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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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24년 4월 24일(목) 오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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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소
- 비대면 줌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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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회
- 김채현 <춤웹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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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이종호, 장광열, 이지현, 서정록, 권옥희, 김혜라, 송성아, 최찬열
- 우리 춤계의 내일을 전망하는 대전제로서 춤계의 중점이라고 할 지원 사업에 대해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들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비록 현실적으로 비합리적인 일들이 많더라도 합리적인 제안이 순조롭게 통할 춤계를 그리면서 오늘 춤계 지원 사업에 관해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짚고 그 대안을 논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죠. 지난 메일을 통해 오늘 우리가 거론할 수 있는 소주제의 항목을 10개 정도로 정리를 해서 제시하였습니다. 춤웹진에서는 2019년도 12월에 공공지원금 운영에 대해서 좀 크게 방담을 가진 바 있고, 그후 4년이 지났는데도 제도는 거의 그대로인 채 지원 사업의 문제가 계속 반복되거나 퇴행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전과는 또 다른 새 문제가 돌출하기도 하고요.
- 연초의 방담에서 문화예술위 심사 관련해서 언급된 부분이기도 한데, 올해 심사 방식 체계가 좀 많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가령 춤비협의 중장기 사업 관련한 부문에서 장르 지원 내용 성격이 아예 다른데 창작과 국제교류라든가 아니면 비평 이런 것들이 다 합쳐져서 심의 대상에 올려지는 것의 문제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창작 과정 같은 경우 무용, 시각 예술, 다원, 전통예술, 음악, 연극 등 장르 구분 없이 소액 지원인데 장르 구분 없이 심사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것도 특정 장르에 선정 결과가 몰릴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장르가 지원을 못 받을 우려가 들었고, 장르 별로 일정한 정도의 하한선을 두어 최소한의 지원을 받도록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 어떤 카테고리 안에서 장르마다 안배하지 않고 뭉뚱그렸을 때 특정 장르가 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면, 역으로 장르 별로 안배하면 소위 나눠먹기로 끝나는 것도 우려됩니다. 지금 현재 사업들에서 지역 안배를 권고하고 있잖아요. 서울 수도권에 쏠리지 않고 지역에 어느 정도 최소한 돌아가기를 권고하고 있는데 그것도 심사 현장에서는 문제를 유발할 것입니다. 수준이 안되는 작품을 위하여 수준이 높은 것 같은 것을 끌어내려서 지역 작품을 한두 개 넣어야 되는 상황들이 생기는 것도 문제일 것입니다. 듣기로는 지역 안배의 경우에는 제도적 권고가 얼마간 있는 상태고 장르 안배는 어떤 가이드라인이 없다 합니다. 그래서 이 점은 더 검토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 올해 춤 지원 문제와 관련해 여러 매체에서도 이 문제가 더러 거론되고 유튜브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어요. 제기된 문제 중에는 어떤 지원작이 서류 심사에서 왜 탈락했는지 묻는 것도 있더군요. 그런데 심의위원이 아니면 서류를 볼 수 없으므로 제3자가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조금은 구름잡기 식의 문제 제기 같은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방담에서는 팩트 중심으로 진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우선 올해 지원 심의와 관련해 우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의 심의 결과를 놓고 보면 댓 가지 정도 새 현상이 우리 춤계에 나타났어요.첫 번째 현상은, 심의 결과 발표 이후에 대관 선정된 단체들이 무더기로 대관을 취소하는 사태가 일어났어요. 한국문화예술위원 아르코 예술극장 그다음에 쿼드 극장, 모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극장 기관들이잖아요. 예전에는 워낙 대관 받기가 힘들은 때문에 대관 취소 같은 경우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올해 유독 무용가들이나 무용 단체가 스스로 대관을 취소한 그런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두 번째는 예정돼 있던 공연들이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난 겁니다. 세 번째는 심의 결과에 대한 대처 활동으로서 독립무용 생태계를 위한 액션 연대(약칭 독무액) 같이 새로운 조직이 결성됐는데, 심의 결과를 문제시하여 심의 결과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모임체가 생긴 거죠. 이전엔 이런 적은 없었거든요. 그다음에 또 아이러니한 현상은 지원 심사에서 추가 지원 선정 작업 같은 것이 이전에는 전혀 없는 줄로 아는데, 아무튼 추가 지원 공모를 실시했어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새 항목을 신설한 그런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항목에 추가 지원 공모를 시행한 거거든요.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일단은 지원 결과에 대해 불만이 쏟아지니까 그런 사람이나 단체를 구제해서 달래기 위한 차원에서 갑자기 예산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이런 사태들이 나타났어요. 그래서 다섯째 현상으로는 추가로 선정된 지원 단체들이 나타났습니다. 예년과 다르게 올해 지원 심의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커 보이고,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방담을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지원 결과에서 이미 선정된 단체가 지원 수혜를 포기했기 때문에 추가 선정 과정을 통해 다른 단체가 선정된 건지 아니면 어디 있는 자투리 예산을 가지고 달래기 차원에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추가로 지원한 단체가 선정된 경우도 있다더군요.
- 저로서는 극장 대관 심의에서 대관 결과가 먼저 발표가 되고 지원 신청하는 게 원칙으로 보입니다. 근데 우리는 거꾸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 기금 지원 신청 마감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기금 지원 신청 결과가 발표나기 전에 대관 심의에서 대관 단체가 선정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빚어지는 문제는 이렇습니다. 기금 지원 심의할 때 지원 신청 서류에서 대관 확정이냐 미확정이냐에 표기하게 돼 있지만, 지원 신청 서류를 제출하는 단계에서는 대관 확정을 표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결과가 안 나왔으니까요. 그러면 지원 심의하는 데 무슨 문제가 생기느냐 하면, 예를 들어서 지원 사업 계획서를 검토할 때 ‘아 이것은 00극장에 적합한 작품이다’ 같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대관 심의 결과가 안 나오니까 처음부터 문제가 따르게 되지요.
일부 극장에서 올해 지원 대관은 이미 선정이 돼 있었으나 지원 심의에서 탈락되니까 결국은 대관을 포기한 경우가 더러 있었죠. 대관 심의에서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줄로 알고, 심의위원들이 고심해서 괜찮은 단체라고 해서 선정해놨는데 막상 지원금을 못 받았다고 무더기로 전부 다 대관을 포기하고 심지어 행사까지 안 하게 됩니다. 지원금을 받으면 공연하고 지원금을 안 받으면 공연을 않는 풍토에서는 공연을 안 했을 경우에 공연하기로 약속된 다수 예술가들을 무용인들이 보호하지 않고 방치하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춤계에서 매우 심각하게 주시해야 할 일입니다.
