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우크라니아 키에프 현지취재_ 첼론카(Zelyonka) 페스티벌
세계와의 소통을 통한 견고한 춤 시장 구축
정다슬_<춤웹진> 유럽 통신원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서는 제5회 첼론카 페스티벌(Zelyonka Festival 1.5 – International Festival of Contemporary Dance Theater)이 펼쳐졌다. 필자가 그동안 다녀온 여타 현대무용 축제와 달리 첼론카 페스티벌은 그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었고, 대부분의 국제 페스티벌이 그 목적을 국제교류와 마켓의 확장에 두는데 비해 첼론카 페스티벌은 국내 현대무용의 확립과 그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소극적 이기만한 우크라이나 현지 무용시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그들의 움직임은 어느 페스티벌보다 활발했고 우크라이나의 춤과 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등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페스티벌 프로그램은 우크라이나 무용단이 매일 두 팀 이상, 그리고 외국 무용단이나 안무가가 한 팀씩 배정되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무용단과 외국무용단을 쉽게 비교해볼 수 있는 형식이었다.
 페스티벌의 오프닝은 ‘젊은 안무가 전’으로 경연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1차 서류 심사를 마친 20개 팀의 공연이 이어졌으며, 나이를 불문하고 다양한 팀들이 참가하였다. 페스티벌의 디렉터인 Anton Ovchinnikov 는 5명의 심사위원들에게 기량이 아닌 안무와 컴포지션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발하길 당부하였고, 개개인의 취향이 다른 만큼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아닌 각 심사의원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대부분의 참가작들이 어느 정도 원숙한 기량을 선보였으나 작품의 스타일이 대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었고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와 세련미는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많은 작품들이 ‘텍스트’를 사용하여 접근하고 있었으나 깊이가 없거나 진지한 고민이 들어가 있지 않은 의미 없는 사용이 아쉬웠다. 이는 여전히 테크닉과 형식에 치중한 우크라이나 무용 교육의 결과인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니멀하면서도 주제에 집요하게 접근하는 안무를 선보인 몇 개의 솔로 작품과 텍스트, 음악, 공간을 다각도로 활용한 군무 작품을 선보인 몇몇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이 눈에 띄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자연스레 한데로 모아졌다.

 



 이어지는 페스티벌 기간 동안 총 11개의 우크라이나 안무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오프닝에는 우크라이나 안무가 Kristina Shikareva의 〈Sacred Spring〉이 무대에 올랐다. 이미 많은 안무가들이 재해석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의 또 다른 버전으로 안무가가 지닌 강한 에너지와 추진력이 주목할 만 하였다.
 실크 한복을 연상시키는 붉고 긴 치마를 이용한 다양한 볼거리와 아크로바틱하고 에너제틱한 무용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세밀한 감정과 불규칙한 리듬을 이용한 반전으로 놀라움을 안기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접근한 방식은 다소 직접적이고 거친 안무였기에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페스티벌의 디렉터인 Anton Ovchinnikov 도 그의 오랜 작업 파트너인 안무가 Anton Safonov와 함께 신작 〈Vanilla Sugar〉를 선보였다. 30분 가량의 2인무에서는 두 남성 무용수의 연륜과 재치가 그대로 드러났다. 내용물이 없는 달걀 껍데기로 작품의 소제를 적절히 풀어내었고 연극적 요소들과 움직임의 배합이 돋보였다.

 



