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뉴욕 현지취재_ Comedy in Dance Festival & 페리 컨템포러리 댄스 컴퍼니 공연
재미와 충격 함께 했던 3월의 뉴욕 무용계
서정민_<춤웹진> 뉴욕 통신원

 

 

 무용은 예술로서 우리의 몸을 통한 사회적 이슈를 불러올 수도 있는 반면, 일반인들에게는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재치있고 발랄한 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고 있으며 춤에는 항상 무거운 메시지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암묵적 지배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춤에 대한 재미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페스티벌, 재미라는 요소를 갖고 있는 춤을 한 자리에 모은 제6회 Comedy in Dance Festival이 3월 19일부터 23일까지 뉴욕 브루클린, 그린포인트(Greenpoint) Triskelion Arts에서 열렸다.
 Triskelion Arts는 최근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운동인 캐피탈 프로젝트(Capital Project)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윌리암스버그(Williamsburg)에서 이 곳, 한적한 하우스타운 그린 포인트로 6주 전에 이전을 하고 첫 행사로 Comedy in Dance Festival을 개최하게 되었다.

 



 Triskelion Arts는 대중에게 양질의 리허설, 교육강좌, 공연장을 제공하여 공연예술의 개발 및 발표의 붐을 조성하고 예술 커뮤니티, 특히 안무가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창작, 발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로운 센터는 80석 규모의 소극장이지만 3개의 리허설 공간(대여도 함)과 사무실을 갖추고 있다. 예술/행정감독 Abby Bender과 기술감독/그랜트 매니저 Andrew Dickerson, 그리고 운영담당 Becky Radway 등 총 3명의 스태프가 페스티벌과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예술감독인 Abby Bender는 마치 마임이스트가 공연하듯 얼굴연기를 곁들여 밝은 웃음과 함께 양손을 신나게 흔들며 “아츠 센터의 심볼은 춤, 마임, 마술 세 개를 상징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Triskelion은 3개의 다리가 같은 중심에서 소용돌이 모양으로 퍼져나간 상징적인 도안이다.

 



 필자는 4일 동안의 축제 기간 중, 시작일과 마지막 날 공연을 보았다. 낯선 동네, 맨하튼에서 직접 연결된 전철이 없는 이 지역을 찾아 가는 첫날은 마치 뉴욕을 무용의 수도로 만드는 씨앗을 찾으러 가는 느낌이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기에 이름이 없는,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기쁨만으로 춤을 추는 그들이 그 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극장 로비는 다소 좁았지만 아늑했고 벽면에는 그동안 이 곳을 거쳐 간 단체들의 공연사진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다른 벽면에는 캐피탈 프로젝트의 도너(Donors)들의 이름이 아트센터의 심벌 위로 새겨져 있었다. 극장 안은 로비에서 문을 열고 열 발짝 정도 떨어져 있었고 천장은 전구로장식되어 있었다.
 첫 날, 극장의 모든 좌석은 채워졌고 마지막 날에는 보조석 등 더 많은 좌석이 마련되었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팀들은 일정 기간 동안 참가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선발을 한다. 예술감독은 “작품의 동영상 심사를 하지만 아이디어만으로도 작품을 선정하기도 한다며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예술감독조차도 본 적이 없는 작품이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Comedy’란 단어가 들어가서인지 춤 뿐만 아니라, 마임, 마술이 들어 있어 사람들을 익사이팅하게 한다면 공연은 환영받는다. 혼자 만담을 하는 공연, 아카펠라와 무브먼트가 곁들여진 작품, 춤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어간 작품, 춤이라기보다는 율동과 서커스가 어우러진 작품, 악기를 켜면서 이야기를 만든 작품 등 관객들에게 읏음을 주기 위한 안무가들의 표현 방식은 다양했다. 킥킥, 킬킬 거리다 박장대소로 관객들의 웃음보는 터졌다.
 특히 눈에 띄었던 팀은 Found in New York Production이었다. 남녀 듀엣으로 깜찍하고 쉬운 율동과 부부의 일상을 리본 돌리기, 외발자전거 타기 등 서커스를 통해 선보였다. 중간에는 싸이의 말춤을 추기도 했다. 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팀이다 싶었는데, 매년 뉴욕 링컨센터 옆에서 공연되는 Apple Circus의 멤버이기도 했다. 한 명은 액터, 광대, 서커스 아티스로 자신을 소개했고 파트너는 배우, 작가, 피지컬 코메디언 그리고 즉흥 공연자로 소개했다. 춤보다는 서커스의 재미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는데, 뉴욕 클라운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어떤 공연은 한 명의 연주자가 첼로를 연주하려다 잘 생긴 남자 프로필 사진을 가슴에서 꺼내어 그립다는 듯이 눈물을 짜낸다. 헤어졌기 때문에 보고 싶어 첼로를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인데, 남자를 잊어야한다는 의무감에 결연히 사진을 찢었으나 마술처럼 찢겨진 사진은 언제 찢었냐는 듯이 그대로다. 그리고 다시 또 찢는다. 하지만 결국 사랑하는 남자를 잊고 첼로를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춤이 전혀 없는 작품이다. 어떤 작품은 1분도 채 안 돼, 그래서 관객들은 웃을 수밖에 없기도 했다.
 작은 페스티벌에 참가를 하게 되면 무대감독 혹은 백스테이지 감독의 도움 없이 공연자들이 소품을 챙겨야 한다. 물론 바닥을 어지럽히면 바닥도 청소를 해야 한다. 그래서 간혹 공연자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소품을 무대에 놓고 나가 다시 무대로 달려와 소품을 챙겨나가고, 그래서 관객들은 한 번 더 웃기도 했다. 휴식 시간 직전 팀이 무대에 색종이 등의 소품을 바닥에 뿌렸는데, 예술감독이 청소도구를 들고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무용단을 초청하는 축제가 아니라 진심으로 공연 한 번 더 하고 싶은 참가자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페스티벌이었다. 춤이 좋아 혹은 무대에 서고 싶은 공연자들이 가득한 곳이 뉴욕이다. 그래서 뉴욕에는 알게 모르게 생겨나는 작은 댄스 페스티벌이 많다. 이들 축제는 지역의 정체성을 위한 혹은 실험성이 뛰어난 작품 등을 소개한다는 의미가 붙기도 한다. 그 가운데 축제의 정체성을 ‘Comedy'에 맞춰 사람들이 즐겁게 웃을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은 치열한 축제 경쟁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축제에 참가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댄서, 보컬 아티스트, 배우, 즉흥공연자, 공연자, 안무자, 무용선생, 연극 아티스트, 광대, 서커스 아티스트, 작가, 피지컬 코미디언, 비디오 아티스트, 멀티미디어 댄스 아티스트, 추상피지컬 씨어터, 내러티브 연극, 공연설치.... 등등 그야말로 다채로웠다.