- 그러니까 기존에 지원받던 단체나 개인이 지원을 못 받았기 때문에 예년에 비해서 그렇게 대관을 취소하는 경우가 훨씬 늘어났다고 판단할 수 있군요. 대관 취소 사태라 이름을 붙여도 좋겠지요?
- 제가 알기로는 아르코극장은 대관 심의 자체가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스케줄을 조절하는 식 등으로 굉장히 품이 많이 들어가요. 그냥 대관 신청 서류 보고 결정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극장 담당자들이 극장을 하루라도 비지 않게 그다음에 공연자들의 욕구도 최대한 수용을 하기 위해서 심의 자체도 며칠 걸쳐서 하지만 그렇게 결정된 후에도 날짜 조정을 전화와 면담을 통해서 하는 줄로 압니다. 그렇게 해놓은 상태에서 취소 사태가 벌어지면 이게 또 한두 건만 걸리는 문제가 아닌 거겠지요. 그냥 그 빈자리만 수시 대관으로 이렇게 공모해서 다시 뽑는 이런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겁니다. 예년에는 대관 포기가 흔치 않은 줄로 압니다.
- 지원 심사를 맡은 재단이나 문화예술위와 극장 간의 유기적인 업무 협력 경로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전에 시행착오를 겪어서인지 이제야 ‘지원 심의 일정하고 대관 심의 일정을 연계해서 조정해야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공동 테이블을 만들어 지원과 대관 결정 시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있어서 시도되었는데, 재단의 발표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여파가 극장과 예술가에게 일파만파되는 사태가 되는 것이죠. 올해 재단에서 젊은 친구들이 다수 탈락하면서 예년보다 대관 포기 경우가 훨씬 늘어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 아르코예술극장은 이달(4월) 말까지 추가 대관을 받고 있더군요. 이런 사태가 이전에 한 번도 일어나지는 않았었거든요. 이런 문제들이 제기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대관 심의를 조기에 하고 그 결과에 반영하여 대관 선정 여부가 확연하게 구분된 상태에서 지원 신청이 이루어지고 거기에 준해서 지원 심의가 이루어지는 식으로 시스템의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 참고로, 지금 아르코예술극장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그 극장들의 차년도 행사를 위한 대관 신청은 어느 기간에 받고 언제 결정을 합니까?
- 제가 알기로, 대개 1월에 대관 심사하고요. 그런데 재단이 2월, 3월에 발표하다가 이제 당겼었어요. 작년 같은 경우에요. 그래서 대관이나 지원 선정 발표나 시기가 얼추 맞았어요.
- 올해 예를 들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 신청을 받는 시점을 앞당겨 10월부터 받았어요. 그리고 아르코극장은 대관 신청을 제가 알기로 11월부터 이렇게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이렇게 받는 것부터가 뒤바뀐 거고요. 그러니까 대관은 조기에해서 그 작품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대관 결정이 지원 신청보다 뒤늦어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겁니다.
- 지원금 신청과 대관 심사가 그 기간이 겹쳐서 문제가 되는 듯한데, 예를 들어 1월 이후에 지원금 선정 결과 나온 다음에 대관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하면 지금 같은 사태가 안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참고로 1, 2월달 대관은 이미 그 전년도에 하는 것으로 압니다.
- 제 생각으로는, 지원금 지원 신청과 심사 이전에 대관 심의 결정이 먼저 있은 다음에 그걸 토대로 해서 예술단체들이 지원금 신청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당해 연도에 대관 결과를 발표하게 되면 어떻게 공연을 준비합니까? 그거는 그야말로 비생산적인 거예요. 그러니까 단체들이 그 극장에 맞게끔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부터 대관을 결정하고 플랜을 세우고 특히 국제 행사 같은 경우에는 일찍부터 해외 아티스트들하고 약속이나 이런 걸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시스템은 더 잘못됐다는 거죠. 지원신청서에 어느 극장이 대관됐느냐 안 됐느냐 이런 것들이 표기되어서 심의위원들이 그런 것들을 토대로 제대로 된 심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지원 결과가 먼저 나와야 된다’는 식으로는 춤 생태계를 바꾸기가 힘들다는 판단입니다.
- 심의를 해보면 보통 극장 대관이 확정됐느냐, 안 됐냐 이런 거 질의하기도 하고, 거기에 따라서 가산점 주기도 하고, 준비가 이제 잘 됐는지 안 됐는지를 따지기도 합니다. 대관 신청하여 확정된 상태에서 만일 지원 심의에 만약 탈락되면 대관을 취소해야 되는 사태가 일어나겠지요. 그러니까는 어느 것 하나 이제 그 사안에 따라서 공연의 어떤 성격에 따라서 다르게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일괄적으로 ‘대관 심의가 먼저 선행돼야 된다’ 이게 아니고요. 그러면 대관 다 잡아놓고 난 뒤에 지원 신청을 했는데 지원에서 탈락되는 경우들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럼 대관 신청을 취소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몇 월까지 대관 선정이 되어야 한다’라거나, ‘어떤 게 선행이 먼저 되어야 한다’라는 식으로 명확하게 논의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지원금 선정 여부와는 상관없이 어떤 계획상 단체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일정대로 우선 대관을 선정하는 게 원칙이 아닐까 합니다. 지원금을 받든 안 받든지 간에 차년도에 뭘 할 거라는 사업 계획이 대관을 중심으로 적어도 10월 말까지는 결정되는 게 대체로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와 좀 연동되는 사항으로서, 기획예산처의 예산 승인 이런 문제들과 결부됩니다. 대개 외국 같은 경우 예를 들면 ‘문화예술계 전체 예산의 카테고리가 어느 정도다’라는 것이 그 카테고리 안에 잠정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연 단위로 예산 무조건 30% 감액 이런 식으로 그런 것들이 결정되는 게 너무 급하게 이뤄지다 보니까 하위 기관에서 일정한 부분 어떤 예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사업 운영을 못하는 거예요. 그런 문제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대관 취소를 부른 문제는 이 정도로 진행하고, 올해 지원금 심의 결과에 관해 논의를 진행하지요.
- 다 아시듯이 예술위원회가 이번에 지원 카테고리를 바꾼 창작주체 부문의 경우에는 어느 한 단체가 완전히 싹 쓸어가다시피 하는 그런 수준이었어요. 또 주목할 점은, 지원 심의 대상에 창작과 극장운영 및 비평 매체들 이런 것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점으로는 심의위원으로서 한국 무용, 현대무용, 발레 이런 식으로 위원이 들어가고 기획자가 한 명 들어가고 비평 이론 쪽이 한 명 들어가는데 이번에 비평 매체를 평가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기계적인 배치도 제대로 안 됐다’는 거, 즉 심사위원 구성 자체에서 근본 문제가 있었고, 이런 문제들이 이전에 비하여 이번에 두드러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새로 개편된 카테고리의 근거가 무엇이고, 이 독립된 여러 분야를 겨우 장르별 분배된 위원들이 전체를 섭렵해 평가하기에는 턱 없이 능력이나 효율면에서도 부족합니다.