 3일째에 선보인 〈Position 2015〉는 페스티벌 기간 중 가장 인상적인 프로그램이었다. Viktor Ruban의 큐레이팅 아래 4개의 솔로 작품이 선정되었고, 각 작품은 그와 함께 3달간 작업한 결과물이었다. 평가를 하거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질문을 제기하며 답을 찾는 과정에 더 의의를 둔 〈Position 2015〉는 큐레이터와 안무가가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작품을 발전시킨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였다. 특히 조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여 비주얼적인 효과들을 극대화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로 인해 각기 다른 4개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었다.
 이번 축제에서는 프랑스에서 학업을 마치고 우크라이나 현대무용의 발전을 위해 귀국했다는 큐레이터 Viktor Ruban의 역할이 무엇보다 돋보였는데,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 수준과 환경을 끌어올리려는 그의 노력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외국 무용단의 작품으로는 리투아니아 Arts Printing House의 〈Contemporary?〉, 폴란드 The Lublin Dance Theater의 〈Stories we have never told〉, 벨라루스 SKVO’S Dance Company의 〈Substantive discussion〉이 공연되었고,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페스티벌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의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을 한 필자의 작품 〈Dusty Old Things〉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특히 리투아니아 Arts Printing House의 〈Contemporary?〉는 컨템포러리 댄스란 어떻게 보여져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재기 발랄한 질문을 던지는 유쾌한 공연이었다. 어두운 무대로 떨어진 조명 아래에서 검은 속옷만 입은 채 태동을 하는듯한 움직임과 무거운 음악으로 작품이 시작되다가, 갑작스레 “이게 아닌 것 같아” 라며 벌떡 일어서는 무용수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무대 위의 장소 역시 연습실로 전환된다.
 리허설을 하는 듯, 작품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는 작품은 조금은 뻔한 음악에 꼭 맞추어진 현대무용의 관습적인 동작들과 전형적인 리허설 장면을 위트 있게 연출한다.
 3명의 무용수는 관객들이 이미 수차례는 보았을 동작들을 진지하게 답습하며 냉소를 퍼붓는 등 관객들과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쾌한 웃음을 유발하였다. 작품에 출연한 무용수 중 Mantas Stabačinskas 는 5월 22일 한국에서 열리는 무용축제인 Modafe에서 자신의 2인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에는 강의와 아티스트 토크, 우크라이나 무용계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와 크고 작은 미팅들이 마련되었다. “공연 예술 커뮤니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프랑스 문화부 소속의 Laurent Van Kote 의 강의는 우크라이나의 무용인들은 물론 모든 페스티벌 참여자들에게 크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프랑스 문화부의 구조는 물론 프랑스 무용계의 전반적인 무용 교육 및 정책, 유통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프랑스 문화부의 첫 번째 장관이었던 작가 Andre Malraux의 개념을 빌려오자면, 우크라이나의 무용계에는 ‘순수 예술(major art work)’과 ‘상업 예술(public art)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그러나 그 경계를 뚜렷이 나누고 목표와 지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프랑스의 무용 구조와 그것이 구축된 과정은 우크라이나 무용계에 영감을 주는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질문이 오고가는 강의 내내, 우크라이나와 프랑스의 경제적인 차이와 프랑스의 모델이 너무 유토피아 적이라는 언급 역시 빠질 수 없었다.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세계 최고의 문화 선진국 중 하나인 프랑스의 문화부와 자산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러나 강의자인 Laurant 은 “프랑스는 프랑스에 맞는 시스템을 찾고 그것을 잘 굴러가게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프랑스의 구조는 하나의 예시로서 영감을 줄 뿐, 우크라이나는 이런 아이디어들을 토대로 실정에 맞는 자신만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생각하고 계산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유토피아적인 예시에 부정적 견해를 보인 사람들의 의견을 일축했다.
 프랑스 무용 정책과 구조는 한국과 비교해볼 때 그리 멀지 않은 이상이라는 느낌이었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도 최근 확연히 신장된 한국 무용계의 구조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다만 프랑스 주정부와 지방 정부의 문화부에 포진된 공무원들의 대부분이 예술가 출신이거나 필드에서 직접적으로 일하던 사람들이라는 사실과 파리와 지방 극장들을 연결하는 촘촘한 네트워킹, 문화 예술 전반에 투자되는 돈의 규모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예술에 문외한인 공무원들만이 주를 이루거나 혹은 예술가이었으나 정치인으로 탈바꿈 된 공무원들이 판을 치는 한국 문화부의 모습을 상기시켜보았을 때, 파리 문화부의 무용부문에만 25명의 무용 전문가가 있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였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에는 “우크라이나의 현대무용 그 자신의 길을 찾기”라는 주제로 각국에서 온 페스티벌 참여자들과 우크라이나 무용인들의 토론이 이루어졌다.
 토론에 참여한 모든 우크라이나의 예술가들은 정부, 특히 문화부에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몇 년 간 지원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 상황에 이골이 난 그들의 목마름은 점점 커져 현재 그들은 키예프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필두로 하여 NGO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심각한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안정된 예술 활동과 커뮤니티 구축을 위해서 현재 NGO 설립은 차근차근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키예프에 집중된 문화 예술 환경과 커뮤니티를 어떻게 하면 지방으로 확산시키고 좀 더 원활한 네트워크를 구축할지에 대한 토론도 뜨겁게 이어졌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의 불안과 심각한 재정난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인들의 예술과 춤에 대한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아마도 많은 국가들이 겪고 있을 시간, 그리고 많은 나라들이 이미 지나왔던 시간들을 마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지만 페스티벌 기간 동안 그들이 보여준 춤과 의지는 우크라이나 무용계가 빠른 시간 안에 새 챕터를 펼칠 것이라는 믿음을 전해받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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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첼론카 국제 현대무용 페스티벌 감독 Anton Ovchinnikov

