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국제학술심포지엄
커뮤니티 댄스, 공공성과 예술성을 향하여
김인아_<춤웹진> 기자

 

 

 지난 몇 해 국내 춤계에서 커뮤니티 댄스에 대한 공론화가 뜨겁다.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이론과가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2011-12년 한국춤비평가협회와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는 '서울세계무용축제 공연저널리즘 서울포럼'을 공동주최, ‘커뮤니티 댄스의 국제적 동향’과 ‘한국 커뮤니티 댄스-가치, 현장 그리고 예술가’를 주제로 국제적 담론의 장을 두 차례 제공하였다. 또한 2014년 11월 무용역사기록학회 국내학술심포지엄은 ‘공동체의 춤에서 생태예술의 춤으로: 한국 커뮤니티 댄스의 역사와 전망’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2010년에 이어 다시한번 커뮤니티 댄스를 조명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2014년 12월 13일, 서초동 교사). 첫 번째 심포지엄에서 영국의 사라 휴스톤 로햄트대학 교수와 프랑스의 미레이 페이조 보르도지역 춤활동가를 초청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댄스를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다종다양한 커뮤니티 댄스의 실천적 방법들과 예술성ㆍ공공성의 접점을 모색하는 것으로 논점을 심화시켰다.
 심포지엄에 앞서 11-12일에는 접촉즉흥과 휄든 크라이스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댄스와 춤예술의 접합 워크숍이 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공연예술인가, 공공활동인가? 커뮤니티 댄스를 묻는다’라는 주제 아래 오전 10시부터 약 7시간동안 5개의 주제발표로 진행되었다. 각각의 발제는 한국과 영국의 커뮤니티 댄스 현장, 활동 체험 및 그것의 가치와 춤예술과의 관계 고찰을 주제로 하였다.
 해외에서 초빙된 두 명의 발제자는 영국에서 커뮤니티 댄스 활동에 깊숙이 관여해온 권위자들이다. 토마스 캠프(Thomas Kampe)는 BATH SPA 대학 교수로 지난 25년간 커뮤니티 댄스 분야에서 교육자 겸 공연예술인으로 활동해왔다. 로버트 앤더슨(Robert Anderson)은 시각 손상 무용수로 구성된 터치다운 댄스의 무용단원이자 런던 접촉즉흥(LCI)의 감독이다.
 국내 발제자로는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를 기획, 공연 중인 장은정 서울예대 초빙교수와 <춤추는 논객>, 시네댄스 영화 <제주: 년의 춤> 등 다수의 커뮤니티 댄스 프로그램을 진행한 최경실 스프링 댄스 시어터 대표, 커뮤니티 댄스의 학술적 연구를 지속해온 김채현 무용원 이론과 교수가 참여했다.

 



 토마스 캠프(http://thomaskampe.com/) BATH SPA 대학 교수는 1980년대 초부터 영국에서 커뮤니티 댄스를 실행해온 현장 이력을 토대로 ‘커뮤니티 댄스 현장과 부각되는 가치들’을 발제했다. 캠프의 폭넓은 활동은 영국의 커뮤니티 댄스 역사와 예술의 공공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충실히 제시되었다.
 1986년 런던 라반 센터의 창의적 춤 치유 교과를 수강하며 평등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그는 1988년 유태인 학살의 생존자였던 표현주의 안무가 힐데 홀거(Hilde Holger)를 만나 학습 장애 증세의 사람들을 위한 춤 작업을 도왔다. 같은 기간 치슨헤일(Chisenhale) 춤 공간에서 접촉즉흥 작업을 펼쳤고 그곳에서 커뮤니티 댄스를 지향하는 로즈메리 리(Rosemary Lee)를 만나 1989-92년 장소특정 프로젝트를 활발히 전개했다. 1998년 아미키 무용단(AMICI Dance Theatre)과 협업으로 장애ㆍ비장애인들과 공동 안무작을 만들었으며 2002-12년 런던 메트로폴리턴 대학 공연예술 학사과정의 무용 교과를 디자인하여 일원론적 몸 교육(somatic education)을 실천한 바 있다.
 그에게 커뮤니티 댄스란 “분절된 사회에서 커뮤니티, 공동체를 다시 만들어내고자 하는 컨템포러리한 양식”이다. 150명이 동원된 독일 함부르크의 세인트 폴리 축구장에서 기획한 장소특정적 프로젝트 〈Urbane Ritual〉(2003), 1943-45년 런던 트렌트 파크 맨션에 억류된 2차 대전 전범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세대 간 대화와 문화적 치유를 이끌어낸 대규모 프로젝트 〈The Secret Listeners〉(2012, http://secretlisteners.pascal-theatre.com/) 등 사회통합을 지향한 커뮤니티 댄스 사례가 발제되었다. 장르를 교차하고(cross-disciplinary) 영역을 초월한(trans-disciplinary) 커뮤니티 댄스의 다양한 실천적 방법론에 청중의 이목이 집중된 시간이었다.