- 네, 지금 현장에서 거론되는 문제 중에 먼저 ‘서류 심사에서조차 떨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문제를 제기하는 무용가 단체가 있어요. 근데 제가 봤을 때는 심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점을 거론하는 것은 좀 무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서류 심사라는 게 실제로 심의위원이 아닌 경우에 서류를 못 보거든요. 이와 관련해서 ‘특정 단체가 과다하게 지원금을 많이 받았다’는 것도 제가 봤을 때는 서류를 어떤 식으로 작성해서 어떤 사업을 더 확장했는지가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사실 이렇게 탈락된 단체들이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되겠지만 직접 심의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거론하는 건 조금 무리일 수도 있어요.
- 춤비협에서도 아셔야 되는 점을 한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지원금 심의 서류를 대신 써주고 대신 정산해주고 말하자면 전문 매니저 역할 같은 걸 하는 사람들이, 그룹들이 더러 생겨났어요. 그래서 심의위원들 자신들도 서류 심사를 하면서 주의해야 될 점은 서류를 잘 썼다고 해서 점수를 더 주는 것에 대해 이제 경계해야 할 겁니다. 최소한 지원자의 히스토리와 작업 경향 등 사전에 공부를 하고 심의에 참여해야 하겠지요. 제가 심의했던 경우에는 위원들이 지원자들에 대해 많이 모르고 있더군요.
- 한국춤작가 12인전 같은 경우에는 문예회관 대극장을 장장 12일 동안 대관을 했고 이미 상반기에 참가 아티스들 그전에 다 선정을 해놓고 참가하는 아티스들이 작품을 다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한국춤작가 12인전이 선정이 안 됐다고 그래서 대관도 포기하고 사업 자체를 포기했는데 이거는 저는 굉장히 잘못된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원금을 안 받았으면 공연을 안 하는 이런 사태는 무용가들 스스로 다시 재고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지원금을 안 받았다고 행사를 포기하면 12명의 약속된 아티스트의 작업 기회를 송두리째 빼앗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유감스러울 수도 있고 물론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따르겠지만,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든 해결 방안을 찾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 심의위원에 비평가들이 빠진 문제가 지금 거론되는데, 이번에 제일 많이 나오는 얘기가 가장 많은 금액이, 또 가장 많은 사업이 선정된 문예위 창작주체 사업에 지원 심의위원들이 5명이 있어야 되는데 4명뿐이 없었어요. 거기에 무용 평론가가 빠졌다는 거죠. 왜냐하면 무용 비평 쪽에 있는 사람이 빠지게 되면 아까 말씀대로 서류만 보고 심의하는 데서 오는 그 맹점을 심의위원들이 간과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비평가가 아닌 다음에야 많은 공연을 보기가 힘들므로 이 단체가 이제 과연 좋은 작품을 내는지 안 내는지, 그리고 심지어는 지원 신청 단체들이 작년에 어떤 상을 받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한 판단 역량이 아무래도 처질 듯해서 사실은 굉장히 우려된다는 거죠.
- 그런데 다섯 사람의 심의위원 중에 이번에 네 사람만 심의했는데 한 사람이 심의에 불참한 사유에 대해 어디서도 밝혀지지가 않았고, 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이에 대한 해명도 없었어요. 예를 들어 그 빠진 한 사람이 비평가였을 수도 있어서, 이거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지요. 왜냐하면 비평가가 당일 날에 굉장히 중요한 심사에 빠지게 되면 다른 이로 대체하든지 아니면 심사를 연기해서까지 하여 그 사람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대책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전혀 없었던 거죠. 근데 이런 문제에 대해 어느 매체에서도 비평가가 빠졌다는 얘기는 있지만 거기에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한 매체는 없었어요. 이게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불참 사유에 대하여 우리가 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질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몇 해 전에 무용비평 매체 지원 심의에서도 마지막 결정 단계에서 무용 쪽 여러 매체를 두루 아는 심의위원이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여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습니다.
- 이번에 창작 주체 심의위원회을 보니까 무용계 현장에서 활동하는 무용가가 세 사람이고 그리고 국립발레단의 기획 담당자 한 사람으로 일단 명단에는 그렇게 돼 있어요. 한 명이 불참이라고 돼 있는데 그 불참이라는 한 분은 말하자면 직능이 뭔지 비평인지 무용 활동가인지 아니면 타 분야 사람인지 하는 거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안 밝혀지고 있죠. 그러니까 지원 심의위원의 전문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거든요. 국내 지원 사업에서 가장 중추가 되는 지원기구인데 그 지원기구에서 이번에 겉으로 드러난 것을 보면 심의위원의 부실 혹은 역부족 그런 점이 상당히 두드러져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점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대안보다도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될 것이다’라고 우리는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
- 근데 이렇게 공연 제작, 공간 운영, 축제, 비평처럼 분야들이 매우 광범위한데 사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아무리 심의위원을 잘 짜려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 분야에 전문가 한 명 들어갈까 말까 할 것 같은데, 지금 이 지원 체계 자체부터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이 안에서 뭔가 나아지는 거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 심의 주체나 심의위원에 대한 논의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작년에 문예위에서 심의 체계 개편에 착수하면서 TF팀도 만들어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새 세대의 심사위원 진입은 당연히 필요하고 그에 따라 추천도 받고 또 새로 진입한 심의위원들의 교육 과정도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었습니다. 그래서 오리엔테이션 과정과 그다음에 아주 실질적인 교육 과정을 거쳐서 나름의 기준을 세워주고 심의위원으로 활동을 시켜야 된다는 것을 강력히 제안했는데 그게 좀 빠지고 매우 간략하게 진행된 걸로 압니다. 올해 결과는 제 생각에는 그것의 후폭풍인 것 같아요.
새로운 심의위원 풀이 생기고 심의위원들이 어떤 분야의 심의로 들어가려면 현장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 공감하고 납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든요. 그러기에 시간이 너무 없었고 그렇게 심사위원에 대해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바깥에서는 불신에서 나오는 여러 루머성 이야기들이 넘쳐날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런 이야기가 넘쳐날수록 문제 해결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많은 매체와 사이트를 찾아보니까 이 관련 문제들이 글로 올라와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자기들이 느낀 피부적인 문제 말고 이 심의 구조 전체에 대한 문제, 심의위원 자체에 대한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해서 포커스가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희들은 그런 문제들에 대해 차근차근 더 준비를 해서 논의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되어서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심사위원풀제를 개편하고 나서 다른 장르에서는 심의 풀을 꾸리고 이번에 심사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었데요. 근데 무용 부문만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 심의위원 풀 꾸리기가 너무 어려웠고, 빈약한 풀안에서 심의위원을 선정하다 보니 이런 문제로 드러난 거 아닌가 싶습니다.