 

 첼론카 페스티벌의 감독 Anton Ovchinnikov는 그야말로 슈퍼맨이었다. 페스티벌 감독은 물론 우크라이나 문화 예술 대학의 교수로도 재직 중인 그는 우크라이나 현대 무용의 발전을 위해 쉴 틈 없이 달리고 있었다. 젊은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고 그 스스로의 예술 활동도 끊임없이 하며 어느 하나도 포기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크라이나의 무용계를 냉철하게 비판하며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을 따끔하게 꼬집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말 그대로 ‘변화’와 ‘혁신’을 위해 우크라이나 무용계의 선봉장이 되어 달려 나가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정다슬
한국 독자들은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의 무용에 대해 낯설 것 같다.
안톤 그렇다. 작년에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탄츠 메세에 참가해 무용단을 알릴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세계 현대 무용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크라이나의 현대 무용을 확립시키고 그것을 세계 무용 시장에 합류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우크라이나의 무용단은 전통무용단이 50-60%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주를 이룬다. 이런 무용단들은 쇼댄스에 초첨이 맞추어진 편이다. 반면 현대무용은 6-7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SYTYCD (Tantsyuyut Vsee – everybody is dancing)〉라는 티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촉매제가 되었다. 그 때부터 “컨템포러리 댄스란 무엇인가” “컨템포러리 댄스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기 시작했다.

무용 교육 환경은 어떠한가?
키예프에는 300개 이상의 무용학원과 스튜디오가 있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무용을 즐기고 있다. 대부분의 스튜디오에 약 3-4명의 현대무용 선생님들이 있으니 대중들에게도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춤을 출 기회’를 제공하고 음악과 움직임의 조화를 익히게 하는데 목표를 두고 무용 교육을 시키고 있다.
아마추어를 위한 무용기관 뿐 아니라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 기관에도 무용과가 있다. 보통 볼룸댄스 지도자, 클레식 발레 지도자, 전통무용 지도자를 위한 과정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편인데, 그에 비하여 현대무용 지도자를 위한 과정은 오직 3-4개의 학교에만 이 있다.
컨템포러리 댄스를 공부한다는 개념은 특이한 방식으로 발전되어 있는데 아마도 우크라이나의 현대무용의 시작이 TV 스크린을 통해서였고 전통이 깊지 않아서일 것이다.

