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월 여름 춤축제 예술감독 연속 인터뷰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축제의 수는 1,200여개에 이른다. 춤 축제의 수도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춤계의 비수기로 불리는 8월에만도 K World Ballet를 비롯한 외국의 아티스트들이 포함된 3개의 춤 축제가 열리며, 마로니에 야외축제를 비롯한 춤 장르가 결합된 2개의 축제도 주목을 받고 있다. 8월에 개최되는 3개 축제의 예술감독을 연속 인터뷰로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1) 창무국제무용제 김매자

20년 맞아 서울로 다시 입성, 세계와 소통

 

인터뷰ㆍ정리_장광열 <춤웹진> 편집위원



장광열 창무국제무용제가 어느 듯 20년을 맞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오래 전 아시아의 춤을 소개하는 장(場)을 표방하고 소극장에서 작게 시작했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아 보이는데요. 20년이란 세월… 소회가 남다를 듯 합니다.
김매자 벌써 20년이 흘렀네요. 1993년에 국제문화 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지요. 당시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춤을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어요.

오노 가즈오, 야마다 세츠코 등 부토 무용가, 산카이 주쿠 등 일본을 대표하는 무용단이 내한했고 중국, 타이완, 싱가폴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해 공연과 워크숍 등을 열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것은 세미나 등도 함께 개최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당면하고 있는 무용예술에서의 전통의 현재적 수용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아시아의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논의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지만 당시에 세계 여러 나라, 특히 아시아의 무용계가 당면한 문제 중 하나가 전통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현대적인 감각의 작품에 녹아내는가 였지요.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창작춤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고 아시아 안무가들 역시 이에 관심을 많이 보였지요.


그러고 보면 민간이 주도하는 국제적인 무용축제로서 창무국제무용제는 그 면면이 새롭게 평가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창무국제무용제가 우리 춤계에서 갖고 있는 의미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국내 민간무용단체가 주도하는 국제예술제 중에서는 최고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전통의 현대적 계승을 통한 세계화’라는 공통 주제를 안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개별 문화권이 지니는 독특한 예술세계를 연결하는 동시에 세계 무용계의 조류를 국내에 소개하고 우리 문화의 국제화에 적극 기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된 국제무용축제라고 할 수 있지요.

아시아 춤을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지만 중간에 그 방향성이 좀 달라졌고 개최 지역도 서울이 아닌 의정부, 고양 등 여러 곳에서 치러졌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서울에서 축제가 열리던데 개최 지역을 다시 옮기게 된 연유가 있는지요?
네. 올해 축제는 강동아트센터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립니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매년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의정부와 고양에서 각각 3년 동안 치렀는데 지역 문화예술 기관과의 협력으로 치르면서 나름대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바도 있지만 솔직히 관객들의 호응도 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수도권이라 서울의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외국의 경우는 3-4시간 걸리더라도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동하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익숙한 공연장이 아니면 일부러 발품을 팔아 공연을 보러 다니는 문화가 아직은 정착이 안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서울을 기반으로 제대로 된 축제로 성장시켜 볼 생각입니다.

강동아트센터는 개관된 지 얼마되진 않았지만 극장 자체에서 강동무용페스티벌을 시작할 정도로 전문 춤 공연장으로서 특화된 운영을 보여주고 있는 공연장입니다. 창무국제무용제가 이곳에서 축제의 개막을 하게 된다는 의미는 향후 이 극장과의 협력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라고 예측이 가능한데 축제가 극장과 연계된다면 안정된 프로그래밍을 위해서도 중요하지요.
말씀하신대로 민간 축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간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훌륭한 기반시설과 예술축제 콘텐츠가 자리 잡고 있는 강동이트센터와 서로 간 장기적 결합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올해는 실험과정으로서 보아주면 될 것 같습니다.

