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구

한국춤비평가협회 선정 2022 춤비평논저상 - 우수논문
댄스 리터러시에 있어 비판적 문화읽기의 중요성과 무용교육 사례에 관한 고찰
김수인

Ⅰ. 들어가는 글
Ⅱ. 확장된 리터러시 개념에 기여하는 문화연구
Ⅲ. 비판적 댄스 리터러시를 위한 무용 수업
Ⅳ. 나가는 글
참고문헌
Abstract


I. 들어가는 글

 리터러시란 언어의 문자기호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the ability to read and write)으로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문해력 혹은 문식성이라고 한다 (Oxford Language, s.v. literacy).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세기 산업사회에 이르러 활자화된 인쇄물이 대중적으로 유통되던 시기로(윤현미, 2006, p. 46; 김유진, 2016, p. 84), 그 중심에는 문자언어의 해독과 이용이 있다. 이러한 리터러시의 개념은 1980년대 이래로 점차 확장되어 실제 사회 속에서 의사소통을 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하게 되었다.
 무용학 분야에서 20세기 중후반에는 문자언어에 대응하는 추상적 기호를 가지고 춤을 기록하고 읽어내는 기보법에 집중하면서 무용의 리터러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 국내 학자 임수진(2015 b)이 “전통적 개념의 댄스 리터러시”라고 부르는 무용보 관점의 리터러시는 당시 무용의 학문화를 경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무용의 리터러시를 움직임의 리터러시에 집중하면서 나타났다 (김수인, 2013, p. 5). 이후 일반적인 리터러시 개념의 확장과 일맥상통하여 무용에서의 리터러시 개념도 변화하는데, 특히 2000년대 이후로 폭넓은 범위의 무용 이해와 소양을 포괄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문화예술교육으로써의 무용교육의 맥락에서 댄스 리터러시를 무용교육의 목표이자 가치로 삼는 연구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최의창, 2011; 문영, 2012; 서예원, 조은숙, 문영, 김윤진, 2013; 임수진, 2015, 2020; 임수진, 문영, 2017, 2021; 김현정, 2019). 또한 무용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미디어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인간 삶의 주요 요소로 등장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와 디지털 리터러시 등의 용어가 무용연구에서도 빈번하게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김유경, 2020; 신상미, 2015, 2017; 고현정, 2018, 2021; Risner & Anderson, 2008; Lehoux, 2013.).
 본 연구는 이러한 리터러시 개념의 확장을 바탕으로 하는 일련의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포스트이론들의 영향, 즉 문화현상을 텍스트로 바라보는 관점 및 리터러시에 작용하는 맥락, 정체성, 권력 기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강조가 무용에 대한 비판적 읽기를 요구하지만, 그러한 비판적 독해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데 문제의식을 가진다. 미국에서 시작된 비판적 무용학(critical dance studies)은 포스트 이론들 및 문화연구의 비판적 성찰성을 적용하여 무용의 의미가 사회적, 문화적으로 구성되는 방식을 논의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무용학자 수잔 리 포스터(Susan Leigh Foster)의 『무용 읽기: 미국 컨템포러리 댄스에 나타난 몸들과 주체들, Reading Dancing: Bodies and Subjects in Contemporary American Dance』(1986)이나 신시아 노박(Cynthia Novack)의 「춤을 문화로써 바라보기, Looking at Movement as Culture: Contact Improvisation to Disco」(1988)는 이 분야의 고전적인 연구사례이다. 이들의 제목이 나타내듯이 읽기와 보기 혹은 리터러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구성되는 다양한 방식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비판적 무용 읽기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무용학 경향과 일치하는 것은 국내 연구 중 한혜리(2007, 2015)의 연구가 있다. 그는 무용읽기를 무용연구(dance studies)와 동일시하면서 “무용의 위치에 대한 literacy”를 언급한다 (2015, p. 55). 또한 텍스트로써의 무용을 읽는다는 것을 “은폐된 체제를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무용과 세계와의 관계(net-work)에서 작용하는 의미들을 읽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2015, p. 66). 이러한 심층적인 “무용읽기”는 필수적으로 여러 학문에 걸친 배경 지식을 요구하여 이는 인류학, 사회학, 기호학 등이 동원되는 문화읽기의 간학문적 특성을 동일하게 드러낸다 (한혜리, 2007, p. 6). 따라서 무용읽기 능력은 무용학습만이 아닌 “일반 교육으로도 향상될 수 있어야”(p. 5)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댄스 리터러시를 무용교육의 결과물로 본다는 관점과는 상이하다.
 리터러시라는 용어가 오늘날 광범위하게 이해되어 “무언가를 할 줄 아는 능력”으로 재해석된다고 하지만(김지숙, 2014), 일반적인 능력이나 역량(ability, capacity, competence)과는 달리 리터러시라고 부를 때는 그 대상과 방법이 얼마나 확장되든지 간에 읽고 쓰기라는 의미와 조금 더 밀접하게 결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전부터 무용의 이해, 감상, 해석, 비평, 분석, 활용 및 창작 등등 관련된 분야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던 것을 표현만 바꾸어서 지칭하는 것처럼 오해될 위험이 있다. 무용의 무엇을 읽고 쓸 것인가, 누가 왜 무용을 읽고 쓸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읽고 쓰기에서 춤추기는 어떤 위치(기의 혹은 기표)에 있는가 등이 조금 더 선명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개념 확장의 배경이 된 포스트 이론들의 비판적 성격을 반영하여 읽고 쓰는 자의 목적과 맥락, 입장 등이 모두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비판적 문화 독해의 주요 논점과 방법론을 알아야 하며, 이는 간학문적 혹은 학제적 접근을 할 때 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다룬다. 먼저 댄스 리터러시에서 비판적 문화연구는 왜 그리고 어떻게 중요한가? 또한 (고등교육인 대학에서) 댄스 리터러시를 위한 무용교육은 어떻게 비판적 무용 읽기와 쓰기를 독려/추구할 수 있는가?
 먼저 II장에서 비판적 문화연구와 비판적 무용학 연구 사례를 고찰하여, 이러한 연구 경향이 확장된 리터러시 개념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음을 논의한다. 방대한 문화연구와 무용학 문화연구의 주요 이론적 토대들 중 리터러시와 관련된 세 가지 논점에 초점을 맞추어 의미의 구성적 특성, 독해의 다양한 가능성, 그리고 힘의 관계에 대한 주목을 조명한다. 이어서 이러한 논점들이 비판적 무용학 연구에서 적용되는 사례들을 논의한다. 이를 통해 확장된 리터러시 개념이 비단 무용교육 뿐 아니라 극장무용에 대한 분석 뿐 아니라 인류학적 무용 연구나 무용사 속 무용의 읽기와 쓰기에서 비판성과 성찰성을 주요 연구 동력으로 삼고 있음을 강조한다.
 III장에서는 세 가지 춤 현상 혹은 춤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수업활동과 기법을 제안한다. 특히 교육에 있어 비판적 리터러시 교육을 주창하는 맥로린과 드부그드(McLaughlin & DeVoogd, 2004)를 비롯한 일련의 학자들이 제안하는 수업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댄스 리터러시의 개념을 논의할 때 거론되는 비판적 해독과 성찰성, 그리고 사회문화적 영향관계들이 무용의 창의성과 예술성 교육의 목표에 밀려 주변화되어 버리거나 하위 구성요소 중 하나로 다루어지지 않도록 강조한다. 이로써 춤 텍스트를 숙달되어야 할 지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특정한 관점은 대변하고 다른 관점은 묵인하고 있음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본 연구는 확장된 개념으로써의 댄스 리터러시는 읽기와 쓰기의 모든 과정에 비판적 성찰성을 더 민감하게 다루어야 하며, 주변화되거나 하위 구성요소 중 하나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제안한다.


