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독일 현지취재_ 아우크스부르크발레단 초청 안무 허용순 〈로미오와 줄리엣〉
클래식과 컨템포러리의 조합, 적절한 위트와 강한 에너지
정다슬_<춤웹진> 유럽 통신원

 

 

 동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와 공기 위에서 떠나니 듯 중력을 거부한 움직임 등 발레가 지닌 매력은 마치 현실이 아닌 듯한 세계를 무대 위에 펼쳐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11월 29일 재독 안무가 허용순이 선보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것에서 철저히 벗어나 있었다.
 독일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발레 안무가 허용순은 이미 2001년부터 자신의 작품을 안무하기 시작하여 수많은 무용단들과 함께 현재까지 30개 이상의 작품들을 안무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의 첫번째 전막 발레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2008)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극장에 초청을 받아 6년만에 재안무되어 올려졌다. 그녀는 이미 2011/12 시즌 아우크스부르크 극장과 〈Carmina Burana〉를 선보였었고, 그녀의 작업을 인상적으로 본 예술감독 로버트 콘에게 다시 한 번 러브콜을 받은 것이다. 11월 29일 초연된 허용순의 2014년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안드레 실바가 로미오를, 안나 도르데빅이 줄리엣 역할을 맡았다.

 



 1597년 셰익스피어가 써 내려간 사랑 이야기는 지금의 그것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그 사랑 이야기는 1938년 프로코피예프의 음악과 반야 프소타의 안무로 발레로 재탄생되었고, 낭만주의 발레를 밀어내고 20세기 발레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후 <로미오와 줄리엣>은 수많은 안무가들에 의해 재해석되었지만 그 중 허용순인 선보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손가락에 꼽을 만큼 독특한 해석과 연출이 눈에 띄는 안무였다.
 이탈리아 베로나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카퓰렛가와 몬테규가의 싸움은 당구대가 놓여있는 바(Bar)로 옮겨간다. 불그스름한 조명 아래에서 밤을 즐기고 있는 무용수들의 의상이 눈에 띄었다. 모던하게 각색된 도회적인 의상을 입고, 발레 타이즈를 벗어버린 발레리나의 몸에서는 가냘픈 라인이 아닌 등과 다리의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섹시하고 에너제틱한 인상을 주었다. 싸움 장면에서는 당구공과 큐대를 활용한 안무와 손가락 사이를 활짝 펴거나 마디마디 구부러진 팔의 움직임을 통해 긴박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상황이 표현되었다.

 



 무대는 곧 가면 무도회장으로 옮겨가고 그곳에서 처음 만난 로미오와 줄리엣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날 밤 발코니 아래에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줄리엣과 로미오의 파드되가 선보여졌다. 복잡한 연결의 리프트 동작들과 큰 보폭의 스텝들은 육감적으로까지 다가오며, <로미오와 줄리엣>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두 남녀가 보여주는 사랑의 춤은 불이 타오르듯 격정적이고 열정적이다가도 한 순간에 서정적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사실 이 파드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적으로 각색된 무대였다. 불필요한 장식들을 걷어내고 간결하고 직선적인 구도로 완성된 발코니와 그 옆에 앙상하게 서있는 나무가 전부이다. 이번에 무대 연출과 의상을 담당한 베레나 헤머라인은 작품 전반에 걸쳐 간결하면서도 웅장한 구조물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발코니 신의 하얗게 메마른 나무, 가면무도회 신에서 벽으로 연출된 거울, 엔딩에서의 사선으로 배치된 계단식 제단 등 건축적 구조를 활용한 듯한 무대 공간의 변형과 활용이 영민했다.

