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broad

뉴욕 현지취재_ 웬디 휠른의 협업 프로젝트 〈Restless Creature〉
춤의 ‘디바’를 위한 아름답고 지적인 공연
서정민_<춤웹진> 뉴욕 통신원

 

웬디 휠른(Wendy Wheln)은 1984년 입단, 지난해 10월 은퇴공연을 갖기까지 뉴욕시티발레단을 대표하는 무용수로 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당대의 유명한 안무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녀는 2013년부터 자신이 출연하는 2인무를 유망한 안무가에게 의뢰하는 새로운 협업 프로젝트인 〈Restless Creature〉를 선보이고 있다. 뉴욕 조이스 시어터에서 있었던 협업 공연 현장을 스케치 했다. (편집자 주)

 웬디 휠른은 미국 무용계의 아이콘이다. 1984년 뉴욕 시티 발레단 입단 후 1989년에 솔리스트, 1991년에 수석무용수로 차례로 등급하며 2014년 10월 은퇴공연을 가졌다. 그녀는 뉴욕 시티 발레단 30년 동안, 조지 발란신의 신고전주의 발레 레퍼토리를 마스터하고, 고전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등을 공연했고, 제롬 로빈스와도 많은 작업을 함께 했다.
 잘 나가고 있는 안무가 크리스토퍼 휠던의 13개의 작품이 그녀와 함께 한 것이었고, 현재 NYCB의 수석 마스터 피터 마틴스, 윌리엄 포사이드, 웨인 맥그리거, 린 테일러-코벳트, 트와일라 타프, 쉔 웨이 등 수많은 안무가와 작업을 했다. 로열발레단과 마린스키발레단의 객원 예술가이기도 한 그녀는 댄스 메거진상(2007), 제롬 로빈스 상과 무용계의 토니상과 같은 Bessie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3년, 휠른은 제이콥스 필로우 댄스 페스티벌에서 〈Restless Creature〉를 선보였다. 4명의 안무가가 각각 듀엣 작품을 안무하고 휠른과 무대에 서는 작품이다. 이 공연 후 영국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골반 수술을 받아야 해서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그리고 휠른은 뉴욕시티발레단의 봄과 가을 시즌에 무대에 올랐지만, 가을 시즌에 전격적으로 무용단 은퇴를 선언함과 동시에 〈Restless Creature〉의 12개 도시 투어를 발표하였다. 직업 발레단에서의 은퇴와 동시에 그녀의 무용 삶은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셈이다.

 



 휠른은 발레 공연이 뛰어난 모든 예술가의 공동의 노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남은 인생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 그녀의 꿈은 예술가 혹은 운동선수였다. 무용수야말로 이 둘을 합쳐놓은 것이라고 휠른은 말한다. 그녀가 남은 인생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제작 및 재정 팀을 꾸리며 2012년부터 협업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첫 프로젝트가 〈Restless Creature〉이다.
 “새로운 영감이 필요했다. 내 인생에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발레 댄서로 무엇인가의 가장자리에 있는 느낌이었고 다른 무엇의 시작이 필요했다. 〈Restless Creature〉는 나를 위한 모험이다”라며 편안함과 안일함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예술감독이자 제작감독을 선언했다.
 “나는 내가 함께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을 결정하고 매일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한다. 이전의 내 경력에 있었던 것들이 아니다. 이것은 벅차고 두려움이면서 매우 아름답다. 솔직하게 나는 무엇인가를 열렬히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하여 시작된 그녀의 첫 프로젝트가 〈Restless Creature〉이며, 이 야심찬 계획은 그녀의 명성에 걸맞게 사랑받고 있다.