- 저는 지금 중요한 두 가지 개선 방안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지금 한 카테고리 안에 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모아놓는 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잘못한 것 같아요. 여기 안에 있는 사업만 해도 굉장히 많거든요. 이질적인 사업들을 모두 한꺼번에 몰아넣고 심의위원 4명한테 심사를 맡긴 것은 너무 과부하가 크고 부적정한 겁니다. 개선해야 해요. 그리고 선정한 풀을 가지고 제대로 심의할 수 있는 사람이 선정됐는지 묻고, 전문위원 제도 같은 것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나 이런 생각도 합니다.
- 저는 우리 춤계뿐만 아니고 전체 예술계를 향하여 심의와 관련하여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이렇습니다. 적어도 1년에 지원금이 몇천만원 내지는 1억원 이상 되는 그런 어떤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해당 단체가 그 지원금을 신청할 적에 제출한 서류 자체를 공개해야 되는 게 원칙이라 봅니다. 지금까지 지원신청서류를 공개적으로 공시한 경우는 전혀 없었지만, 2020년대 오늘날 지원금의 비중이 예술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져가는 점에서도 그런 규정을 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천만원 ~ 3천만원 정도 사업의 선정 결과 지원신청서를 공개하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4천만 원 같으면 지역에 따라서는 조그만 주택 한 채 값 아닙니까? 그런 금액을 서류를 기반으로 지원해주면서 이렇게 허술한 지원 심의 과정에다가, 또 작품 결과도 시원찮기가 드물지 않아요. 적지 않은 그런 돈을 국민 세금으로 주면서 요구하는 것 내지 공개되는 것은 너무나 한정돼 있어서 책임지지 않는 지원신청서를 내는 격이라 해석될 수 있어요. 신청서와는 다르게 책임이 미약한 성과를 내놓는 그런 예술 행위에 대해 공개 감찰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하나의 장치로서 한 4천만 원 이상 금액의 선정 지원 결정이 나면 바로 그 즉시로 지원신청서 서류 자체가 공개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심사위원의 심사평도 문제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업과 금액을 심의한 심의위원들의 심사평이 A4 용지 한 장도 채 안 돼요. 이것부터가 잘못된 거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특정한 단체에 대해서 예년에 비하여 3배 이상의 어떤 돈을 주게 되면 그에 대한 언급이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이런 단체는 지원금을 이렇게 지원해야겠다’ 이런 내용들이 당연히 있어야 되는 거죠. 그래야 심사위원들이 나름대로의 책무를 했다고 보는 거거든요. 지금처럼 한 줄짜리 A4 용지 한 장도 안 되는 분량으로 심의평가를 해내는 것부터 잘못된 거죠. 그러니까 사업을 운영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부터 시정돼야 합니다. 전후 사정을 소상하게 밝히는 심의평들이 있으면 심의위원들도 더 책임감 있게 진행하지 않을까 하여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지원 심의 탈락자가 정확한 탈락 이유를 알아야 다음 연도에 더욱 분발해서 준비를 할 수 있을 터이고 그래야 성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선명하고 납득할 만한 탈락 이유를 기록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수행결과에 대한 평가도 꼼꼼하게 진행되야 하고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단체(개인)는 다음 연도에 페널티가 있어야 합니다. 심의위원 선정도 기관 관계자들이 공정하게 배치했다는 측면만 생각해 장르별 안배에만 신경 쓰는 사태는 이제는 벗어나야 합니다. 해당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맹점도 있어 현장 전문가에 대해 공부도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풀만 돌려서 되겠습니까?
- 심의 결과를 소상한 심의평으로 밝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개선한다 할지라도 예년에 없이 올해 특정 단체들에다 지원금을 몰아주었다는 원성이 과연 수그러들지는 의문입니다. 공연예술 창작주체 사업의 무용 부문 심의 결정 세부 내역을 보면 전체 지원액 1,984,000,000원 가운데, A단체에는 479,000,000원이, B단체에는 220,000,000원이 지원 심의 결정된 것으로 공고되었습니다. 두 단체에 대한 지원 규모가 근 7억원이고 전체 지원액의 35%를 차지합니다. 심지어 A단체에는 3년이라는 다년간 지원이 결정된 줄로 압니다. 이에 대해 춤계 여론을 더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심사 기피 제도의 문제점이 이번 서울문화재단 심의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현장 무용가들이 제기하는 문제 중에 두 가지로서, 특히 한국무용 파트의 심의위원 구성에서 우선 3명 모두 대학 교수와 이제 직업무용단체 단장이 들어가면서 비평가가 빠진 문제, 그다음에 이 대학 교수들이 공연도 잘 안 보러 다닌 사람들인데 그들에 의한 심의 결과 도출 이런 문제가 제기됐고요.두 번째로 작년에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던 공공기관이나 우리 춤웹진을 포함한 이런 매체에서 우수 작품상, 최우수 작품상, 그다음에 최우수 안무가상 이런 상을 받았던 작품들이 대다수 탈락한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봤더니 현대무용 분야는 심의위원 기피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났어요. 예를 들어서 현대무용 분야에서 떨어진 단체들 중에 모던테이블 같은 단체라든지 말하자면 검증된 단체들이 탈락됐고, 한국무용 쪽은 올해 춤웹진 작품상을 받은 장혜림, 작년도에 서울무용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정보경 씨 이런 안무가들이 줄줄이 탈락했거든요.
현대무용 같은 경우에는 제가 심의위원들을 만나서 얘기를 해봤더니 심의위원 3명 가운데 두 심의위원은 거의 다 심의 기피를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결국은 현대무용 분야에서는 특정 심의위원 혼자의 점수가 선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그런 꼴이 된 거예요. 왜냐면 심의 기피 제도와 관련해서 두 심의위원이 한예종 관련 사람들이다 보니까 한예종 졸업생이 낸 단체는 이런 것도 안 되는 거고 그 다음에 LDP라든지 이런 쪽하고 관련되는 거는 양쪽 다 또 안 되는 거고 이러다 보니까 심의 기피를 해서 점수를 못 내니까 결국은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심의 기피 제도 안의 허점을 거론해야 하지요.
