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뉴욕 현지취재_ 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
‘살아 있는’ 몸, 공간을 이동하며 관람하는 재미
서정민_<춤웹진> 뉴욕 통신원

 

 뉴욕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는 창단 이후 재능있는 무용수들뿐만 아니라 뛰어난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컴퍼니는 2월 6일과 7일 이틀 동안 예술감독인 Alexandra Damiani가 컨셉 및 지도를 맡고아 무용단의 일부 무용수들과 함께 안무한 신작 〈COLLABORTIVE INSTALLTION〉을 무용단의 스튜디오에서 4회에 걸쳐 선보였다.
 무용단의 스튜디오가 위치한 맨하튼의 첼시 지역은 갤러리가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사용되지 않는 고가 화물 노선을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해서 만들어진 하이라인 공원을 지나, 웨스트 끝 쪽에 위치하고 있다.

 



 외문을 열고 스튜디오로 들어서자 가벼운 조명을 받으며 수십 명의 관객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서 있다. 검은 의상을 입은 몇 명의 무용수들은 무엇인가를 찾는 듯 흔들리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객들 사이사이를 걷고 있다.
 공연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들의 동행과 이야기를 하거나 걷고 있는 무용수들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내가 들어선 왼쪽 벽면은 검정판지로 무대 반쯤이 가려져 있었는데 나중에 이 검정판지 위로 무용수들의 춤이 돌출되듯 나온다. 이곳이 무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돌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처럼 공연은 거칠면 거칠다 할 수 있는 ‘돌출’과 같은 느낌으로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스튜디오 중앙에는 커다란 원형무대가 놓여 있다. 붉은 벽돌의 Cedar Lake의 스튜디오는 꽤 넓고 극장에서 갖추어야 할 완벽한 조명과 기술 시스템 그리고 멋스러움이 깃들어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아름다운 스튜디오의 강점은 공연을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극장 안이 어두워졌다가 부드러운 조명으로 밝아졌고 전자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더 많은 무용수들이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관객 사이사이를 걷고 서로 엄숙하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지나친다. 댄서의 가슴에 살짝 손을 갖다 대며 오랫동안 멈춰있다 이내 다양한 움직임들을 계속 이어나간다.
 어떤 댄서들은 차가워 보이는 대리석 바닥에 누워 춤을 추기도 한다. 관객이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무용수의 다른 움직임을 주시하게 되고 다른 상황을 마주대한다.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시선은 마치 제의식의 서막과도 같이 무거우면서도 숭고하다. 조명이 꺼지면 그들의 시선과 움직임은 일제히 정지된다. 그리고 다시 조명이 밝혀지면 그들의 움직임을 이어나간다.

 



 관객이 의식하지 못하는 등 뒤에서도 무용수들은 천천히 걷고 있다. 관객 사이사이를 무용수들이 빠져나가 곧장 벽면으로 향해 간다. 관객들의 시선은 여기저기 움직이는 무용수를 따라가기에 바쁘다. 모든 무용수들이 중앙에서 사라지고 바이올리니스트와 비올라 연주자가 제의식의 시작을 알리듯 무대로 나오며 연주를 시작한다. 무대 벽면 반 쯤 올려진 중앙 무대로 이동한 댄서들의 춤이 다시 시작된다.
 그들은 마주보고 춤을 추다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대각선 라인을 만들기도 하며, 벽면을 중심으로 여성 무용수들만의 군무를 펼치기도 한다. 관객들의 시선을 일제히 벽면으로 끌어 모은 여성들의 군무는 긴장감과 함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위쪽에 위치한 원형 철근 구조물 위를 연이어 올라가고 다른 벽면의 무대에서는 마치 몰아지경 속에 빠진 듯 무용수들의 가빠른 춤이 계속된다. 또 다른 벽면에는 정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댄서 한 명이 손가락에 힘을 넣어 서 있다.

 



 관객들이 나름대로 움직이며 볼 수 있도록 공연은 동시에 여기저기서 행해졌다. 관객들은 마치 링 위에서 대결하는 두 선수가,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하듯이 자신들의 호기심이 끌리는 곳으로 이동하며 댄서들의 춤을 즐겼다.
 원형 무대에서 마치 베틀을 하듯 남성 무용수들의 군무와 여성 무용수들의 군무가 격돌한다. 하늘을 향해 무엇인가를 간구하는 듯한 움직임에 이어 힘있고 강렬한 춤이 이어진다. 온몸을 다 가리고 있던 남자들의 검정 의상은 제의식의 절차가 바뀔 때마다 상의, 그리고 하의 순으로 몸에서 사라졌다.
 마지막 장에서 여성 무용수들은 살색의 타이즈만을 입고 춤춘다. 연주자가 활로 바이올린을 켜듯 무용수의 몸을 일으켜 세운다. 무대는 서서히 어두워졌다. 빛보다도 강렬한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그들의 공연 바톤을 이어 받았다.


 한 시간이 십분 처럼 후딱 지나갔다. 엄숙한 눈빛과 더불어 대담하고 역동적인 무용수들의 움직임 그리고 신비로우며 마술적인 매력을 뿜어낸 전자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음악은 현대성과는 거리가 먼 원시시대의 제의식을 강렬하게 보여줬다.
 〈COLLABORTIVE INSTALLTION〉은 작품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무용수들이 관객 사이를 서서히 걸을 때 두 무용수가 만나면 한 무용수가 다른 무용수를 위로 올리며 천천히 걷기도 하고, 한 무용수가 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움직임 장치 등을 통해 ‘설치’의 느낌을 살려내기도 했지만 스튜디오 내에서 다양한 공간을 동시에 이동, 활용하며 공연했다는 그 자체가 “협업의 인스톨레이션”이란 의미를 구현해 내는 작업이었다.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바이올린과 비올라로 구성된 듀오 그룹 ‘Chargaux’의 음악은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물 흐르듯이 어우러졌다. 그들은 클래식 음악을 재즈와 R&B 스타일로 재편곡 한 음악과 오리지널 음악을 연주했다.
 필자가 공연을 관람하던 날, 날씨가 꽤 추웠는데도, 티켓을 살 수 없냐고 하소연하며 관객들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4회의 모든 공연이 매진이었다. 뉴욕을 대표하는 이 컴퍼니의 파워는 여전히 강했다.

 

2015. 03.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