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ODAFE<Digilog>전혁진 & 한선천
상호작용에 의한 서로의 빈 공간 채우기

2014년 Modafe의 성과로 젊은 안무가들의 약진을 꼽을 수 있다. 전혁진과 한선천은 그 논의의 중심에 서 있는 몇몇 안무가들에 포함된다. 방송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무대 공연으로 분주한 두 주인공을 만나 신작 작업을 비롯한 최근 춤계를 바라보는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김인아
<Digilog>는 제33회 국제현대무용제의 국내 초청작으로 선정된 작품이었지요. 모다페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전혁진(이하 전) : 2012, 13년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 모다페 무대에 올랐습니다. 앞서 두 번 참여했기 때문에 올해는 관객으로 모다페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축제사무국에서 연락이 와 한선천씨와 했던 <동행>이라는 작품을 공연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습니다. <동행>은 작년 모다페에서 선보였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같은 무대에 재차 올리는 것은 관객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도 가능하다면 둘의 듀엣을 다시한번 보고싶다고 요청하셔서, 전에 구상해놓았던 주제를 바탕으로 <Digilog>를 새롭게 안무해 선보였습니다.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 1월 말쯤 연락을 받았습니다. 둘 다 굉장히 바쁜 시기였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고 기존에 있던 작품을 올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연습 횟수는 많지 않았어요. 다행히 한선천 씨도 ‘디지로그’의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설명하고 맞춰보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각자 구상해온 것을 디벨롭하는 방식으로 실제로 만나 연습한 기간은 5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웃음)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5일 동안만큼은 굉장히 몰입했었죠. 오래 같이 작업해 왔기 때문에 서로를 알고, 믿고 있던 부분도 큽니다. 한선천 씨와 작업할 때에는 유독 우연히 얻는 영감도 많고, 서로 주고받는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한선천(이하 한) : 전혁진 씨가 저를 많이 배려해주었어요. 모다페 일주일 동안 제가 안무한 <Turning Point>, <Digilog>, <댄싱9 갈라쇼> 공연이 차례대로 잡혀 있었어요. 일주일 안에 소화해야 하는 스케쥴이어서 연습 기간이 짧아졌지만, 5일 만큼은 최선을 다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 <Digilog>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이었나요?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변혁기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로운 결합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디지털화 되가는 세상 속에서 추는 아날로그의 춤곡’이랄까요. 4년 전쯤 홍대에서 음악하는 분과 한선천 씨와 함께 밤새도록 시간가는 줄 모르고 ‘디지로그’에 대해 얘기했던 적이 있었어요. 핸드폰으로 사랑을 고백하면 과연 이것은 디지털일까, 아날로그일까. 가장 이상적인 '디지로그'란 무엇일까. 그때 생각했던 것들이 작품에 모티브가 되었죠.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의 따뜻함이 공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디지로그의 세상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강하고 절도 있는 움직임 이면에 여리고 섬세한 감성이 느껴졌습니다. 안무 구성의 주안점은 무엇인가요?

: 일단 직선적이고 단편적인 움직임이길 바랐습니다. 한편으로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은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감정은 배제한 차가운 부드러움을 이 작품에 담고 싶었어요. 곡선이나 호흡들이 생기는 지점에서 감정은 전혀 전달되지 않았으면, 아예 감정이 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움직임을 구성했습니다. 전반부에는 둘이 톱니바퀴 기계처럼 무감정의 상태로 춤을 췄어요. 딱딱하고 절제되어 있는 기계 같은 움직임을 계속 이어가다가 어느샌가 지쳐서 움직임을 멈춘 것만 같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람인 것 같은 인상을 주고자 했어요.