20년을 맞은 창무국제무용제의 새로운 변신이라고 단정해도 될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양새의 축제를 염두에 두고 있으신지요?
‘언어의 경계가 없는 춤’을 매개로 남녀노소 모든 계층의 대중들을 아우르는 축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예술은 ‘어렵고 난해하다’라는 선입견을 극복하고 해외 네트워크, 지역 네트워크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문화예술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공공기관과 민간단체가 함께하는 모범적인 예술축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축제의 프로그램도 향후 달라지는 축제의 모습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처럼 보입니다. 예술감독으로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래밍을 하셨는지요?
지난 19년간의 창무국제무용제가 각 나라 또는 각기 다른 문화를 회마다 다른 테마에 맞게 조명해 왔던 그 발자취들을 하나로 묶고 재조명해 본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래서 우선 자신들의 토속적인 특성을 작품에 담은 무용단을 해외에서 초청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 창작춤의 위상을 축제를 통해 높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창작춤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안무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성격도 담았습니다.

 



해외에서는 어떤 단체들이 초청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개막공연은 뉴질랜드에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블랙 그레이스(Black Grace)무용단이 장식합니다. 제가 올 1월 뉴욕에서 열린 APAP에 가서 직접 공연을 보고 선정한 단체입니다. 총 4개의 작품을 공연할 예정인데 뉴질랜드 토속 민족 춤을 기반으로 하여 컨템포러리한 움직임을 창조해 내는 독특함을 지닌 단체입니다. 폐막 공연에는 미국 뉴욕에 베이스를 둔, 이스라엘 출신의 두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싸르 컴퍼니와 이스라엘 현지와 유럽을 오가며 활동을 하고 있는 다피 댄스 그룹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가가 테크닉에 기반한 무용수들의 춤과 이스라엘 안무가들의 색깔을 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엔노 댄스컴퍼니), 미국(나이니 챈 댄스컴퍼니), 모잠비크와 한국 안무가의 협업작업 공연도 펼쳐집니다.

 



플랫폼 성격의 축제를 표방한 만큼 국내 안무가들의 작품에도 관심이 쏠릴 것 같습니다.

국제 네트워킹을 통해 축제의 장기적인 비전을 다지고 있는 만큼 국내 무용시장의 세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무용가들을 선정했습니다. 김원, 밝넝쿨, 박나훈, 윤수미, 유경희 등 중견 안무가들의 대표작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축제로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다채로운 춤을 만날 수 있도록 최지연, 김광숙, 한혜경 등 한국의 전통춤과 황태인, 송혜민, 박상준, 배아란, 김정환, 김양희 등 젊은 창작춤 안무자들이 한 무대에서 만나는 순서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워크숍 프로그램도 준비가 되는지요?

네. 축제 기간 중 뉴질랜드 블랙그레이스, 이스라엘의 다피댄스컴퍼니, 미국의 리싸르 댄스컴퍼니의 워크숍이 있습니다. 워크숍은 무용에 관심있는 전문, 비전문인들을 대상으로 치러질 예정입니다.

해외 춤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인적인 네트워킹이 중요할 텐데요. 이에 대한 복안이 있으신지요?
미국, 벨기에, 프랑스에서 프레젠터들이 방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산이 부족해 더 많은 분들을 초청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네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받은 지원금 5천 만원으로 공연과 워크숍 등이 어우러진 국제적인 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곳 저곳 후원을 얻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앞으로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견디고 있습니다.

장광열 창무국제무용제 20년의 새로운 변신이 성공적인 행보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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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춘천아트페스티벌 장승헌


품앗이를 통해 함께 성장해가는 축제







김혜라
올해 춘천아트페스티벌은 8월 12일부터 16일까지의 일정으로 되어 있네요. 우선 축제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장승헌 춘천아트페스티벌은 2002년 ‘춘천무용축제’라는 명칭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축제의 출발은 막연히 춘천에 대한 낭만적인 느낌으로 여행 떠나듯이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실 무대 뒤에서 일하는 스텝들이 한림대 기숙사에서 여름 휴가차 모여서 인간적인 교류를 하고 공연 시 발생되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축제를 만들어보자고 제안된 것이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술진과 무용가들 그리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셔서 13년이 되는 지금까지 열리고 있네요.

