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표지인물 인터뷰_ 안무가 신창호
1년 사이 2개 작품 유럽 직업발레단 레퍼토리로 공연
장광열_춤비평가

 



 안무가 신창호의 작품 <Platform>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발레단의 레퍼토리로 채택되어 최근 인스부르크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마쳤다. 지난해 <No Comment>에 이은 두 번째 한국 안무가의 직업무용단을 통한 작품 수출이다.
 한국 안무가의 작품이 해외 투어를 통해 소개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직업무용단의 시즌 레퍼토리에 포함되어 소개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재독 안무가 허용순의 작품이 터키와 독일의 발레단에서 꾸준히 공연되는 것과 함께 신창호의 연속 공연작품 수출은 한국 안무가들의 상품성을 담보하는 신호탄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 인스부르크 극장은 오페라단, 오케스트라, 극단, 무용단 등 4개의 예술단을 가지고 있으며, 2,500석 규모의 대극장과 중극장(400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모두 몇 번의 공연을 했는가?

“지난해 12월 6일부터 올 2월 14일까지 모두 9차례 공연했다. <No Comment>가 14회 공연했으니 조금은 줄어들었다. 강수진씨가 출연하는 <나비부인>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공연했는데 <나비부인>의 공연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같은 발레단의 무용수들이 출연하다 보니 연습실에서 강수진씨와 자주 보게 되었고 여러 차례 함께 연습했다.”

- 한국의 안무가와 한국 출신의 주역 무용수가 번갈아 가며 인스부르크의 밤과 낮을 책임졌다는 말로 들린다. 우리나라 무용가들의 해외 진출이 정말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오래 동안 무용수들과 작업했는가?
“모두 4주 정도 되었다. LDP의 안남근이 2주 동안 먼저 가 훈련시켰고 내가 직접 2주를 함께 작업했다.”

- 작품 <No Comment>도 2012년 12월에 인스부르크발레단에서 공연했다. 안무 저작권료는 지난해 <No Comment>와 비교해 어땠는가?
“지난해에는 4,000유로를 받았다. 올해 <Platform>은 공연 횟수도 적은데 6,000유로를 받았다. 항공기와 숙소 제공은 별도의 조건이었다."




- 2년 연속 같은 안무가의 작품을 직업무용단의 시즌 레퍼토리에 포함시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무용단의 예술감독인 Enrique Gasa Valga는 2007년에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강수진과 친구들>(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기획, 제작) 공연 때 강수진의 파트너로 내한했던 엔리케가 그때 함께 공연한 <No Comment>를 보았고 이를 기억하고 있던 그가 이 작품을 초청한 것으로 들었다.

“맞다. 무용수였던 그가 예술감독이 되었고 그때 만난 인연이 유럽 시장으로의 ‘작품’ 진출로 이어진 셈이다. <No Comment> 공연을 다 마친 얼마 후에 곧 바로 <Platform>의 안무도 맡아 달라는 의뢰가 왔었다.“

- 작업 과정은 어떠했는가?
<No Comment>를 할 때 보다는 쉬웠다. 작년에는 단원들과 무용수와 안무가의 관계였으나 올해는 단원들과의 친밀감이 더해졌기 때문인지 편하게 작업했다.“

- 두 번째 안무 작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똑같은 작품이라도 무용수에 따라 다른 느낌 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일단 발레단에서 고난이도 플로워 움직임이나 즉흥 장면을 만들어 낼 때, 그 무용수에 맞게 동작을 수정하고 무용수가 표현하는 역할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 공연 후의 반응이 궁금하다 두 작품 중에 어떤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았나?

“<No Comment>다. 단원들의 반응도 그랬다. <Platform>은 동유럽의 정서가 깔려있다. 슬로베니아를 여행하면서 받았던 이미지를 토대로 만든데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많다 보니 자신들이 공연했던 작품들과 그 분위기나 정서가 비슷하다고 느낀 것 같았다. 단원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경험하고자 하는 바람이 더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 스위스의 직업무용단에서 단원으로도 활동했는데 유럽의 안무가들과 한국 안무가들의 작업 방식의 차이점 중 가장 다른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몇 번의 작업으로 유럽의 안무가들과 한국 안무가들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작업했던 유럽의 안무가들만 놓고 비교한다면, 그들에게는 작품에 대한 확실한 구상과 단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이다.”

- 한국 안무가들의 해외 진출에 있어 가장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첫 번째는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PT 할 수 있도록 하는 언어 소통이고, 두 번째는 네트워크 정보가 부족한 것이다. 그리고 한번 갖은 네트워크는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안무가로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소재의 작품이 있다면?

“현재 구상 중인 작품은 노령화에 대한 주제로 노인을 바라보는 시점, 노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극 형식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 본인의 안무 작품 중 해외 공연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알려달라.
“최근 Carla van Zon (뉴질랜드 Auckland Festival 감독), Paul King (미국 White Bird Festival), Robert van den Bos (네덜란드 Anmaro 공연 기획자)에게 <No Comment><Platform><This performance is about me><Body Investigation>을 프리젠테이션 했고, Neil Ieremia (뉴질랜드 Black Grace Company 감독)와 공동 작업을 위한 교류를 하고 있다. ”

- 인스부르크발레단과의 작업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무용수들과 작업하는 동안 많은 질문을 받았다. 이전 대부분의 안무 작업에서는 전체적인 주제와 컨셉트만 갖고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장면 구성에 대한 여러 질문을 받으면서 설명을 위해 작품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다.”


 직업무용단의 고정 레퍼토리로 채택된 작품과 안무가에게는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2010년 Kore-A-Moves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 6개국의 공연장에서도 <No Comment>가 10여 차례 넘게 소개된 만큼 이런 성과들이 모아져 향후 신창호 안무의 두 개 작품은 또 다른 도시에서의 공연 기회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가 전제될 때 예술상품으로서의 경쟁력도 그 만큼 높아지게 마련이다. 신창호의 연이은 안무 작품 수출을 계기로 한국 안무가들의 해외무대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해 본다. 

 

2014.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