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춤을 다시 생각하도록 하는 사람들: 중국
장이모와 양리핑 그리고 중국
김희현_프리랜서 춤 연구가 / 재 중국

 

 2008년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행사의 감동을 많은 사람들은 아직 기억 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엄청난 지원 속에 인공비로 말끔히 씻어놓은 청명한 베이징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불꽃놀이와 조화를 이루어 5천년 중국 문화와 역사를 아날로그의 힘과 감동이 배인 태극권의 군무, 디지털의 최첨단 테크놀로지 컴퓨터 그래픽이 수놓은 무대 위를 컴퓨터프로그래밍된 1초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무대전환장치의 조화, 그리고 그 위를 움직이는 땀방울 가득 맺힌 훈련된 공연자들… 그렇게 한 국가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비전을 때론 평면으로 때론 입체 조명과 사운드, 군무,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장본인은 중국 현대 예술의 상징 장이모 감독이다.

 하지만, 이 시대의 최고의 예술가와 스텝의 구성, 중국 정부의 아낌 없는 지원, 최첨단 장비가 총 동원되어 만들어진 그 개막식. 세계인의 가슴에 강한 임팩트와 예술적 감동을 준 이 거대한 하나의 퍼포먼스를 보고도 그냥 기분 좋은 미소만 보내고는 그렇게 감동을 받지 않았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중국의 광서성 계림의 조그만 마을 사람들이다. 왜냐면 이 조그만 강촌(江村) 마을에서 장이모 감독과 그의 최고의 스탭들의 조명, 무대 기술이 이미 이 조그만 강촌에 그의 예술가적 영감을 모조리 쏟아부은 작품 <계림인상(印象 劉三姐)>이란 퍼포먼스 작품이 있기 때문이며 또 이 마을 사람들이 바로 출연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많은 공연 소스들이 이미 그 작품에 다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桂林山水甲天下(하늘 아래 계림 풍경, 참으로 최고로다)” 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나 아름다운 계림 자연풍광을 무대 설치 삼아 마치 자신도 공연 출연배우인양 어린아이 눈동자 깜박이듯 반짝반짝 불을 밝히며 날아 흩날리는 반딧불에도 홀렸다가 마술같이 변하는 조명의 색감들, 몇 킬로미터 후면에서부터 조그만 횃불을 든 수십 척의 나룻배들이 시나브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은하수처럼 강물을 흘러갈 때 아름다운 그 마을의 민요 곡조를 읊으며 등장하는 사람들의 춤, 춤 춤… 올해 칠순인 필자의 어머니는 옆에서 약간 눈물을 흘리신다. 태어나서 이렇게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공연은 처음이시라면서…

 큰 비만 오지 않으면 매일 공연되며 매일 관객이 어림잡아 3~5천명(정말 많음)되는데 그 중 많은 외국인들은 그 공연만 보러 일부러 멀리서 오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 엄청난 문화상품이 하루에 창출해내는 엄청난 수익을 접어두고라도 이 공연 이후 중국을 더 잘 이해하고 어쩌면 더 사랑하게 되어버리는 외국인들의 수도 많다. 그건 한 국가의 문화 상품이기 전에 이미 인간의 가슴 속에 인류애를 품어 낼 수 있게 하는 전 우주적인 대 교향곡이라고 할까.
 실제로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그 수많은 사람들의 감동의 진동이 가득한 가슴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멋진 걸음, 걸음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공연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그 마을 현지인들이며 평생 강가에 터를 잡고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어부나 농부들이 출연진이라는 사실이다.

