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국립극장 신임 극장장 취임
국립무용단 도약의 새 길 열어야
김채현_<춤웹진> 편집장

국립극장의 신임 김철호 극장장이 10월 취임하였다. 새 극장장은 취임사에서 국립극장의 역사를 계승해서 전통예술을 동시대 예술로 승화시켜 나가고 세계로 향하는 국립극장의 새 도약과 더불어,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에 기여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립극장은 한국의 대표 공공 극장으로서 상징성이 크고,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전속단체로 있어 공연 활동 면에서도 그 상징성이 이어진다. 신임 극장장의 취임을 계기로 공연예술계는 그가 천명한 바를 내실있게 추진함으로써 국립극장의 상징성이 다져지기를 기대할 것이다.
 취임사에서 전통예술을 동시대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과 국립극장이 세계로 향해 새로이 도약하는 작업을 과제로 밝힌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특히 춤 분야에서 전통예술을 동시대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은 오랜 기간 국립무용단뿐 아니라 한국무용 계열 공공 무용단(사실상 대다수의 공공 무용단)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터여서, 신임 극장장이 국립극장 단위로 이들 과제의 실현을 위해 어떤 방안을 제시할지는 앞으로 주시할 바이고 또한 과제들은 순조롭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수십년 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들 과제의 실현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더욱이 장르가 다른 전속단체마다 그간의 성과가 다르기 때문에 향후 과제의 실현 방안이 일률적으로 동일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춤 분야로 그 범위를 좁혀 생각하면, 국립무용단(과 공공 무용단)의 당면 과제로서 1) 창작력 제고와 2)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단체 운영의 쇄신이 시급한 과제로 들어진다. 이는 3년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전국의 공공 무용단의 실태를 춤 분야 전문인 여론 조사와 병행해서 진단한 결과가 뒷받침한다. 향후에 국립극장이 과제의 실현 방안을 도출함에 있어 당시 조사 결과도 참조될 만하다.
 국립극장은 2000년에 책임운영기관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이번 극장장의 공모 또한 적격자 즉 책임운영기관장을 공직 외부에서 선발하는 공고안에 준해 진행되었다. 책임운영기관제는 기관장에게 내부 인사 및 예산 집행에서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되 그 사업성을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이다. 국립극장의 경우 사업성은 관객수, 객석점유율, 자체 수입비율에 좌우되기 마련이어서 예술성보다는 계량적 성과에 치중하는 폐단이 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임 극장장이 2012년 단행한 레퍼토리시즌제가 이후 객석점유율과 레퍼토리 개발에서 일정한 성과를 낳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5년 남짓 진행된 레퍼토리시즌제의 성과를 보여주는 수치로서, 국립극장의 유료 점유율이 이 기간에 43%에서 62%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료 점유율은 극장의 공연작에 대한 호응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유료 점유율 상승세를 타던 2016년 국립극장 전속 단체는, 국립극장 연보에 따르면, 국내외 공연에서 19억원(국내 13억 6천만원)의 세입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에 극장 기획 공연에서 16억원 남짓, 대관공연에서 7억원 남짓, 공동 주최 공연에서 2억원 가까운 세입 등 모두 44억원 남짓의 세입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지표는 국립극장이 지난 몇 해 사이 주어진 여건에서 기울인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다만 2016년 국립극장의 세출은 368억원으로서, 300억원이 넘는 적자분은 공공 자금으로 보전되었을 것이다.
 계량적 지표가 극장의 성과를 평가할 절대적 기준이 아니고 그래서도 아니 되지만, 극장을 일정 측면에서 진단해볼 일종의 잣대는 됨직하다. 레퍼토리시즌제의 성과로 유료 점유율의 증가가 내세워지는 것도 이 때문이며, 일반적으로 극장의 경영 수지는 이전의 성과 평가뿐 아니라 향후 방향 설정에서도 참고가 되기 마련이다.
 국내에서 여러 산하 단체를 갖춘 세종문화회관은 2017년 507억원의 수입(공연 수입 45억여원, 전시기획사업수입 5.5억여원, 대관수입 36.3억원, 임대수입 43.3억원, 식음료사업수익 95.5억여원, 서울시출연금수입 262.6억여원 등)과 약 475억원의 지출이 있었다. 국립발레단의 경우 2017년 자체수입 38억원, 국고 보조금 85.6억원의 수입과 123.8억원의 지출이 있었다.
 덧붙여 해외 사례를 보면, 뉴욕시티발레단은 2017년 상반기까지 1년간 공연 수입 3782만달러(432억원) 등 전체 수입이 7283만달러(832억원)였고, 지출이 8500만달러 남짓(971억원)에다 뉴욕시 보조금(27억원), 후원금(308억원)이 있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경우 2016년에 8700만달러(994억원)의 공연 수입을 포함 1억5360만달러(1747억원)의 전체 수입과 2억9430만달러(3361억원)의 지출에다 1억4050만달러(1604억원)의 후원금이 있었다. 이외에도 2016년에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는 공연 수입 2510만달러(287억원)와 후원금 수입 2309만달러(264억원),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은 공연 수입 2250만달러(257억원) 포함 전체 수입 2536만달러(290억원)와 후원금 수입 2053만달러(234억원)를 기록하였다.
 이상의 수치들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여겨질지 모르겠으나, 이보다는 해외 사례들에 비추어 국립극장의 객석 유료 점유율이 더 향상될 소지가 있어 보이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 물론 그 장르들이 발레와 오페라이고 공연예술이 활발한 미국의 사례들이라는 점 등을 간과해선 안 된다. 또한 공연 풍토, 후원 관행, 국민 소득, 경제 규모 등 다양한 편차를 헤아리더라도, 공연 활동과 직결된 공연 수입 규모, 후원금 수입 비중은 향후 국립극장 운영에서 다각적으로 고려해볼 바를 시사한다.
 알다시피, 공공 극장과 공공 무용단은 이른바 시장 실패에 노출되는 공연 예술을 공공 차원에서 보전하기 위해 설립된다. 공공 극장과 공공 무용단은 상업적 공연물이 도외시하거나 상업적 공연물에 잠식당하기 쉬운 예술성과 작품성을 시장에서 공공의 공중에게 전달하는 소임을 갖는 것이다. 국립극장과 국립무용단은 이런 소임을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특수성이 있다. 해외 사례들은 고전이나 전통에 기반을 둔 예술과 경영의 조화가 시장에서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한다.
 2020년 국립극장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신임 국립극장장은 전통의 가치, 동시대의 예술, 오늘의 관객, 이 셋을 하나로 융합하는 국립극장의 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런 선상에서 국립무용단의 향후 진로 또한 새롭게 모색될 것이다. 앞서 언급되었듯 국립무용단의 당면 과제는 창작력 제고와 단체 운영의 쇄신, 두 가지로 요약된다. 순환논법처럼 연결되는 이 두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국립무용단은 도약의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립극장이 예술성과 공공성 그리고 경영 성과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그만한 시일도 소요될 테지만 신임 극장장 시기에 그 기틀이 놓이기 바란다.

김채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춤웹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를 비롯 다수의 논문,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다.
2018.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