말씀하셨듯이 ‘춘천아트페스티벌’은 재능기부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라고 하셨습니다. 재능기부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매 해 천개가 넘는 축제 공화국인 한국에서 재능기부 축제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십시일반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으신 아티스트들과 자원봉사자들 덕분이었습니다. 첫 해 서울발레시어터의 〈Being 1.2〉 작업이 야외무대에서 열리면서 무용축제가 출발하게 되었죠. 3회째가 되면서는 지역대학과 연계해서 역랑 있는 예술가들을 세우고자 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지역의 욕구를 저하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약간의 마찰이 생기면서 축제 명칭을 ‘아트페스티벌’로 전환시켰습니다. 무용만이 아니라 음악, 연극 특히 무대기술 워크숍에 집중했어요. 무대기술에 관심 있는 자원자들이 축제기간동안 실제적인 작업과정을 배우는 것이죠.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거의 400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재능기부를 해주셨네요. 감사하게도 하용부 선생님과 이윤석 선생님께서는 격년으로 무대를 빛내주십니다. 황효창 화백의 포스터와 최진영 작가의 티셔츠 그림 기부 등 곳곳에서 도와주시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올 해는 작은 공간이지만 ‘축제극장 몸짓’에서 밀도 있는 공연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12일 첫날에는 세월호 이후 위축된 분위기와 망자에 대한 달램을 상징하는 남해안별신굿과 고성오광대 이윤석 선생님의 덧배기춤으로 오프닝을 합니다. 13일은 전통춤분야로 학연, 인맥, 류파를 넘어 자기춤을 고수하시는 김미선, 이미영, 유경희, 김용복, 전은경, 최경자씨의 춤판이 준비되어 있어요. 14일에는 현대무용가 홍승엽씨와 박우재씨(거문고), 김용재씨(크로키)가 협업을 하시고, 국제영성음악제 <화엄제>감독이신 박치음씨의 명상 음악, 그리고 저녁에는 재즈단체인 최윤미 트리오, 강윤미 트리오, 모퉁이 밴드가 연주할 것입니다. 15일에는 연극 <메밀꽃 필 무렵>이란 2인극이 공연됩니다. 16일에는 현대무용 댄스컴퍼니 더바디, 고블린파티, 컴퍼니 J, 그리고 이태상댄스프로젝트가 공연합니다.

 



더불어 ‘프롬나드 시네마’ 코너로 약사천 잔디밭에서는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 <콰르텟> <피나>가 방영될 것입니다. 또한 클럽 스토리에서는 춘천에서 활동하는 신진들인 모던다락방과 블루스크린이 연주될 것입니다. 그리고 스태프를 꿈꾸는 실천형 ‘무대기술 워크숍’과 ‘축제워크숍’도 진행됩니다. 지금까지 축제에 참여했던 아티스트들의 50%가 재참여를 해주시고 나머지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올립니다.

 



풍성하게 준비하신 것 같습니다. 2010~2012년 기간 동안 제작하신 작품으로는 <당신은 지금 봄내에 살고 있군요>, <연가-이 겨울, 너를 사랑한다>가 있고, 올해는 연극 <메밀꽃 필 무렵>을 제작하셨군요. 앞으로도 레퍼토리를 제작하실 것인지와 어떻게 활성화 시키실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해마다 새로운 레퍼토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작품들은 서울의 아르코예술극장이나 다른 공연장에서 시즌별로 확장해서 공연하고 브랜드화 시키려는 기획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받은 젊은 친구들이 참여해서 일주일씩 인큐베이팅 시스템으로 협업할 생각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조율하는 과정에 머물고 말았지만 다음 기회엔 꼭 실현시키고 싶습니다. 공간과 시간에 맞게 주말을 이용하거나 쇼케이스로 너무 길지 않게 20~30분짜리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저희는 한 번에 소모되어 버리는 공연이 아니라 기술진과 함께 아티스트들에게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은 것이죠. 이러한 노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단발적인 작품이 아니라 장기간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 작업과 풍토를 조성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태프들도 서울에서 했던 작품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 열망이 많습니다.

 



재능기부 축제이지만 재정부분은 어떻게 충당하시는지요.

