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헤르메스의 날개

이순열

2013. 06.

뜰을 거닐면서(13)  “참으로 정절(貞節)한 아가씨는 모두 잠들어 아무도 보아주는 이가 없는 깊은 밤, 달에게만 그 모습을 살짝 들추어 보여준다 해도 그지없이 화사하다.” (The chairiest maid is prodigal enough If she unmask her beauty to the moon)  햄릿이 오필리아...

이순열

2013. 05.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홀로 깨어있다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별들이 성성(惺惺)하게 반짝이고 있는 적적(寂寂)한 밤에 홀로 뜰을 거니는 것 또한 황홀한 일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길을 옮길 때마다 가슴 가득히 차오른 적막의 숨결이 온 몸을 감싸는 그 전율을 한 밤중이 아니라면 언제 맛보랴. 밤 하늘에 총총한 저 별들처럼 빛나는 것...

2013봄페스티벌 단상 : 윌리엄 포사이드의 <헤테로토피아>

조성주

2013. 05.

 어떤 예술가들의 정신세계나 철학은 특별히 더욱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는 그런 대상들 중 1순위이다. 혁신과 실험을 멈추지 않는 21세기 예술의 최전방에 선 거장 포사이드가 드러내는 신체의 운영방식과 공연 형식의 면면을 살피자면 그가 온갖 종류의 장르적 규범들을 얼마나 거침없이 실험의 대상으로...

뜰을 거닐면서(11)

이순열

2013. 04..

 “이 지상에 빠리가 없다면?”  어느 기자가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에게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이랬다.  “하나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Faut-en batir un.)     빠리, 그건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바로 너의 것이지.   ...

뜰을 거닐면서(10)

이순열 _ 춤비평

2013. 02.

 ‘손에서 책을 떼어 놓지 않다.’(手不釋卷) — 여몽이 별안간 달라진 모습으로 노숙을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은 지난 번 이야기 했던 것처럼 그 수불석권의 마력 때문이었다. 수불석권의 표본 같은 존재라면, 우선 새뮤얼 존슨이 떠오른다. 그가 편찬한 영어사전 (1755)은 온 세계를 통틀어 사전의 역사상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