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방송을 통한 춤대중화의 명암
춤과 방송, 창조적 접점은 고품질의 춤성 - 방송 프로 <댄싱9>을 말한다





사회
: 방송 춤 경연 프로그램 <댄싱9>이 지난해 진행되어 7월부터 방영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춤계 핫이슈였던 이 방송 내용은 인터넷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댄싱9>이 춤계에 던진 파장을 진단하기 위해 오늘 자리를 마련합니다. <댄싱9>과 같은 방송 프로그램은 방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시청자의 인기와 같은 대중성과 연관되기 마련입니다. 갓 출현한 이 프로그램을 총평하기에는 다소 무리이더라도, 중간 점검 삼아 그 공과(功過)를 진단하자는 것이 오늘 좌담 주제입니다. 시즌2에 해당하는 올해 2014년도에는 이미 예선이 진행 중이면서 특례의 경우 4월 3일까지 접수를 받아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시즌1이 종료된 몇 달 후인 현시점에서 돌아보면, 으레 그렇듯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공존해왔습니다. 단적으로 소개하자면, 긍정적 측면에서는 시청자들 즉 대중들에게 춤에 관한 소통 경로를 확장시켜준다는 것이고, 부정적 측면에서는 춤에 관한 인식을 오도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반된 반응 혹은 진단을 짚어보기 위해, 오늘 좌담은 객관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바랍니다. 이를 위해 <댄싱9>에 참가한 본인들이 먼저 <댄싱9>이 진행되었던 경과를 소개하고 나서, 제3자의 시각에서의 반응 그리고 향후의 대안 혹은 진단으로 나눠서 말씀을 나눴으면 합니다. 먼저 이선태, 이인수 씨가 <댄싱9>의 오디션과 방송에 관한 사실부터 소개해주시죠.

이인수 : 작년 7월부터 10월까지 방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나, 참가자 모집은 작년 3월부터 한 것으로 압니다. 저나 이선태씨, 류진욱씨는 레벨 3부터 참가했습니다. 오디션은 레벨1부터 9까지로 구분되었는데, 우리는 국내외 콩쿨 입상 경력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는 레벨3부터 특례전형 형식으로 참여했습니다.

이선태 : 레벨1은 비디오 영상이었고, 레벨2는 서울과 부산의 체육관에 모여 지정된 몇 곡 가운데 개인별로 선택하여 몇 사람이 같은 곡으로 춤을 추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팀으로 나뉘어 춤을 추면 심사위원이 번호를 호명해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공별로 음악을 선택해서 오디션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인수 : 레벨3부터 방송이 나갔습니다. 150여명 정도 선발되었고, 저는 류진욱씨와 EDX2 듀엣으로, 이선태씨는 개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이 단계에서부터 블루, 레드 팀으로 나뉘어 한 팀에 40여명 속해 있었습니다.

사회 : 레벨3은 드래프트 단계이지요. 앞으로 구성될 두 팀(레드 팀, 블루 팀)에 소속할 팀원을 선발하는 전 단계에 해당합니다. 각 팀은 현대무용, 댄스스포츠, 재즈춤, 케이팝 댄스 등의 전문가로 마스터가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이인수씨는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중도에 그만 두었지요? 이 단계에 대해 이선태씨에게서 자세히 설명을 들어보도록 하지요.

이선태 : 장소는 상명대 계당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출연자는 듀엣도 있었고 솔로도 있었습니다. 듀엣이었어도 듀엣을 뽑는 게 아니라 한 사람씩 선발하므로, 듀엣 팀이라는 의미는 없었습니다. 한번에 3명에서 4명 정도가 그룹을 지어 무대에 올라갑니다. 한 명이 출 때 나머지 사람들은 옆에서 지켜보았고, 이 그룹은 제작진에서 미리 임의대로 정해주었습니다. 얼마간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끼리 묶는 식이었습니다. 선발 방법은 댄서들이 준비해온 춤을 1분 동안 추는 것을 각 팀의 마스터들이 함께 보면서 1분의 춤이 끝나기 9초전부터 키를 돌릴 수 있는데 이때 먼저 키를 돌리면 그 댄서를 데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포인트 룰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스터키라는 것인데 예를 들어 레드팀 마스터가 A를 데려갔는데 블루팀 마스터가 A가 너무 탐나서 마스터키를 쓰면 뺏어올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블루팀에서는 우수한 댄서를 뺏기게 됩니다. 마스터키는 팀마다 2번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룰이었죠. 그 마스터키가 활용된 댄서는 이선태, 류진욱, 이인수, 한선천이었습니다.