 그 마을 사람들이 혼인 전야에 새 신부는 그 강가에서 목욕을 하며, 달빛을 등불 삼아 신랑이 배를 타고 마중 나온다는 그 마을사람들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전통, 구전 민요, 춤 등을 장이모라는 최고 예술가의 손을 거쳐 그렇게 다시 재탄생하였다. 공연을 보는 내내 한국에도 작지만 아름다운 산과 강, 들이 있으며 한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구음 선율이 있고 춤사위가 있는데… 중국처럼 한국 지방정부의 멀리 내다보는 문화예술 개발을 위한 투자와 무엇보다 걸출한 전방위 예술가의 사심을 버린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는 힘… 스텝진… 마을주민들의 예술행위참여로서 더욱 가치가 빛나는 그러한 내 모국 한국에서도 이러한 훌륭한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정말 간절한 소망이다. <계림인상>의 엄청난 성공으로 아름다운 호수의 역사 도시 항저우와 지상의 샹그릴라 리장이 있는 운남성에도 제각각 <항저우 인상> <운남 인상>이 만들어졌고 역시 매일 공연한다.

 또 하나 소개 하고 싶은 것은 위에 언급된 운남성 출신의 무용가로서 한국의 국제무용제 등등에 몇 번 온 적이 있었던 양리핑이다. 한국에서 몇 번 공연된 양리핑의 공작 춤은 양리핑이 안무한 2시간30분짜리의 대형무용 작품의 일부분이다. 딱히 무용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이 작품 역시 운남성 사람들의 전통놀이, 운남성 여러 마을들의 다양한 전래 민요. 춤 등을 양리핑이 잘 섞어낸 어떻게 보면 총체 퍼포먼스이다. 일년에 중국내에서 2~3번 정도만 공연되는데 아마 해외에서 공연하기에는 그 스케일이 너무 커서(출연진만 100명이 넘고 무대 장치, 북을 포함한 민속 악기 등등) 해외 공연일 경우 파트 파트만 나눠서 하지 않나 싶다.

 필자는 광저우 중산기념당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문화회관 정도 규모의 무대에서공연될 때 보러 간 적이 있다. 평소 중국 국내 단체 무용 공연일 경우 중국 돈 80~200위안(한국 돈 대략 1500~35000원정도)하며 해외 단체, 예를 들면 유명 오페라 혹은 얼마 전 있었던 요요마 첼로 공연이나 정명훈의 서울시립교향악단 등등의 경우 중국화 200~1000위안(대략 35000~160000원 정도)이 입장료이다. 하지만 중국국내 단체임에도 양리핑의 공연의 경우 앞서 말한 여러 경우와는 좀 비교를 불허한다.
 첫째, 티켓 값은 해외 최고의 공연 팀과 동급이거나 더 고가이다. 양리핑 공연은 보통 500~1500위안으로서, 중국 대졸자의 월급이 평균 2000~3000위안이므로 사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둘째, 예매 2, 3일이면 티켓이 바닥난다. 셋째 어쩔 수 없이 당일 날 매표소 앞에서 암표를 사야 하지만 그 가격은 몇 배나 되며 이마저도 빨리 가야 한다.
 필자도 겨우 구한 한국 돈 20만원이 가까운 암표를 구해 들어갔는데 로비에서 이루어지는 고객 서비스도 최고 수준 이였다. 예를 들면 보이차의 최고 생산지인 운남성답게 운남성 보이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게 10명정도의 앉을 수 있는 간이 차 테이블이 많이 준비되어 있어서 그 많은 사람들이 잘 분산되어 옹기종기 모여서 봉사자들 혹은 스탭들이 잘 우려내어 따라주는 보이차를 마시며 양리핑 공작춤 사진이 들어간 티셔스, 찻잔 등등의 문화 상품을 구경하거나 바로 구매할 수 있으며. 사진도 찍고 처음 보는 다른 사람들과도 이야기 하며 친해지고…

 어쩌면 극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축제이며 하나의 페스티발 분위기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처음 본 것이 아니고 또한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일부러 이 공연을 한 번 더 보려고 왔다는 점이다. 또 어떤 사람은 미국에 사는 화교인데 3년 전엔가 한 번 봤었는데 너무 좋아 이번에 또 다시 비행기를 타고 이 공연만을 보려고 왔다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한 것이지 않는가? 외국에서 그것도 두 번씩이나 보려고 왔다니… 허나, 이런 의아스런 점은 공연을 보고 나서야 이해된다…