 네 개의 작품 조이스 극장에서 6일간 연일 매진 공연 

 〈Restless Creature〉는 휠른이 젊고 유능한 안무가, Kyle Abraham, Joshua Beamish, Bryan Brooks, 그리고 Alejandro Cerrudo에게 듀엣 안무를 의뢰하고 무대에 각각 함께 선보이는 3년 투어 프로젝트이다. 조이스 극장에서 그녀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관객들의 열렬한 요구로 주최 측은 계획했던 공연에 토요일 1회를 추가하여 5월 26일부터 31일까지 선보였다. 1회를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소되는 티켓을 사려는 사람들로 극장의 매표소는 연일 사람들로 붐볐다.
 〈Restless Creature〉는 제이콥스 필로우 댄스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되었을 때, 이미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뉴욕 이전의 다른 도시에서 이 공연이 있을 때마다 보는 이들의 즐거움을 더했다며 미국을 대표하는 무용의 아이콘이 발레뿐만 아니라 현대무용으로까지 그 지평을 확장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들었다.
 총 4개 작품은 약 15분 정도씩 차례로 공연되었다. 색깔이 다른 작품에 다른 남자 무용수와 의상만 재빠르게 갈아입고 나오는 카멜레온 같은 휠른의 공연을 보는 것이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작품에 작품이 이어지면서 휠른의 긴장감과 더불어 그녀에 대한 공경심이 우러나왔다.
 그녀의 몸이 동작에서 동작으로 이어질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그녀의 춤에 대한 열정이 진정성으로 객석에 다가왔다. 객석으로 시선을 전혀 두지 않고 온전히 춤에 자아가 몰입되어 있는, 그녀의 등과 가녀린 긴 팔이 움직일 때, 인간의 몸이 아닌 마치 갑각류의 몸을 보고 있는 듯 했고 그것은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 했다.
 휠른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댄서로서의 지성을 보여주었다는 찬사를 받았고, 네 개의 작품은 고전발레와 모던 댄스의 평범한 움직임 어휘를 피하고 있다는 평도 받았다. 필자에게도 이들 네 작품은 무용의 디바로서 휠른의 존재감을 높였고, 휠른을 위한 아름다고 지적인 공연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작품은 Alejandro Cerrudo의 〈Ego et Tu(너와 나)〉. Cerrudo가 살짝 솔로를 하고 이어 휠른이 무대에 등장하는데 그녀가 무대에 모습을 보이자마자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가 이어졌다. Cerrudo는 Hubbard Street Dance Chicago의 상주 안무가이며 네덜란드댄스씨어터 등 많은 컴퍼니와 작업하고 있다.
 Joshua Beamish의 〈Conditional Sentences〉는 세계 초연이었다. 힙합을 재치있게 활용하기도 하며 발레 테크닉을 바탕으로 안무되었다. Joshua는 자신의 컴퍼니를 운영하면서도 여러 유명한 발레단 및 학교에서 안무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Kyle Abrahams의 〈The Serpent and the Smoke〉는 세 번째로 공연되었다. 아브라함은 2012년 제이콥스 필로우 상, Bessie 상에서 우수공연 상을 받기도 했고, 뉴욕 라이브 아츠의 레지던트 예술가(2012-2014)이기도 했는데 가장 아름다운 댄서 중 한 명으로 주목되고 있다. 이 작품은 전자 음악을 사용했다.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은 Brain Brooks의 〈First Fall〉이었다. 서로의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듯이 서로 아슬아슬하게 등을 기대고 무대 사각을 반복적으로 무너졌다 섰다를 하며 오가는 작품인데, 이 부분이 가장 강력한 안무 구조를 보여주었다고 한 평론가는 언급하기도 했다. 안무가는 Brian Brooks Moving Company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며 2007년 광주공연예술축제에서 공연을 갖기도 하였다. 특히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새로운 관객을 위한 극장> 오프닝 작품, 줄리 테이머의 신작이자 대작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을 안무하기도 했다.

 



 휠른의 이런 도전은 컨템포러리 무용에 새로운 획을 그으면서, 그녀의 향후 프로젝트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영국 로열 발레단 수석무용수, 에드워드 왓슨(Edward Watson)과 함께 하는 것으로 6월 15일에 뉴욕에서 일부를 선보였고 향후 영국 등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2015.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