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리 현지 인터뷰_ 안무가 권령은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이찬주_이찬주춤자료관대표


 2014년 2월,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제18회 요코하마 댄스컬렉션 EX에서는 10개국 152명의 신청자 중 한국의 4개 팀이 본선 진출팀으로 선정되었고 그중 세 명만이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그들중 한 명인 권령은은 <나를 위한 기술>로 주일 프랑스대사관상을 받아 6개월 동안 프랑스 국립안무센터에서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상은 프랑스 무용 관계자가 직접 심사하고 수상자를 선정한다.
 권령은은 올해 7월 3일에 파리로 날아와 파리 국립안무센터를 시작으로 몽펠리에ㆍ리옹ㆍ렌느 국립안무센터를 순회하며 유럽의 젊은 안무가들을 만나고 함께 워크숍에 참여했다. 다가오는 12월에는 파리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이 신작에 대한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고 말하는 32세의 그녀가 여고생처럼 짧게 깎은 단발머리를 손으로 쓸어 보이는 모습은 이를 데 없이 싱그러웠다.
 권령은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인 디디 도르빌리에(DD Dorvillier)와 미국 출신 포스트모던 댄스계의 안무가 데보라 헤이(Deborah Hay)가 진행하는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마음을 열고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많음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힘든 점은 역시 언어 문제. “수업할 때 영어와 불어를 함께 사용하는데 둘 다 아직은 귀에 쏙 들어오지 않아 집중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원이 곳곳에 있어서 산책을 많이 할 수 있어요. 여유 있게 자연을 바라보면서 생각하는 행위가 좋아요. 낯선 환경 때문인지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나름의 글을 쓰는 시간도 많아졌고 그리고 프랑스에서도 특히 파리라는 도시에서는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환경 안에서 생활하는 것도 즐겁고요. 예술가라는 직업에 대해 사람들이 가치를 엄청 존중해줘요. 무용수나 안무가라고 말했을 때는 더더욱 그렇죠. 그리고 이곳에서 생활의 주체가 제 자신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좋아요.” 두 달 남짓 머물고 있는 파리에 그녀는 흠뻑 빠져 있었다.
 소소한 생활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예를 들어 식사는 밖에서 해결하는지 아니면 만들어서 먹는지. 그녀가 대답했다. “보통 만들어서 먹어요. 몽펠리에에 있는 시테 인터내셔날레 드 라 당스(Cité Internatinale de la Danse: 수녀원을 개조한 아티스트 레지던시)에서 지내고 있는데 여기에 키친이 있거든요. 밖에서 사먹는 일은 거의 없어요.”
 그녀가 워크숍에 참여했던 몽펠리에 국립안무센터에 대해서도 물었다. “예술감독이었던 마틸드 모니에(Mathilde Monnier)가 2013년 파리 국립무용센터 예술감독으로 가게 되면서 수장의 자리가 아직 비어 있는 상태지만 올해 신임 예술감독이 선정될 거예요.”
 프랑스 국내외 젊은 무용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창작 리서치 워크숍, 레지던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마틸드 모니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안무가이며 2012년 내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연을 올린 바 있다.
 파리에서 준비하고 있는 신작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가제는 ‘J'habite à Paris(나는 파리에 산다)”라고 그녀가 대답했다. 아마도 프랑스 생활에서 느낀 어떤 감정이 소재가 된 듯하다.


 언제나 끝없이 이어지는 안무 작업과 춤추기에 대해서도 물었다.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 춤을 추고 싶을 때까지 춘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겠죠. 무대를 떠나도 미련이 없을 만큼 춤추고 싶어요.” 언뜻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이 자못 진지한 무용가의 모습을 바뀌는 순간이었다. 잔잔한 미소까지 어려 있었다. 행복한 사람의 얼굴이 이런 얼굴일까.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고 그녀에게 물었다.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바로 지금이죠. 늘 행복해요.”
 2008년 서울댄스컬렉션에서 안무작 〈COCO〉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현대무용계에서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떠오른 그녀는 2010년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에서는 <가장 긴 거리>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3년 2월 ‘차세대 안무가 클래스’ 쇼케이스 공연에서 <꽃, 미영이란 이름의 편지들>을 발표했는데 이것을 개작한 것이 바로 <나를 위한 기술>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홍은예술창작센터에서 입주 작가 창작 발표작으로 <잊지 않을 행진>을 올렸다. “DMZ까지 자전거로 순례하며 거리 공연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가진 소통의 시간을 영상으로 담았는데 무척 색다른 경험으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2014.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