 3개의 신작이 포함된 페리 컨템포러리 댄스 컴퍼니 공연

 뉴욕은 곳곳에서 춤을 출 수 있는 크고 작은 스튜디오를 비롯해 규모 있는 극장이 많음과 동시에 춤을 배울 수 있는 곳도 많다. 그 중 발레 아츠(Ballet Arts), 스텝스 온 브로드웨이(Steps on Broawday), 페리댄스 카페지오 센터(Peridance Capezio Center), 브로드웨이 댄스 센터(Broadway Dance Center) 등이 뉴욕의 대표적 사설 무용교육기관으로 현지 전문 무용인 및 일반인과 더불어 세계에서 춤을 더 배우거나 추기위해 뉴욕으로 온 다양한 국적의 댄서들과 함께 춤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그 중 페리댄스 카페지오 센터는 블랙박스 살바토르 카페지오 씨어터도 운영하는데, 이 곳에서 Peridance Contemporary Dance Company(PDCD)의 공연이 3월 7-8일, 14-15일에 걸쳐 있었다. 무용단은 이 기관의 소속으로 예술감독 Igal Perry가 페리댄스 카페지오 센터 창립자이다. 센터를 1983년에 오픈하고 1년 후 PDCD를 창단하여 활동하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31년째가 된다.
 이번 뉴욕 시즌에서는 Macia Del Prete의 〈Gestures〉, Manuel Vignoulle의 〈Crazy... Crazy Love!!!〉, Igal Perry의 〈Thundering Silence〉, 그리고 Dwight Rhoden의 2013년 발표작 〈Evermore〉 등 세 개의 초연작품과 기존 레퍼토리가 선보였다.
 첫 번째 작품은 〈Gestures〉로 안무가 Macia Del Prete는 뉴욕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를 오가며 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하얀 긴 셔츠를 입은 5명의 무용수들이 둥그렇게 앉아있고 한 명의 무용수가 서 있다. 반복해서 얼굴을 닦아내는, 조용히 하라고 ‘쉿’을 요청하는 표정 등 제각기 다른 제츠처를 보내는 것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복잡한 생각들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한 관찰을 담았다는 이 작품은 하지만 무용수들이 입고 있는 헐렁한 하얀 셔츠처럼 춤의 의도와는 다르게 댄서들의 움직임과 안무의 특징은 미약해 안무가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Manuel Vignoulle의 〈Crazy... Crazy Love!!!〉도 세계 초연작으로 제목 자체에서 느끼지 듯 감각적인 상황들을 무용으로 표현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안무가는 사랑을 환상과 게임에 비유하고 있다. 모던한 움직임과 함께 모던한 의상까지도 안무자가 직접 담당했지만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은 약했다. Vignoulle는 프랑스 출신으로 2011년까지 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에서 무용수로 활동했고 패션쇼, 오페라, 뮤지컬, 텔레비전 등 다양하게 활동하다 2012년에 안무가로 변신했다.
 Igal Perry의 〈Thundering Silence〉는 세계초연 작으로, 페리댄스의 진가를 제대로 각인 시킬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앞서 본 두 작품은, 컴퍼니의 특징을 잡아내거나 작품에 대한 감동이 동반되지 않았으나, 이 작품을 보면서, PDCD의 컴퍼니 색깔을, Perry의 맵씨있고 우아한 안무를 감상할 수 있었다.
 발레를 기반으로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근육들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느끼게 해 주는 작품으로 빛나고 아름다우며, 강력하며 고전 발레의 우아함을 선보이는데 PDCD가 안성맞춤임을 확인시켜주었다. Igal Perry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미국에는 Dannis Wayne's Dancers에 발레 마스터이자 안무가로 오게 되어 엘빈 에일리 컴퍼니 등에서 안무를 했다. 현재도 페리댄스에서는 매일 그의 수업이 있는데, 수업 중 실력이 뛰어난 학생을 발견하면 장학생으로 선발한다고 한다. 줄리어드 무용학교를 비롯 곳곳에서 춤을 가르치고 있다.





