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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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24년 6월 20일(목) 오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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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소
- 비대면 화상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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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김채현 장광열 권옥희 김혜라 송성아 한석진
- 국립, 시립, 도립 차원의 무용단들을 공립무용단이라고들 합니다만, 춤비협과 〈춤웹진〉에서는 공공무용단으로 지칭해왔습니다. 공공무용단은 그 여건에서 민간 또는 개인 춤 활동 주체들에 비하여 월등히 우월한 위치에 있습니다. 또한 설립 취지에서 공공성을 달성해야 한다는 당연한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공무용단의 활동이 월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져갑니다. 한마디로 공공무용단의 쇄신을 요구하는 여론이 잦아지는 춤계 요망을 주시하면서, 현장에서 관찰한 바를 토대로 공공무용단의 안팎을 진단하는 방담을 진행하겠습니다. 이 방담에서 제기되는 내용을 간추려서 몇 회에 걸쳐 〈춤웹진〉에 게재합니다. 우선 최근의 활동 실태부터 보도록 하지요.
- 주요 공공무용단의 2023년도 공연 및 활동에 대해 좀 특별하게 거론할 점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공무용단은 대개 봄, 가을에 정기공연을 하고 단체에 따라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외부 공연을 수시로 합니다. 또 어떤 단체는 시민들을 모아서 춤을 가르쳐주거나 공연 관람을 유도하는 활동을 하고, 때론 단원들의 발표회도 있어요. 모든 공공무용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공연을 갖는 단체도 있습니다.
- 예전에 국공립 단체들은 주로 자체 내에서 정기공연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공연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러나 이즈음 들어서는 중앙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과 연계해 시행하는 공연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무용교육 프로그램의 증가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라든지 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의 공공 기관에서 시행하는 여러 정책들과 연계된 공연들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 공공무용단의 자체 예산만으로는 정기공연을 하기에도 벅찬 때문에 다른 통로로 예산이 확보되면 그만큼 공연 횟수나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지게 되지요.
- 전국에 공공무용단이 27개 있는데 해외 공연의 경우는 단체에 따라 편차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공공 무용단체들의 해외 공연이 유명 극장이나 페스티벌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행사성 공연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이즈음 들어서는 K팝 활성화에 힘입어 K-Culture 확산이란 정부 정첵과 맞물려 해외의 한국문화원이 공격적인 기획을 하면서 공공무용단들의 해외공연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올해의 경우 파리올림픽이 열리면서 공공무용단의 해외공연이 늘고 있습니다. 지역에 있는 공공무용단의 경우는 해당 지자체와 수교를 한 도시를 방문하는 공연이 대부분입니다. 문화부가 아닌 외교 통상부에서 행사성 공연으로 지역의 공공 무용단을 초청하는 경우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 국립발레단의 경우 유명 안무가가 안무한 것을 계기로 유럽의 유수한 극장에서 국립발레단의 레퍼토리를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다른 공연장과 연계해 추가 공연을 하기도 했구요. 이 같은 경우는 나쁜 사례가 아니지요. 문제는 우리나라 공공무용단체들의 경우 단체 내의 장기적 계획을 갖고 해외공연이 추진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대부분 외부 요인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러다 보니 지명도가 떨어지는 극장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많고 공연의 품질도 따라서 떨어지게 되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화부 산하 해외 한국문화원이 많이 생겨나고 그곳에 전문 기획자들이 포진하는 수가 늘어나면서 이런 문제점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또 다른 문제점은 공공무용단체들의 해외공연의 경우 그것이 ‘교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 무용단들의 일방적인 방문으로 이어지고 만다는 것이지요. 공공예술단체들을 통한 국제교류는 그것이 문화교류로 이어질 때 더욱 의미가 있고 효과를 보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공공무용단체들의 해외 공연이 행사성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급박하게 준비되고 결국 비용에 비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소모적인 관행이 되풀이되는 것 같습니다.
- 그런데 공공무용단의 공연 횟수가 적절한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국의 경우 보통 100~120회, 많게는 150회까지 공연이 하거든요. 물론 여기에는 교육 프로그램도 포함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발레단을 제외하고는 100회 정도 공연하는 단체는 없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50회 정도를 하구요. 국립무용단은 여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지역에 있는 공공 무용단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열등하지요. 20회 정도에 머무는 단체들이 대부분입니다. 최근 들어 정부의 공연예술 작품 유통 지원 정책에 따라 전문 무용단 체제로 운영하는 무용단들의 경우 지역의 공공무용단체의 공연 횟수를 능가하는 단체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예전에 독립 무용가들이 발전시킨 이들 전문 무용단들은 오히려 해외 공연 횟수 면에서는 공공무용단들을 훨씬 앞서기도 합니다.