평소 다른 분야 아티스트들과의 협업도 그러하고, 작품제목과 리플렛을 보고 설치미술이나 영상미디어를 접목시킬 것이라 예상했었습니다. 사각프레임 조명과 일렉트로닉 뮤직만으로 극장 요소를 제한한 이유가 있나요?
: ‘디지로그’라는 단어 자체가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연출을 연상시키지만, 사실 제가 생각한 디지털은 기계화된 디지털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디지털화’였습니다. 세상보다 기계처럼 살아가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디지털의 내용이 테크놀로지의 연출로 연결되는 편견을 깨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영상을 활용하게 되면 그저 매체 안에 있는 우리가 될 것 같았어요. 도입부에 레이저 빔을 제외하고 이외 모든 조명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잘라 연출한 아날로그 방식이었습니다. 스퀘어프레임 안에서 무용수가 기계처럼 움직인다거나 조명 아래에서 무용수의 얼굴이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 아날로그 환경 속에서 디지털적인 인간을 연출하고자 한 것이죠. 디지털 환경 속에 놓인 아날로그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의 개념으로 아날로그 세상 속에서 기계화된 디지털 인간을 담으려고 했어요.

연출은 미니멀, 내용은 휴머니즘인 작품이군요.
: 그렇습니다. 언제나 휴머니즘에 관심이 많아요. 얼마 전에 휴머니스트 안무가라는 별칭을 얻었어요. (웃음)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기 때문인지,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의 교감이 돋보였습니다.

: 작품 전체에서 즉흥적인 요소가 몇 번은 들어가게 마련인데, 그것이 즉흥처럼 보이지 않을 만큼 호흡이 잘 맞아요. 서로 배려하거나 맞춰야 할 포인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굳이 오랜 시간동안 맞춰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 어느 누구와도 이런 호흡을 맞출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쉽게 나올 수 있는 파트너십은 아닌 것 같아요. 한선천 씨는 즉흥 움직임이든, 짜여 있는 움직임이든 어떤 춤에서도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둘의 상호작용으로 속도의 완급조절이나 호흡의 빈 공간을 잘 채울 수 있게 됩니다. 공연을 하면서 서로 호흡이 맞지 않을까봐 불안해했던 적은 없었어요.

이번 작품이 전작 <동행>(2011)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 곡선적인 움직임이 많았던 <동행>과 달리 이번 작품은 직선적인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감정적으로도 매우 다른 느낌이었어요. 전작에서는 둘이 멀리 있지만 가까이 있는 듯, 가까이 있지만 멀리 있는 듯한 교감이 생성됐다면, 이번 작품에선 서로가 동떨어진 느낌이 많았습니다. 두 작품이 얼굴을 보이지 않고 움직임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은 같았고요.
: 안무자의 입장에서 두 작품은 매우 다르게 느껴집니다. <동행>은 세상 어디엔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쓰는 편지같은 작품이었습니다.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지 못한다 해도, 느껴지는 따뜻함이 있었어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누군가를 보여주고 싶어서 항상 제가 한선천 씨 뒤에 서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한번 서로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 이외에는 서로 마주치는 것 없이 다른 곳을 응시하고 춤을 췄어요. 곡선적인 요소가 많고 호흡이 길었던, 따뜻하고 감성적인 작품이었죠. <동행>으로 둘이 호흡을 맞춘 것도 스무 번 가까이 되기 때문에 감성적인 코드가 둘의 몸에 익숙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Digilog>는 감정을 배제한 차가운 작품입니다. 전작으로부터 익숙해졌던 따뜻한 요소를 덜어내는 것부터가 다른 접근법이었죠. 감정을 담지 않은 짧은 호흡의 움직임이 많았고, 서로가 무관한 존재이기 때문에 주고받는 것 없이 표현하고자 했어요.

작업하면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 한선천 씨는 춤을 잘 추기도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일이에요. 빠른 호흡으로 치고 나아가면 제가 따라잡을 수 없는 정도죠. 짧은 호흡의 스피디한 장면이 있을 때 저는 굉장히 빨리 할테니 한선천 씨에게는 보통 속도로 움직여달라고 제안한 적 있어요. (웃음)
사실 신작을 초연하고서 기분이 후련하고 좋았던 적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신기하게도 마치고 나서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그런 기분은 둘다 처음으로 느낀 것이었어요. 리허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항상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아무래도 초연은 조명이나 의상, 움직임 순서, 감정 표현, 스페이싱 등 신경 쓰이는 부분이 복합적으로 한꺼번에 몰려오거든요. 이번엔 서로 배려를 잘해서인지 그런 압박도 느끼지 못했고요. 저희에게 매우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 다른 공연에서는 여러 가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는데, 이번 작품을 마치고 나서는 편안하고 좋은 기분이 들더군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처음으로, 공연 마치고 둘이 사진도 찍었어요. ‘오늘 같은 날은 사진 한 장 찍자’ 하면서요. (웃음)

 



이번 모다페에서 안무가로 데뷔한 한선천 씨의 작품 <Turning Point>를 소개한다면?

