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국립무용단 〈색동〉 공연 취소
〈색동〉 파행의 책임은 크다
김채현_〈춤웹진〉 편집장

국립극장은 지난해 7월 ‘2018-2019 레퍼토리 시즌’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면서 국립무용단의 〈색동〉 공연을 올해 6월말에 올릴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6월말 공연을 3주 앞둔 지난 6월초 갑자기 공지문을 내어 〈색동〉 공연을 취소한다고 알렸다.

 다음은 공지문의 전문이다.

 “국립극장은 6월 29일, 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올릴 예정이었던 국립무용단 〈색동〉 공연을 국립극장의 사정으로 2020년으로 순연하고, 〈색동〉 공연의 대체공연으로 〈묵향〉 공연을 올리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색동〉 공연을 기다려주신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국립극장은 고객 여러분께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려 관련 법령에 따라 적절한 환급 조치를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다만, 순차적으로 연락을 드리는 과정에서 일부 고객은 안내를 받으시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국립극장은 2020년에 올릴 예정인 〈색동〉 공연을 좀 더 충실하게 준비하여 선보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공공무용단으로서 국립무용단이 1년 전에 공표한 공연을 공연이 임박해서 취소한 것은 경악스럽다. 공연 단체에서 급박한 사유가 있다면, 비록 국립 단체라 하더라도, 공연을 취소하는 경우가 아주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이번 공지문은 〈색동〉의 공연 취소 사유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국립극장과 국립무용단은 공연 취소의 구체적 사유를 공식 표명한 바 없다.

 국립극장과 산하의 국립무용단은 모두 ‘국립’의 대표성을 갖는다. 국립의 극장과 국립의 단체에서 1년 전에 공표된 공연을 임박해서 취소하면서 취소할 사정을 밝히지 않은 채 함구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색동〉 공연은 애당초 국립무용단 외부의 안무가와 연출가의 작업으로 계획되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언론들은 외부 안무가에 대한 노조 핵심 세력의 반발에 예술감독까지 동조하여 〈색동〉 공연 제작 중단을 결의했고, 국립극장 측은 관객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단원들을 설득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하였다.

 국립무용단이 1년 전에 공표된 공연을 공연이 임박해서 갑작스레 취소한 것은 전에 없던 파행으로서 중대한 사태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외부 창작진에 대한 국립무용단 내부의 반발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립무용단 내부의 반발이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터에 단정할 일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색동〉 공연 계획을 1년 전에 공표할 적에는 국립무용단 내부에서도 그에 동의하였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코앞에 두고 〈색동〉 공연 제작 중단을 결의한 것은 삼척동자라도 납득할 수 없다. 한마디로 국민과 춤계의 기대를 날려버린 몰지각한 처사이다.

 언론 보도에서 거론되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그 원인을 방치할 경우 이번 같은 사태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국립무용단과 국립극장은 재발 방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음의 사실을 재차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년 전에 공표할 적에는 국립무용단 내부에서 동의한 공연에 대해 공연 개막을 코앞에 두고 내부의 비협조로 〈색동〉 제작에도 착수하지 못했다.”

 이 사실은 국립무용단의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공연 단체에 있어 공연은 생명이자 존재이유이다. 특히 국립무용단은 한국의 대표 공공무용단으로서 공연을 통해 국내 춤 흐름을 견인할 책무가 있다. 이처럼 국립무용단의 공연이 안팎으로 막중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위의 사실은 평소 국립무용단에서 공연 추진 절차가 크고 작은 허점을 안고 있음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내부에서 동의한 공연 계획을 공연을 코앞에 두고 뒤엎을 수 있다는 인식과 태도는 그러한 허점에서 기인할 것이다.

 국립무용단의 공연 레퍼토리 선정과 추진 및 무대화 작업과 관련하여 명문 규정이 무용단 내부에 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한 명문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었다. 설령 명문 규정이 있다 해도 원활한 운영을 뒷받침할 만큼 세밀해야 할 것이다.

 명문 규정이 없거나 세밀하지 못한 데서 유발되는 허점은 실로 작지 않다. 공연 레퍼토리 선정과 추진 및 무대화 작업에서 예술감독의 독단과 임의성뿐 아니라 단원의 거부와 태만까지 그 부작용은 곳곳에서 조장될 수 있다. 예술감독과 단원의 양식을 신뢰하고 예술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으로 명문 규정은 없어도 되는가? 물론 명문 규정 없이 국립극장과 산하의 국립무용단이 합리적 관행으로 운영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관행마저 있지도 않다는 것을 이번 파행은 말해 준다. 지난 10여 년 국립무용단의 창작력이 전반적으로 저하했다는 판단에 비추어 봐도 한국의 대표 공공무용단의 위상에 부합하는 공연 추진 명문 규정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표 공공무용단의 위상에 부합하는 공연 추진 명문 규정을 마련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공연 단체의 핵심은 유능한 예술감독과 단원이지 명문 규정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명문 규정은 허점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절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의 파행은 국립무용단 내부에서 실은 오래 전부터 잠복해왔다고 생각된다.

 비단 국립무용단뿐만 아니라 국내 공공무용단의 규정들은 빈틈이 많아 보인다. 특히 예술감독의 선임 절차와 공연 추진 관련 규정이 그러하다. 우리 공공무용단들이 민간단체들과 비교도 안 되는 절대 호조건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매우 미흡한 원인은 무엇보다도 먼저 빈틈 많은 규정들에서 찾아져야 한다.

 가급적 삼가고 싶지만, 일부 공공무용단을 두고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말도 없지 않다. 예술인으로서 언제까지 쓰라린 핀잔을 들어야 하는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풍토를 공공무용단 스스로 정화해야 할 것이다. 무용인들은 유능한 예술감독, 의욕 있는 단원이 시너지를 낼 공공무용단을 기다린다. 길게 말할 것 없이, 국립극장은 이번 〈색동〉 파행의 자초지종을 밝혀야 하고, 국립무용단은 이번 파행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김채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춤웹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를 비롯 다수의 논문,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다.​​ ​ ​ 

2019. 0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