 같이 보러 간 미국 유명 패션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는 한 지인이 공연 중에 감탄하며 했던 말 ”야, 중국에 저렇게 다양한 칼라가 예전부터 쓰였구나!!!” 이 말처럼 화려한 칼라의 전통의상을 약간 개조하여 더욱 액티브하게 보이고 엄청난 수의 출연진들이 품어내는 열기 가득한 춤과 노래… 건축적으로 정갈한 무대 세트는 역동적으로 계속 변하며, 전통음악과 시크릿 가든을 연상시키는 새로 작곡된 현대음악과의 절묘한 공연 음악… 그리고 터질 듯한 군무 북소리… 이젠 이해가 간다. 몇 년이 지나면 다시 그 감동의 여운을 잊지 못해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보러 오게 만드는 그 작품의 매력, 그리고 마력…

 운남성, 대리이라는 천년된 아름다운 도시에 마치 티벳의 청명한 호수 그것을 닮은 대리호수, 배를 타고 30분 정도를 들어가면 중국이 낳은 세계적 무용가 양리핑의 집이 나오는데 돌과 유리, 나무와 철빔근 그리고 멋진 중국 고대 미술품과 인테리어 소품으로 꾸며진 유럽의 어느 기막힌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호수에서 반사되는 태양과 어우러질 때 그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는 양리핑의 집을 가보면 이 예술가의 미적 감각과 상상력이 피부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중요 한 것은, 중국 어느 지방 어느 도시, 마을을 가더라도, 그들이 유명한 대기업을 다니는 인재이든 외국에 사는 화교이든. 시골에서 야채를 파는 상인이든, 베이징의 화이트 칼라부터 시골의 소수민족이든… 필자가 만난 그 모든 사람들은 오바마 대통령 이름을 못 들어 본 사람은 있어도 모두들 양리핑은 안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초등학생 꼬마 소녀들은 학교에서 춤 클래스를 듣거나 혹은 사설 무용학원을 다니든 아니면 길가에서 혼자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며 춤을 추는 아이들은 <백조의 호수>의 클래식 발레를 들어본 적은 없어도 다들 양리핑처럼 아름다운 춤을 추기를 꿈꾸며, 40~50대 나이 지긋해질 아주머니들도 다양한 커뮤니티 무용그룹에서 양리핑의 공작춤 반을 수강한다. 마치 한국 대중의 아이콘이 김연아여서 많은 꼬마들이 피겨를 배우며 멎진 상상력의 날개를 펴며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필자는 중국에서 동작치료 및 춤치유 워크숍을 하며 많은 도시의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잦은데 심리적 억압을 춤치유를 통해 치유받고 싶어 하는 이유가 짐작된다. 수업 진행 과정 중 굉장히 몰두해서 자기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는 과정에 도달하면 내면 깊이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너무나 고요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이 양리핑춤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이들 무의식 깊숙이 그 ‘미’라는 그리고 ‘춤’이라는 개념에 양리핑의 춤이 들어가 있다는 데 다시한번 나 역시 한 사람의 무용인으로서 ‘예술로서의 춤’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 과학적인 구도의 구성력과 소리, 색깔, 움직임, 에너지, 나 역시 그 공연을 본 지 2년이 흘렀지만 또 한 번 보고 싶고, 지금도 춤치유를 강의 할 때면 “여러분 방금 눈을 감고 무의식중에 추셨던 아름다운 양리핑의 춤이 보기 좋았어요”라는 말을 할 적마다 내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 작품이 갖는 힘과 대중에게 뿌릴 수 있는 예술적 씨앗, 그리고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생각해보며 그때의 감동이 잔잔하게 밀려온다.

김희현
국내에서 춤을 독학하고 타일랜드와 인도에서 춤을 수련한 후 중국 광저우에서 춤과 요가를 결합하여 춤 치유 활동과춤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이전에 죽산국제예술제 스탭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2011. 08.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