생님들과의 클래스에 대해 국내에 소개해줄 수도 있고요. 좀전에 있었던 해외무용스타와 함께 하는 공연실황 영상감상회 때도 나왔지만 여러분들의 해외 진출 경험을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그 준비과정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후배들이 여러분들의 공연을 지켜보면서 “아, 나도 열심히 하면 해외로 진출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으니 여러분들의 해외에서의 활동은 여러 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공연 준비로 바쁜 일정 쪼개어 함께 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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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춤 애호가가 본 관람기

다채로운 작품 다양한 춤, 갈라공연의 묘미

김민관_아트신 편집인


 공연은 권세현(노르웨이 국립발레단)과 Jozef Varga(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Voorbij Gegaan〉로 시작되었다. 권세현의 우아함이 눈에 들어왔다. 눈썹마저 그 균형의 추를 정확하게 지정하며 단단한 균형이 뒷받침됐다. 그녀의 안정감은 Jozef Varga가 뒷받침해주는 권세현의 중심으로 집약됐으며, 권세현의 온 신체에서 구현됐다. 

 

 



 두 번째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와 이은원(국립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 파드되>는 푸른빛의 스크린을 두고, 펼쳐졌다. 이 ‘빛’이 특이한 건, 우선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초청공연>의 성격과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고 보인다. 무엇보다 ‘해외무용스타’들의 면면을 짧고 강렬하게 확인하는 한편, 그 특질과 개성을 비교적 압축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만큼, 10팀 가까이 되는 팀이 선보이는 무대는 거의 비워진 채로 유지된다. 무대 조명 등의 변화를 두는 것 이외에는 어떤 다른 무대에서의 실험이나 시도는 최소화된다.  

 국내 발레를 많이 봐온 사람이라면 아마 이은원의 모습을, 수많은 발레리나들의 중심에서 또는 그들이 무대 양옆에 하나의 포즈로 멈춘 상태에서 화려하게 그 중심을 수놓는 장면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무대 같은 경우, 완전히 비워져 있고, 그녀의 몸짓과 고난이도 테크닉은 고스란히 하나의 초점이 된다. 일종의 스크린은 이 미세한 움직임들을 넓은 광경 안에서 깔끔하고 환상적으로 비춰주는 효과가 있었다. 빛이 반사되는 빈 무대가 프로시니엄 아치에서 멀찍이 바라보던 발레를 마치 근접해서 바라보게끔 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이 공연은 각각의 해외무용스타들의 공연 자체의 미학적 완성도-이미 20~30분짜리 공연 ‘전체’를 다루기에는 시간 역시 부족하다-를 판단하기보다는, 또한 그것들의 상관성 있는 주제에 대한 미학적 탐구를 가늠하기보다는, 개별 해외무용스타 자체에 대한 환호와 격려 그 자체에 더 강세를 두게 마련이다. 관객들은 해외에서 인정받는 무용가들이 만든 상찬을 받고, 미래 어느 시점에서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게 마련이다. 

 

 



 선화학교의 임선우와 서울예고의 박지수가 따로 또 함께 선보인 무대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 <라우렌시아>가 이어졌다. 정형적인 클래식 무대인만큼 무대는 음악에 깊숙이 파묻혀 무난한 흐름으로 진행됐는데, 관객은 무엇보다 그 젊음, 한번밖에 없는 무대에서도, 삶 가운데서 한번뿐인 젊음이 오버랩되는 그 순간에 찬사를 보내는 것으로 보였다.  

