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뉴욕 현지취재_ 초콜릿팩토리극장 & 레베카 페텍의 〈옛날에는 미래가 더 좋아 보였다〉
창작 지원과 공공 교육 프로그램의 병존
서정민_<춤웹진> 뉴욕 통신원

 

 

 뉴욕에는 크고 작은 공연장 및 예술기관이 산재해 있다. 규모면에서 누구나 알고 있고, 그에 걸맞게 명성을 얻고 있는 작품만을 엄선하여 선보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추구해야 할 새로운 양식을 중심으로 작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추구하는 공연장도 제법 된다.
 퀸즈에 위치, 무용공연과 드라마틱한 공연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초콜릿 팩토리 극장'도 그중 하나이다. 작가 중심의 공연장으로 자체제작 및 제작의뢰를 중심으로 극장의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지역과의 상생을 강조, 지역 상가들과 함께하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다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상적인 곳이다.

 



 초콜릿 팩토리의 공식 명칭은 <극단 el al, d/b/a The Chocolate Factory Theaters>로 연극, 무용, 음악, 멀티미디어 그리고 비주얼 아트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예술가(로컬은 물론 인터내셔널을 포함하여)의 새로운 창작 및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맨해튼에서 가까운 퀸즈 롱아일랜드, 산업시설부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러 예술가가 함께 설립하고 예술가가 이끌고 있는 가운데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예술감독 브라이언 로저스(Brian Rogers)는 자신의 작품을 창작하고 발표하기도 하는 반면 무대에 오르는 진보적인 성향의 예술가들의 긴밀하게 조직되는 공동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극장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은 극장 자체 제작과 초청으로 이루어진다. 초청 예술가들은 독자적으로 공연을 개발하고 극장에서 레지던시를 함으로서 공간 및 테크니컬 지원을 받는다. 더불어 마케팅, 언론홍보 그리고 커미션, 예술가의 샐러리 등 행정지원을 제공받는다.
 예술감독 로저스와 함께 팩토리를 설립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소개하는 '레지던트 아티스트', 그리고 예술가들을 초청하는 '방문 예술가(Visiting Artists)', 그리고 〈THROW〉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다. 현재 중단 된 상태이나 향후 재개 될 〈THROW〉는 공연 개발 시리즈로 예술가들에게 진행 중인 아이디어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관객에게는 작품 제작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THROW〉는 내용과 형식을 개발하고,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며, 개발 과정에 관객을 주요하게 생각하는 예술가들에 방점을 두며 큐레이팅 된다.
 시리즈에 대한 형식적인 참가신청은 없으며 참가에 관심있는 예술가들은 예술적인 연구 성격을 기술하여 프로그램 큐레이터 Sarah Maxfield에게 메일을 보내는데 기존 작업을 링크하거나 혹은 프로그램 큐레이터 사라를 리허설, 쇼잉 혹은 공연에 초청해도 된다. 예술감독 로저스는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이 작품을 초청하는 것은 물론 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라 했다.




레베카 페텍의 <옛날에는 미래가 더 좋아 보였다>

 

 초콜릿 팩토리에서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레베카 페텍 (Rebecca Patek)의 <옛날에는 미래가 더 좋아 보였다: 나의 가족사 혹은 종교적 핍박에서 미국적 탐욕을 거쳐 부정, 억압, 서서히 이루어진 도덕적 혼돈, 재정파탄, 업보적 응징에 대한 살인적인 오명에 이르기까지>가 공연되었다.
 제목에서부터 장황하다. 무용평론가 Brian Seibert '뉴욕타임스'에 ‘안무가는 주제를 방해하는 상황에 종종 직면한다. 안무가와 공연자들은 자신 내면으로 그리고 세상으로 묻혀버리는 폭력성을 탐험한다’고 적었다. 안무자는 1924년 Bobby Franks가 Nathan Leopold와 Richard Loeb에 의해 살해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부유하고 지적으로 풍부한 두 사람은 14살 소년 Bobby Franks를 냉담하게 살인했다.

 



 기존의 공장을 수리한 극장 로비는 차가우면서도 안정감을 주었고 극장 벽면으로는 안무가와의 대화시간 일부가 벽면 TV로 나오고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주는 벽돌로 둘러싸인 벽면과 극장 안은 새하얗다. 그리 넓지 않지만 깊은 무대 그리고 40석 정도의 좌석이 있는 자그마한 극장이다.
 무대 한 쪽에서는 여자 공연자가, 대각선 끝으로는 음악을 하는 이가, 그 맞은편으로는 작은 평상과 다른 한 명의 공연자가,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의 공연자가 공연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서있다. 무대 중앙에 있던 스크린에 “1912년 시카고…”당시 상황이 텍스트로 투사된다. 이어 “현재 2015년 5월 23일…” 현재의 공간과 시간이 텍스트로 투사되었다.

 



 작품은 개인적인 범죄를 거울에 붙들기 위해 그리고 가족의 범죄, 저주의 혈통, 나쁜 카르마와 연결된 개인사를 조사하기 위하여 레오폴드와 렙(가해자)의 이야기를 불러온다고 설명한다. 과거의 범죄 사건은 스크린으로 투영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다른 공간에서 남녀 간의 침실 대화가 들리고 그들의 대화는 텍스트로 투사된다. 본 사건에 대한 재판과정은 나레이티브되고 사건의 피해자는 영혼이 떠도는 듯 유유한 움직임을 무대 한 쪽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가해자 두 명의 남자는 중간 중간에 안무가의 인터뷰어로 바뀌어 작품 프로세싱 과정을 연극처럼 보여주는데 무겁지만 재미있게 연출된다.
 연극이었다 무용이 되고 무용이었다가 환상이 되고 환상이었다가 현실이 되고 현실이었다 과거로 돌아간다. 많은 이야기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끝났구나 싶더니, 법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재판 과정을 낭독하던 공연자가 퇴장하고 마지막으로 무대 구석에서 음악을 만들던 연주자가 퇴장을 하였다. 그리고 객석에서는 모든 공연자들이 무대로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아무도 무대에 다시 나오지 않아 끝내 관객들은 빈 무대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 작품은 초콜릿 팩토리와 아브론스 아츠 센터(Abrons Arts Center)가 함께 제작했다. 아브론스 아츠 센터는 혁신적이고 multi disciplinary work 공연을 지원한다. 교육프로그램, 인턴쉽, 레지던시와 작품 제작 의뢰 그리고 지역과, 미국전역 및 세계의 관중과 예술을 만나게 한다. 매년, 250개의 공연과 12개의 전시회를 선보이고 공연 및 미술 예술가들을 위한 20여개의 레지던시를 운영한다. 교육프로그램으로 무용, 음악, 연극, 비주얼 아트 등 100여개의 강좌를 개설하고 뉴욕시의 공립학교에 예술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선보이고 있어 한국에서도 공연과 관련하여 뉴욕을 방문할 때 빼 놓지 않고 방문하는 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초콜릿 팩토리는 작지만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작품들로 사랑받고 있다. 공연장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경제에 영향을 주기 위해 관객들에게 지역의 바, 레스토랑, 샵 등을 직간접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극장을 지원하는 지역 상가는 물론 크고 작은 기업 및 재단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2015. 0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