II. 확장된 리터러시 개념에 기여하는 문화연구

 많은 선행연구들은 댄스 리터러시의 개념을 논의할 때 비판적 해독과 성찰성, 그리고 사회문화적 영향관계를 중요한 요소로 언급한다 (문영, 2012, p. 61; 이민희, 2016, p. 103; 신상미, 2015, p. 30; 임수진, 2015b, p. 128; 신은경, 2017, p. 16; 고현정, 2019, p. 97). 특히 최의창의 「댄스 리터러시 혹은 무용소양」(2011)은 확장된 리터러시 개념에 대해 “포스트모던적 관점”에서 문화예술을 텍스트로 바라보면서 그 의미가 고정된 것이 아닌 “당사자의 주관성과 개인성의 적극적 관여를 통하여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고 발견”된다는 점을 기초로 한다고 지적한다(p. 150). 문화예술을 텍스트로 바라볼 수 있게 제시한 기호학과 의미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제시한 언어학 등은 의미의 의사소통에 있어 문자나 기호의 구조 자체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맥락에 대한 지식으로 연구관심을 전환시켰는데 이는 리터러시의 개념이 문자언어에 국한된 것으로부터 사회문화현상에 관련된 확장된 개념으로 변화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확장된 댄스 리터러시 개념을 지탱하는 문화연구의 주요 이론과 개념들에 대해 논의하여 확장된 리터러시 개념에서 비판성과 성찰성이 왜 핵심적인지를 지적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다음으로 이러한 포스트 이론들과 문화연구의 강한 영향으로 등장한 비판적 무용학 중 무용읽기와 쓰기에서 비판성과 성찰성을 중심으로 한 연구 사례를 논의한다.