: 에서 선보였던 5분 정도의 작품을 업그레이드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저의 스토리에서 비롯된 작품인데요. ‘댄싱9’을 나가기 전에 춤계의 열악한 현실을 맞닥뜨리고 나서는 춤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유럽 어딘가에서 새벽녘을 맞이할 즈음, 자욱한 안개를 가르고 태양이 떠오르는 풍광을 바라보다가 그동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나,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제 삶에 대해 여러 생각들이 들었어요. 이후 춤으로 돌아와 ‘댄싱9’에 도전하게 되었죠. 이런 저의 이야기를 담아 <Turning Point>라는 작품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작품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했습니다. 첫 번째 ‘몽유병’에서는 어렸을 때 원했던 꿈을 몽유병에 비유해서 표현했고, 두 번째 ‘현실’에서는 커다란 그림자와 나를 대비시켜 어른이 된 나와 어린 나와의 혼돈 상태를, 세 번째 ‘태양 그리고 희망’에서는 태양이 떠올랐을 때 느꼈던 희망의 감정을 담아보고자 했어요. 오로지 춤만 가지고 풀어보고 싶어서 별다른 소품 없이 조명만 사용했는데요. 이런 부분이 관객에게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자신의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느꼈던 괴리감에 빗대어 <Turning Point>를 공감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안무와 출연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버겁지는 않았나요?
: 버겁다기 보다는 부담감이 컸었습니다. 방송에 노출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순수예술춤의 큰 무대에서 솔로 출연의 첫 안무작을 보여드리는 것이어서요. 관객 분들이 실력도 없는데 매체에 노출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다페라는 큰 무대에 섰다고 생각하실까봐 노심초사했죠. 대중이 무용공연을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 이야기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안무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도 많았을 듯 한데요.
: 무용수 때와는 또다른 안무가로서의 책임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20분 작품을 안무해보니 안무가 분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어요. 무용수 때에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연출 요소를 비롯해 작품 전반을 고려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두 분은 어떤 방식으로 창작하나요?
: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제보다도 조명이나 세트, 메인 스틸컷이 될 수 있을 법한 강한 이미지, 표현 연기, 영화 음악 등의 요소에서 영감을 얻고 있어요. <Digilog>에 사용된 음악도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의 오프닝 OST였습니다. 아이디어는 저만이 아는 방식으로 메모해 놓습니다. 쪽지나 핸드폰에 써놓은 많은 메모들 가운데 정리된 내용들이 창작의 모티브가 되고 있어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이미지나 장면들은 머리 속으로 계속 기억하며 담고 있다가 작업할 때 적용시킵니다.
: 안무를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이번 작품을 만들 때엔 무대 위의 이미지를 사진의 연속 프레임처럼 그리면서 생각했습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될 만한 사진이나 음악을 핸드폰에 저장하거나, 노트에 그림을 그려 메모해 두고 있어요. 글보다는 이미지로 기억하는 편입니다.

<Digilog>공연 당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과 뜨거운 호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관’이라는 줄임말을 쓰던데, 국내 춤계에서 보기 드문 유료관객 단체관람, 그리고 전석매진의 공연이었어요. 안무가와 무용수가 체감한 반응은 어땠나요?
: 이번엔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주신 것 같아요. 

: 단관이나 전매는 한선천 씨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지 못한 부분인데 한선천 씨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의 방송활동 덕분에 큰 관심을 받았어요. 순수예술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그들에게 있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춤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춤을 많은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는 고마운 기회였어요.

