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교체
김채현: 상반기 춤계는 연례 행사들이 개최되는 가운데 국립현대무용단의 새 예술감독이 선임되어 교체를 앞두고 있다. 또 창작 팩토리 사업이 춤계에서는 2년째를 맞아 창작산실지원사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올부터는 현대무용 분야에로 확대되고 있다. 연례 행사들은 회수를 거듭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간다는 진단을 유도하고 있다. 먼저 국립현대무용단의 감독 교체 건부터 짚어보기로 하자.
장광열: 초대 예술감독 홍승엽의 임기가 만료되었고 후임 감독으로 안애순이 내정되었다. 국립현대무용단 출범 이후 3년은 새롭게 시도한 프로젝트 무용수 체제, 단장이 없는 상태에서의 예술감독의 역할과 범위, 이사회 운영 등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단계였다면 이번 두 번째 안애순 감독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를 새롭게 세팅해야 하는 상황에서 첫 예술감독을 맡은 홍승엽씨는 나름데로 고충이 많았을 것이다. 고대하던 단체의 출범이었던 만큼 춤계의 기대 역시 컸고 그러다 보니 아쉬운 점도 더 많이 지적될 수밖에 없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프로젝트 무용단 체제는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됐고, 또 운영과정에서 지난 3년 동안 공공성을 획득하는 면에서 취약한 점들이 있었다. 그리고 해외 안무가들을 초청해서 보여준 작품도 기대를 한 만큼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예술감독과 이사회 간에 불협화음이 계속 있었고, 또 사무국의 역할도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더 확장되어야 한다. 새 예술감독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운영체제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 공공성을 어떻게 획득해 나갈 것인지, 이런 면에서 어떤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김채현: 예술활동은 둘째 치고, 국립현대무용단에서는 내부 불협화음이 두드러졌다. 내부 불협화음에 이어 국립현대무용단의 작품 활동은 전임 감독의 개인 무용단과 겹쳐지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나로선, 특히 유감스런 점으로서 국립현대무용단이 공사 분별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신임 감독은 그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아무튼 이런 점들을 미래지향적으로 진단해보았으면 한다.
이지현: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초대 감독은 본인 작품 경향을 중심으로 열정을 보였고, 그 다음에 해외 초청작을 병행했는데, 이런 식의 운영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제가 볼 때, 우리 공공 무용단의 예술감독들이 어떤 정체성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 지금은 과도기적인 혼란이 있어 보인다. 그간의 시스템이 예술감독이 오로지 안무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것이 분화되거나 다양한 형태로 존립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런 점에서 과연 국립현대무용단이 어떠한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맞느냐를 놓고 첫발을 디딘 셈이다. 알다시피, 신임 안애순 예술감독도 개인 무용단을 갖고 본인 작품을 계속 하며 창작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이전에는 한팩의 무용감독으로서 프로그래머라든지 젊은 안무가들을 인큐베이팅 하는 역할들을 한 경력이 있다. 현대적인 컨템퍼러리의 동향에 대한 본인의 안목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놓을 한 수에 대해서는 기대가 된다. 다만 현대무용계의 관습에 무너져 본인의 실력을 본인의 안무작으로 보여야 한다는 논리에 빠지면 곤란하다고 본다. 예술감독과 이사진이 내부에서 여러 방향설정을 하겠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예술감독이 전체적인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본인 작품에 연연하지 않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안애순 감독도 사실 한팩 감독 시절에 본인의 작품을 해서 실패한 적이 있다. 국립단체의 수장으로서의 역할과 초빙객원 안무자로써의 역할이 혼돈된다면 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본인이 이제까지 밟아온 이력으로 봐서 한국 현대춤을 위한 창작과 행정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한 이력이 있으므로 사실 기대가 되는 점이 있다. 