1. 문화연구의 이론적 틀과 리터러시 개념에 관련된 영향
 읽고 쓰는 능력인 리터러시는 “의미”라는 것을 둘러싼 활동이다. 문화연구는 우리의 삶을 둘러싼 현상에서 의미라는 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탐구하기 때문에 문화예술 텍스트로 확장된 리터러시 개념에서 주요한 위치에 있다. 문화연구라는 분야는 “문화”가 그렇듯이 너무나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세 가지 논점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본다. 즉 문화연구의 주요 이론적 토대들이 논의하는 의미의 구성적 특성, 독해의 다양한 가능성, 그리고 힘의 관계에 대한 주목이다.
 먼저 의미의 구성적 특성은 언어학에서부터 논의되었다. 스위스 출신 언어학자인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의 이론은 무엇이 언어에 의미를 부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고자 한다. “의미 연구에 있어서 절대적 질서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미는 그 본질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 사이의 관계와 구조 속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말과 같이 언어의 의미란 임의적(arbitrary)으로 구성된 것임을 주장한다. 다만 소쉬르에게 있어 의미의 결정에 중요한 것은 언어의 구조와 체계인 랑그(langue)로 화자의 개인성과 주관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후 미국의 기호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는 기호가 누군가에게 해석되는 어떤 것이라고 하면서 해석의 문제, 해석을 하는 주체의 문제를 중요하게 논의한다. 이때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란 고정된 것을 발견해내는 것이 아니라 해석의 주체가 의미를 생성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게 된다. 이와 같은 의미의 구성적 특성에 관한 관점은 문화인류학에서 “재현의 위기”(crisis of representation)라는 개념용어로 이어져, 학자가 대상 문화를 바라보고, 읽어내고, 그것에 대해 쓰면서 지식을 생산하는 방식이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읽고 쓰는 주체의 선택적 과정이라는 점을 조명한다 (Marcus & Fischer 저, 유인철 역, 2005). 따라서 사회적 현실을 그대로 묘사 혹은 재현한다는 관념 혹은 리터러시의 대상과 리터러시의 결과물 사이에 자연적이고 당위적인 관계가 있다는 관념은 거부되게 된다.
 다음으로 독해의 다양한 가능성은 이러한 의미의 구성적 특성과 리터러시를 행하는 주체에 대한 강조로부터 연결된다. 이는 텍스트의 의미가 저자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지며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움베르트 에코(Umberto Eco)와 같은 학자들은 저자의 특권 위치를 부인하고 독자에게 의미 생산의 역할을 나누어준다 (Foucault, 1969; Barthes, 1967; Eco, 1976). 예를 들어 바르트의 경우 그의 유명한 저서인 『신화, Mythologies』(1957)에서 프랑스 국기에 경례하는 흑인 소년의 사진을 잡지표지이미지로 쓴 현상에 대해서 독자들의 독해가 적어도 3가지 다른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독자가 처한 입장과 배경지식에 영향을 받는다. 매체는 기표인 이미지와 기의 간의 관계를 ‘자연스러운’ 것 혹은 ‘당연한 사실’처럼 여겨지게 만들지만, 이때 바르트는 4번째 독해, 즉 그러한 그 ‘자연스러움’과 ‘당연한 사실’로 만드는 기제를 파헤치는 학자의 독해를 거론한다. 그는 이러한 학자의 관점을 ‘구조 기술 structural description’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설명한다(Storey 저, 박만준 역, 2012, p. 223). 네 가지 방식의 독해가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읽기라고 한다면 마지막 구조 기술은 쓰기 행위에 해당한다. 읽기와 쓰기 모두 해석주체의 입장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한편 미디어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의 경우 의미라는 것은 텍스트 생산자의 약호화(encoding)와 수용자의 해독(decoding)으로 이루어진다. 생산자는 그가 선호하는 의미를 의도할 수 있으나, 수요자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독한다. 홀은 4가지 입장의 해독을 제시하는데, 지배적 헤게모니적 입장, 대립적 입장, 교섭적 입장, 일탈적 입장이 그것이다 (Alexander 저, 최샛별 역, 2010, pp. 353-354). 이들의 논의는 고정되지 않은 의미 읽기와 쓰기 과정을 지시하며 열린 독해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입장과 관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제시한다.
 의미의 구성적 특성과 다양한 독해 가능성에 대한 이해는 문화적 텍스트가 어떻게 의미를 조직하며, 수용자에게 어떤 의미로 수용되는가를 질문할 수 있게 해준다. 이때 ‘어떻게’의 차원에서 주목되는 것이 힘의 관계이다. 문화예술 텍스트가 의미를 구성하고 해독되는 데에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들을 통제하는 문화적 코드와 관습의 역할이 있다. 바르트, 푸코와 루이 알뤼세르(Louis Althusser) 등의 학자들은 그러한 코드를 일컬어 신화, 담론, 혹은 이데올로기라고 부르며 사회권력과의 관계성을 강조한다(Storey 저, 박만준 역, 2012, pp. 136-150). 문화적 텍스트를 읽어내고 그것에 대해 쓰는 것은 읽기와 쓰기의 대상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어떤 것과 연관 지을 것인가, 어떻게 그것을 표출할 것인가 등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선택이 일어나는 행위이다. 각 선택에 작용하는 문화적 코드와 관습은 일정한 가능성과 동시에 제약을 부여한다. 무엇이 되고 안 되고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권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문화적 텍스트를 읽어내는 일은 그러한 힘의 관계를 마주하는 일이 된다. 문화예술 텍스트에 구현된 힘의 관계를 그대로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그 속에서 저항과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인가는 텍스트의 수용자 뿐 아니라 생산자도 여지를 다투어볼 수 있는 영역이다.
 이와 같이 문화연구의 주요 이론적 토대들이 지적하는 의미의 구성적 특성, 독해의 다양한 가능성, 그리고 힘의 관계에 대한 주목은 리터러시, 특히 확장된 개념의 리터러시를 지탱하는 주요한 논점들이다. 읽는다는 것과 쓴다는 것은 단순히 의미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미를 생산하는 행위이다. 때문에 텍스트에 작동하는 힘의 관계와 의미를 주조하는 주체에 대해 비판적으로 그리고 성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2. 성찰적, 비판적 무용 읽기 사례
 무용을 포함한 문화예술 현상을 텍스트로 인식한다는 접근법은 춤과 몸에 대한 의미 역시 사회적으로 약호화된 담론적 실천 속에서 구성된다는 관점을 견지한다. 춤과 몸에 있어서 이점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오랫동안 춤과 몸은 “자연스런” 신체적, 물리적 조건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인간 경험의 원초적 차원을 표현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김현정, 2006, p. 79). 이러한 오래된 관념에서 춤을 읽고 쓴다는 것 혹은 댄스 리터러시를 발휘한다는 것은 단선적인 과정이다. 춤추는 몸이 담지하는 의미는 순수하고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춤 의미의 구성적 본성을 인식하는 관점에서는 춤의 의미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의미 발생에 관련된 주체의 본성은 무엇인지를 질문할 수 있다.
 포스트 이론들과 문화연구의 강한 영향으로 등장한 비판적 무용학 경향에서는 무용의 읽기와 쓰기에서 의미의 구성적 본성, 다양한 독해의 가능성,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용하는 힘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많은 연구들이 나타났다. 이 연구들은 극장무용에 대한 분석 뿐 아니라 인류학적 무용 연구나 무용 교육, 그리고 무용사에 있어서도 춤 읽고 쓰기의 복잡한 역동성을 드러낸다.