 



 2막과 3막은 연결되어 스토리가 빠르게 전개되었는데, 안무가는 빠른 상황 전개에서도 적절한 위트를 잊지 않았다. 줄리엣의 편지를 전해주는 유모와 로미오의 친구들이 선보인 춤은 작고 가벼운 스텝들로 이루어졌고,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딱딱 떨어져 경쾌함을 더했다. 유모가 등이 떠밀려 나가던 중 멀리 날아간 가방, 유모에게 키스를 건네는 로미오의 친구 등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넘쳐났다.
 특히 로미오를 대신하여 티볼트와 결투를 벌이는 머큐시오는 작품 내내 반항아적인 기질과 장난기 넘치는 역할로 표현되는데, 티볼트의 칼에 맞고 숨이 멎어가는 도중에도 현실을 부정하려 여자들을 유혹하고 끊임없이 장난을 친다. 머큐시오 역을 맡은 오스트리아 출신 무용수 테오플리스 제레미아스는 변화무쌍한 연기와 자연스러운 제스처들을 통해 캐릭터의 특징을 잘 표현하여 단연 눈에 띄는 머큐시오를 연기해냈다.
 줄리엣의 침대에서 시작되는 3막에서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헤어져야만 하는 연인의 서정적인 감성은 그저 창밖을 바라보고 커튼을 치며 과묵하게 표현되었고, 파드되는 다양한 리프트 동작과 플로어에서의 움직임을 선보이면서도 1,2막에서 보여진 격정적인 러브신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감정라인으로 연출되었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무게감 있는 움직임들은 3막에 이르러 더 많이 드러났다. 기존 발레 동작이 중력을 거부하고 정형화된 선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허용순의 안무에서는 중심이 땅에 있어야만 하는 동작들과 기존 발레 동작의 범위를 벗어나고 클래식과 컨템포러리 발레를 철저하게 조합시킨 것이 큰 특징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동작들은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극대화시켰다.
 마지막 장면은 가사 상태에 빠지는 약을 먹은 줄리엣과 이를 죽음으로 오해하는 로미오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로미오는 축 늘어진 줄리엣의 몸을 안고 돌아다니고, 그녀의 손을 자신의 가슴과 얼굴에 얹는다. 로미오가 추는 슬픔의 춤에서는 제스처만으로도 사랑하는 이를 잃고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감정선이 강하게 드러났다. 로미오가 줄리엣을 따라 죽음을 택하자 마자 곧이어 약에서 깬 줄리엣은 로미오가 그러했듯 그의 움직임을 똑같이 반복한다. 자신을 안아줄 것이라고 여겼던 로미오의 손이 축 늘어져 있자 줄리엣은 그의 죽음을 깨닫고 오열하고 이내 칼로 가슴을 찌른다.

 



 허용순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작과 내용은 동일하지만 에너제틱하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의 각색으로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를 되었다. 단순한 스토리 라인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비극적 러브 스토리 안에는 다양한 감정 라인이 녹아 있었고 허용순은 그 안에서 사랑은 물론 절망, 고독, 외로움까지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그 기복을 표현해내었다.
 특히 생동감 넘치게 표현된 각각의 캐릭터들은 이 비극적 스토리를 때로는 웃음이 넘치도록 때로는 눈물을 짓도록 만들었다. 예술감독 로버트 콘이 강조하였듯 이 작품 안에서 16명의 무용수는 주역과 솔리스트, 군무로 구분되지 않고 인물마다 각자의 색깔을 입혀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무대에는 아우크스부르크발레단 소속의 한국인 무용수 김지원과 이은경이 함께 올라 그 의미가 더 뜻 깊었다. 특히 로살린 역할을 맡은 김지원의 노련미는 단연 돋보였다. 로미오가 한때 사랑했던 여자인 로살린은 유혹적이고 매력적인 몸짓으로 여성미를 뽐내는 역할이다. 김지원은 뛰어난 기량과 농염한 연기력으로 로살린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관객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12월에 이어지는 공연에서 김지원의 줄리엣을 기대해본다.

 



 마침 이날 공연장을 찾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 무용수 강효정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나에게 굉장히 특별한 작품이다. 허용순 선생님의 색다른 버전을 관람하게 되어 즐거웠고 언젠가는 선생님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국인으로서 매우 뿌듯함이 느껴지는 무대이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용순에게 러브콜을 보낸 로버트 콘은 “모든 무용수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녀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도 또 작업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기분 좋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초연이 끝나고 만난 안무가 허용순의 표정은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무용수들은 이전에 함께 작업을 한 적이 있어 친근하다. 그래서 작업이 더 편안하고 그들을 믿었다. 나의 첫번째 대작을 6년 만에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다시 올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 6년 전과 지금의 나의 작업은 많이 변했기 때문에 다시 안무를 하며 작품 역시 많이 변화시켰고, 오늘 그 결과를 보니 내가 원했던 작품이 나와 매우 만족스럽다” 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 허용순 인터뷰

