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광저우 현지취재_ 2014 중국 광동 국제 댄스 페스티벌
무섭게 팽창하는 중국의 컨템포러리 댄스
장광열_춤비평가

 수년 전부터 문화예술에 대한 중국 정부의 투자는 국가적으로, 전 도시에 걸쳐 매우 빠른 속도로 행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곳곳에서 받는다.
 베이징의 호수 위에 서너개의 극장이 함께 있는 복합 아트센터(국가대극원)를 개장한 것이나 매년 참가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하이 아트마켓, 그리고 남경을 중심으로 중국의 곤극과 곤무를 부활시키려는 노력 등이 모두 그 같은 노력의 소산들인 것처럼 보인다.
 지난 11월 4일부터 23일까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제5회 “차이나타임 2014”는 약 3주 간에 걸쳐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삶과 현대적인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전시, 콘서트, 영화, 공연, 강의, 토론, 낭독회 등까지 200여개의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의 전반적인 문화와 전통, 현대 예술을 소개함으로써 유럽인들에게 아시아의 대국 중국의 저력을 보여주고 확인시키기 위한 행사였다.

 



 무용예술 역시 예외가 아니다. 베이징국립발레단이 영국의 코벤트가든에서 일주일 이상의 공연을 하면서 전회 티켓을 매진시키고, 국제적인 발레 갈라 공연을 개최하는 것이나 존 크랑코 재단으로부터 발레 <오네긴>의 공연권을 사는 것이나, 외국의 무용축제에 중국 무용단을 적극적으로 파견하면서 항공료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나 국제 무용 콩쿨 등에 중국 무용수들을 출전시키면서 1명의 댄서에게 1명의 지도교사 외에 별도의 트레이너를 대동시키는 사례 등에서도 그런 징후가 포착된다.
 필자가 직접 현장에서 지켜본 것만도 2012년 무용 마켓인 독일 탄츠메세에서 중국 무용단을 소개하는 별도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시도한 중국은 올해 서울아트마켓 PAMS에서도 개막일에 중국 포커스와 개막 공연에 중국 무용단의 공연을 포함시켰다.
 이렇듯 이즈음 들어 무용을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해외에서 열리는 무용 마켓이나 댄스 플랫폼, 페스티벌 등에 중국의 참여 폭이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나고 있고 중국과의 춤 공동제작이나 공동 프로젝트 등을 시행했거나 하고자하는 외국의 파트너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내에서의 춤 인프라가 강하게 구축되면서 춤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높아진데 따른 댄스 컴퍼니들과 기획자들의 발빠른 행보에 의한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춤 국제교류의 대상이 컨템포러리 댄스 쪽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바로 이같은 현상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또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광동댄스페스티벌(Guangdong Dance Festival)이다.

 



 베이징, 상해에 이어 3번째로 큰 도시인 광저우에서 매해 개최되는 이 페스티벌은 올해 11회 째를 맞아 11월 8일부터 15일까지 열렸다. 2년만에 다시 이 축제를 찾은 필자는 몰라보게 달라진 축제 프로그램과 운영방식, 그리고 엄청나게 발전한 중국 컨템포러리 댄스의 면모를 보고 크게 놀랐다.
 2년전 이 축제에 참가했을 때는 중국의 신진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컨템포러리 댄스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수행에 충실하려 하는 모습이 역력했었으나 올해 다시 찾았을 때는 “매년, 새로운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중국의 현대 무용 발전의 허브로서 인터내셔널 댄스 발전의 대표체로 발전시키겠다”는 주최측의 의지를 더욱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2년 전에는 중국의 무용단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래밍을 선보였으나 올해는 홍콩과 타이완, 마카오 등 중화권 국가들을 대거 참여시켜 이른바 중화권 국가들의 댄스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려는 의지를 역력하게 드러냈다. 이같은 의지를 반영하듯 올해 광동 댄스페스티벌은 〈Dance X〉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며 컨템포러리 댄스를 위한 국제적인 네트워킹 구축이란 보다 분명한 목표를 천명했다.

 



 올해 광동댄스페스티벌은 크게 “An Internationa Exchange Platform"과 ”The Hub of Chinese Contemporary Dance"의 두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졌다. 중화권의 컨템포러리 댄스를 소개하는 Dance X가 전반부(11월 8-11일)에 배정되었고 이후에는 네덜란드 단체들의 공연 등 International 프로그램이 (11월 12-15일)이 후반부 일정에 배정되었다.
 Dance X에는 중국과 홍콩 타이완 마카오 등에서 온 40편의 작품들이 4일 동안 집중적으로 선보였고 이들의 작품을 홍보하는 부스가 별도로 설치되어 운영되었다.
 이번 광동댄스페스티벌에 공식적으로 참가등록을 한 참가자들은 110명이었고, 이중 40여명이 중화권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참가자였다. 각 단체들의 부스가 설치된 곳에서 열리는 피칭 세션과 핀란드, 네덜란드, 이탈리아, 한국, 중국, 홍콩 등의 축제 감독과 아티스트들이 조인한 두 개의 포럼도 축제 프로그램에 포함되었다.
 광동댄스페스티벌의 감독인 카렌 정(Karen Cheong)은 Dance X의 폐막 리셉션에서 “Dance X는 앞으로 컨템포러리 댄스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들의 국제적인 관계를 더욱 중진시키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Dance X는 광저우에 새롭게 오픈한 오페라하우스와 광동현대무용단의 전용극장인 GMDC Theater, 중극장 규모의 Friendship Theater와 광동 Song & Dance Theater, 그리고 XingHai PA 공원의 야외무대에서 각각 치러졌다.
 중극장 규모의 극장에서는 더러 빈 자리가 눈에 띄었으나 중국의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이 소개되는 소극장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그 열기가 넘쳤다.
 무용 축제는 예술감독이나 축제의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프로그램 디렉터의 역량에 그 성패가 크게 좌우된다. 물론 예산 역시 무시할 수는 없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축제의 지향점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의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 광동국제무용제는 베이징 현대무용 축제와 다르게 네트워킹을 확장하는 차별성을 통해 중국 컨템포러리 댄스의 발전을 가속화 시키는 분명한 미션으로 해마다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2년에 지켜본 광동무용축제는 운영 노하우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유명 무용축제에 비해 뒤처져 있었지만, 차별화 된 축제를 향한 그 방향성만큼은 평가받을만 하며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축제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그 만큼 높아 보였는데 바로 그런 예측이 그대로 적중하고 있음을 올해 축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축제 기간 동안 지켜본 30여 편의 중국 컨템포러리 댄스는 무용수들의 기량, 안무가들의 능력, 홍보와 마케팅 등 컴퍼니 운영의 전문성 등에서 놀랄 만큼 성장된 모습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2014. 12.
사진제공_광동국제댄스페스티벌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