- 자체 공연 제작비가 부족하다 보니 지역의 공공무용단들이 연합해서 공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단체가 보유한 작품 하나만 들고 이동해서 함께 공연하면 되니까 예산도 적게 들고, 반면에 공연 실적은 늘릴 수 있지요. 그러나 그나마 이런 교류 공연을 하는 공공무용단체들의 숫자도 극히 적습니다.
- 공공 무용단체들의 공연 횟수가 늘어닐 수 없는 것은 운영상의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공공 무용단에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를 노조에서 소속 극장을 벗어나 공연하는 경우 수당이나 숙박 등에서 지나치게 과다한 비용을 요구해 소속 극장이나 예술감독이 기획에 의한 여타 공연을 비용 문제 때문에라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모 무용단의 경우 이동 거리 한 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는 수도권 지역에서 공연하더라도 1박 2일 기준의 비용 지불을 하도록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에 제가 목격한 사례입니다. 얼마 전 본 작품의 일부분을 공연했는데 당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적은 무용수들이 출연해 의아했는데, 이 역시 비용 문제 때문에 필요한 무용수들이 오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더군요. 해당 단체로서는 지역에서 공연을 한 실적이 올라가겠지만 지역 관객 입장에서는 완제품 아닌 반쪽 작품을 보게 된 것이지요. 공연의 질이 원 공연 때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요인이 결국은 비용 문제 때문이더군요.
- 과연 20회~50회 되는 공연 실적 갖고 공공무용단이라 할 수 있냐는 문제들을 제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공연 횟수를 절대시하는 건 아니지만, 공공무용단이라는 이름에 걸맞을 공연 횟수에 절대적으로 미달한다는 뜻이군요. 심지어 놀고 먹는 무용단이라 불러도 뭐라 답할지 궁금합니다. 공연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도 못하는데, 양적인 면마저 미달이게 질과 양 모든 면에서 공공무용단을 쇄신할 필요는 절실합니다.
- 문화부에서 조사한 전국 공연예술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걸쳐 발레 장르의 공연 횟수는 증가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는 국립발레단에 힘입은 바 큽니다. 국립발레단의 경우 음악 연극 국악 등 다른 장르 국립 단체들의 공연 횟수를 훨씬 상회합니다. 무용수도 많고 예산도 많다 보니 정기공연 외에도 지역 공연,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가동할 수 있지요. 10억원의 예산으로 출발한 국립현대무용단의 경우도 예산이 50억 정도로 늘어나면서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을 새로 제작하거나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는 등 프로그램 횟수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 취미발레 붐이 일어나고, 발레 공연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기 때문에 국립발레단뿐 아니라 개인 단체의 공연이 상당히 늘어난 게 아닌가 짐작합니다. 공공무용단의 평소 제반 운영 실태에 관해 연말 추진 방담 기사에서 단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보면 너무 태만하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오전 11시쯤 출근해서 오후 3~4시에 퇴근한다고요. 아마 지역 무용단에서 종종 일어나는 것 같은데, 들리는 다른 사실이 있습니까?
- 지역 공공무용단에서 단원들의 행태는 말 그대로 목불인견입니다. 이미 권력화된 지 오래고, 이제는 그 권력을 공고히 다지는 중으로 보입니다. 예술감독과 단원이 동등한 관계로 자신들의 자리에서 좋은 작품으로 지역민의 예술향유에 이바지한다는 공적인 취지는 잊은 지 오래로 보입니다. 지금 행태를 보면 애초에 무용단 설립목적과 그 취지에 대해 얼마나 숙지하고나 있는지 의문입니다.
- 주요 공공무용단의 평소 제반 운영 실태와 관련해 문제를 논하다 보면 결국 좋은 작품이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는다는 거죠. 춤비협에서 연말 결산할 때, 국공립 단체들의 작품이 우수한 작품으로 거론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재정과 시설, 단원을 확보한 단체에서 작품이 나오지 않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런 부분이 잘 공론화되지 않았는데, 왜 국공립단체에서 질 높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가 진단했으면 합니다. 품질 높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이죠. 국립현대무용단도 창단된 지 10년이 훨씬 더 지났는지 그동안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어요.