사회 : 팀을 구성하는 방식부터 경쟁적이군요. 흥미를 돋우면서 말입니다. 레벨3에서 선발된 댄서들로 레드 팀과 블루 팀이 구성되었습니다. 그 다음 단계부터는 어찌 진행되었는가요?

이선태 : 레벨4~6에서는 전지훈련을 진행했습니다. 팀 간 대결이아니라 각 팀에서 가장 좋은 댄서들을 선발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3박4일간 진행되었습니다. 레벨4는 파트너를 지정해주고 4개의 장르(현대무용, 스트릿, 댄스스포츠, K-pop댄스)를 가장 먼저 습득하는 사람이 통과되는 식이었습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통과된 몇 사람은 그다음 레벨의 파트너 지정권과 음악 선정권을 가졌습니다. 레벨5도 파트너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레벨4와는 다른 파트너와 함께 했습니다.
 이때는 주제와 소품을 사용하는 미션이 부가되었습니다. 듀엣-듀엣의 대결이었는데요, 같은 소품끼리의 대결이었습니다. 소품으로서 기억나는 건 욕조, 침대, 자전거, 안대와 채찍, 전화기, 발레 바, 공, 캐리어 가방 등등이었습니다. 이렇게 대결해서 듀엣 팀마다 통과되거나 떨어지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레벨6은 퓨전 미션으로서, 5명씩 그룹을 정해주었습니다. 여기서 각각 장르들이 달랐고, 각 장르들이 작품에 묻어나오도록 만드는 미션이었습니다.

사회 : 그 다음에 최종적으로 9명을 선발하는 해외 평가전이 있었지요?

이선태 : 네, 해외평가전은 LA에서 이루어졌고 각 팀마다 12명씩 뽑혀 갔습니다. LA에 도착하자 낮에 LA 구경하는 것을 촬영하고 저녁부터 연습하는 것 촬영하고, 이게 늦어져 새벽까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7시부터 메이크업과 리허설이 시작되었고 바로 레벨7~8이 연달아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8시 비행기 타고 와야 했지요. 해외평가전은 레드 팀과 블루 팀의 대결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레벨7은 단체전이었는데 브루노마스의 음악으로 레드 팀은 ‘Just a way you are’, 블루 팀은 ‘Marry you’라는 노래가 선정되었습니다. 여기서 진 팀은 무조건 한명을 떨어뜨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더 큰 과제는 레벨8에서 3명씩 그룹을 이룬 대결이었습니다. 한 명이 떨어지면 연습했던 그 특정 그룹에 타격이가는 거죠. 이미 작품을 다 짜놓은 상태였으니까요. 아무튼 여기서는 이렇게 대결이 끝났습니다.

사회 : 마지막 레벨9 단계를 마저 소개해주시죠.

이선태 : 레벨9를 위해 팀마다 9명씩 뽑혀 최종 팀이 구성되었지요. 레드9와 블루9의 대결이라고 칭하더군요. 이때부터는 생방송을 위해 합숙했습니다. 합숙은 한 달 반 이상 했는데요. 생방은 한 달과 한 주 정도를 더했습니다. 그래서 첫 생방은 연습할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생방 2회차 때부터는 1주일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므로 너무들 바빴습니다. 1주일 안에 해내야 하는 것으로는 사전 미션작, 소그룹 대결 그리고 단체 대결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주일에 모두 3가지 작품을 해야 했고, 이 세 가지의 점수를 합쳐서 한 회의 생방 때마다 결과를 냈습니다.
 사전 미션작에서 이기면 9점의 가산점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점수 차이가 너무 큰 것을 알고 생방 3회차부터 3점으로 줄였습니다. 1회차에서는 블루팀 승리, 2회 차에서는 레드팀 승리, 3회 차에서는 블루팀 승리, 4회 차에서는 레드팀 승리, 이렇게 2:2의 대결상황에서 생방 5회차 때는 사전미션이 없었고 레드팀과 블루팀 1명씩 짝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듀엣으로 5회차 대결을 했습니다.
 룰은 9인의 심사위원이 한 작품을 보고 각 댄서에게 점수를 주는 식이었습니다. 9인의 심판관은 생방 때에만 있었고 이 분들이 낸 점수로 모든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레드팀원들의 총점수와 블루팀원들의 총점수로 승부를 가렸습니다. 생방 6회차에는 이 점수를 그대로 갖고가서 단체대결을 펼쳤는데요, 근소한 차이로 레드 팀이 이겼습니다. 6회차 때는 단체 대결이 끝나고 우승팀이 가려지는데 우승팀은 또 MVP전을 해야 했죠. 이때 MVP는 9인의 심사위원이 아닌 레드 팀 마스터들이 심사를 봤습니다. 마스터들의 점수와 생방송 시청자 문자 투표를 50 대 50으로 반영해서 MVP를 선발했습니다. 최종 MVP는 하휘동 비보이 댄서가 되었습니다.