본인의 안목을 적절히 투여하고 그 안목에 맞춰 해외 안무가들, 그리고 국내 안무가들과 교류해서 한국현대춤의 위상을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김채현: 안애순 감독이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으로 내정되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밝혔는데, 첫째는 레퍼토리 확보, 둘째는 관객과의 소통을 기약했다. 그간의 국립현대무용단 동향을 염두에 두고 말하자면, 근본적으로 이사회와 예술감독 간의 유기적인 관계, 또는 운영시스템이 좀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내부 소통부터 기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기존의 무용단 같은 경우에는 예술감독에게 전적으로 다 맡겨진 것은 아니더라도 대체로 운영은 예술감독의 의중에 맞춰 진행된다. 그러니까 국립현대무용단 초기에는 무용계에서 내부 이사진이라든지 운영시스템을 긍정시하다가 두 조직이 원활하지 않으니까 무용단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거뒀고, 결과적으로 보면 무용계에서 어느 정도 냉대받지 않았나 한다.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해지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관객이 적다는 말이고, 일반 관객은 더 더욱 적다는 말이다. 춤계 관객, 그러니까 춤 전문 관객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일반 관객과 어떤 소통을 기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드세었다. 안애순 감독도 이전의 실적을 거울삼아 좀 고심해야 할 터이지만, 국립현대무용단은 레퍼토리 축적과 관객과의 소통을 이루려면 어떤 조직 경로를 갖춰야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인지 지금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앞에 하고 있다.
장광열: 공공 단체의 예술감독은 자기 개인의 컴퍼니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공공 직업무용단의 예술감독들은 단원들을 마치 자신의 작업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경향이 농후하다. 홍 감독의 경우 국립현대무용단이 그동안 축적된 레퍼토리가 없는 상황에서 공연해야 하다 보니까 자신의 작품을 많이 올릴 수밖에 없었으나 현대무용의 대중화 차원에서, 그동안 현대무용계에서 축적된, 검증된 다른 안무가들의 우수 작품을 수용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향후 국립현대무용단은 여러 면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단원 운영 면에서 보면 현행 프로젝트 무용단 체제를 고집할 경우 그때그때 오디션을 봐야 하는데 이보다는 10~12명 규모의 상임단원을 보유한 운영 체계를 제안한다. 고정 단원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클래스 제공과 객원 안무 시스템 확대를 통한 다양한 스타일의 작업 등을 통해 단원들의 질적인 기량을 향상시키고 여러 스타일의 작품을 접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긍극적으로는 유능한 인적 재원을 국내 춤계에 환류시키는 일이 된다. 좀더 많은 댄서들이 필요한 작업의 경우 필요한 댄서를 해당 작업에 한해 한시적으로 보완하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은 어쨌든 해외무대에 나가 우리나라를 대표해 양질의 컨템퍼러리댄스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뛰어난 작품들을 보유해야 한다. 결국은 좋은 작품을 확보해야 하는데 새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와 탄탄한 안무력을 갖춘 해외 안무가들을 작업에 영입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공공성을 위한 노력을 더욱 배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컨템포러리댄스의 관객 확대를 넘어 넓게는 춤의 대중화에 기여하 것을 의미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창단 이후 더 많은 공연을 했어야 했다. 서울 뿐 아니라 지역에서의 공연도 너무 적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엄밀하게 얘기해 국가의 세금에 의해서 운영되는 거고 서울 시민들만을 위한 상주 단체가 아니다. 전국 각 지역에서 현대무용을 쉽고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곁들인 렉쳐 & 데몬스트레이션 형태의 프로그램도 개발해 질 높은 공연과 함께 순환시켜야 한다.
김채현: 단원을 처음에 뽑지 않고, 그때그때 무용수를 뽑는 프로젝트 시스템을 국립현대무용단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였다. 처음에는 그게 신선해 보였는데 실제 운영 6개월 정도 지나니까 춤계에서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상임단원 없는 공공무용단체가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내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그 점에 대해 진단했으면 한다.