 먼저 수잔 리 포스터의 저서 『무용 읽기』(1986)는 비판적 무용학 경향을 선도한 저술로서, 춤을 텍스트로 보고 그것을 읽고 쓴다는 점을 전면에 부각시킨 연구이다. 바르트, 푸코, 그리고 헤이든 화이트(Hayden White)와 같은 문학·문화비평가들의 연구를 참조하여 미국의 컨템포러리 댄스를 중심으로 한 극장무용을 분석하는 포스터는 춤 이미지를 후기구조주의적 관점에서 기호로 다룬다(Foster, 1986, p. xix; Auslander, 1988, p. 8). 그는 소쉬르의 논의에서 기표와 기의 사이의 의미관계가 임의적인 것처럼 춤 기표와 춤 기의 사이에 자연스러운 연관관계라는 것은 없으며, 춤의 의미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개의 챕터의 제목이 「무용 읽기, Reading Dance」, 「안무 읽기, Reading Choreography」, 그리고 「무용의 역사 읽기, Reading in Dance’s History」인 한편 마지막 4번째 챕터가 「춤추기 쓰기, Writing Dancing」인데, 여기서는 관객이 춤을 읽어내는 것을 넘어 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춤을 쓰는 역할을 하게 됨을 논의한다. 이러한 포스터의 논의는 춤 의미의 구성적 본성에 대한 관점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춤 의미 읽기와 쓰기 과정을 역동적인 것으로 제시한다.
 다음으로 무용인류학 분야에서 춤 읽기와 쓰기는 앞서 언급한 “재현의 위기”에 대한 지적과 함께 크게 변화하였으며, 타 문화와 자문화의 춤을 읽고 쓴다는 행위를 복잡성을 드러내는데 주력하는 수많은 연구가 발표되었다. 그 중 에드리언 케플러(Adrienne Kaeppler)의 「하와이안 댄스의 가시적 그리고 비가시적 측면, Visible and Invisible in Hawaiian Dance」은 언어학에서 성립된 언어능력(competence)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각자의 능력에 따라 다양한 독해가 가능함을 시사한다(Kaeppler, 1995, p. 41).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에 의해 처음 제안된 능력(competence)은 언어적 능력(linguistic competence)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문법적·언어적 지식에 국한되는 한편, 이후 델 하임즈(Dell Hymes)는 이를 발전시켜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을 주장하여 의사소통에 필요한 모든 문화적 능력을 일컬었다(Duranti, 2001, pp. 17-18). 의사소통에서 유통되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단지 단어와 문장에만이 아니라 행위, 상황, 사건까지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사소통능력 이론을 수용한 케플러는 춤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움직임 자체 뿐 아니라 움직임의 관습과 공유된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능력이 없다면 춤에서 비가시적으로 전달되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시적으로 보이는 측면의 의미마저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케플러의 논의는 춤을 보고 이해하는 것 혹은 독해가 단선적인 과정이 아닌 춤을 둘러싼 행위, 상황, 사건이 연루되는 다층적인 활동임을 시사한다.
 무용 교육 분야에서도 춤 읽기와 쓰기의 복잡성과 역동성은 강조되며, 특히 인종과 젠더 차원에서 많은 연구와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 중 이라나 모르겐(Ilana Morgan)의 「이 춤에서 권한강화가 있어? 너는 이 춤을 사랑해?: 온라인에서 교수자와 학생이 함께 (Empowerment in This Dance? You Love This Dance?: Instructor and Student Together Online)」는 교수자인 자신과 학생들의 상이한 춤 읽기를 관찰하며 그 의미를 탐색한다. 모르겐은 상업적 스크린에서 하이퍼-섹시한 춤을 전시하는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 춤에 열광하는 학생들의 읽기와 충돌하는 기존 페미니스트 이론을 보면서 이것이 오늘날 무용 페다고지에 의미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다고 제시한다. 모르겐은 학생들의 읽기가 상업적 미디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관점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탐지하며 그들이 보는 것을 보고자 노력한다. 그에 의하면, 21세기 학생들의 온라인 팝문화 맥락은 기성세대와 달리 정체성을 가지고 놀이하는 경향을 가지며, 포스터의 용어를 빌리자면 “업로드/다운로드가 가능한 정체성”을 가진다(Foster, 2008: Morgan, 2011, p. 123에서 재인용). 모르겐의 연구는 리터러시 주체의 상이한 배경에 따라 이루어지는 다양한 독해를 시사하는 동시에, 무용교육에서 교수자와 학생 간의 불일치하는 읽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힘의 관계는 이 모든 연구들에서 분석의 기초를 제공한다. 포스터의 『무용 읽기』에서는 춤과 몸을 바라보는 관점들 사이의 헤게모니 다툼을, 케플러의 「하와이안 댄스」에서는 권위 있는 백인 학자들이 타 문화의 원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을, 모르겐의 「이 춤에서」는 교수자와 학생 사이 뿐 아니라 상업적 대중매체에서 작용하는 힘의 관계를 조명한다. 이 힘의 관계는 정치적, 군사적 힘에서부터 이데올로기나 정상성 같은 추상적 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무용 연구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의 근대 춤 역사가 당시의 사회적 격변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탐색하면서 국가 간 분쟁과 문화적 제국주의 및 근대화의 동력이 춤의 의미를 직조하는 방식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간행되었다. 그 중 난 마(Nan Ma)의 「갈등하는 승려, The Conflicted Monk」(2020)는 16세기 후반 중국 명나라 시대 작품인 신앙과 속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승려의 이야기가 20세기 중국과 일본 신무용에서 재창작되면서 변화하는 안무와 그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Nan Ma, 2020, pp. 60-77). 매란방(梅蘭芳)이 1910년대에 이 작품을 재창작했을 때, 「사범」(세속을 그리워함)은 당시 중국의 신문화운동의 상황에서 봉건주의에 반대하는 현대적 자유와 개인 해방의 의미를 전달했다. 1921년 일본의 후지카게 시주(藤蔭靜枝)가 이 작품을 재창작했을 때는 러일전쟁 후 전개된 일본의 민족주의적 신무용 운동을 배경으로 하여, 일본의 전통무용의 형식적, 주제적 틀을 벗어난 동시에 전통적 여성상으로부터 해방된 개인의 자유와 특히 독립적 여성 예술가의 정체성이라는 의미를 구축했다. 이것이 다시 중국에서 오효방(吳曉邦)에 의해 1942년 재창작되었을 때는 2차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의 한복판에서 경극과 같은 중국 전통적 극형식에 반대하면서 “새로움”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서양에서 기원한 “권위 있는 정통의” 현대성을 강조해야 했다. 난 마는 이 작품의 이러한 이동과 변화를 고찰하면서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복잡성이 춤에 있어 “새로운,” “민족적,” “현대적,” “외래의,” 그리고 “전통적”이라는 의미를 구성하는 역동적 과정을 논의한다.
 이상과 같이 비판적 무용학의 무용 읽기는 춤 의미의 구성적 본성, 다양한 독해의 가능성, 그리고 힘의 관계에 대한 주목을 기초로 하여 다양한 춤 현상들을 읽어낸다. 더불어 이러한 비판적 읽기를 써 내는 방식에도 각별한 주의를 드러내는데 이는 쓰기 과정 또한 쓰는 자의 배경과 정체성의 산물이라는, 즉 지식과 권력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드러내는 푸코 등의 포스트모더니스트 담론을 참조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읽고 쓰는 주체의 주관성을 성찰하는 과정이 읽고 쓰기, 즉 리터러시의 과정과 분리되지 않는다. 요컨대 무용을 텍스트로 바라보겠다는 관점은 비판성과 성찰성을 그 중심에 놓고 있으며, 이는 읽기와 쓰기 전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휘되어야 하는 특성이다.