사회 : 6회차까지 몇 달 동안 경쟁의 연속이라 개인적으로는 긴장감 등 피로도도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춤을 위해 다들 수고하셨군요. <댄싱9>은 고액의 상금을 내건 행사였습니다. 지난해와 엇비슷하게, 올해도 주최 쪽에서는 2014 댄싱9 우승팀에게는 ‘상금 1억 원 지급 및 +α 혜택 제공! 그리고 3억원 규모의 초호화 갈라쇼 공연 제작!’과 같은 혜택을, 우승팀의 MVP(최고의 댄서)에게는 ‘우승팀의 혜택은 물론, 평소 본인이 늘 꿈꿔왔던 위시리스트(Wish List)를 실현하기 위한 1억 원을 지원’한다고 내걸었습니다. 주최측이 설명하는 위시 리스트 내용은 해외 댄스스쿨 유학비 지원, 댄스연습실 마련, 개인공연 제작, 전세자금 마련, 세계일주 등인데, 이 가운데 일부 사항에 대해 지원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시즌1에 참가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시즌1에서 참가단체나 개인에 대해 이뤄진 경제적 지원을 좀 소개해주기 바랍니다.

이선태 : 서바이벌 오디션이라서 LA 전지훈련 때 5만원 경비를 지원받은 것 말고는 레벨 진행과정에 대한 출연료는 없었습니다. 총 5억 원의 상금이 지급되었는데 최종 우승팀에게 공연지원 명목으로 3억이 지원되었습니다. 1억 원은 우승 팀원 9명이 나눠가졌고, MVP에게 나머지 1억 원이 지급된 것으로 압니다.

사회 : 경연 후 한남동 블루 스퀘어에서 공연을 4회 했었지요? 입장료는 9만9천원이 가장 고액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와는 별도로 1월과 3월, 5월에는 네 사람이 출연하는 D4U 공연이 잡혀 있습니다.

이선태 : 네. 우승 팀 공연에서 3억이 대관료, 홍보물 제작, 의상, 기술진, 연출비, 셋트비로 들어갔고, 티켓 수익금 1억 7천만원까지 공연지원금으로 추가적으로 들어갔습니다. 애당초 구두 상으로는 티켓비의 수익을 출연자들에게 준다고 했으나, 지급되지 않았고 공연에 추가된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했습니다. 이어진 지방 갈라쇼는 레드 팀과 블루 팀 합동 공연으로서 서울과 레퍼토리가 달랐고 KBS 비즈니스 주최로 CJ와는 다른 회사에서 다시 계약을 했습니다. 한 회당 한 사람에게 50만원을 지급했고 창원, 대구, 인천, 부산 각각에서 2회씩 했습니다. 입장료는 서울과 동일하였습니다. 레벨9 생방송에서 2명을 탈락시켰는데, 생방송 출연 횟수가 적은 사람에게는 상금이 적게 배분되었습니다.

사회 : 우승팀 팀원으로서 상금 및 지방공연으로 받은 액수가 대략 1인당 천이백만 원 남짓으로 추산됩니다. 이 액수에 대해 출연 참가자로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선태 : 제가 볼 적에는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댄싱9>이후 나름 인기에 따라서 방송계에서 급을 나눈다고 할까요. 방송참여나 행사하시는 분들은 부대수입이 있고 광고를 하면 3천만 원도 받았다고 합니다.

사회 : 이제 <댄싱9> 시즌 2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어떤 변화가 있는가요?