그간 춤계에서 오랜 시간 고민해왔던 춤의 대중화라는 난제를 순식간에 전복시킬 만큼 방송매체의 파급력과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방영 이후 춤계에서는 ‘춤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예술춤의 왜곡을 불러왔다’ 프로그램으로 얻은 득과 실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갔는데요.
: 논란 역시 관심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댄싱9’에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춤이 있었어요. 반대로 순수무용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고 있고요. 숫자부터 사칙연산, 방정식으로 수학을 배워가듯이 무용을 보지 않았던 분들께 쉬운 춤부터 접할 수 있도록,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다면 자주 보게 되고, 자주 보다보면 순수무용도 편하게 대하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는 무용도 영화 보듯이 대중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시즌이 거듭될수록 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더욱 커지겠지만 논란 역시 끊이지 않겠지요.
: 그들의 매체 활동이 대중의 춤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댄서들이 누군가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해서 대중이 춤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결과로 춤 공연을 찾은 경우와 우연히 춤을 보게 된 경우는 춤을 접하는 태도 면에서 확실히 달라요. 춤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열린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게 되고, 그러면서 춤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사실 한선천 씨가 ‘댄싱9’에 나가겠다고 했을 때 반대를 많이 했어요. 무용을 모르는 심사위원이 한선천 씨같이 훌륭한 무용수를 평가한다는 것이 자존심 상했고, 현대무용이 아닌 다른 장르의 춤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자칫 대중이 현대무용을 잘못 받아들이게 될까봐 걱정도 했었죠. 그런데 본인이 방송을 통해 스스로를 알리고, 무용을 알리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어요. 다행히 한선천 씨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Digilog>에 참여할 때와 <댄싱9 갈라쇼>에 참여할 때의 자세는 확연히 달라요. 제 작품에서는 예술춤을, 갈라쇼에서는 대중을 위한 춤을 온전히 추고 있습니다.


<Digilog>에 대해서 평단은 안무가가 예술적 지향점과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감성을 자극했다, 무용가 전혁진이 안무가의 궤도에 올랐다고 호평했습니다. 무용가 전혁진은 작품으로, 무용가 한선천은 대중매체를 통해 모두 ‘춤의 대중화’를 풀어보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 그동안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 궁금합니다.
: 죄송하게도 작품을 만들 때 관객을 염두에 둔다거나 대중적 요소를 고려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제 작품에서 대중성이 포착됐다면, 그건 아마도 관객이 예술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져서일 거예요.
음… 대중화라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무엇이 대중적인 것인지, 대중적이지 않은 것은 또 무엇이지 그 지점에서 항상 헷갈리곤 합니다. ‘모나리자’를 본다고 해서 완벽히 그것을 이해하고 화가의 의도까지 알아차릴 수는 없죠.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루브르박물관을 찾아요. 그렇다면 모나리자는 대중적인 작품인가, 아니면 순수예술적인 작품인가 그것부터 헷갈리기 시작하는 거죠.
올바른 대중화를 위해 무용가 스스로 자신의 방향을 잘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한선천 씨가 수학을 예로 들어 얘기했는데요. 순수무용도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분명 필요합니다. 방송에 참여한 실력 있는 댄서들이 예술춤을 포기하지 않고 대중에게 순수무용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올 수 있도록 브릿지를 만들어준다면 좋겠어요.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대중성을 의식해 자칫 흔들리게 되면 그 순간부터 역사는 지워지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대중만을 쫓는 작업은 정말로 예술춤을 왜곡하는 일이 됩니다. 예술적 정체성은 진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대중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무용의 대중화에 대해 많이 고민해 왔어요. 대학 진학 이후엔 줄곧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무용스타가 배출된다면 대중이 춤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요즘 생각하는 것은 예술교과목에 관한 것이에요. 저는 초등학교에서 음악, 미술은 배웠지만 무용을 배운 적은 없었어요. 익히 알고 있는 모나리자를 보러가기 위해 루브르를 찾는 것처럼 어렸을 때 배웠던 경험이 성장 후 자연스럽게 예술의 향유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초중고 교육과정에 무용이 예술교과목으로 있었다면 지금의 무용 현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 국립현대무용단 <안무LAB>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8월 31일에 영상작업으로 댄스필름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PAMS 쇼케이스를 위해 지난 3월에 했던 <아가페>를 다시 준비하고 있고요.
: 지금은 광고지면 촬영을 주로 하고 있어요. 7월에는 프랑스 몽토방 댄스페스티벌에서 피날레 작품으로 누나와 듀엣을 계획하고 있고요. 이후엔 <킹키부츠>라는 뮤지컬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작업으로 풍부한 경험을 하고 싶어요.

 

2014.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