키예브 문화예술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현대무용 테크닉과 컴포지션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학교의 학생은 개개인이 모두 다르다. 무대에 서 본 적이 없는 소녀부터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무용수 까지 다양한 배경을 자기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강한 모티베이션을 가지고 있으나, 30% 정도가 첫 2년 동안 떨어져 나간다. 그만큼 무용이나 안무 수업은 강한 동기부여가 없으면 이어나가기 힘들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춤만 추기를 기대하고 오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인 듯하다. 창의적이고 분석적인 수업이나 자신만의 창의력을 발전시키는 교육에 준비가 덜 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오직 20-25%의 졸업생들만이 프로 무용수나 안무가의 길을 걷고 안무가로 활동하는 것 같다.
또한 비싼 수업료도 문제이다. 분명 장학금이나 후원을 받아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매우 비싼 학비를 지불하고 학업을 이어나간다.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그러한 학생들을 뽑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이들이 전문 무용수로 활동하기 위한 환경은 어떠한가?
우크라이나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현대 무용단이 단 한 곳도 없다. 현대 무용단 대부분이 개인 무용단으로 특정한 지원을 받고 있지 않아서 작업을 하고 공연을 올리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수의 우크라이나 무용수들이 대부분 외국으로 나가 직업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보니 그 또한 쉽지 않은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예프, 카자르키브, 네프로 페스토브스크 등의 도시에는 아주 끈끈한 무용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이런 무용 커뮤니티 안에서 쇼케이스나 워크샵, 강의 등의 다양한 활동들을 끊임없이 이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첼론카 페스티벌이 올해로 5회를 맞았다. 어떻게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나?
페스티벌이 시작된 때는 내가 과거에 운영하던 ‘Black O!Range Company’의 마지막 시즌이었다. 우리는 마지막 시즌을 기념하여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올리기로 하였는데, 총 1시간 정도의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고 더 많은 티켓을 팔기 위해 우리는 다른 예술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시작했고 종국에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페스티벌’이라고 명명하고 매년 이어나가기로 했다.
페스티벌의 ‘첼론카’는 “그린 콘서트(The Green Concert)” 라는 뜻이다. 보통 시즌의 마지막 공연은 장난과 유머, 패러디 등 많은 웃음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즐거운 파티가 되기도 하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그린 콘서트의 특징을 따 첼론카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2회 페스티벌부터는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무용신을 주도하는 무용수들, 안무가들이 연결되는 자리가 되었고 우리의 외국 친구들까지 모이는 자리로 발전해 올해로 5회째를 맞게 되었다.

페스티벌을 이끌면서 보람된 순간 혹은 어려웠던 순간이 있을까?
우리가 겪고 있는 딱 한 가지, 그리고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 바로 돈의 결핍이다.
페스티벌동안 우리는 대개 우리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과 티켓 수익으로 페스티벌을 꾸려나가고 있다.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사람들로 꽉 찬 극장을 볼 때이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진행형인 꿈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현대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크라이나 현대무용계의 선구자로서 이것은 나에게 큰 도전이기도 하고 늘 흥미로운 일이다.

페스티벌에는 동유럽 국가의 무용단들이 많이 초대되었다. 어떻게 무용단들과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는가?
우선 폴란드의 Lublin Dance Theater와 리투아니아의 Arts Printing House 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나의 좋은 친구이기도 하며 그들의 작업이 매우 흥미롭기에 초청하게 되었다. 동시에 관객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관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제기한다. 그들이 현대무용 공연을 보면서 비판적 사고를 발전시키고, 생각을 유발하고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이 페스티벌의 목표 중 하나 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은 과연 무용으로 논의가 가능한 주제일까?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매일매일 나빠져 가고 있다. 유럽 국가의 리더들은 러시아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진전 없이 정체 되어있는 경제와 정치 상황 속에서도 조국을 지키고 있다.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그것에 무관심할 수 없고 동떨어질 수도 없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현재’는 우리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누군가 어떤 창작물을 만들거나 그렇지 않거나에 관계없이 현재는 늘 거기에 있을 것이다. 사실상 우리가 하는(do) 모든 것에 말이다.

페스티벌의 디렉터로서, 교수로서, 우크라이나의 아티스트로서 우크라이나 무용을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다.
우크라이나는 재능이 많은 국가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 거기에는 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들이 깃들여져 있다. 물론 무용뿐만이 아닌 예술 문화 전반이 그러하다. 우리는 전쟁에서 이기고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며 세계 무용계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첼론카 페스티벌은 “철로 만든 커튼(Iron Curtain)” 과 함께하는 지속적인 전쟁과도 같다. 그리고 그 철 커튼 뒤에 우리의 춤이 숨어있다.

2015.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