무용수와 관객 모두에게 최고의 기쁨인 작품 만들고 싶다

안무가 허용순은 <춤웹진> 송년호 기획 “2014 해외에서 한국을 빛낸 무용가”에 일찌감치 선정된 인물이었다. 매해 자신의 안무 작품들을 외국의 전문 발레단에서 공연하고 있는 그녀는 11월 29일 독일의 아우크스부르크발레단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전막 공연을 올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인터뷰는 정다슬 <춤웹진> 유럽 통신원의 아우크스부르크 공연 현장취재 전에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졌다.(편집자 주)

 

장광열_<춤웹진> 편집장



장광열 잘 알려진 작품의 전막 공연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지요. 어떻게 해서 이번 공연을 올리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허용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발레단 단장인 로버트 콘이 자신의 컴퍼니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일 수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프로덕션을 찾고자 몇 년 동안 여러 안무가들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러 다녔습니다. 그 중 제가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장 그의 발레단에서 최고의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콘 단장님은 제 작품이 클래식과 모던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보고 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에 아우크스부르크발레단과 같이 일한 적이 있습니다. 2011-2012년 시즌 때 컴퍼니를 위하여 〈Carmina Burana〉를 안무 했었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발레단과는 그럼 두 번째로 함께 작업하는 것이네요?
독일에는 Rotes Tor라는 제일 아름다운 야외극장이 아우크스부르크에 있는데 그때 그곳에서 오케스트라, 합창단 그리고 무용수들과 다같이 아름다운 무대에서 공연을 했었습니다. <카르미나 부라나>가 성공리에 끝나 짧은 기간 안에 우리는 다시 일하기로 약속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날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로버트 콘이 저에게 부탁한 조건이 있었어요. 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고 싶은데 6년 전에 초연한 작품을 바탕으로 재안무를 할 수 있냐고 요청을 하셨어요. 저는 물론 Yes라고 답해주었죠. 6년전 만든 <로미와와 줄리엣>이 저의 첫 대작이었지만, 그때의 저의 안무 세계와 지금의 저의 안무 세계에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와 마음이 잘 맞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 Verena Hemmerlein의 새롭고 모던적인 무대 세트와 의상을 만들게 하여 예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베이스로 다시 재안무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품의 완성도가 많이 좋아졌고 컴퍼니도 너무나도 멋지게 잘 소화해내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동안 다른 외국의 컴퍼니에서도 공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발레단에서 공연했는지요?
독일 슈베린 컴퍼니를 위하여 안무했고 항상 매진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1년만 공연하려고 했었는데 3년 동안이나 계속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몇 년 동안도 여러 컴퍼니와 바쁜 스케줄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컴퍼니에서 대작보다는 소 작품들을 원하여 사실상 <로미오와 줄리엣>을 올릴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 중 두 번은 유럽 컴퍼니에서 공연하려고 했었는데, 음악 저작권 문제로 아쉽게도 공연을 올리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우크스부르크발레단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안무가로 외국의 직업발레단에서 자신의 안무 작품을 지속적으로 공연하는 것은 매우 드물고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신의 작품이 다른 컴퍼니의 러브콜을 계속 받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글쎄요... 거의 제 작품들은 유럽, 미국 그리고 호주에서 초연되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좋은 기회로 훌륭한 우리 한국 무용수들과 함께 올린 초연 작품들도 많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대부분 저랑 한번 같이 일한 컴퍼니에서는 저를 다시 초청해 주셨고 새 작품을 안무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아마도 제 안무 스타일이 한쪽으로만 몰려있지 않고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여러 모습을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기쁨과 슬픔을 줄 수 있어서 그럴까요...
현재 안무가들은 추상적인 작품들을 하거나 움직임의 테크닉을 중요시 하는 작품들을 안무하는 경향이 많은데, 저는 안무할 때 관객들이 같이 그들의 감정과 스토리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 꾸준히 안무 의뢰가 들어오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작품할 때 그 무엇보다도 무용수들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용수들의 진실된 모습과 최고의 기량을 보일 수 있을 때 까지 같이 일하죠. 공연이 끝났을 때 무용수들이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도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지울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2014년 한해도 여전히 분주하게 이곳저곳을 다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외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2월에 제4회 Dresden Biennale Tanzausbildung 에서 작품 〈Refektion〉을 공연했고, 3월에는 터어키의 Samsun National Ballet Company 초연, 5월에 미국 툴사발레단에서 4번째 초청으로 〈Contrast〉를 초연했습니다. 이 작품은 초연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다른 두 컴퍼니에서 작품을 공연할 예정입니다. 7월에는 유니버설발레단 썸머스쿨에서 발레 클래스를 지도했구요, 8월에는 서울 국제발레콩쿨에서 심사위원을 맡았습니다.