이선태 : 시즌2에서는 댄서를 조금 편하게 해준다고 했습니다. 방송사 측에서도 무용수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시즌1 때는 잠도 제대로 못자서 많이 피곤했거든요.

이인수 : 시즌1과 다른 점은 그룹도 참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보잉은 특성상 혼자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죠.

안수영 : 저는 평상시 궁금했던 것을 묻고 싶습니다. 생방송에서 문자투표로 발생되는 수익으로 불우한 무용수를 지원한다고 했습니다. 시청자가 한 번 문자투표할 때 100원이 들어가죠. 실제로 수익금을 목적대로 사용하였나요? 이선태씨 이름으로 장학금을 수여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지요?

이선태 : 네. 세종대학교 신입생에게 장학금이 지급되었습니다. 액수나 지원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지만요. 제가 선배로서 멘토의 명분으로 인터뷰도 했습니다.

사회 : 문자 투표 건수도 방송 때마다 10만 건에 이른다고 들었습니다. 레벨9의 6회차 전체 문자 투표 인원도 적지 않은 숫자로 보입니다. 이제는 <댄싱9> 참가자의 경험담과 대중들의 반응에 대해 말해보도록 합시다.

이선태 : 시즌이 진행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자존심도 상했고 마스터 중에는 저를 평가하기에는 미흡하지 않을까 싶은 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재미 위주로 나왔기에 내가 왜 나왔나 후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최종 9명까지 올라가니 제가 지나친 걱정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또한 제작진에서도 우리들에게 춤과 방송에 대한 의견도 물어보고 원하는 것을 많이 반영해 주었습니다. 더불어 팬 덤이 생긴 효과도 있었습니다.

사회 : 팬 덤이 어느 정도였습니까?

이선태 : 처음에는 저 개인의 팬이었다가 저의 공연과 활동을 보면서 현대무용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고 다른 무용수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술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져 제가 <댄싱9>에 나간 보람으로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이인수 :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현대무용에 대한 일반 팬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직접적으로 감지됩니다. <댄싱9> 후 개인 공연을 두 번 가졌는데요.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들의 질문을 들어보면 예술과 현대무용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늘어났습니다. <댄싱9>이전에도 전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를 했습니다. 그 때의 주요 질문은 “어떻게 춤을 추게 되었느냐” 같은 초보적인 질문이었는데, <댄싱9>이후의 질문은 “춤에서 쓰러지는 것은 당신의 인생과 의미가 있느냐” 같은 수준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반인들이 현대무용을 TV를 통해서만 봤겠지만 너무 매력적이다, 그렇게 멋있는 줄 몰랐다고들 합니다. 저도 그분들에게 물어보는데, 예술과 전혀 무관한 직업인들이지요.

사회 : 그처럼 적극성을 보이는 팬들의 연령층은 어떠했습니까?

이인수 : 연령은 초등학생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한데 주로 여성이 많습니다.

이선태 : 저 같은 경우는 선물이나 연락을 주시는 분은 여성인데, 남성분들도 팬이라고 길거리에서 많이 알아봐 주시고 말씀하십니다.

사회 : 시즌1 오디션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지?

이선태 : 오디션을 통해 제가 뽑히는 시스템이 비예술적으로 여겨지고 또 익숙하지 않아서 거부감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사회 : 이제는 <댄싱9> 방송 프로그램을 진단해봤으면 합니다.

 


 심사위원들이 과제를 줄 적에도 보는 시청자들이 스토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미션만 주는 듯했습니다. 춤의 다양성 측면이 소홀히 다뤄졌지요. 방송 댄스 한다는 이미지가 점차 짙어져서 뒤로 갈수록 지루해졌었고 시청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부분적으로 참신했던 춤도 있었습니다. 다양성과 장르적 특성을 더 보여줄 방송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반면 저는 SIDance 기획을 맡은 입장에서 효과도 봤습니다. <댄싱9> 방송 종료 직후 있은 EDX2 공연은 이인수씨나 류진욱씨 덕분에 매진되었죠. <댄싱9>에서 유능하며 기량 있는 춤꾼들이 이름을 날리는 것은 환영하는데, 프로그래밍은 대폭 보강되어야 할 겁니다. 저로서는 기존의 방식으로 시즌2가 진행된다면 외면할 것 같습니다.
 