- 우수한 작품이 나오지 않는 원인을 다각도로 짚는 것이 이번 방담의 근본 취지라 봅니다. 그 다양한 원인 가운데 공공무용단의 운영에서 찾아보자면, 단원들의 복지 문제와 연계해서 노조와 기관과의 갈등, 노조와 예술감독과의 갈등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최근에 들은 것 중 하나는 서울 소재 공공무용단이 수도권을 벗어나 공연할 경우 무조건 1박 2일로 맞춰야 한다는 거예요. 말하자면 숙박도 제공해야 하는 거죠. 예를 들면 경기도 용인에서 공연을 하면, 숙박을 제공하고 거기에 따른 인건비 수당도 제공해야 하는 등으로 협약돼 있다고 해요. 그리고 출퇴근의 유연성도 문제가 많아요. 이로 인해 해외 안무가를 초청해서 작업할 경우,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거죠. 상황에 따라 작업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고, 공연이 끝나면 규정에 의해 휴가를 갖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는 거죠.
- 얼마 전에 규정이 바뀌었는데, 60세가 되면 정년 퇴임해야 하는 것이 65세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단원들이 점점 고령화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공공무용단의 단원들이 운영과 관련해서 노조를 통해 지나칠 정도로 개입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단원 오디션 문제도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는 듯합니다. 노조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차단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국립발레단에서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블라인드 심사입니다. 일반 회사에서 직원을 뽑을 때 블라인드 심사가 괜찮을지 모르지만, 예술단체에서 단원들을 뽑을 때 블라인드 심사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이 작지 않은 것 같아요. 단원들 승급 심사, 연수 단원을 정단원으로 임명하는 심사를 할 때, 발레단 클래스를 담당하는 지도위원이나 예술감독이 가장 잘 알잖아요. 그런데 승급 심사나 신규 오디션할 때, 그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거죠. 외부에서 일정 비율이 참여해야 하는 제도적 장치 때문에 제비뽑기하듯 어떨 때는 지나치게 외부에서 온 사람이 많고, 단원들을 가장 잘 알고 보았던 사람들이 배제되는 것이죠. 밖에서 보면 공정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운영 방식입니다.
- 참 문제가 많지요. 승급 오디션에 왜 블라인드 심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는 아마 문화부 지시 사항으로서 시행해야 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확인이 필요한 점이긴 합니다만, 사실이라면 문화부 지시는 문제의 소지가 큽니다. 공공무용단의 자율성을 뒤흔드는 지시일 것은 물론이고, 또 공공무용단의 특성을 무시한 탁상행정 식의 지시 아니겠어요? 사실이라면 큰 문제입니다.
- 정년 퇴임 나이가 늘어난 것도 심각해 보이고, 앞으로 공연 작품 창작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겠어요. 그리고 말씀대로 서울을 벗어난 경기도에 가서 공연할 경우, 1박 2일의 근무로 연장된다는 것이지요? 납득이 가지 않고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이지 않은데, 복지적인 차원에서 단원들이 요구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 지역에서 들어보면, 예술감독이 단원의 눈치를 본 지 이미 오래된 곳도 있고, 일부는 감독의 성향에 따라 단원들과 결탁하여 잘 지내는 곳도 있습니다. 시쳇말로 ‘우리가 남이가’를 속삭이며 서로 가면을 쓰고 속이는 거죠. 이런 단체는 이해타산이 안 맞고 자신들의 자리가 위협받는다 판단되면 단체행동하는 것은 예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까지 끈질기게 싸웁니다. 전투력도 드셉니다. 예술적 열정이 엉뚱한 데서 빛을 발하는 거죠. 자신들이 해야 할 의무에는 태만하면서 어찌 권리쟁취에만 그렇게 열심인지...
- 공공무용단마다 노조가 있습니다. 지금 거론하는 점들이 다소 과장된 면은 없는지 궁금할 만큼 납득이 안 가는 처사들이 일어나고 있군요. 비록 확인해 보아야 할 점이 있더래도, 또 만에 하나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있다고 한들 공공무용단이 이렇게 거론되는 자체가 수치스런 일입니다. 반성해야 하고 운영을 혁신해야 합니다. 공공무용단 활동에서 예술감독의 역량을 빼놓을 수 없고, 어쩌면 예술감독에게 활동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오는 게 그간 상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아 구체적으로는 지방 공연 수당, 정년 나이 연장, 근무 시간 규정 등을 보면 예술감독뿐 아니라 단원들이나 노조, 문화부나 지방자치 감독기관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는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특히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지난 20년간 공공무용단의 노조가 점차 강화되면서 결국 이제는 노조가 군림한다는 세평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노조가 개입하는 정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공공무용단이 이렇게 거론되는 자체가 우리 춤계 모두에게 참으로 수치스런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