 



 로버트 앤더슨 런던 접촉즉흥 감독은 커뮤니티 댄스 및 전문 춤 분야에 접촉즉흥이 미친 영향력을 주목하였다. 무용수이자 퍼포머, 접촉즉흥 교사이자 기획자로서 활동해온 지난 20여년 가운데 터치다운댄스와 런던 접촉즉흥의 경험이 집중 소개되었다.
 터치다운 댄스는 스티브 팩스턴(Steve Paxton)과 앤 킬코인(Ann Kilcoyne)에 의해 1987년 창단된 시각장애인 중심의 무용단이다. 일상적 움직임이 제한된 그들에게 안전하고 적합한 운동감각으로 접촉즉흥이 주어졌고 그 과정에서 평등과 민주적 관점이 강조되는 한편 심리 치유적인 효과도 이끌어냈다.
 2013년 스리랑카 나탄다 무용단(nATANDA Dance Theatre), 청각장애 학생들과 터치다운 댄스의 협업사례에서 접촉즉흥의 긍정적 역할은 더욱 분명해 보인다. 그들은 집단적인 위계질서를 뛰어넘어 협력적이고 민주적인 작업방식을 택했고, 수동적인 자세에서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2001년 결성된 런던 접촉즉흥(London Contact Improvisation)의 통합력은 인종, 지역, 연령, 장애를 초월하여 예술가, 교육자, 학생 등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분짓지 않고 모든 이를 포용하는 데서 발견된다. 그는 편견이 배제된 LCI의 개방적인 접촉즉흥 수업이 공동체 의식 함양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접촉즉흥은 커뮤니티 댄스와 예술춤을 성공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움직임 방법론이다. 커뮤니티 댄스의 긍정적 효과가 접촉즉흥의 통합력, 평등과 민주주의, 참여지향적 능동성, 치유와 회복 기능 등과 맞닿아 있음을 재인식시켜준 흥미로운 발제였다.

 



 국내에서도 커뮤니티 댄스가 공론화되기 전부터 표면화되지는 않았어도 일부 무용가들은 커뮤니티 댄스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쳐왔다. 장은정 서울예대 초빙교수는 국내 춤현장에서 춤의 대중화가 본질과 다른 방향으로 시도되고 있음을 깨닫고 관객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 관객참여형 댄스프로젝트를 고안했다.
 아마추어들이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내 무대에서 완성된 공연을 펼친 <당신은 지금 봄내에 살고 있군요>(2011)와 시낭송ㆍ노래하기ㆍ고백의 시간ㆍ춤 파티 등으로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2012~)가 영상 자료와 함께 소개되면서, 예술 공간에서의 펼쳐진 국내의 커뮤니티 댄스 사례로 제시되었다. (관련 게재: 교감이 흐르는 커뮤니티 댄스_김채현 춤비평가, 일상에 지친 관객들에게 위로의 손길을_이보휘 <춤웹진>기자)  
 일반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춤으로 감성을 치유ㆍ공유하는 프로젝트가 4년여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춤현장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관객과 나눌 수 있는 “친절함과 상상력의 접점”을 찾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 여러 장르가 모이고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같이(Together)의 가치(Value)를 깨닫고 올바로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오랜 시간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있군요>를 지속시킨 원동력으로 보인다.
 최경실 스프링 댄스 시어터 대표는 힐링과 구원이라는 키워드로 커뮤니티 댄스의 가치를 되새겼다. 자연으로부터 비롯된 인간의 본성과 생명의 문화를 되찾기 위해서 우리 ‘몸’의 자각을 통한 창조적 춤으로 삶을 치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커뮤니티 댄스가 현대인에게 힐링과 구원을 주는 주요한 매체라고 설명했다.
 지난 활동에서 발견한 커뮤니티 댄스의 순기능과 긍정적 역할이 재차 강조되는 한편, “더많은 사람과 공감하고 교류하고 나눌 수 있도록 예술가들이 힘을 모으고 좋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다종다양한 커뮤니티 댄스의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기준과 방향성이 여전히 혼재되어 있는 현 단계의 한국에서 체계적인 학술 연구와 이론적 접근은 불가결한 것으로 보인다. 김채현 무용원 교수는 ‘커뮤니티 댄스와 춤예술의 관계 고찰’을 주제로 대전제가 되는 커뮤니티 댄스의 개념, 분류, 지향점 등을 살펴보고 춤예술과의 접점에서 생각해볼 문제들을 제기하였다.
 예술과 예술춤이 커뮤니티 댄스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고 커뮤니티 댄스 가운데서도 일부는 예술에 속한다. 특히 커뮤니티 외부와의 인식과 공유에 초점을 둔 “공연지향의 커뮤니티 댄스가 유의미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예술춤의 특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커뮤니티 댄스와 예술춤의 접목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점은 특정 커뮤니티 정체성과 예술의 성격을 조화롭게 균형 맞추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특정성을 예술의 시각에서 일반화시키는 시도, 이는 곧 특정성을 보편성으로 전치(轉置)시키는 각색에 해당된다.

 



 장시간 진행으로 양적, 질적 내실을 기한 이번 심포지엄은 커뮤니티 댄스의 실천적 방법과 학술적 연구를 통해 공공적 가치와 예술성의 관계를 심도 있게 제시하였다. 토마스 캠프 교수는 ”춤문화를 만들고 연구하는 것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춤은 엘리트의 전유물로 고립되지 않고 사회 속의 무용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전반적으로 주제발표에 대한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질의와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번 심포지엄에 제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현안을 재인식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재설정하여 보다 가치 있는 커뮤니티 댄스가 춤계에 발현되기를 기대한다.

2015.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