이지현: 상임단원 시스템이 물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작업의 안정성 면에서 굉장히 필요하므로, 부분적으로 상임단원을 두고 프로젝트별로 보충하는 식으로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인원을 상임단원으로 두는 것은 국립현대무용단이 다른 단체와 다르게 실험하고 있는 부분과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많은 국공립 단체들이 무용수의 권익향상과 예술적 전문화의 기로에서 많은 풀지 못하는 장애에 부딪혀 있다. 말하자면 단순히 무용수로써의 안정적 생활만을 초점으로 삼는다면 기존의 단원시스템을 따르면 된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예술적 전문성 확보나 기량향상의 문제들도 풀면서 가야한다고 했을 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상임단원으로 하는가에 대한 분석적 고민이 필요하다. 그 기준으로 봤을 때 지금의 프로젝트 시스템이 진일보한 지점이 있고, 좀 더 진행하며 지켜보아야 한다. 별 근거없이 또 바꾼다는 것은 시류에 떠밀려 가는 졸속행정의 대표적 오류가 될 것이다.
장광열: 프로젝트 단원 시스템은 유럽의 춤계처럼 인적 자원이 많고 여러 스타일을 경험한 댄서들이 있는 상황에서는 좋지만 우리나라처럼 스승과 제자의 연결 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졸업 후에도 학연 등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 시스템 운영에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뛰어난 기량의 무용수들을 계속 작업에 참여시키기가 힘들다. 더 문제점은 단원들 스스로 소속감이 엷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춤웹진>에서 국공립무용단 특집 기사를 기획했을때 국립현대무용단의 한 단원이 증언한 데로 자신이나 자신의 스승이 별 다른 공연 계획이 없을 때 3개월 정도 잠깐 연습하고 출연해서 월 200만운 정도 아르바이트 비용을 챙긴다는 발상으로 임한다. 모두 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댄서들에게 공연 작품의 질에 대한 댄서로서의 의무감이나 최소한의 책임의식 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오디션 후 대체로 3개월 미만의 작업 기간 동안 여기가 진짜 내 단체라는 마음으로 임하는 댄서들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 의문이다. 상임 단원을 뽑을 경우 노조설립으로 인한 갈등의 소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철저한 오디션을 통해 단원 평가시스템을 운영 규정에 명기한다면 다른 공공 무용단에서 생기는 폐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채현: 지난 감독 시기에 국립현대무용단은 상당히 중요한 실험을 하였다. 상임단원을 두지 않고 프로젝트마다 출연진을 선발하는 그런 방식은 어쩌면 획기적이었다. 그러나 그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사실 10명 정도 규모의 상임단원을 중심으로 단체를 운영하는 게 적절치 않은가 한다. 단원 또는 출연진 가운데 일부를 상임단원으로 하고 작품마다 추가 출연진을 단기 계약직으로 보강하는 방안이다. 그러면 외부 안무가들이 와서 미리 오디션을 통해 성향들을 파악하고, 자기 안무 작업 플랜을 짤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다만 상임단원의 근속 기간, 상임단원 관리를 위한 오디션 제도, 추가 선발 임시 단원에 대한 복지 혜택 등이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이제 신임단장이 선임되면 춤계 여론을 모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해외무용단을 부를 것 같은데 그것도 컨템퍼러리 댄스라는 개념을 뚜렷이 보이는 그런 안무가를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모던 댄스와 그 이후의 컨템퍼러리 댄스는 다르다. 이에 대해서는 국립현대무용단 나름의 지표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본다.