 마지막 작품, Dwight Rhoden의 〈Evermore〉 또한 컴퍼니의 움직임과 특징을 제대로 살려내었다. 재능이 있는 안무가로 정평이 나 있는 Complexions Contemporary Ballet의 공동 예술감독 Dwight Rhoden의 안무작으로, 안무가가 갖고 있는 독특하고 발랄함, 익사이팅, 슬라이딩하다 중심을 잡으며 정지하기 그리고 밝은 조명 빛 등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고 댄서들의 기량과 특징이 잘 살아난 작품이었다.
 컴퍼니의 고유한 색깔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색깔을 맞추기 위한 안무가 왜 중요한지 이 날 프로그램은 강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안무, 누구나가 출 수 있는 그런 춤이 아니라, 춤을 출 사람의 특징과 테크닉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안무가가 작품을 빛나게 할 수 있다. 이날 공연의 1부는 현대적인 움직임을 탐험하고 있는 반면 2부는 무용단이 발레를 기반으로 하는 움직임과 섬세한 아름다움과 익사이팅을 선보였다. 컴퍼니는 8월에 한국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해체 발표로 충격, 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 역사 속으로

 “부유한 후원자, 무용수들을 위한 관대한 계약과 복지혜택, 그리고 세련되고 멋진 극장” 뉴욕에 베이스를 둔 유명 컴퍼니 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에 따라 다니던 수식어이다.
 월마트의 상속녀, Nancy Laurie가 만들어 실력있는 안무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세계를 누비던 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는 갑작스럽게 운영 중단이 선언되며 향후 보스턴(5월)과 Brooklyn Academy of Music(6월)에서 개최될 공연을 제외한 모든 공연과 3월 27일&28일 예정되었던 컴퍼니 오디션도 취소되었다. 불과 한 달 전, 성공적인 공연을 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현재 이 소식에 뉴욕 무용계는 충격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련의 컴퍼니 운영과 일정 등을 보면 오래전부터 계획된 결정 같지 않기에 더욱더 그 과정을 궁금해 하고 있다. 하지만, 컴퍼니는 정확한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컴퍼니 관계자에 따르면 재정지원과 관련한 이슈 때문이라고 한다.
 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는 문을 닫는 것을 발표하게 되어 슬프다며 몇 명의 최고의 댄서들과 안무들과 작업한 것은 영광이었으며, 지난 몇 년에 걸쳐 많은 영감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 준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세계의 뛰어난 안무가들과 무용수들의 집결지가 되고자 했던 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의 댄서들은 건강보험은 물론 치아 치료, 유급휴가 등 최상의 대우를 받았는데 반면 컴퍼니 초기인 2005년에는 댄서들이 클래스에 늦으면 분 당 $5, 안무를 바꾸거나 빠뜨리면 $50의 벌금을 냈다고 한다.

2015.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