III. 비판적 댄스 리터러시를 위한 무용 수업

 댄스 리터러시의 개념을 논의할 때 거론되는 비판적 해독과 성찰성, 그리고 사회문화적 영향관계들은 종종 무용의 창의성과 예술성 교육의 목표에 밀려 주변화되어 버리거나 하위 구성요소 중 하나로 다루어진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 비판적 리터러시를 지지하는 대표적 학자들인 파울루 프레이리(Paulo Freire)나 앙리 지루(Henry Giroux)등은 리터러시의 개념이 의미가 있으려면 힘의 관계에 대한 맥락과 함께 분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Freire, 1987, p. 142: 한지윤, 2013, p. 7에서 재인용). 전통적 교육이 지식에 숙달되도록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을 중심으로 했다면, 비판적 리터러시 교육은 지식과 텍스트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를 춤 교육에 대응시켜 본다면, 춤 텍스트들이 “어떤 특정한 관점을 대변하고 있으며 다른 관점들은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한지윤, 2013, p.10)을 분석할 수 있는 비판적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수업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기존의 무용 교육이 수행했던 무용 기능과 기법 혹은 도구적 미디어 기술에 숙달되는 것에 치중할 수 있다. 맥로린과 드부그드(McLaughlin & DeVoogd, 2004) 및 커닝햄(Cunningham, 2009)이 제시하는 비판적 리터러시 교육 기법은 문제제기식 질문(problem posing questions)을 포함하여 학생들의 사고력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리터러시 교육 기법들을 활용하여 무용교육, 특히 대학 이상 고등교육에서 학생들이 일차원적인 내용 파악에 그치거나 수동적으로 해석을 하는 대신 춤 텍스트 속 여러 층위의 의미생성 요소를 파악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세 가지 춤 현상 혹은 춤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수업활동과 기법을 제안한다.
 이를 비교·정리하면 <표 1>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리터러시의 핵심적 내용을 중심으로 각 수업을 구성하는 춤 읽기와 춤 쓰기 활동의 내용, 그 활동들에서 비판적 능력 함양에 기여하는 이론과 핵심 개념 용어, 그리고 비판적 리터러시 수업 기법들을 제시한다. 여기서 춤추기, 즉 무용실습은 읽기와 쓰기 영역에 모두 해당하는데, 춤은 읽기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쓰는 표현물이 되기 때문이다.




 



1. 하와이안 훌라 댄스
 하와이안 훌라 댄스는 전 세계적으로 하와이의 고유한 전통춤으로 널리 알려진 춤 형식이며, 하와이 문화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훌라 댄스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많은 대중매체에서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직접 그 춤을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도 훌라 댄스 흉내를 내보라고 하면 대충 손목을 돌리고 골반을 흔드는 동작을 보여준다.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훌라 댄스의 간략한 역사와 동작을 익히는 것을 넘어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춤의 실천과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이미지와 영상 자료 읽기, 관련 문헌자료 읽기, 그리고 무용 실습을 동원한다.
 먼저 훌라 댄스가 가장 활발하게 유통되는 문화관광의 맥락에서 사용되는 포스터나 홍보자료 등의 이미지를 보고 무엇이 거기에 등장하는지를 질문한다.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동시에 심도 있게 대상을 관찰하는 자세를 기르도록” 하는 비판적 리터러시의 교육 기법(Larson, 2005, p. 41)을 적용하여, 교수자는 학생들에게 이미지와 영상의 의미를 풀이해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보이는지’를 질문하여 대화적 담론을 이어간다. 학생들은 배경이 되는 모래사장과 바다, 하늘 등 자연 풍광 및 풀과 꽃을 동원한 의상 또는 시원하고 평화로움 등의 분위기를 언급하고, 간혹 인물에 대해 소녀, 원주민, 흑인 등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1차로 대답을 얻으면 다시 놓친 것이 없는지를 질문하면서 좀더 세부사항들을 자세하게 읽어내도록 독려하고, 인물의 얼굴표정, 제스처, 외모의 구체적인 측면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러한 구성 요소들의 총합이 결국 어떠한 메시지 (예를 들어, ‘자연과 휴양이 있는 하와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전달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학생들은 춤과 몸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한다. 다음으로 영상을 관찰하는데, 예를 들어 1970년대 하와이 관광을 유도한 항공사들의 광고에서 훌라 댄스가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살펴보면서 이미지 읽기와 비슷한 문제제기식 질문들을 던진다. 영상에서는 춤, 인물, 배경 뿐 아니라 대개의 경우 음악과 언어적 메시지가 결합하여 좀 더 복잡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본 연구자의 교수 경험에 의하면 학생들은 처음에 춤과 풍광에 주로 주목하며, 영상에서 음성언어와 자막과 이미지로 분명히 등장하는 비행기 항공사를 읽어내지 못하였다가, 다시 한 번 그밖에 ‘무엇이 보이는지’를 질문했을 때 비로소 이를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음으로 춤 텍스트 제작의 다양한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훌라 댄스라는 춤 형식이 상업적 쇼의 맥락과 지역 공동체를 위한 맥락에서 추어지는 모습을 각각 관찰하도록 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질문에 답하도록 한다. 상업적 쇼 맥락에서 춤은 어떤 공간에서, 누구를 위해, 어떤 인물이, 어떤 타 요소들과 함께, 어떤 움직임 특성을 보이면서 연행되는지, 또한 그러한 춤은 어떤 언어적 메시지들과 결합하여 나타나는지를 관찰하도록 한다. 상업적 맥락에서는 많은 경우 가볍고 행복하고 풍요로운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춤에서 보이는 일차적인 의미가 모두에게 동일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기 쉽다. 이러한 의미가 훌라춤의 자연적이고 당연한 의미가 아닌 구성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일종의 대안적 관점(alternative perspective) 제시(McLaughlin & DeVoogd, 2004)에 해당하는 다른 버전의 훌라춤인 카히코(고대) 훌라를 소개하고 관찰하도록 한다. 학생들은 두 가지 버전을 비교 관찰하면서 춤의 표현이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그 춤의 의미는 선택적으로 구성되는 것임을 파악한다.
 이와 관련된 문헌자료로는 훌라 댄서의 인터뷰를 포함하여 관광산업의 맥락이 훌라춤에 가하는 상품화의 논리를 분석한 제인 데스몬드(Jane Desmond)의 『관광을 무대화하기, Staging Tourism』(1999)를 중심으로 하여, 라이브 공연을 문화의 전시로 사용한 사례에 대한 바바라 컬셴블레이트-김블레이트(Barbara Kirshenblatt-Gimblett)의 연구와 관광객을 위한 목적으로 문화를 수정하는 “무대화된 진정성 (Staged Authenticity)” 개념을 소개한다(MacCannell, 1973, pp.589-603). 이를 통해 실제 살아 숨쉬는 인물이 관광객의 눈 앞에서 훌라춤을 추는 맥락이 시장의 논리를 따를 뿐 아니라 인종과 젠더라는 복잡한 힘의 관계에 의해 그 춤의 의미를 구성한다는 점을 파악하도록 한다.
 시청각 자료와 문헌자료의 읽기에 이어 두 버전의 훌라를 학생들이 실기로 체험하면서, 운동감각적으로 습득되는 두 버전의 차이를 경험하도록 한다. 수잔 리 포스터는 많은 민족무용수업이 춤을 탈맥락화시켜 고정된 형태로 전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 춤의 변형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Foster, 2009, pp. 114-115). 학생들이 훌라춤의 다양한 변주를 경험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가지면서 춤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훌라춤이 무용 실기실에서 가르쳐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여, 자신의 춤 학습 경험을 성찰하고 춤을 경험하는 주체인 학생 자신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도록 수업 후기 형태의 일지를 작성하도록 한다.