마이너스이지만 춘천시와 강원문화재단 같은 공공지원금과 민간 업체들의 제작 협력을 통해서 어렵지만 나름 잘 꾸려지고 있습니다. 운영위원진께서 닭갈비나 옥수수도 제공해주시죠(웃음). 그리고 저희만의 전통이 있는데. 축제 마지막 날은 축제 워크숍을 합니다. 출연진들이 모두 배타고 휴양림으로 가서 마무리하는 페어웰 파티인 것이죠. 아티스트와 스태프들 모두가 덜 경쟁적인 곳으로 나와서 서울에서 경험하지 못한 정취를 느끼고, 기술진들은 나름 자신들의 의욕을 작품에 투영시켜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무대를 서로 만든 것에 대한 격려와 자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관객에게 공연이 무료로 제공되지만 그들이 치는 박수도 재능기부라고 생각합니다. 매번 매진이 되고 야외에서 할 때는 비가와도 자리를 떠나지 않으십니다. 관객들을 생각할 때, 어린이 회관은 객석과 공간이 여유가 있는데 사용할 수 없으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관객을 많이 수용할 수 없는 작은 소극장을 활용하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네. 2002~2011년까지는 (구) ‘춘천시 어린이 회관’에서 개최되었는데, 2012년 KT&G에 매입되면서 소극장인 ‘축제극장몸짓’에서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회관은 (故)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의미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재능기부라는 저희 축제 취지에도 잘 맞는 곳인데 활용할 수 없는 점이 아쉽습니다. 2012년 어린이 회관을 매입한 KT측에서는 춘천국제마임축제와는 달리 저희 축제는 무료축제이기에 무료 대관해준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무대에 맞는 프로그래밍을 하였는데 갑자기 셋업 인건비를 과도하게 요구해서 도저히 저희 재정에 맞지 않더라고요. 춘천이 생각보다 축제의 질이 높지 않은 상황인데 대자본이 들어와 지역의 정서와는 달리 방향을 잡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더불어 어려운 점으로는 지역정서 문제인데, 마치 서울사람들이 와서 지역지원금을 받아 간다는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저희가 서울에서 못한 것을 한풀이 하려 춘천에서 하는 것도 아니며 공연장을 탈취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사실 8월은 극장으로 봐선 휴지기입니다. 공간을 활성화 시킨다는 의미도 있고 성의 있게 공연을 준비하여 지역민께 무료로 보여드리고 소소하게 지역 상권에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우려와는 달리 지역 아티스트과도 잘 협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홍승엽 공연에 참여하는 화가 김용재씨나 연주자 길영우씨 그리고 거문고 연주자 신혜영씨, 황우창 화백도 춘천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이시듯 앞으론 더욱 지역과 연계해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역보다는 진정한 예술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과 협력하고, 그들을 돕는 것이 우리 축제의 바람입니다.


13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지속해 오시면서 기대했던 축제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축제를 통해 지역과 성숙한 소통이 되는 축제 문화를 기대합니다. 이를테면 축제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인구 30만정도 되는 지역에서는 행사가 잘 전파되기에 축제를 시작 했을 때는 춘천에서 5년 정도 하고 정착시킨 후 다른 지역인 양평, 진주, 안동, 청주등지로 확장시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꿈꾸는 아비뇽이나 에딘버러 페스티벌처럼 더 긴 시간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해 안무가 장은정, 김혜숙 선생의 도움으로 커뮤니티 댄스 <당신은 지금 봄내에 살고 있군요>를 3년간 진행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은 이제 식구나 다름없이 축제를 도와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스태프들이 명절에 고향을 방문하듯 매해 찾아와서 서로의 노하우도 나누고 아낌없이 아티스트들을 지원하며 지역사회에서 나눔을 실천했기에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13년이 되니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은 다 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획자나 스태프들이 이 축제를 보다 풍성하게 이어 나가 주길 바랍니다.