지금 서울문화재단 심의 결과를 두고 독립 안무가들이 매우 반발하는 이유가 트랙 선정에 대한 문제입니다. 제가 현대무용 부문을 알아봤더니 토론이 전혀 없었대요. 예를 들어 심의위원들이 점수 낸 것만 올려놓고 그냥 1, 2, 3등 식으로 집계해서 하다 보니까 비평가들이나 춤현장에서 검증된 안무가들이나 단체들이 줄줄이 탈락되는 사태가 발생한 거죠.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분명히 서울문화재단의 창작 작품에다가 주는 그런 카테고리 심의인데 심의위원들이 제일 많은 점수를 준 게 유니버설발레단의 전막 공연 <돈키호테>였어요. 근데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 전막 공연은 창작 작품이 아니잖아요. 그거는 이미 고전 작품인데 거기다가 점수를 제일 많이 준 거예요. 근데 이걸 토론 없이 만약에 그냥 갔으면 예를 들어 점수 그대로 해서 <돈키호테>가 받았겠죠. 근데 여기에 문제가 제기되고 결국 다른 창작 발레가 받았어요. 그러니까 심의위원들이 토론을 거쳐서 이렇게 결정을 해야 되는 거지 점수만 내고 당일에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굉장히 행정편의주의적이고 그런 점에서 서울문화재단의 심의 제도 운영은 아주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업은 많은데 실제로 그것을 운영하고 제대로 할 만한 행정적인 그런 것들이 전혀 뒷받침이 안 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이와 같은 이런 사태들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고 심의 트랙 문제도 전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 심사와 관련해서 또 논의할 것은 독립무용가의 기준입니다. 어디까지가 독립무용가입니까? 독립무용가였다가 자기 단체를 만들었다고 해서 독립무용가가 아닌가요? 독립무용 생태계를 위한 액션 연대 이런 걸 결성했을 때 이 독립무용가의 기준이 과연 어디에 맞는가? 이런 것들에서도 사실은 그게 명확하지 않거든요. 이번처럼 막 성명서가 나오는 정도가 되니까 이제 문제들도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서울문화재단 사업을 스크린하는 일이 필요하고 이런 문제점들이 더 제기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 말씀을 듣다 보니까 독립무용가라는 단어의 의미도 이제는 조금 다시 봐야 될 것 같네요. 그러니까 우리가 80년대에는 교수도 안 되고 작품을 하려고 열심히 애쓰니까 도와주는 취지로 독립무용가라는 말을 저도 맨 처음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여론 때문에 그들이 많은 혜택을 받았던 것도 심사 때 또 많이 뽑혔던 것도 사실인데 지금 말씀을 듣고 보니까 이제 그 사람들이 교수는 아니지만 독립무용가로 성장해서 이제 기성권에 들어가 있단 말이에요. 이 자리에서 결론낼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좀 생각을 많이 해봐야 될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이번에 독무액에서 나온 심의 성명서 관련해서 사실은 소액다건으로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과연 맞는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보세요. 지금 모던테이블 김재덕 같은 경우는 지금 작년만 하더라도 스위스 무용단에 가서 안무하면서 세계적으로 지금 아르헨티나 국립무용단 안무를 하고 있고 싱가포르 T.H.E. 댄스컴퍼니의 상주 안무가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안무가가 있는데 이 안무가들이 결국 2천만 원, 3천만 원짜리 여기 트랙으로 신청해서 지원금 심사에서 탈락되었어요. 이런 식은 아니라 봅니다. 검증되거나 앞으로 키워야 될 그런 안무가 있다 그러면 일본처럼 1년에 10억씩 줘서 팍팍 키운다든지 이런 시스템이 돼야 하는 거지요. 모던테이블은 이번에 지원금 못 받았지만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 포기 안 하고 하거든요. 근데 한국현대춤작가 12인전은 포기했잖아요. 12명의 안무가들을 날려버렸잖아요. 이 두 가지 사실만 놓고도 우리 무용계가 과연 어떻게 생존해야 되는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정신적으로 재무장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소액 2천만 원, 3천만 원짜리를 매년 신청하고 떨어지고 하는 것의 반복이 아니라 진짜로 시스템이 바뀌어야 되지 않는가? 이제는 그래야 경쟁력이 있지, 소액다건 이런 시스템은 벌써 20년, 30년 전부터 했던 거거든요. 아직도 이렇게 하고 있으면 어떻게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안무가를 길러낼까요?
- 공감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런 의식은 없는 것 같아요. 1년 단위 예산에 대해 공무원들한테 “왜 그래요?” 그러고 물어보면 “우리 예산이 1년 단위로 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매번 그런 얘기만 하는데, 그래서 제가 농담삼아 “아니 그러면 한미 수교가 100주년이 되는 거는 3년 후의 일이라는 걸 미리 알 수 있잖아요” 그러면 가만 있어요. “한미 수교 100주년을 하려면 지금부터 예산을 좀 준비를 하셔야지” 그러면, 대답을 못 한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매번 우리 예산이 1년짜리라 그렇다고 핑계를 대는데 공무원들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그것이 창작만이 아니고 축제도 마찬가지인 거지요. 그러니까 이 정부는 문체부라는 곳은 뭘 창작이건 이벤트건 국제 진출이건 장기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그런 생각은 정말 없어 보여요. 그냥 매년 그때그때 주어진 한도 내에서 심사해서 뒷말 안 나고 불공평했다는 말만 안 듣고 넘어가면 자기네들은 끝나는 거예요. 그거는 아르코 직원이나 재단 직원이나 다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게 참 정말 답답한 부분입니다.
- 예를 들면 독일문화원 괴테 인스티튜트 같은 경우에는 무용의 경우에 매년 한 60개 단체를 순서를 정해놓는다고 해요. 그러니까 이 단체들이 외국에 초청받아서 나갈 때 ‘항공료 당연히 지원해 줘야 돼’ 하는 그 순서로 60개 단체를 지정해놓는 거죠. 그러니까 이들은 뭔가 안정된 마음으로 자기 활동도 할 수 있고 외국 초청 시 항공료 걱정 없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우리는 5월에 이제 어디 초청받으려고 해서 2월에 신청했다가 지원금 못 받으면 그냥 그 몇 년 동안 준비했던 외국 공연 다 취소시키고 약간 외국 사람한테 망신당하고 그러고 끝나는 거죠.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이게 지금 창작 지원만이 아니라 모든 거를 조금 더 중장기적으로 좀 볼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우리가 좀 믿을 만한 그런 단체, 우선권을 줄 수 있는 단체들의 리스트를 20개, 30개를 만들어주고, 그렇지 않은 단체들은 거기에 낄 수 있도록 열심히 자발적으로 노력해서 점점 올라오게 만들고 이런 식으로 전반적인 구조개편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 해외에서도 잘 나가는 특정 단체들에 많이 지원해서 더 클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하는 데 전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그와 동시에 고려할 점은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한정된 단체에 잘한다고 해서 많이 밀어주면 또 다른 단체가 클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 어떤 실천이 동시에 일어나야 합니다. 무용 예산 전체 파이를 키우는 그런 일도 있어야 됩니다. 그랬을 적에 어떤 잘하는 특정 단체 집중적으로 밀어주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 전체 파이가 늘지 않는 가운데서 그렇게 하면 사실 그 단체만 또 크고 다른 신진단체는 새롭게 클 수 없는 그런 구조가 만들어지지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도 우리가 세심하게 살펴야 하겠습니다.
