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전문어의 개념과 비평노트』
김태원 지음 / 신국판 349쪽 / 현대미학사
춤전문어에 대한 첫 개념정리
30여년의 걸친 현장 춤비평과 교육을 해온 저자(춤비평가․전 동아대 교수)가 그간의 경험을 반영해 100개 항목에 대한 춤전문어의 개념정리를 시도한 책을 펴냈다. 그 내용에 있어서 한 개의 항목이 한 개의 개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밀접히 연관된 개념을 풀이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130여개의 항목에 대한 개념정리가 될 수도 있다. 요컨대 첫 개념항목이 된 ‘고전발레와 신고전발레’의 경우 두 개의 개념을 한 항목에서 얘기하고 있으며, ‘민속무용, 민족무용, 종족무용’과 같은 경우는 한 개의 항목에서 세 개의 개념을 논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의 춤비평과 무용학에서 보이는 중첩되고 모호한 개념을 구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창작춤’, ‘후기현대무용’과 같은 항목은 한 장르에 대한 개념적․역사적 정리를 시도하고 있다. 그렇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같은 춤용어에 대한 객관적인 개념을 정리함과 동시에 저자 개인의 주관적인 비평관을 얼마쯤 삽입하고 있어서 책의 제목에 비평노트란 말을 덧붙였다.
이 책의 기본 구조는 춤의 장르(genre)와 스타일(style)에 대한 것이며, 그에 더불어 극장예술로서 무용이 갖는 여러 미학적 측면이다. 특히 연극과 관련된 사항들이 적지 않다. 가령 극장주의와 극장성, 그리고 잔혹극, 부조리극, 서사극과 같은 항목이 그러하다. 저자는 그 같은 항목들을 통해 오늘의 춤예술이 현대연극의 미학과도 무의식적으로 밀접히 연관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반영된 춤비평․교육․정책․춤 기획 등에 대해서도 별개의 항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기본 구상은 저자가 밝힌 대로 『춤의 미학과 교육』(1999)의 출간시 춤전문어에 대한 15개 항목의 정리라고 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저자는 특히 ‘춤의 장르와 스타일’에 대해 『춤』지의 칼럼(1990)에서 논했다. 이 부분은 이번의 경우 이 책에서 빠졌다. 그 같은 각 항목을 논하고 정리하면서 저자는 1980년대 후반에 무대화되었던 여러 공연들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일이지만 저자는 그 작품의 중요성을 역사적 관점에서 고려해 논한다. 80년대 후반은 우리의 예술춤이 보다 독립된 장르로 변모해가면서 그 미학상 모던에서 포스트모던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걸쳐있어서 그 중요성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저자는 본다.
그 같은 각 항목에 대한 개념정리에 있어서 저자는 자신이 친숙히 알고 있는 영미계통의 저서뿐만 아니라 독일, 일본의 저서도 참조하고 있다. 몇 가지 흥미롭고 인상적인 예를 들면, 독일의 현대무용론을 참고하여 저자는 ‘공간의식’, ‘표현무용’, 일본의 의해 받아들인 신무용 즉 노이에 탄츠(Neue Tanz)의 원래 개념인 ‘새로운 예술무용’이란 뜻의 용어(Neue Kunstlerische Tanz)를 발굴해내고 있고, 일본의 현대무용가 이시이 바쿠의 무용예술론에서부터 ‘무용시, 무음악춤, 창작무용’과 같은 개념을 발견해낸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옥스포드 춤사전』과 같은 것을 참조하여 80년대 무용가들이 종합적 춤예술을 지향하는 예술적인 협업 활동을 ‘융합적/이합적 종합예술’이라고 개념 구별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최초로 대중적인 춤잡지(『댄스매거진』)를 만든 아나톨 추조이가 편집한 『춤백과사전』을 참조하여 현대무용론을 정립한 존 마틴이 60년대 실험무용을 비판한 흥미로운 논평을 변역해 책에 싣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여타의 춤서적이나 이론서적에서는 잘 발견할 수 없는 것이며, 저자 특유의 춤 미학관이 스며들어 있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이 책이 단순한 참고서(reference book)이 아닌, 백과사전적 연구(encyclopedic study)로 나아가기 위한 그 중간의 단계에 있는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의 춤미학 교육연구에 대해 두루 적용해 쓸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 가운데 저자는 또한 이 책이 단순히 100개 항목에 대한 개념정리에 머물지 말고 춤의 비평과 연구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책의 후반부는 그 개념어를 적용하여 춤의 장르에 대한 연구, 춤비평적 연구, 춤작가론 등으로 발전될 수 있게끔 자신이 쓴 여러 예문들을 싣고 거기에 짧은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무용학과 춤비평은 전문용어의 사용, 현대적 미학에 대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면서 이 책을 통해 그런 어려움이나 두려움들이 해소되어지길 바라고 있다. 이 책의 적지 않은 부분이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미학에 대한 것이지만, 저자는 서구의 춤미학과 이론에만 의존하지 않고 나름의 미학적 용어와 개념을 쓰고 있다. 한국창작춤에 대한 적지 않은 이론적 언급과 소극장춤의 가치에 대한 것, 또 지역적 서정주의 춤미학에 대한 개념시도 등이 그러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 연장에서 저자는 유럽의 현대발레가 지향하고 있는 전통(고전발레)과 현대(현대무용) 사이의 절충적․교합적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해석을 가하고 있다.
책의 출간 후 저자는 대학 학부의 춤전공생이나 석박사과정생들을 목표로 이 책을 서술했다고 했는데, 실상은 그들을 가르치는 교강사들에게 더 어울리는 교수용 책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현재 이 같은 책은 서구의 서점가에서 보기 힘들며 국내에서도 물론 보기 힘들다. 이 책의 시도된 개념정리를 기반으로 우리 춤의 비평과 교육이 더 한층 발전되길 바란다. (문의: 도서출판 현대미학사 02-766-3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