무용하는 분들이 참여하고자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요?
사실 금년 축제 프로그램 20개 중 13개가 무용입니다. 저희가 매년 5,6월 공모도 하고 있고 연중 여러 공연장에서 무대에 오르는 좋은 공연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제가 추천을 하기도 하구요. 또한 무용가들의 적극적인 제안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용하는 젊은 친구들이 스스로 너무 기회를 쫒아 다닌다거나 혹은 수많은 페스티벌이나 행사에 휘둘리지 말고 여유를 갖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도 지켜보며 자신의 작업들이 숙성될 때 까지 신중하게 혹은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주길 바랍니다.
저희 춘천 아트페스티벌은 작지만 품앗이 하며 사라져 가는 전통정신을 유지하고자 하는 축제이니 서울에서도 많이 와주시고 지역에서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김혜라 축제가 성공적으로 소통되길 기대하며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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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광진국제여름춤축제 유호식


아시아 컨템포러리댄스의 장으로 특화시키겠다




장광열 광진국제여름춤축제가 올해로 3회째를 맞았습니다. 조용히 시작한 축제였으나 올해 2월 일본에서 열린 후쿠오카 댄스 프린지에 참여했을 때 보았더니 이 축제와 제휴가 이루어지는 등 국제적인 네트워킹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광진국제여름춤축제가 국내에서 열리는 다른 국제 무용축제와 차별화 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유호식 GSDF(Gwang Jin International Summer Dance Festival)는 소규모의 축제이지만, 아시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컴퍼니, 안무가들이 아시아 각국의 무용 페스티벌 또는 극장 기획공연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하여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전 세계 컨템포러리 댄스를 아시아에 집중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아시아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컨템퍼러리 댄스 시장의 발전과 성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호식 감독이 축제의 창설자인 셈인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처음 시작했고 저의 컴퍼니인 데시그나레 무브먼트(Designare Movement)무용단이 주최하고, 광진국제여름춤축제 사무국이 주관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8월말부터 9월초에 걸쳐 시행했으나 올해는 일정을 조금 앞당겨 8월 19일, 21일, 23일 이렇게 사흘 동안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과 중극장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광진’이란 타이틀을 사용한 것은 이 축제가 그동안 광진구의 광진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기 때문이 아닌가요? 갑자기 광진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축제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말씀하신대로 올해부터는 광진구를 벗어나 축제를 개최합니다. 지역성에서 벗어나는 시도인 셈이지요. Gwang Jin은 ‘광’(mania)+‘진’(jean-젊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아주었으면 합니다. 곧 젊은 무용인들의 춤 축제로 그 성격을 보다 확실하게 하고자 합니다.

아시아 무용의 소통을 표방한 축제의 지향점은 신선하고 또한 필요한 시도란 점에서 이 축제의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됩니다. 아시아 여러 나라와 현재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일본의 Fukuoka Dance Fringe Festival과는 2013년 2월 축제간 안무가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년 일본에서는 Norihito Ishii가 GSDF에 초청되었으며, 한국에서는 김봉수씨가 후쿠오카 축제에 초청을 받아 공연 및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올해는 일본 도쿄의 Session House 극장에서 기획한 Dance Bridge International과 싱가폴 T.H.E Dance Company가 주최하는 M1CONTACT Contemporary Dance Festival, 미국 Detroit Dance City Festival과 협력을 맺은 상태이며 올해 국내팀을 선별하여 축제에 초청을 받게 됩니다. 한국에는 연수 무용협회(예술감독 박혜경)에 주최하는 인천 연수 국제무용제와 매칭 펀드를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네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아티스트들이 초청되었나요?

올해는 작년에 비해 초청 작품들의 질에 특히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첫째날(8월 19일)에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다니엘 아부레우와 헝가리 무용가 페렝크와 일본의 무용수 오사나이 유미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 그리고 중국의 광동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슈 슐리앙과 한국의 On and Off 무용단 한창호와 도유씨가 개막공연을 장식할 예정입니다.
둘째날(8월 21일)에는 두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안무경력이 많지 않은 신진 무용가들을 위한 한일 아시아 댄스 유망주 프로그램과 국내팀들만으로 이루어진 Korea Choreographers Platform vol.2에서 현재 국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동원, 최명현, 천성우, 이제성씨가 작품을 선보입니다.
마지막날(8월 23일)에는 Asia Company Seires 라는 주제로 싱가폴을 대표하는 프로단체인 T.H.E Dance Company와 일본 도쿄 세션하우스 극장의 상주단체인 마드모아젤 시네마 댄스 컴퍼니 공연이 이어집니다. 국내단체로는 LDP무용단 단원이며, 르씨 댄스 컴퍼니 대표이자 안무자인 김동규씨가 신작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작년 GSDF에서 개성있는 작품을 선보인 이지선씨가 GSDF 2014 안무가에 선정되어 그가 이끄는 저스트 댄스 컴퍼니가 군무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여느 무용축제와 같이 공연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다른 부대행사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워크샵 프로그램으로 스페인 출신의 안무가 다니엘 아부레우와 싱가폴의 퀵 쉬분이 수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니엘은 유럽에서 수많은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움직임들을 내용으로 한 워크샵을 진행할 예정이며, 퀵 쉬분은 예전 나초 두아토가 이끌던 스페인 국립무용단 주역 무용수 출신의 안무가 입니다. 오랫동안 유럽에서 경험하고 배워온 춤들을 오리엔털스타일과 접목시킨 수업들로 진행할 겁니다.