2. 스트릿댄스와 K-댄스
 스트릿댄스는 미국 흑인들의 길거리 문화에서 발생하였으나, 대중매체에 의해 활용되면서 전 세계적인 파급력을 지닌 춤 문화현상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청년, 청소년 세대에 가장 잘 알려진 춤은 스트릿댄스 및 인접 장르들일 것이다. 스트릿댄스는 외국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들어와 외국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국 특유의 춤 문화를 형성하였으며, 이는 오늘날 케이팝의 성장과 함께 진행되어 K-댄스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수출품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한 비판적 댄스 리터러시 수업에서는 스트릿댄스가 하위문화로 발생하고, 대중매체를 통해 주류문화로 이동하고, 전 세계로 월경하여 글로컬리제이션을 이룬 후 다시 재영토화를 이루는 변화양상을 통찰하고자 한다.
 먼저 전체 대그룹 토론으로 학생들이 알고 있는 스트릿댄스의 다양한 이름(다른 명칭, 인접 장르, 하위세부장르)들을 조사하여 병치하기(juxtaposing)를 해본다 (McLaughlin & DeVoogd, 2004). 이를 통해 대략적인 스트릿댄스의 범위와 구성 요소를 파악한다. 그 후 소그룹 토론으로 각 이름들 간의 관계를 설명하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개별 장르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이 스트릿댄스라는 광범위한 개념 안에 포섭되는 다양하고 복잡한 춤 문화현상을 감지하도록 돕는다.
 다음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발행하는 스트릿댄스 실천의 사례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영상자료를 보고 문제제기식 질문으로 대화한다. 여기에는 댄스 배틀과 배틀 행사에서 벌어지는 저지 쇼케이스 및 이벤트성 공연들이 포함된다. 문제제기식 질문으로 이 춤 행사에서 등장하는 것과 배제된 것 그리고 소외된 것이 무엇인지 관찰하도록 한다. 이때 시공간 맥락, 댄서와 관객간의 관계, 음악의 위치, 배틀이 진행되는 방식들에서 드러나는 춤의 특성과 특이점들이 포함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스트릿댄스 개념을 파악한다.
 이를 스트릿댄스의 단일하고 보편적인 의미로 고정관념화시키지 않기 위해 다양한 맥락에서 연행되는 버전과 변주(versions and variations)를 소개한다. 여기에서 미국 흑인 빈민가에서 하위문화로 발생한 역사적 기원, 인종을 가로지르는 문화전유(cultural appropriation)와 대중매체에서의 각색, 세계적 전파와 글로벌리제이션, 1990년대 한국적 수용, 문화시장과 교육시장에의 진출로 인한 제도화 효과, 그리고 국제대회에서의 우수한 성과 후 국가적 목표와 결합하고 있는 스트릿댄스의 변모 양상을 논의한다. 이른바 미국의 거리 문화로 시작된 스트릿댄스는 흑인 빈민가의 청소년들이 버려진 건물에서 춤으로 배틀을 하면서 무법자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주요한 의미를 가졌다. 이때 스트릿이란 주변화된 타자의 공간을 나타내었으며, 가혹한 현실에서 빈민가 청소년들이 나름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이루는 방편, 즉 그들이 누구인지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춤과 음악이 활용되었다 (Johnson, 2018; Bragin, 2015). 이처럼 삶과 춤의 경계가 모호하던 초기 스트릿댄스는 그것을 발생시킨 특정 인종, 계급 정체성과 분리될 수 없는 의미를 가졌으나, 이것이 점차 주류 문화로 편입되고 대중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하자 보다 많은 접근성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적으로 유통가능한 스타일로 춤을 살균시키게 된다 (제인 데스몬드 저, 김수인, 김현정 역, 2015, pp. 20-58; Bragin, 2015, p. 66). 데스몬드는 이러한 스트릿댄스의 인종적 전유에 대해 “헤게모니hegemony를 가진 그룹 구성원들이 흑인에서 비롯된 움직임과 노래 스타일을 전시함으로써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라고 논평한다. 그러면서 춤의 의미가 청소년과 젊은이의 정열로 옮겨진다. 주류 방송 미디어가 포섭한 스트릿댄스는 전 세계로 파급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경 대중가요와 함께 본격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한다. 이때 힙합은 새로운 미학이자, 최신 유행이며, 세계화 정도를 표시할 수 있는 문화적 징표가 된다 (이규탁, 2011). 당시 외국의 최신 유행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세계화된 소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력의 지표이자 세련미의 상징으로 사회적 위상을 나타내었으며, 동시에 고차원적이고 수준 있는 문화예술을 즐긴다는 상징 자본이 되었다. 이때 춤의 의미는 인종적, 계층적 갈등과 비판 요소와 멀어졌으며, 남녀 간의 사랑, 학교생활 문제, 청년문제와 밀접하게 결합되었다. 댄스음악과 랩을 가미한 대중가요와 함께 발전하면서 사설 학원의 성장을 이끈 한국의 스트릿댄스는 2000년을 전후하여 국제대회에서의 수상과 대학교 내 관련학과 설립이 이루어져 (이해준, 정시현, 2011, p. 81; 이정연, 김정은, 2012, p. 137) 주류 제도권의 맥락에서 존재하게 된다. 그중 국제적 대회와 교류의 맥락에서 한국의 스트릿댄스는 전통문화요소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정연, 김정은, 2012, p. 140). 이러한 전통과의 결합은 국제적 문화시장에서 독특한 경쟁력의 요소로 작용하며, 동시에 국가적 목표와 결합할 수 있는 지점이 되었다. 그 중 저스트절크라는 댄스팀이 2016년 바디락 대회 등에서 우승을 할 때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시청각적 요소를 활용하였으며, 그 경력에 힘입어 2018년 평창올림픽 개회식 공연에 참여하였다. 또한 2020년 퓨전국악밴드인 이날치의 「범내려온다」 영상에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참여하여 큰 인기를 끈 후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홍보영상에 출연하여 독특한 댄스스타일로 한국의 대표 이미지를 전달하였다. 이렇게 세계 관객을 타겟으로 한 맥락에서 전통적 요소와 결합한 스트릿댄스가 추어지면서 스트릿댄스의 의미는 최초의 흑인 빈민가의 무법자적 정체성 표시와 동떨어진 한국 문화적 수준의 다양성, 창의성, 우수성을 지시하는 상징이 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변천 양상을 실기수업으로 모두 다루기는 어렵고, 또한 스트릿댄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초보자들이 즉흥 안무를 바탕으로 하는 배틀이나 클러빙 문화를 수업시간 안에 경험해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간단한 스트릿댄스 동작을 배운 후 학생들이 이것을 여러 가지 맥락과 강조점에 따라 변형시켜 재창작해보는 스위치(switching) 기법을 사용해볼 수 있다. 맥로린와 드부그드(2004)는 문학 텍스트를 중심으로 독자가 이야기의 배경을 다른 시대나 장소로 바꾸어보게 하거나, 인물의 외모나 지위, 성별을 바꾸어 보게 하는 것을 스위칭 기법으로 제시한다 (한지윤, 2013, p. 20). 이런 비판적 리터러시 기법을 사용하기 위해 학생들을 소그룹으로 나누고 위에서 설명한 각 맥락의 문화적 특징들을 기술한 상황 조건에 맞추어 1분 내외의 짧은 창작을 해보도록 한다. 학생들은 각 맥락의 시공간적 배경과 목적, 특정한 동작적 강조점들에 대한 설명을 보고 구체적인 안무 구성을 함으로써 스트릿댄스의 여러 상황과 춤에 작용하는 영향관계를 체험한다.