- 방금 말씀 대로, 매번 당국 혹은 기관에 어떤 요청을 하고 제안을 하고 이렇게 해바라기 하고 있는 또는 계란으로 바위를 두드리는 이런 관계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전에 문예진흥기금 시절에서 나라가 정책적으로 예술을 지원하고 타당한 이유로 시장 구조에서 예술이 살아남기 힘든 부분에 대해서 보호하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제 시대가 흘러오면서 지금쯤, 그러니까 매년 정체되고 반복되는 문제 제기, 지원금에 대한 흡족치 못함이 지적되고 또 지원금으로 길들여지는 부분에 대해서 또 기관들도 고민을 하거든요. ‘어떻게 독립성을 키울까?’ ‘어떻게 자부담률을 계속 좀 높이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 기관 나름 그런 고민도 있겠죠. 그런 양측의 문제의식들을 보면서 저는 역시 지금 독무액처럼 지원 심사 과정과 절차와 결과에 대해 문제를 느끼는 무용인 집단이 형성되고 또 무용인들이 이런 지원 제도에 대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정말 지원제도의 현장 파트너로서 지원 제도 내부로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의결 구조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야 하는 거죠.
저희도 민간협회인데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독립 그리고 개별 무용단체들과 파트너쉽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추진하는 활동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기관과 함께 적극적으로 정책과 예산 편성에 대한 권한을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합니다. 새로 문제를 느낀 독립무용가들이 여전히 이 문제의 해결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좌절감을 맛보게 될까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적극적으로 현장 당사자로서 자기 목소리 내는 것이 못 받은 자의 불평으로 폄하될까 걱정입니다. 그 안에서 저희가 ‘취재를 하자’ 이런 것은 굉장히 훌륭한 거죠. 취재를 하고 아주 정확하고 예리한 정책적 제안을 하고 그다음에 대대적 모니터링을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점점 정책과 예산 결정에 대한 어떤 권한들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으로 가는 게 훌륭한 태도라고 생각됩니다.
- 지역의 지원 심의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대구 쪽은 올해 예산이 대폭 삭감이 돼서 거의 반토막 정도가 났다 합니다. 그리고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서 ‘늘 하던 거 말고 다른 식으로 한번 해봐라’는 새로운 요구 사항이 읽힙니다. 의도와 방향은 좋지만 창의적인 예술이 갑자기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애로가 따르는 모양입니다. 예로서 타장르 예술과 콜라보 형식의 기획전시·공연으로 4~5천만원 정도로 조금 늘여 지원해 준다든지 그런 게 예전에 없던 형식이라서 좀 눈에 띱니다.
그다음에 대구의 명작산실은 서울 창작산실을 참조한 사업인데, 대구는 그 심의를 무용만 따로 두고 심의를 하는 게 아니고 한꺼번에 여러 장르, 그러니까 전통예술, 뮤지컬, 연극, 실용댄스, 순수무용 장르가 함께 심의 선상에 오르고 최종 두 단체 정도 선정됩니다. 올해는 서류와 인터뷰 심사를 거쳐 6개 단체가 선정되었고, 그 가운데 2개 단체를 최종 선정하고 단체당 5천 ~ 6천만원 정도 지원금을 받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쇼케이스 예산과 심의방식이 지난해와 달라진 것입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6단체에 각 1천만원 지원, 심의장소(극장)도 한 곳에서 같은 형식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아마 이전에 했던 형식과 유사하지만, 지난해 쇼케이스에 따른 잡음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난해에 무용에서 세 단체가 선정됐는데. 두 단체는 아무도 모르게 자기들만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한 단체는 정식으로 1,500만 원을 들여서 극장 대관하고 의상에다 팜플렛 찍고 조명하고 공연 형태를 싹 갖춰서 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비공개로 진행한 단체가 선정되었습니다. 물론 좋은 작품의 기준이 제작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1,500만 원을 받아서 심의만 딱 받고서, 어디서 어떤 공연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쇼케이스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최종 선정되면 지원금 5천 ~ 6천만원을 지원받는데 쇼케이스 예산으로 1,500만 원을 일괄적으로 준다는 거는 조금 과도하지 않는가? 그것도 너무 자유를 줘서 ‘공개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어떤 식의 형태든 상관없다’라든가 이런 것이 지난해의 문제점으로 현장에서 들렸습니다.
그리고 심의위원들로는 무용 쪽은 대구 쪽 무용가들 한두 명 외에 서울과 그 나머지 지역, 이렇게 구성되다 보니까 이름이 알려진 몇 사람을 제외하곤 심의대상자들에 대해 아주 모를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늘 받던 사람들이 매번 받게 된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어쨌든 지역은 좀 어쩔 수 없다 그럴까 그런 부분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에 있는 심의위원, 특히 제자라든지 이런 사람이 심의에 들어가다 보면 늘 받던 사람이 받게 되는 식이어서, 나름대로도 다 고충이 있겠지만 지역 현장 모니터링을 해보면 ‘늘 받던 사람만 받는다’ ‘젊은 인재들을 전혀 키울 생각을 안 한다’ 이런 불만들이 현장에 좀 있는 것 같아요.
- 쇼케이스 진행을 개선하는 조치가 있었지만, 심사위원 구성은 여전히 개선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군요. 그리고 지원 예산이 반토막 난 데 대해서도 자구책이 있어야 할 것 같군요.
- 대구 지역 지원 심의 상황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신진들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은 활발하게 활동할 생각들도 없고 거의 반은 포기 상태고 ‘늘 받는 사람은 받는데 굳이 내봐야 뭐 하겠나’ ‘적선하듯 천만 원씩 던져주는 이런 돈 갖고 어떻게 공연하느냐’ 하는 여론들이 팽배하고요. 물론 그것도 못 받는 경우도 많겠지요. 그리고 심의위원 기준, 이런 것을 거론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아요. 해마다 거의 유사하고 얘기해 봐야 ‘쇠귀에 경 읽기’고 앞서 저기 서울의 심의 제도나 심의위원회에서의 문제가 좀 규모가 작을 뿐이지 거의 유사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거스를 수없는 프렉탈 구조 말입니다.
- 부산 지역 지원은 어떠한가요?