장광열: 지금은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무용단의 정체성이 부딪치지 않고 있지만, 제가 봤을 때 머지않아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무용단의 작품 창작의 방향이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엄밀하게 보면 국립무용단 역시 컨템퍼러리 댄스 작업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금의 국립무용단이 옛날 송범 스타일의 무용극이라든지 <춤 춘향>과 같은 한국의 전통적인 색채가 농후한 작품만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국립무용단이 시도한 안성수와 정구호의 작업들이 그런 사례다. 현대무용이 하나의 장르니까 우리도 국립단체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춤계의 묵시적 바람은 있었지만, 사실은 국립무용단의 작업의 방향은 한국의 전통적인 것과 연계된 컨템포러리댄스, 그리고 여기에서 더 자유로운 크로스오버를 포함한 더 다양한 형태의 컨템포러리댄스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점에서 보면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무용단의 정체성, 그리고 이들 단체의 차별화 된 프로그램 운영과 레퍼토리 확보는 향후 우리 춤계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이지현: 국립이니까 나라 전체를 바라보면서 구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현대무용을 소개하는 교육, 그 다음에 친화적인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신임 감독이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명예직이 아니라 봉사직이어야 할 것이다. 공공성과 방향성을 뚜렷하게 세우면 견제가 약화될 것이지만, 예술적 욕심을 내면 누구든 견제를 하게 된다. 그런 현명한 방향을 찾아서 국립의 역할을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무용단의 상호 위상 관계는 둘 다 컨템퍼러리를 향해가지만 다른 기반을 갖고 있으므로 좀 더 짚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장광열: 이지현 선생이 지적한 대로 안무가 안애순의 경우 한국공연예술센터 무용감독을 맡았던 3년여 동안 공공기관 근무자로서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여줬다. 안 감독이 한국공연예술센터의 무용감독 이전에 본인이 안무가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구성이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몇몇 사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았다. 반면에 아까 지적한 대로 안애순씨는 홍승엽씨에 비해서 국제 무대에서의 인적 교류는 상대적으로 그 범위가 넓다. SPAF 무용감독으로서 외국의 페스티벌이나 플랫폼 같은 데도 많이 참가했고 인적 네트워크도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이 2기 감독 체제를 맞으면서 해외 쪽과의 교류를 포함해 소위 세계 무대를 향한 경쟁력 있는 작업들이 좀 더 생산적으로 추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김채현: 저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처음 발족했을 때 젊은 안무가들 베이스 캠프를 시작한 것을 상당히 눈여겨 봤는데, 이것도 그러다 흐지부지된 편이다. 그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젊은 세대 안무가들에게 창작의 장을 열어주고 함께 가려는 것은 누가 봐도 바람직한 사업이었다. 컨템퍼러리 댄스처럼 무한대로 열린 예술세계에서 상상력을 맘껏 펼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지금 드물지 않다 하더라도 국립현대무용단처럼 조직적으로 해낼 곳은 흔하지 않다. 이처럼 취지가 좋은 사업이 이어지지 못한 원인은 어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사업이 이어지지 않은 원인으로 국립현대무용단 외부 요인이 들어질지 모르겠지만, 국립현대무용단으로서는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게 순리일 것이다. 현시점에서 다시 겸허하게 물어보자면, 지난 3년간 국립현대무용단이 거둔 성과는 무엇이었는가? 그 실적이 미약하다면 예술감독뿐 아니라 이사진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 주변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무용계에 필요한 기획은 많을 텐데 주변의 의견들을 귀담아 들으면서 사심 없이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3년을 거울 삼아 신임 예술감독은 이사진과 합심해서 내부 시스템을 정비해서 본격 무용단으로 나설 채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 교체와 함께 또 하나 창작산실지원사업이 지금 춤계에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창작 팩토리 사업이 춤계에서는 올해 2년째를 맞아 창작산실지원사업으로 이름을 바꾸어 추진되고 올부터는 현대무용, 한국무용 분야에로 확대되고 있다. 발레 분야 예산은 5억원, 현대무용은 3억, 한국무용은 2억원이다.