3. 디지털과 언택트 테크놀로지와 춤
 오늘날 디지털과 온라인 기술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언택트 테크놀로지의 영향력은 한층 더 심화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춤의 교육, 창작, 관람, 참여, 유통 등 모든 측면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를 다루는 교육은 단순히 기술과 장치를 기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비판적·성찰적 사고력을 요구한다. 디지털과 언택트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춤을 비판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기존의 춤 실천에서 변화하는 다양한 측면을 관찰하는 동시에 그 변화가 시사하는 힘의 관계를 함께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테크놀로지에 집중하느라 놓치기 쉬운 테크놀로지를 다루는 사람들(제작자와 사용자 등)에 대한 고려를 함께 해야 한다.
 실제 현실의 춤도 다변화를 하지만, 디지털과 언택트 테크놀로지의 춤은 매우 손쉽게 다양한 플랫폼에서 존재하게 된다. 하나의 춤 컨텐츠가 온라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유투브, 소셜 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게임에서 재생산된다. 그러면서 그 춤에 관계되는 혹은 접하게 되는 사람들을 이론적으로는 무한정 늘릴 수 있다. 디지털과 언택트 테크놀로지의 춤은 너무나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하지만, 한 수업을 위해 집단성의 새로운 차원을 논의할 수 있는 사례로 제한하여 다루어 본다.
 디지털과 언택트 테크놀로지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 혹은 연결성을 만든다는 점이다. 춤에 관련된 영역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여 일종의 온라인 커뮤니티 댄스를 시행하는 사례들이 있다. 그 중 미국의 무용가인 메를리 하덴버그(Marylee Hardenbergh)는 <추분 댄스: 규형의 순간 (Equinox Dance: Moment of Balance)>(2020)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2020년 9월 22일 추분에 동시에 춤을 출 수 있도록 기획했다. 하덴버그는 약 2분20초 정도 되는 영상을 유투브에 올려서 사람들이 미리 동작을 보고 숙지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그리니치 표준시 13:30분에 모두가 동시에 춤을 추면서 페이스북 라이브로 공유하였다. 하덴버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균형, 선의의 파동을 송출하고 연대하기를 목표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같은 리듬으로 움직일 때 진정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하덴버그는 함께 춤추기의 문화적이고 생태적인 힘을 강조한다. 이 사례에서 디지털과 언택트 테크놀로지는 기존의 지역과 직접적인 만남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가 아닌 “느슨한 커뮤니티”(Gaunt, 2015) 속에서 언어도 지역도 다른 사람들이 “지금 여기(페이스 북)에서 함께 춤춘다”라는 일종의 현존성 혹은 라이브니스(liveness)를 자아낸다. 이는 미디어이론가 닉 쿨드리(Nick Couldry)가 논의한 “온라인 라이브니스,” 즉 물리적 시공간과 무관한 시간적, 정서적 공유와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라이브니스이다 (한석진, 2020, p. 237).
 학생들은 이와 유사한 활동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경험되는 라이브니스와 온라인 라이브니스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토론해본다. 실기실에서 교수자를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컨텐츠를 통해 춤을 습득하고 그것을 다시 온라인을 통해 수업시간에 함께 춤추는 모습을 공유한다. 그 과정과 결과에서 느낀 점을 소그룹 토론으로 소통하고 정리하여 전체 학생들과 공유한다. 비판적 리터리시 수업 기법 중 동의 혹은 반대(I agree or I disagree)를 적용하여 자신의 체험이 프로젝트의 의도와 일치하였는지 혹은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하였는지 성찰하여 표현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다(Cunningham, 2009). 이를 통해 디지털과 언택트 테크놀로지가 커뮤니티 및 집단성 형성에 어떤 새로운 시사점을 주는지 파악하도록 한다.
 위의 사례처럼 디지털과 언택트 테크놀로지가 광범위한 네트워크 능력으로 새로운 종류의 문화적 소속을 창출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발휘할 가능성을 가진 반면, 오히려 특정 집단으로의 분리고립과 정보의 홍수 속 대자본의 승리로 균질화되는 가능성도 가진다(McGee, 2019). 필리파 토마스(Thomas, 2014)는 인터넷에 대한 이상적인 기대감에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 새로운 형태의 학습과 지식 생산이 포함되어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얻지 못했던 주변화된 타자도 목소리를 얻게 될 것이라 가정하지만, 거대 미디어 복합 기업의 영향력(Henry Jekins, 2004)과 온라인 실천 역시 현재 모든 삶의 부분이 그러하듯 시장의 영역으로 편입하는 신자유주의의 영향(Dean, 2009), 그리고 모든 의견과 관점으로 개방되는 대신 검색 선호도에 따라 4개의 “가상 대륙(virtual continents)”로 나뉘어 분리와 고립을 강화시키는 현상(Dean, 2009)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Thomas, 2014, pp. 289-303). 디지털과 언택트 테크놀로지로 유통되는 춤도 이러한 사회문화적 힘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반 대중과 학생들에게 널리 알려져 익숙하게 접하게 되는 댄스 챌린지(댄스 커버 및 리메이크 포함)는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며, 학생들이 미디어에 대해 비판적 리터러시를 적용해 볼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뮤직비디오에 대한 댄스챌린지로 많은 인기를 끈 비욘세(Beyoncé)의 「싱글레이디, Single Lady」가 존재하는 다양한 맥락과 버전을 관찰하여, 변화하는 양상과 그에 관련되는 담론들을 비교 대조해 본다. 여기에는 비욘세의 오리지날 뮤직비디오 영상, 팬들이 만들어 올린 댄스커버영상, 커버영상으로 일약 스타가 된 팬의 영상, 표절시비로 인해 원작이라고 생각되는 밥 포시(Bob Fosse)의 「멕시칸 브렉퍼스트, Mexican Breakfast」(1969)의 영상과 병치되어 나오는 영상, 플래시 몹을 촬영한 영상, 상업적 스튜디오에서 학원과 안무가를 마케팅하기 위해 만든 리메이크 영상 등이 포함된다. 「싱글레이디」의 다양한 변주는 그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낸다. 이 커뮤니티는 강력한 팬덤에서부터 온라인 매체에 (조회수 등으로) 읽기 흔적을 남기는 다수의 대중들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이 영상들을 관찰하며 문제제기식 질문을 통해 무엇이 등장하고, 무엇은 배제되며, 무엇은 소외되는지 읽고 말해본다. 이때 단지 춤 움직임만이 아니라 춤이 존재하는 시공간적 배경과 춤 영상 제작의 주체와 목적, 유통 플랫폼의 특성, 영상에 달린 댓글 등이 춤 움직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온라인 자료의 “파라텍스트 paratexts”(Gérard Genette, 1997)라고 할 수 있는 “좋아요,” “조회수,” “댓글,” “리트윗,” “추천영상,” “해시태그,” 그리고 광고배너 등이 춤을 접하는 경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토론해 볼 수 있다. 이때 비판적 리터러시의 문제제기식 질문 중 학생들의 행동과 자신의 견해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이 주제에 관한 당신의 견해는 무엇인가,” “이 텍스트는 세상에 대한 어떤 시각과 가치를 나타내고 있는가,” “이 주제에 대해서 나의 태도나 행동이 어떻게 변화했는가,” “부당한 태도나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등이다 (한지윤, 2013, p. 16). 이러한
 대화식 토론을 통해 학생들은 비판적으로 춤을 읽어내고 관찰하며, 자신의 견해를 쓰고 소통하여 단지 미디어 기술을 숙달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과 언택트 테크놀로지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자신에 대해 성찰한다.