 



그 사이 우리나라 무용수들과 함께 여러 편의 새 작품을 안무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작품들이 2012년과 2013년에는 연속으로 한국춤비평가협회가 선정한 베스트작품에 선정되기도 했지요. 한국의 무용수들과 작업하면서 또 국제 콩쿨의 심사위원 등을 하면서 국내 발레계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요?

우리나라 무용수들은 정말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안무가로서 정말 탐나는 무용수들이 너무도 많아요. 그래서 제가 우리나라 무용수들과 작업하는 것을 원하고 좋아합니다. 발레와 현대무용 모두에서 훌륭한 무용수로 넘치는 나라가 아마 우리나라가 아닌가 생각되고 그래서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더욱 더 자랑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단장님, 국립발레단의 강수진 단장님 그리고 서울 발레시어터의 김인희 단장님은 거의 저의 가족과 같습니다. 우리는 처음 발레를 같이 시작하였고 (강수진 단장님은 3년 후배) 선화출신이며 애드리언 달레스 선생님께 배웠고, 그리고 모나코발레학교에서 같이 유학했습니다.
저와 강수진 단장님은 유럽에 남아서 활동을 하였고, 김인희 단장님과 문훈숙 단장님은 한국에서 활동하였습니다. 우리들의 꿈은 발레 세계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는 것과 우리나라 발레를 세계적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용수들에게 진정한 무용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이었어요. 현재는 저만 안무가로서 다른 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현 발레단의 레퍼토리 수준은 외국과 거의 같고 그런 레퍼토리를 소화해내는 우리나라의 무용수들 기량은 결코 외국 무용수들 못지 않습니다.

 



2015년에는 어떤 활동들이 예정되어 있는지요?

1월 17일에 터어키 이스탄블발레단에서 새 작품을 초연하고, 2월 28일에는 독일 코부르그발레단에서도 새 작품을 무대에 올립니다. 5월 8일에는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과 〈Illusion〉을 초연합니다. 7월과 8월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세미나와 특강들 그리고 9월부터 12월 까지는 두 개의 컴퍼니와 제 작품을 공연할 예정입니다.

안무가로 꼭 해보고 싶은 소재의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저는 솔직히 너무도 많은 소재의 작품들을 안무하고 싶습니다. 저는 멀리서 소재를 찾지 않고 가까운 것에서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작품을 해달라는 제의가 오면 그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음악, 그리고 소재를 결정하게 되죠. 현재로서는 다른 성향의 음악들을 많이 찾고 있고 그 음악이 나를 끌어주거나 안겨주는 듯한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허용순님의 발레 클래스도 인기가 높은데 발레교사로 또 안무가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요?
발레 클래스는 무용수들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될 수 있으면 매일 매일 클래스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지요. 발레 클래스를 아끼는 무용수들만이 진정한 무용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무용수들이 자신의 근육을 다시 느끼고 숨쉬게 한 후에 테크닉적인 것도 같이 배울 수 있는 클래스를 합니다. 앞으로 안무가로나 발레교사로나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항상 발전하고, 우리나라와 외국 어디서나 저의 안무 세계를 무용수들과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 발레의 발전을 위해 조언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우리나라 발레계는 지금 훌륭한 선배들이 이끌어 주셔서 너무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무용수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발레 컴퍼니들이 물론 있지만 많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부족합니다. 춤을 진심으로 추고 싶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배우고 싶으면 외국으로 나와서 오디션을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유럽에는 소규모의 좋은 컴퍼니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유럽도 컴퍼니보다 무용수들이 너무 많아 입단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무용수들 정도의 기량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2014.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