창작산실지원사업 2년째, 문제점 누적돼
장광열: 현대무용 분야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운영하고, 한국무용 분야는 아직 그 시행주체가 안 정해 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서울문화재단을 통해서가 아닌, 국고를 직접 집행하는, 문화부에서 예산을 직접 투여하는 이 사업의 경우 발레는 문제가 무척 많다. 이번에 발레부문의 이 사업 작품 심의에 참여하면서 보니 사업의 기본 방향성 자체가 잘못 되어 있다. 그리고 예산 집행 과정도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창작 팩토리 사업은 말 그대로 팩토리=공장의 개념이니까 좋은 작품이 생산되는 방향으로 그 초점은 맞춰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발레계의 여건은 사실 직업 발레단을 제외하고 는, 풍족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다음으로 우리 발레계에 이 사업이 요구하는 60분 내외 길이의 작품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안무가가 과연 얼마니 될까? 라는 물음을 던져보면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뛰어난 병사들도 많지 않고 전술을 구상할 수 있는 장교들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장편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돈을 지원하는 것은 비효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들어진 작품을 재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시스템이 없다. 만들어진 작품들이 서울에서만 공연되고 지역에서는 공연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지방의 국민들은 배제된, 서울 시민만을 위한 국고 지원사업인 셈이다. 이런 와중에 이 사업은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은 왜 지원하지 않느냐는 여론 때문에 이 분야로 확대된 줄로 안다. 기왕에 춤계로 흘러들어온 돈인데 그냥 받아 쓰면되지 왜 왈가불가하는냐 할지 모르겠지만 그 액수가 결코 적지 않은 만큼 제대로 우리 춤계 발전을 의해 사용된다면 더욱 좋기 때문이다. 돈만 지원한다고 좋은 작품이 막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업은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은 만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단체 선별 방식, 그리고 사후 운영에 대한 전면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창작산실 프로젝트의 예산 10억원은 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이 우리 춤계, 전국의 무용인들에게 지원하는 창작 작업을 위한 합계 예산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이다. 이렇게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데도 공청회 같은 것도 없었고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사업에 적극 반영하는 노력도 없이 국고가 막 쓰여진다. 돈이 어떻게 쓰여지는 지에 대한 진단이나 점검 없이 그냥 지원만 해주면 좋다는 의식도 이제 춤계에서는 타파되어야 한다.
김채현: 그렇게 선정된 한 단체당 대략 8천만원 정도가 지원되는 셈인데, 국고 집행이 허술하다는 생각이다. 지난해에도 이들 공연을 한다고 했었지만 사후 관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장광열: 올해 발레 부문의 경우 지난해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2012년도 2013년도 사업을 한꺼번에 시행하고 있다.
2012년 사업의 경우는 올 1월에 10개 단체가 지원했다. 이중 8개 단체를 뽑아 1천5백만원씩 지원해 15분짜리 작품 만들게 했다. 60분짜리 작품을 위해 15분짜리 시연 작품을 만들도록 했는데 그 준비 기간이 한달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제출된 제작 계획서를 보면 함량 미달 단체가 절반이 넘었음에도 예산이 이미 책정되어 있어 8개 단체를 뽑을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점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업 수행을 위해 심의위원들은 들러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8개 시연 단체 중 6개 단체를 뽑았고 이들 단체에 8천만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그리고 이들 단체들은 모두 상반기 안에 공연을 해야 한다. 5억원의 예산이 서류 심의부터 작품 완성까지 6개월 만에 끝난다. 최종 확정된 후 남은 시간까지 4개월. 1시간 길이의 발레 작품 창작이 4개월 동안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2013년 사업은 얼마전 대상 단체를 모두 선정했다. 이들은 2013년 상반기에 공연한 단체보다 더 많은 예산 지원을 받게 된다. 6개 단체에 2천만원씩 줘서 15분짜리 작품 만들게 했다. 그리고 거기서 뽑힌 4개 단체에게 9천만원씩 더 지원한다. 뽑힌 단체들은 총 1억1천만원을 받고 공연을 올린다. 상반기 공연 단체보다 1천만원이 더 받는 셈이다.