- 지금까지 서울에서 이루어진 현상을 쭉 들으면서 부산하고 비교되는 측면들이 몇 가지 보입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일단 부산에서 심의하는데 심의위원이 7명정도 참석합니다. 부산 외 지역에서 3명 정도, 부산 지역에서 3명 그래서 7명이 참석을 했는데 심의위원 수가 제가 봐서는 기본적으로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 경우를 올해 들어보니까 3명이 참석을 하고, 5명이 했는데 4명이 오고, 저는 심의위원 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의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 같은 경우도 심의 인원수를 비교적 더 늘려가는 그런 심사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부산에서는 7명이 모여서 심의를 했는데 비교적 심의가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합니다.그리고 이제 또 심의 토론 문제가 또 서울에서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았었는데, 원래 심의 토론 문제가 제한이 된 가장 큰 이유가 위원들이 서로 맞춰서 누구를 떨어뜨리고 하는 그런 폐단이 심사 과정에서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각 문화재단에서 심사 과정에서 토론을 제한하는 그런 관행이 생겨났는데요. 그래서 부산 같은 경우에 한 때 전혀 토론을 안 하고 심의하는 경우도 있었고, 또 제한되게 토론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근데 이번 같은 경우는 제한된 토론이 이루어졌다 합니다. 제한된 토론이 무슨 말이냐 하면 공정한 심의를 하는 데 필요한 객관적인 의견의 토론은 허용하되, ‘누구를 떨어뜨려야 된다’ ‘저 단체는 안 된다’ 식의 발언은 못 하게끔 그런 식으로 제한된 토론이 일어났고요.그리고 부산 같은 경우에는 이제 심의 트랙이 서울처럼 그렇게 뚜렷하지 않습니다.이를테면 전통, 현대춤, 한국창작춤, 발레 장르를 전부 한꺼번에 심의해요. 그래서 이번에 심의위원들이 ‘트랙을 좀 세부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의견을 제시하는 심의위원들도 있었지만, 부산에는 또 지원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 보니까 심의 트랙을 또 부분적으로 이렇게 구분하기에는 이게 심의위원 구성부터 또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거기에 대해서도 의견은 제시되었지만, 현재까지는 부산에서는 트랙을 ‘서울처럼 그렇게 세부적으로 구분하는 데는 아직까지 그에 따르는 문제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상황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부산에 무용과가 많이 없어져서 지금 부산대학교 무용과 한 곳만 남았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젊은 친구들이 많이 배출이 안 돼요. 배출이 안 되다 보니까 전체 지원하는 건수가 줄어들고 실질적으로 무용 장르에 지원하는 전체 파이가 작아지지요. 그래서 무용 분야의 전체 파이를 유지하고 더 키우는 데 힘을 쏟아야 되는데 점점 파이가 작아지고 있는 그런 상황이고요.
또 무용 분야의 총 지원 수를 늘리려고 하다 보니까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냐면 서브컬처 무용하는 친구들도 지원할 수 있게끔 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기초예술 쪽하고 서브컬처를 같이 심의하는 그런 경우가 이제 생기고 있습니다. 이제 심의위원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이제 기초 분야에 있는 전문가들이다 보니까 서브컬처를 주축으로 하는 단체들이 거의 못 받는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그리고 부산문화재단 지원 제도 중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꼭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부산에는 공적 지원금을 대학 교수들한테 지원을 안 합니다. 서울도 아마 마찬가지일 겁니다. 공공무용단 소속된 댄서들이나 안무자들한테도 공적 지원금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정규직이기 때문인 거죠. 그렇다면 똑같은 논리를 대학 교수들한테도 적용해야 돼요. 지금 무용단에 다니는 무용가들이나 안무가들한테는 공적 지원금을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안 하면서 대학 교수들한테는 왜 지원하죠? 부산에서는 그래서 정규직 대학 교수들한테는 지원을 안 합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심의위원도 대학 교수는 제한시켜요. 그것이 부산문화재단이 처음 생길 때부터 있은 기조였고요. 그것을 아직까지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부산문화재단에서는 소위 대학 전임 교수들에 대한 지원은 모든 장르에서 공통적으로 일체 없다는 것은 서울 시각에서 보자면 혁신에 해당할 것이고, 이제 서울문화재단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그래야 된다는 건데, 적극 고려할 점으로 보입니다.
- 부산문화재단이 이 제도를 만들 적에 사실은 서울문화재단을 벤치마킹했습니다. 박원순 시장 시절 때 서울문화재단에서도 그런 제도를 일시적으로 시행한 걸로 압니다. 그래서 그 제도가 좋다 해서 전국적으로 그때 서울문화재단을 따라서 그렇게 하는 지역이 많이 생겨났거든요.
- 형평성이 있고 현장 균형 감각이라든지, 공정성, 생산성, 이런 점들이 살려진 지원 제도가 어쨌든 정착돼야 되는데 이게 안 되는 게 우리나라 춤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방금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 무용계 자체 내의 어떤 특수한 사정이라 할까 그런 게 느껴집니다. 이걸 정말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게 우리 모두의 과제겠죠.
- 문화예술위원회나 서울문화재단 같은 경우 심의위원이 결원이 됐을 적에 그에 대한 어떤 대비책을 제대로 갖춰야 됩니다. 그리고 정말 납득이 안 가는 게 서울문화재단 보니까 세 분야로 나눴단 말이죠. 현대무용은 심의위원이 다섯 사람, 한국무용은 세 사람, 발레 세 사람이란 말이죠. 이게 접수된 어떤 작품의 장르별 어떤 규모에 따라서 그렇게 장르별로 심의위원회 숫자가 조정된 건지 궁금해요. 그리고 이제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꼭 그런 식으로 나누어야 되느냐? 하는 문제도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전통춤은 거기에 없단 말이에요. 춤계에서 심의위원의 구인난 같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오히려 이렇게 셋으로 나눠 가지고 심의위원을 운용하는 자체가 더 구인난을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도 제기할 수가 있어요.
이번에 세 장르를 모두 합치면 심의위원이 11명입니다. 11명인데 올해 11명이 선정한 작품의 건수가 40건 조금 남짓돼요. 그럼 거기에서 좀 서울문화재단이 묘수를 발휘할 수는 없는가?
- 결원이나 기피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 조금 여유있게 준비해 놓고 2차 3차를 예비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음 지원 심사에서는 개선해야 되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 네 대비책이 있어야죠. 그리고 문화예술위원회는 다섯 사람이 심의를 하는데 결과적으로 네 사람이 장르 구분 없이 했단 말이죠. 창작주체 부문이 그렇습니다. 창작산실도 장르 구분 없이 심의한 것으로 나옵니다.