 미국 Leesaar the company에 소속된 이혜린의 〈Princess Crocodile〉은 무대를 삼분의 이쯤 막으로 가림으로써 조명으로 인한 환영적 성격과 어둠의 실재적 성격을 대비시키는 한편, 나른하고도 감미로운 팝의 흐름 속에 터덜터덜 걷는다거나 몸을 단단하게 축소시키는 비정형적 형태 지음들로 실존의 몸짓과 자유로운 현대무용의 움직임들을 선사했다. 이혜린이 2부에서 선보인 〈Grass and Jackels〉는 전신에 검은 옷을 입고 큰 눈썹을 얼굴에 그린 가운데, 고정되지 않고 빠르게 몸을 펼치며 의외성의 흐름과 형태를 가져가며 한층 더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냈다. 마치 하나의 색이자 하나의 선으로 상정되는 신체의 빠르고도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은 그 눈썹이 가리키는 하나의 측량 불가능한 다양한 얼굴 표정으로 압축될 수 있어 보였다.
 이어, 애매모호한 무용단의 〈Rhythm of human〉의 무대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하는 등 재기발랄한 몸짓들로 관객석의 긴장을 한층 더 해소시켰다. 클래식(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0번)의 독특한 전유가 특징인 이들의 무대는, 특히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하는 제스처들이 현악기가 갖는 강세와 순간순간 동기화되는 동시에, 안무가 김보람부터 무용수 하나같이 장착한 ‘선글라스’가 그와 함께 강조됨으로써 개성 있는 현대인의 한 전형, 그리고 그로부터의 독특한 움직임을 탄생시켰다. 곧 어떤 움직임과 그 본질을 알 수 없는, 그러나 명확한 캐릭터들로 주의를 끌게 되는 것이다.
 인터미션 이후 2부에서, 조주현 댄스 컴퍼니의 〈D-Holic〉은 여러 다양한 몸짓을 구가하는 남녀 무용수들의 자유로운 비정형의 몸짓 테크닉을 분절하고 겹쳐 전체적으로 화려한 무대의 변전에 강세를 둔 작품으로, “붕~”하는 사운드에 맞춰 빠르게 휘젓는 팔로써 착시와 잔상을 안겼다. 

 

 



 권세현과 Jozef Varga의 두 번째 무대, 〈Minos Duet〉은 아름답고도 쨍한 피아노 건반을 따라 선명하고도 정서적인 포즈들로 무대를 서서히 쌓아나가는 작품이었는데, 권세현의 춤 감각은 약간의 더딤과 느림이 섞여 왠지 모를 동양적인 무엇이 있었고, 대조적으로 그 신체적 조건은 매우 단단해 보였다.  

 미국 툴사발레단의, 이현준과 손유희의 1부 마지막에 선보인 <에스메랄다> 그랑 파드되가 안정감 있고 나무랄 데 없는 무대였다면, 2부에서 선보인 〈Extremely Close〉의 마지막 듀엣 부분은 밀접한 두 연인 사이의 관계가 서정적으로 펼쳐지는 무대로, 손유희가 이현준의 턱을 물 듯 접촉해 온 몸을 의지하는 장면은 꽤 강렬한 순간이었다. 

 

 



 미국 보스턴발레단의, 한서혜와 Lasha Khozashvili의 두 번째 무대인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에서 놀라운 건 Lasha Khozashvili의 연속 회전에서 선보인 엄청난 가벼움과 경쾌한 점프의 능력이었다. 단단하게 땅을 박치는 것보다 공중에 체류하는 것이 한결 더 편안함을 주는, 날아갈 듯한 포즈는 거의 경이로움에 가까웠고, 관객들은 박수 칠 타이밍마저 약간 놓칠 정도였다. 한서혜와 Lasha Khozashvili는 1부에서 선보인 〈Niris〉는 클래식 발레의 <돈키호테>에 비한다면, 모던 발레, 컨템퍼러리 발레에 가까웠다. 두 다른 무대에서 한서혜의 자신감 있는 표정은 세련된 현대의 감정선을 이야기하는 데 조금 더 능숙해 보이는 일면이 있었다.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의 피날레인 커튼콜은 각각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섞여 끝없는 물결로 뒤에서부터 앞으로 나와 관객의 환호를 맞게 된다. 그 환호는 각각의 팀 내지 무용수를 응원하는 관객들이 섞여 하나로 재기 힘들 정도며, 무대 너머 해외에서 활동해 온 무용수들에게는 어쩌면 조국이라는 상상적 개념이 강하게 자리 잡으며 자신을 환영하는 감동의 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은 해외에서의 그들의 활동을 독려하는 것 이상으로, 다시 우리의 무대에 서게 될 날에 대해 기약하는, 곧 그들의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다시 호출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에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양한 무용수들의 작품의 색채를 집약적으로 또 한 데서 볼 수 있는 점에서 큰 만족감을 주는 자리라 생각된다. 

2014. 08.
사진제공_최시내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