안무가들이 60분짜리 작품을 하려면 제대로 훈련된 무용수들이 최소한 10명 이상은 확보해야 하는데 이들 일정 기량을 갖춘 무용수들은 어디에 있나? 무용수들이 모자라 주인공들의 경우 중복 출연이 이어지고, 무용수가 없어 직업 발레단 문을 기웃거리고, 그래도 모자라 학생 동원까지…, 극장을 염두에 둔 제작 컨셉트 설정이 아리라 우선 통과하고 난 후 그때부터 공연할 극장을 찾아다니는 해프닝이 이어진다. 이것이 정부가 시행하는 국고 지원사업의 현실이다.
김채현: 우선 논의의 편의를 위해 사업 일정부터 살펴보자. 발레 시범 공연이 6월, 결과 발표가 6월 하순, 그 다음에 제작지원작품 공연이 12월이다. 현대무용은 접수가 6월 21일까지이고, 그 다음에 심사가 6월 하순이고, 공연심사가 8월 13일, 결과발표가 8월 16일, 공연일정이 12월이다.
이지현: 그 다음에 현대무용도 이 사업을 그대로 가져와서 하고 있다. 한국무용도 그렇게 할 것이다. 제가 현대무용 쪽에 자문을 맡아 회의에 참석했는데, 차별성을 갖기 위해 지원금 사용이 무용예술 외적인 것에 과도하게 흘러가지 않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등의 노력은 돋보이지만 그 이상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없어 보인다.
김채현: 창작산실지원사업은 원래 창작팩터리육성사업이란 이름으로 2008년에 시작되었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분야에서 시행되어 오다가 2012년부터 발레에 대해서도 시행되었다. 정부에서 순수예술의 고사라 할까, 그런 것에 대처하기 위해서 시행한 사업으로 보인다. 발레나 현대무용 분야 공모 안내를 보면, 창작부터 유통까지 전과정을 경쟁을 통해 단계별로 지원하고 이를 통해 대표적인 공연 레퍼토리를 육성하며 창작 예술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등으로 공연예술 창작 기반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추진(시행) 방법이 미숙하며 조급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실적 내기에 급급하여 성급하게 추진된 사업으로 굳어지고 있다. 실제 다른 분야에서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되고 있다. 작년에 오페라 분야 창작산실사업의 문제점을 진단한 자료를 봐도, 한국 오페라 창작에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지현: 후속조치가 없는 것도 문제이다. 인큐베이팅하는 산실이라고 했는데, 애가 태어나고 나면 그 다음에 어떻게 키울지, 그러니까 그것을 어떻게 콘텐츠로 활용할지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거의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런 부분은 다른 시스템하고 결합되어야 하고, 작품이 존속하려면 별도로 관리가 필요하다.
김채현: 만일 창작산실사업을 다시 정비한다면 가능성이 있겠는가?
이지현: 제가 볼 때 간접적으로 극장이나 기관 중심의 인큐베이팅 지원금을 주고 거기서 프로듀싱을 극장에 맡기는 편이 하나하나 더 알차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일괄적으로 죽 나눠주고 생산하는 것을 생각해서 팩토리라고 한 것 같은데, 이건 공장의 가장 부정적 개념에 해당한다. 더구나 정신적 방향성도 없는 공장에서 주루룩 찍혀 나온 물건이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가? 원래 팩토리는 그런 뉘앙스도 아닌데, 그게 좀 잘못 된 것 같다.
김채현: 공장이라도 있는가? 이를테면 공장이 있으려면 자본과 부지와 작업자들도 있어야 하고 관리 경영자도 있어야 한다. 창작 팩토리에서 자본은 정부가 되고, 부지와 작업자, 관리 경영자는 정부가 선정하는 시스템을 취한다. 여기서 부지와 작업자는 그 실체가 정해졌다가 몇 달 지나면 해소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관리 경영자는 심사선정위원과 안무자일 텐데, 창작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주체는 사실상 모호하다. 실제 공연에서도 무리한 점은 뚜렷이 드러난다.