- 독무액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들이 어떤 이유 때문에 떨어졌는지에 대해서 문의했을 때 그거에 대한 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심의를 할 때 네 가지 항목이 있어서 점수화해서 심의하는데 점수가 미치지 못했다’ 이런 정도만 답하지 ‘왜 떨어졌는지 그에 대해서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심의가 끝나서 한두 페이지로 뭉뚱그려진 심사평, 매년 같은 수준의 평만을 봐서는 그냥 알 수가 없다는 거죠. 그리고 조금 전에 지원신청서 문제도 나왔지만 사실 정말 지원신청서를 기획자가 쓴다거나 아니면은 돈을 주고 누구한테 맡기는 경우가 진짜 많아요. 그리고 더러 읽다 보면 ‘이 단체는 누구 기획자’ 다 그렇게 읽히잖아요. 근데 현장을 많이 모르는 사람들은 진짜 아주 훌륭한 문구만 보고 그 단체의 히스토리나, 어떤 식으로 해왔는지는 모르고 심의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좀 공개가 최선의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심의위원이나 아니면 심의위원회를 상대로 아까 교육을 해야 된다고 했었는데 이런 것도 전반적으로 짚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물론 지원신청서를 전체를 다 공개하도록 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지원신청서의 일부를 공개하도록 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공개에 대비해서 그 지원신청서 전체를 압축 요약한 것을 지원 신청 단계에서 논문 초록처럼 제일 앞에 첨부하도록 하느냐, 정말 마음먹고 하려고 하면 여러 방법이 있을 겁니다. 이것이 예술인들한테 어떤 귀찮음으로 받아들여질지 몰라도 불필요한 귀찮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정말 앱스트랙트하게 볼 수 있는 어떤 장치로서 이런 게 정말 필요하고, 그리고 이제 심사에 어떤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봅니다. 성실한 심의를 촉진하는 요소로서 긴장감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공개가 필요해 보여요.
- 지원신청서 공개도 중요하고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봅니다. 그래서 그중에 하나로서, 어떤 심사위원이 몇 점을 줬느냐 하는 점수판을 공개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것이 지원신청서를 공개하는 것 못지않게 심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심사위원들이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단체에게 몇 점을 줬느냐 이걸 공개 공유하는 게 저는 매우 공평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심사위원은 최소 5명이 돼야 합니다. 최소의 객관성을 확보하려면 최저점수 최하 점수를 빼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심의를 3명, 4명이 했다는 거를 도저히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거는 객관성 자체를 발로 차버린 경우예요. 그리고 심의위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심의 과정은 투명하면 투명할수록 좋습니다.
- 지역 같은 경우 외부에서 오는 심사위원들은 신청자들 면면을 그 많은 숫자들을 자세히 모릅니다. 모르므로 토론 없이 심사위원들 개개인의 판단에 의해서 다 점수를 내는 그런 데도 있고, 아니면 토의를 자유롭게 거쳐서 하는 데도 있고 이렇다고 그러는데요. 제 경험상 외부에서 오는 심의위원들은 만약에 100팀 중 한 10팀도 정확히 모르고 계세요. 그럼 나머지 부분들은 그냥 지원신청서에 기재돼 있는 그것만 보고 해야 되는데 예를 들어서 기획자가 써줬다라든지, 아니면 지방에서 어떤 서류는 올라오는 거 보면 거의 유사하다고 봤을 때 그거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고를 수 있는 작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내야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다 보니 어려워요. 어떤 데는 공개적으로 ‘제가 모르는 무용가인데 어떠냐’고 해서 가벼운 토의 과정을 거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근데 만약에 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심사하시는 분들이 그냥 서류만 쭉 보고 자기들이 알든 모르든 간에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긴 것을 공개했다 했을 때, 지방에서 누가 어떤 수준이고 대충 이제 알고 있는 분들이 그거를 과연 수긍할 수 있을까요? 그런 후폭풍 같은 것은 다 심사위원이 다 감당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도 괜찮을까요? 자기가 확신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점수를 주는 경우가 없지 않아 문제이지요.
그러니까 지역마다 사정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서울에는 알려진 단체들도 많고 하기 때문에 또 그렇다고 그러지만, 지역에는 또 그런 애로사항도 있고 일단은 굉장히 참 복잡 미묘한 것 같아요. 이렇게 심의하고 판단하고 점수를 줘서 지원금을 주고 한다는 자체가 개개인의 심의위원의 양식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심사위원들마다 점수를 몇 점 줬는가를 다 공개하자고 했었을 때 다 책임질 수 있으면 공개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 요즘 경연대회를 많이 하잖아요. 한국무용제전도 그렇고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이런 것도 보면 점수를 공개를 하거든요. 공개를 하는데 어떤 식으로 하냐면 A심사위원의 점수, B심사위원의 점수, 이런 식으로 공개를 해요. 그러니까 이제 전면적으로 이름 내걸고 자기가 점수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 심의 점수를 공개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고려해 볼 사항이고 또 어느 지역에서는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점은 인식해야 하겠지요. 어떤 작품을 심사하는 것은 작품 실물을 직접 보고 판단 심사하는 작업입니다. 실물을 봐서 현장에서 바로 그에 대한 점수 평가를 내는 것하고, 일단 지원신청서의 내용을 갖고 어떤 작품을 하리라고 예상해서 점수 평가를 내는 것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작품을 보고 점수 내는 것, 지원신청서를 보고 점수 내는 것, 아무튼 이 둘은 과정이 너무나 다릅니다. 지원신청서를 토대로 예상되는 공연 실적의 점수를 내는 것, 이것 따지고 보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심의 결과 점수를 공개하려면 현행 심의 평가 항목부터 대대적으로 손질해서 뒷받침을 해주어야 합니다. 기관마다 심의 항목에 차이가 있을 테지만, 일례로 자주 보는 흔한 사례로서 이런 항목을 생각해 봅시다. ‘해당 공연이 수행 이후에 해당 단체의 발전 가능성에 얼마나 기여할까요?’ 신청 서류를 대할 뿐 아직 공연 결과물을 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과연 점수화하기가 쉽겠습니까? 오히려 ‘해당 단체의 지금까지 실적에 비추어 해당 공연이 해당 단체의 예술적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겠습니까?’ 식으로 묻는 게 더 객관성을 갖는다고 생각됩니다.
경험하시다시피 지원 심의에서 사전에 점수화 항목이 대개 4개 정도 설정돼 있지요. 과거에 점수화하는 초기 시절에는 그 만한 당위성을 항목들이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면 저는 그 4개 항목 자체가 매우 부실하다고 봅니다. 아마 이런 부실 항목에 의존해서 근 3, 40년간 심의해 왔다고 보아 과장된 말이 아닐 테고, 여기서도 지원 기관들의 매너리즘이 눈에 띄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심의 점수를 공개하든 않든 차제에 그런 점수화 항목 자체를 제대로 재설계하라고 촉구하고 싶어요. 기존의 4개 항목에 따라서 점수를 낸다는 그 자체가 너무나 고통스런 작업입니다.
- 이번 방담에서 지원 심의의 근본 문제점이 더러 부각되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놓쳐진 점들도 있을 것입니다. 추후 방담을 통해 지원 심의를 주제로 더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원 기관들은 심의에서의 형평성, 전문성, 투명성, 합리성 그리고 특히 공공극장 대관 결정의 적절한 시기를 비롯한 시의적절성 등 이번에 제기된 문제들을 경청해서 개선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고, 한국춤비평가협회로서는 예의주시해야 하겠고 아울러 현장 취재할 것은 적극적으로 취재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오늘 장시간 방담 참석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