IV. 결론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인 리터러시라는 용어를 춤에 대입할 때, 댄스 리터러시는 개별 연구의 목적과 지향에 따라 “읽기,” “쓰기,” “능력”에 있어 여러 가지로 해석되어 왔다. 가장 좁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춤 기보법에서는 신체동작을 기호체계로 변환시켜 문서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무용 소양교육에서는 문화예술교육으로 무용관련 소양을 함양시키는데 주력한다. 한편 문화연구를 기초로 하는 비판적 무용학은 문화로서 춤 현상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하는 것을 강조한다. 본 연구는 세 번째 관점의 견지에서 리터러시의 개념이 확장될 때 그 이론적 기초가 되는 포스트 이론들의 강조점들, 즉 의미의 구성적 본성, 다양한 독해 가능성, 그리고 힘의 관계에 대한 주목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터러시가 문자와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확장될 때는 언어학에서 출발한 기호학이 대중문화의 다양한 측면, 특히 시각적 요소들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시대(대략 1970년대)에 문화예술로 그 대상을 확장한 것과 관련된다. 당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 바르트는 다양한 범주의 문화 현상과 실천들을 기호학적으로 분석하고 논평하면서, 문화예술현상을 텍스트로 읽고 쓰는 학문적 경향을 선도하였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바르트는 문화예술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독해의 가능성을 고찰하며, 문화예술을 비판적으로 관찰하고 읽어내는 학자들이 써낼 수 있는 “구조 기술”을 제안한다. 본 연구는 댄스 리터러시를 학습하는 학생들은 바르트식의 “구조 기술”에 가까운, 즉 ‘자연스러움’과 ‘당연한 사실’로 만드는 기제를 파헤치는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문화연구의 다학제적, 간학문적 접근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본 연구는 비판적 리터러시 교수-학습을 위해 제시되는 기법들을 활용하여, 세 가지 춤 현상 혹은 춤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고 쓸 수 있는 수업 내용을 제안하였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제공되는 시청각 자료나 문헌 자료, 그리고 춤 자료에 대해 기능적·지식적으로 숙달되는 것을 넘어 그것들이 존재하는 맥락 속에서 생성되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하나의 춤 형식에 대해 다양한 변주와 버전을 비교관찰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시하고 대화를 이끈다. 학생들이 자료에서 우선적으로 읽어내는 것과 읽어내지 않는/못한 것을 지적하여, 읽기 과정이 선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일깨운다. 선택에는 읽고 쓰는 사람의 배경과 지식, 읽고 쓰는 활동의 목적, 그리고 읽기와 쓰기 자체에 대한 이해가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학생들이 말하기와 글쓰기, 춤추기를 통해 쓰는 과정을 한 후 자신의 경험과 쓰기를 공유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포함한다. 이를 통해 리터러시의 모습은 유일하게 정답인 방법으로 귀결된다기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인식한다. 이러한 비판성과 성찰성으로 춤을 자신의 삶뿐 아니라 일반 사회와 연결시키고, 나와 세상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댄스 리터러시를 도모한다.



※ 참고문헌과 영문 초록(Abstract)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게재: 무용예술학연구 Vol.84, No.4(2021), pp.1-19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789706

 

202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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