사회
: 춤과 방송의 관계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안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순수예술의 성공은 가능한가, 또는 순수예술의 성공을 위해 방송이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먼저 거론할 수 있지요. 덧붙여 방송 프로그램이 순수예술의 퇴락 또는 오염을 부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도 제기할 수 있어요.

곽아람 : 이 프로그램은 현대무용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위캔댄스의 영향을 받았고 오디션 미션과정에서 여러 장르의 춤을 추게 만들었죠. 그런데 참가자들 가운데 모든 춤이 가능했던 사람들이 현대무용 하는 친구들이었고, 그래서 그들이 주목받게 된 것 같습니다. 여러 장르 가운데 현대무용 참가자들이 상대적으로 잘 한 점도 있습니다. 현대무용 시장이 좁다 보니 영향을 받은 점도 있을 겁니다.

안수영 : 저도 동감입니다. 방송에서 출연자들 덕을 많이 보았을 겁니다.

김혜라 : <댄싱9> 프로그램이 현대무용을 조명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기량이 좋은 현대춤꾼들이 등장했고 대중들에게 낯설지만 새로운 관심과 붐을 일으키게 된 것이죠. 제작진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방송사와 제작진에서 순수춤을 알리겠다는 의도는 더더욱 없어 보입니다. 케이팝이 하향추세이다 보니 새로운 콘텐츠인 춤을 소재로 선택했다가 순수춤의 매력에 우연히 들어서게 된 듯합니다.

사회 : 그렇다면 <댄싱9>에서 춤의 오염 또는 퇴락을 우려할 필요는 없고 또 방송춤이 아닌, 말하자면 비상업적인 순수춤의 특성이 구현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순수예술, 순수춤이라는 것이 오해를 살 만한 말이긴 합니다. 세상과 절연하거나 고립되거나 하는 그런 좁은 소견의 춤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요. 순수춤은 세상과 호흡하면서도 춤의 춤다움을 실현하는 그런 춤으로 정리되어야 하겠고, 일테면 방송 이미지에서도 춤의 춤다움이 구현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곽아람 : 방송의 속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하더라도, 대중춤 시각에서 현대무용의 특정 측면을 방송댄스 식으로 대중의 구미에 맞춰 부각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방송사에서 순수예술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려고 애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안수영 : 지금까지 초창기라 이 프로그램이 춤을 망가뜨렸다고 단정해선 안 되겠지만 진행되다 보면 왜곡의 길이 함정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이 점을 경계해야 할 겁니다.

사회 : 앞으로 방송사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주시할 부분이긴 하지만, 이런 우려는 표명할 수 있습니다. 방송과 춤의 적절한 관계를 위해서도 이런 지적은 필요하고요. 참가자 입장에서는 어떤 판단이 들던가요? 

 


 1분 동안에 대중들에게 춤의 무엇을 전달해야 하고, 3분이 넘으면 지루해한다 합니다. 대중들은 현대무용을 모르고 있었고 오히려 공연을 보러 와서 제대로 된 현대무용을 보고 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1분 동안 현대무용을 전달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번에 순수춤에 집중하기보다는 재미로라도 일반인 사이에서 관심을 일으킨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인수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처음에 참여했던 목적도 그러했고, <댄싱9>에 참여하기 이전부터도 대중에 쉽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하곤 했습니다. 쉬운 작품을 짜려고 노력했었고, 현대무용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이번 방송을 통해서 좀 더 빨리 이뤄진 것입니다. 현대무용의 독특한 매력을 알려주려는 점에서 이런 방송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난 사람들은 <댄싱9>의 방송을 갖고 현대무용 자체를 평가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움직임 같은 것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개개인의 춤과 움직임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은 이번에 으레 있은 일이고요, 그래서 현대무용을 더 이해하려고 다른 무대 작품을 보려는 경향이 늘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 : 달리 말하면, 방송 시청자들이 예술적 성장을 경험하려는 욕구가 있다는 지적으로 해석됩니다.

김혜라 : 대화중에 나왔지만 두 분이 프로그램에 나간 이유가 현대춤을 알리고 싶어서 나가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춤 전공 학생들이 계속 오디션에 지원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이선태 : 단순히 현대무용을 알리려고 나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즌에 참여하면서 저도 다른 장르의 댄서들과 여러 공유를 하면서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방송이 질적으로 수준 높지는 않았지만 시즌2는 여러 측면에서 나아지리라 봅니다.