장광열: 발레 작품들은 주로 대극장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국립발레단이나 UBC 아니면 사실 대극장에서 작업하기 쉽지 않은데, 개인한테 대극장용 1시간 짜리 작품을 만들라고 하니까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또 대관을 받으려면 작년에 미리 대관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올해 선정되어 공연장이 없으니까 짜투리 대관 일정을 찾아서 하다 보니 빈 극장만 있어도 반가워하는 식이다.
이지현: 공연은 무용 전용극장한다든지 뭔가 무용계의 발전을 위해 구심점을 모아 관객을 배려하면서 해야 하는데, 해당 단체가 급히 비는 극장을 골라 하는 상황이다. 왜, 무엇을 위해 하는지 생각이 없어 보인다. 결과를 향유하고 수습할 수 있는 조건부터 좀 정돈해야 한다.
김채현: 이 사업 자체를 부정할 명분은 없을 것이다. 사업 추진과 실제에서의 애매모호성부터 걷어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고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서 공청회 내지는 공개토론회를 여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라 하겠다.
이지현: 현대무용 분야 창작산실사업을 보면서 느낀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적 측면의 가이드 라인의 중요성이다. 국가적 차원의 창작산실사업은 현대무용 분야에서 왜 하며,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며, 도대체 뭘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인지에 대한 정신적, 예술적 가치에 대한 방향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완전히 비어 있는 것 같다. 추상적 형태로나마 한국 컨템퍼러리 댄스의 방향성을 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몇 가지 개념은 제시되어야 한다고 제안을 했지만, 자문위원회에서 바로 기각되었다. 돈을 나눠 주는 것은 완전히 한 쪽 날개일 뿐이고, 그것만으로는 절대로 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김채현: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합의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합의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다만 심사위원들도 이 사업에서 컨템퍼러리 댄스에 대한 자기들의 개념이나 어떤 상을 가지고 뽑을 것은 분명하다.
이지현: 콩쿨하고 같다. 그래서 주최 측에서 심사선정위원회 회의도 하고, 그런 관점으로 뽑아달라, 심사의 항목도 그렇게 하고, 이런 방향 설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장광열: 말씀드린 대로 발레 분야에서 이번에 10개 단체가 신청하였다. 그럼 심의위원들이 제출된 서류 등을 검토하고 인터뷰해서 적합한 단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말하자면 함량미달인 작품은 떨 뜨려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 8개 단체에 예산을 주도록 배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뽑아야 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작품이 있는데도 뽑아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부실한 사업인줄 알면서도 돈을주어야 하고 그 돈을 받아서 부족한 기간 안에 부실한 댄서들을 데리고 작업해야 현실,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채현: 창작산실지원사업 이면에 혹시 생계라도 해결하자는 마인드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단체들을 일률적으로 지원해야 하는지 등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근본적으로는 창작산실지원사업에서 어떤 레퍼토리들이 우수하게 나오고 관리되도록 할 것이냐 하는 점에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으로 본다. 이제 올해 상반기의 춤 행사를 짚어보도록 한다.
연례 춤 행사들의 내실 잡기
장광열: ‘페스티벌 봄’은 무용 쪽에서도 다원예술을 수용하는 작업들을 다루는데, 일관되게 이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갖고 행사를 끌어가고 있고 나름데로 이 분야의 고정 관객들도 생성되고 있는 것 같다.