비록 긴 일정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무용축제 개최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갑니다. 축제를 위한 재원은 어떻게 확보하고 있나요?
아직까지는 저의 사비와 지인들 또는 개인사업체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인천 연수국제무용제와의 매칭 펀딩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가 3회째라서 내년부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 등 공공기관들로부터 지원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깁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축제를 진행하는데 심사숙고하고 있습니다.

국내 안무가들의 플랫폼을 표방한 만큼 외국 델리게이트들의 참여에도 신경을 써야할텐데요. 축제 기간 중에 어떤 분들이 방문하게 되나요?
주로 무용 축제의 디렉터들이 올 예정입니다. 일본에서는 후쿠오카 댄스 프린지 페스티벌의 요시코 스웨인, 도쿄에선 GSDF 자문위원이시자 평론가인 노리코시 타카오, 협력이사인 최병주, 세션하우스 극장장인 이토, 중국에서는 전 광동댄스페스티벌 프로그램 디렉터인 퀑 와이랖, 싱가폴 축제의 퀵 쉬분이 페스티벌의 게스트로 방문합니다. 이들은 국내팀 작품들 중에서 자신들의 축제에서 공연할 작품들을 고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협력을 맺은 미국 디트로이트 축제의 디렉터는 축제 기간이 겹쳐서 못 오게되어 제가 국내팀들 중 한팀을 뽑아 내년에 디트로이트로 보낼 예정입니다.

무릇 새로운 축제나 행사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 3년, 갈게는 7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올해로 3회 째를 맞게 되는데 이 행사를 주최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앞서 지적하신대로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3회까지 이끌어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작은 축제이지만 먼 미래를 보고 함께 해주신 스태프들과 협력 디렉터들이 있어 그 에너지를 받아 지금의 여기까지 오게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축제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생각인지요?

유럽의 무용 네트워크를 보면서 많이 부러워하였습니다. 한 대륙 안에 여러 나라가 모여 있기도 하고 국가간의 연합공동체 시스템 때문에 유럽에서는 축제, 기획, 쇼케이스, 프로젝트의 네트워킹이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고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벤치마킹하여 아시아 축제들이 많은 네트워킹을 통해 컨템포러리 댄스가 유럽에서 아시아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습니다. 꿈이 너무 크네요.

지금의 열정이라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숫자나 긴 일정보다는 그 내용과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먼저 시작한 국제 무용축제에서도 자주 목격하고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말고 질 높은 프로그래밍이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경북예술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습니다. 2009-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의 <영 아트 프론티어>에 선정되어 미국 연수를 다녀왔고, Designare Movement 무용단을 창단했습니다. 2007년에는 전국 차세대 안무자 경연대회에서 〈Closed〉로 우수작품상을, 2008년 <무거운 순환>으로 젊은 안무자 창착 공연에서 최우수 안무가 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작품으로 2009년 서울국제안무자대회(SCF)에서 ”후쿠오카 프린지 상“을 수상하여 Fukuoka Dance Firing Festival에서 공연했습니다. 2010-2013년까지 싱가폴의 Odyssey Dance Theatre와 협력 아티스트로 활동하였으며, 2013년 일본에서 개최된 Dance Asia에 초청받아 <얼룩말 멜로디>를 공연했고, 그해 Fukuoka Dance Fringe Festival에서 <사과를 빚지다>로 500명의 관객이 선택한 <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

 

2014. 08.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