곽아람 : 두 분 지적에 동감입니다. 방송의 특성을 이해하지만, 방송사의 태도가 불분명한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춤을 알리겠다고 내세우면서 소모적으로 활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편한 마음이 있습니다.

안수영 : 방송사는 저비용으로 출연자들을 활용하지 않았겠는가 보는데, 저도 그런 불편한 마음이 있어요. 5억원의 상금을 내걸고 이런저런 계획을 발표하니까 좋아 보이지만, 조삼모사하게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고요. 또 애초 방송사가 홍보했던 내용과는 다른 태도들, 예를 들면 티켓수익 같은 부분에 대한 미비한 일처리 말입니다. 무용수들에 대한 후속처리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회 : 다시 짚어보자면, 최종 진출한 이선태씨의 경우 이 프로그램 출연에 투여한 날짜는 며칠입니까?

이선태 : 레벨4-6 동안 3박4일, LA전지훈련에 4일 정도, 촬영 1일, 합숙에 1개월 반 이상 투여하였습니다.

사회 : 2달 정도 개인 시간을 투여하였습니다. 그러면 이번 행사에 참여해서 확보한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할 수 있는 것만 알려주기 바랍니다.

이선태 : 우승 상금 천2백만 원 정도, 공연지원금 5백만 원 가운데 제 몫으로 일부, 지방 갈라쇼 출연료 4백만원 정도였습니다.

사회 : 경연대회는 전반적으로 자율적 계약 관계로 진행되므로 상금이나 공연 수당, 그 외 지원 금액 등등에 대해 제3자가 왈가왈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레벨 3~9단계까지 거의 한달 반 이상 촬영하고 모두 두 달을 투여했는데 무보수로 무용수들을 투입시켰지요. 이 가운데 장기간 합숙이라면 일정한 개런티가 지급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싶고요. 또한 티켓 수익금을 출연자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구두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점도 의아스럽습니다. 다만 방송사의 설명을 들어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투입한 전체 날짜 대비 본인의 수입이 많은지 적은지 일반적으로 예단할 일은 아닙니다.
 결선 진출하기까지의 정신적 긴장도, 평소의 전문 예능 능력, 전문 인력이 투여한 시일 등을 고려하여 수입의 기준을 확정하면 바람직한데, 시즌1에서는 사실상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봅니다. 우승하지 못한 팀 소속이면 앞서 소개한 수입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우선 배려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들지만서도 아무튼 세상 상식과 관행,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이선태 : 방송 출연하고 나면 개인적으로 광고나 행사 출연 등에서 어느 정도 수입 상승효과가 있습니다. <댄싱9>에서 주목을 받은 춤꾼은 광고나 행사 공연의 경우 어느 정도 액수를 받는 게 적절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 :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수입이 더 보장되는 사람도 있을 것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이인수 : 저는 설령 개인적 수입이라든지 인기를 앞세워 참여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무용인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일반인들을 현대무용에 눈을 돌리도록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춤추는 무용인의 가장 멋진 순간은 무대에 설 때 나타나는데, 춤은 추지 못하고 레슨 등등에 연연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제 공연에서 무용수를 캐스팅하고 싶어도 레슨 때문에 못한다는 반응이 다반사입니다. 무대에서 춤을 추면 돈을 버는 기회가 오도록 하는 새로운 마인드가 정말 필요하다고 봅니다.
 


곽아람
: 그런 지점에서 자칫 방송이 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봅니다. 심사위원이 해야 할 말을 하면서도 캐릭터를 살릴 수 있을 텐데, 굳이 저런 말까지 해야 하는가 생각들 때도 있었어요. 그게 방송의 품질을 나타낸다고 보며, 이런 점들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댄싱9>이 앞으로 어떤 수준으로 가게 될지는 캐릭터의 문제라 봅니다.

이인수 : <댄싱9>과 유사한 경쟁 프로그램으로서 팝스타 방송을 보면, 일부 프로그램입니다만, 수준이 높고 방송 자체의 진정성도 있으며 예술성, 전문성에서 질이 떨어지지 않거든요. 더욱이 일례로 웃기는 상황을 조금 더 웃기도록 해서 억지를 부린다는 그런 인상이 들지 않습니다. 이런 경쟁 프로그램에서도 포장하거나 인위적인 장식이 가미되겠지만 <댄싱9>에 비해 투명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안수영 : 유사 가요 경쟁 프로그램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적어도 저급한 발언을 한다는 인상은 없었습니다.

