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해외 리뷰_ Ballett am Rhein Dusseldorf〈b.24〉
시공간을 넘나드는 무용수

 

 

 독일 뒤셀도르프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무용단 Ballett am Rhein Düsseldorf 가 Duisburg에서 세 명 안무가 Marco Goeckes 허용순 Amanda Miller의 신작을 공연했다. 2015년 5월 15일자 ‘Rheinische Post’지에 실린 평론가 하스 팔랏트의 리뷰(번역 권윤진)를 공연 동영상 자료와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주)

 

 



 빛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마치 환각현상에 걸린 듯 경련을 일으키며 몸부림을 치는 것과 같은 동작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신바람이 난듯 무아지경의 상태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의상 또한 시선을 끈다. 남자무용수의 상의탈의와 여자무용수들은 라인을 살려주는 민소매상의, 특히 어두운색을 띠는 하의는 무언가 비밀스럽게 보인다.
 모든 동작들이 작은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정확하고 빠르다. 부퍼탈 출신의 Marco Goeckes는, 자신만의 주관이 담겨있는 움직임과 몸의 선을 강조하는 독특한 자신의 스타일을 가진 젊은 국제 발레안무가로 자신의 새로운 작품인 〈Lonesome George〉 초연공연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b.24〉 공연 중 가장 강하고 인상 깊은 출연은 일본출신 무용수 Yuko Kato였다. 국제적인 안무활동을 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 안무가 허용순은, 그녀를 위한 작품으로 〈Illusion〉을 만들었다고 한다.
 “Illusion” . 환상, 환영/환각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상상, 꿈, 변해가는 환상, 허구에 박혀있는 망상, 또는 희망에 대한 기대. 그러나 모든 것은 게임과 같은 환상 가득한 현실일 뿐이다.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비현실적인 세계에 자신의 낮과 밤의 꿈, 자신의 욕망, 자기자만, 자존감 등 사람들의 이야기. 안무가 허용순은 이를 한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발레의 아름다운 라인과 현대무용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의 첫 조각을 맞추었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 한번쯤은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은 순간이 있듯, 작품 속 그녀에게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그린 것 같은 이 작품의 결말은, 결국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고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지금 이순간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과거의 일을 교훈삼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 지나간 일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우리들의 선택도, 지나간 사랑도....
 미니멀리스트 음악가 Philipp Glass의 음악을 통해 허용순의 작품은 한층 더 로맨틱하면서도, 빠르게 변하는 현실과 다양하게 변하는 꿈의 대한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을 중심으로 이 작품의 아이디어는 시작되었고, 자신이 선택한 삶이 만약 다른 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에 대한 질문이 다루어지고 있다. 여자주인공인 무용수가 자신만의 세상에서 수호천사와 같은 존재에게 잡히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네덜란드출신의 세트 및 의상디자이너 Keso Dekker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벨벳 소재로 보이는 의상과 강력한 프레임워크의 무대를 만들어 작품의 포인트를 명확하게 만들었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은 Amanda Miller의 〈Voices Borrowed〉로 장식했다. 미국 작곡가인 그녀의 음악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는 효과를 선보였으며 Wen-Pin Chien의 지휘로 Arnold Schoenberg의 콘체르토 현악 사중주 B플렛 장조와 Georg Friedrich Haendel의 콘체르토 Grosso B장조 Op.6 Nr.7을 연주하는 Duisburg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맞추어 아름답고 재치 있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작품으로 선보였다.
 Claus Stumps의 다채로운 색감을 가진 튜튜와 짧은 반바지의 의상으로 무대 위 세트인 콘크리트 벽 앞에 밝고 아름다운 앙상블이 조화를 이룬다. 클래식 동작들을 중심으로 무용수들의 즉흥동작들이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어울려진다. 마치 꽃의 생명을 유혹하고 넘어가는 듯한 신비한 손놀림으로 각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b.24〉는 발레에 대한 다양한 면과 새로운 자극,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밤을 만들어준 공연이었다.

2015. 0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