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뉴욕 현지취재_ Les Ballets Trockadero De Monte Carlo 공연
남성 무용수들의 아름답고 발칙한 우아함
서정민_<춤웹진> 뉴욕 통신원

 

 

 ‘Les Ballets Trockadero de Monte Carlo(이하 Trockadero)의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12월 16일부터 조이스 씨어터에서 2015년 1월 4일까지 계속 되고 있다. 이름만 보면 언듯 몬테카를로에 있는 발레단으로 생각되나 이 컴퍼니의 베이스는 뉴욕이다.
 Trockadero는 고전 발레를 풍부한 위트로 패러디하고 있는 남성들로만 구성된 무용단으로 원작의 스타일과 컨셉트 등을 충실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이 같은 취지에 부합하듯 공연 내내 무용수들은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들의 공연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개로 짜여졌다. 프로그램 A는 <백조의 호수> 중 “E LACDES GYGNES”, “Go for Barocco”, “La Naiade et Peachier”, 프로그램 B는 〈ChopEniana〉, 〈Don Quixote〉, <에스메랄다> 중 “Pas De Six”, 〈Patterns in Space〉가 포함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러시안 액센트로 “모든 프로그램은 변화가 없으며, 모든 발레리나들의 기분이 매우 좋다”며 익살스러운 멘트와 함께 막이 올랐다.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차이코프스키 음악과 함께 <백조의 호수>가 첫 작품으로 선보였다. 무거워서 파트너링이 제대로 안되는 혹은 상반신을 쫙 다리 쪽으로 펼쳐 스트레칭을 해야하는데 안되는 등 힘에 겨워하는 댄서들의 춤이 웃음을 자아냈다.
 무거운 발레리나(Robert Carter)는 때로는 남자처럼 거칠어졌다 이내 부드러운 캐릭터를 재미있게 소화해내며 여러 앙상블에서 톡톡 튀는 표정연기를 곁들여 관객들을 즐겁게 했으며, 모든 남성 무용수들은 우아하며 걸음걸이도 사뿐사뿐 여자 무용수 이상으로 아름다운 발레를 선보였다.
 러시아의 발레의 신기원을 이룬 안무가이자 무용수였던 Michael Fokine의 〈Chopiniana〉를 패러디한 〈ChopEniana〉는 기분좋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었으며, ‘포스트 모던 댄스 무브먼트 에세이’라는 설명을 덧붙인 〈Patterns in Space〉는 이해할 수 없는 장치들로 더욱 익살스러움을 더했다.
 오른 쪽 무대로 3명의 무용수가 머스 커닝햄을 연상케 하는 타이즈를 입고 연속적으로 춤추고, 왼쪽으로는 음악이라고 할 수 없는 소리를 할아버지와 젊은이로 변장한 무용수들이 만들어 내는 작품은 존 케이지를 소재로 한 〈after John Cage〉였다.
 두 명의 음악가에게 관객의 시선이 집중된 〈Patterns〉는 어두운 무대에 작은 원 형태의 조명이 만들어지면서 튀튀를 입은 세 명의 무용수가 조심스럽게 커튼 사이로 나오면서 시작된다. 걸음을 사뿐사뿐 옮길 때마다 튀튀에서 깃털이 떨어지는데 공연이 끝날 때 쯤, 발레 무용수는 떨어진 깃털을 주어 다시금 튀튀 위로 얹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Don Quixote〉 프로그램 하단에는 “경제적 이유로 인해 두 명의 캐릭터를 작품에서 빼 버렸다”고 쓰여있기도 했다. 여러 작품 중 필자에게는 <백조의 호수>와 〈ChopEniana〉가 특히 익살스러웠고 특유의 재미도 쏠쏠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길게 말아 올린 마스카라와 짙은 화장으로, 아름다운 그들의 얼굴 연기와 춤을 보고 있노라면 순간적으로 여성 무용수로 여겨졌다가도 두드러진 근육들을 보면 이내 남성무용수임을 상기하게 된다. 여성 무용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함이 느껴지다가도 무용수들이 작품 중간중간 혼자만 튀고 싶어하는 제스처를 보여줄 때는 더욱 재미를 더했다.
 여자 무용수보다 더 매끈한, 혹은 남자 특유의 근육을 갖고 여자 무용수로 변장된 이들의 코믹발레는 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서부터 고급 발레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에게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을 정도로 기교면에서도 뛰어났다.
 커튼콜 때, 모든 무용수들이 무대에 올라와 무용수 한 명이 꽃다발을 전달받고 마지막 무대인사를 하고 무대에 불이 꺼졌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금 불이 켜지는데, 무용수들은 서로 꽃을 가지려고 싸우는 우수꽝스런 상황을 연출하는가 하면, 곧바로 우아한 자태로 포즈를 잡다가 신나는 음악과 함께 다시 한 번 격렬한 원무를 선보이며 마지막까지도 즐거움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컴퍼니에서 20년 동안 함께 한, Robert Carter는 특히 군무에서 위트있고 재미있게 작품을 이끌었다. 그는 “작품에서 코믹함을 주는 타이밍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익살스러움을 너무 강조하거나 뭉툭하게 표현하면 작품 전체의 질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지나쳐도 안되고 부족해서도 안 되게 발란스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용수로 컴퍼니에 합류한 후, 현재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Tory Dobrin은 “많은 댄서들이 표정없이 춤을 추는데 우리 컴퍼니에서는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 얼굴표정도 하나의 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Brian Seibert는 ‘뉴욕타임스’에 “무용수들은 모두가 코메디언이자 무용수다. 그러나 무용수들은 아마도 본질적으로 그들의 예술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이다. 코메디는 진중한 열망이며 발레를 아는 괴짜들의 감식안을 위한 마스크 일 것이다”라고 적었다. 남자들로만 구성된 이들이 보여준 아름답고 발칙한 우아함과 위트는 정말로 혼자 보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Les Ballets Trockadero de Monte Carlo는 1974년 창단되었다.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루프탑에서의 첫 공연을 보고 ‘뉴욕타임스’와 ‘빌리지 보이스’에서는 “컴퍼니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획득했다”고 평했다.
 창단 후 컴퍼니는 수차례 해외 공연을 했다. 일본에서는 28회의 공연을 했고 팬까페까지 만들어져 있다. 영국 및 이탈리아에서 베스트 고전 레퍼토리 상, 포지타노 상(Positano Award) 등을 수상했고, 2008년 영국 왕실과 백작이 참석하는 갈라 나잇 Royal Variety Performance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2015.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