사회 : 심사위원 본인의 의도가 아닌 점도 있을 텐데, 방송에 익숙하지 못하면 심사위원의 발언이 좀 저급하게 비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정이야 어떻든 방송이 끼칠 여파가 크다는 점에서 방송 발언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습니다. 심사위원이 상투적인 반응 발언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분석하고 전문적 코멘트를 곁들인다면 <댄싱9>은 영상에 비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리라 봅니다.

이인수 : 심사위원은 꼭 무용인이어야 한다기보다는 방송의 생리를 파악하고 전문적 이해력을 갖춘 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사회 : 춤을 살리며 출연 무용수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경쟁 배틀 방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입니다. 시즌2가 준비 중인데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선태 : 제 경험상으로는 장르가 다른 춤들이 가령 비보이-현대무용처럼 합동 콜라보레이션 방식으로 가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에게 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저 상대의 춤 방식에 맞춰가니 장르적 특성을 살리기 어려웠습니다. 2-3회차에서는 해외에서 미국 안무자 두 사람이 와서 1주일 안에 안무해주었는데, 방송사로선 잘 해보려고 한 시도였겠지만 그런 점은 좀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이후에는 우리 쪽에서 안무를 짰습니다. 그리고 방송카메라도 무용수를 잘 조명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무용특성을 잘 이해해서 찍어주었으면 합니다.
 


안수영
: 1분을 안무하기 위해 참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텐데도, 그런 과정을 소개하거나 알리기보다는 선정적 소개나 신변잡기 식의 편집이 거슬렸습니다. 제작진이 춤을 연구해서 대중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김혜라 : 방송사나 제작진이 얼마만큼 춤자체에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프로가 현대춤만 알릴 것도 아니고 방송용이라는 것은 알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앞으로 춤으로 시즌을 이어가려면 순수춤에 대한 주의 깊은 이해와 춤계의 반응과 이러한 토론에서 나온 얘기를 참고하길 바랍니다. 더불어 출연할 참가자들도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 출연하길 기대합니다.

사회 : <댄싱9>은 대중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으로 보입니다. 심사위원들의 양식 등등 경험 부족에서 기인하는 소소한 문제점들은 방송사에서 개선해 나가리라 보입니다. 근본적으로 방송사는 우선 경영의 원리에 따라 움직일 겁니다. 방송사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고, 이 점을 무시하고 싶진 않습니다. 대중적 그래서 비예술적 관심이 앞서는 것이 방송의 생리인데, 그러나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고 방송사가 나름대로 믿는 그런 점들에 연연할 경우 춤계가 외면하는 프로가 되기 십상입니다. 방송사가 오판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방송은 사회적 공공 매체로서 방송이고 춤과 예술도 사회적 공공재이므로, 방송의 춤 프로에 대해 일반 사업과는 다른 의무가 요구됩니다. 춤계를 고려하는 프로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프로에서 굳이 춤계의 여망을 밝힌다면 춤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적어도 오도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반면 춤계로서는 <댄싱9>의 순발력 있는 안무 방식과 대중 고려 마인드에서 자극을 받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이 여파로 젊은층의 안무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댄싱9>의 순기능으로 대중들에게 춤의 접촉면을 늘여서 순수춤의 저변을 확대하는 점이 들어집니다. 춤계로서는 이런 점을 적극 선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춤계의 이런 호의적 반응과 역행한다면 <댄싱9>은 무의미한 프로가 되기 십상입니다. 춤 즉 예술춤과 <댄싱9>이 서로 도움을 주고 혜택을 나누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강한데, 무엇보다도 프로그램 내용과 진행에서 춤성이 핵심이어야 한다는 것이 오늘 좌담에서 밝혀졌습니다. 다시 말해 춤의 순도를 높이는 무대 진행과 영상 이미지가 <댄싱9>에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비유컨대, 소주에 물을 더한다든가 더 심각하게는 맥주나 커피에 물을 더했을 때 참맛의 감성이 홀대당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런 점들을 방송사와 제작진이 심사숙고하기를 기대하며 오늘 좌담을 마무리합니다. 장시간 감사드립니다. 

2014.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