이지현: ‘페스티벌 봄’은 규모도 점점 키워가고 있고, 색다른 방향성을 가진 축제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젊은 무용가 중에 기존의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 기존의 프린지처럼, 새로운 개념을 추구하는 작업들이 ‘페스티벌 봄’으로 많이 유입되는 것 같다. 그런 울타리가 되어 준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실험적인 여러 가지 개념들을 그냥 아무 것이라도 좋다는 식으로 열린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예술감독이 기준을 갖고 걸러야 하는 데 이번 엔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좋은 작품을 만날 확률은 떨어졌다. 그래서 관객입장에서는 논란 이전에 충족이 안 되는 작품이 많았다. 그럼에도 기존의 개념에 들어오지 못했던 작품들이 다 모이는 영토가 생긴 것 같아서 바람직해 보인다. 이번에 폐막작이 윌리엄 포사이드 작품이었다. 윌리엄 포사이드 같은 거장이 직접 와서 디렉션을 주고, 관객들이 색다른 공연을 체험하게 하고, 이런 것들은 굉장히 그 자체로 선정적이었다. 그러나 과연 그 작품이 ‘페스티벌 봄’의 이미지와 정신, 다른 작품들과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맞았는 지에 대해선 좀 회의적이다.
김채현: 춤계에서든 공연계에서든 다원예술이라는 장르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해외에서 다원성을 추구하는 작업들은 일단 보편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외국인들과 같이 이런 행사를 엶으로써 여러 장르와 분야에 있는 다원예술가들을 함께 끌어 모으는 역할까지 점차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게 내 생각이고, 또 다원예술이 도달하려는 지점이 일반 개별장르에 비해서 더 열려 있으니까 젊은 작가들이라고 할까, 이런 사람들에게 더 자극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작가의식도 일반 페스티벌에 비해서 더 강하지 않나 싶다. ‘페스티발 봄’ 주최측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왕 한다면 춤과의 연계고리를 좀 더 강화해 주었으면 한다.
장광열: ‘서울즉흥춤축제’는 올해 두 가지 면에서 새로운 변화가 목격되었다. 첫 번째는 일반인들의 즉흥 워크샵 참여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작년에는 보통 한 클래스에 5~6명이었는데, 올해는 12~13명 정도로 배 이상 늘어났고, 그분들 대부분이 즉흥수업을 한 차례 이상 받았거나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춤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인데 동네 주민센터라든지 예술관련기관에서 무용 수업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무용이 커뮤니티댄스의 하나로서 보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즉흥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싶고 접할 기회를 많아 갖고 싶어하는 바람이 있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춤예술 교육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즉흥 역시 무용교육의 한 범위로 수용될 필요성이 증가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외국 즉흥 아티스트들의 경우 즉흥을 통한 공동 창작작업에 대한 요청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솔로나 그룹, 콘택트 임프로비제이션이 즉흥 공연의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분명한 컨셉트 안에서 즉흥을 통해 공동 작업을 표방한 창의적인 작업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서울국제즉흥춤축제(Simpro)는 해마다 서울에서 공연 후 지역과 연계해 후속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올해 부산즉흥춤축제는 5회째를 맞았는데 부산에서는 즉흥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무용을 전공한 사람들이 사회의 소수자들에게도 교육적으로 많이 보급해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현상이 보인다. 그러면서 즉흥에 대한 인식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었다. 내년에는 대구에서도 즉흥춤축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즉흥춤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은 우리 춤예술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지현: 즉흥춤축제가 올해 13년째인데, 그 결과가 이제 사회적인 것으로 나오는 거 같아 반갑다. 즉흥은 춤이라는 빙산의 수면 아래 부분처럼 커뮤니티개념이나 춤 테라피하고도 만나는 창작은 물론이고 교육과 치료를 모두 담고 있는 부분이다. 창작춤의 구현기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그것이 예술적인 것에로까지 발전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흥춤축제의 공이 크다.
김채현: 이제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연 ‘강동댄스페스티벌’을 짚어보기로 하자.
장광열: 전년에 비해 프로그램의 내용이 더 다양해졌고, 대학무용제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이 페스티벌은 극장 경영의 중요한 수단으로서 경영적인 측면에서 잘 활용되는 것 같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 주도의 비중이 높아지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예술감독을 선임해 프로그램의 질을 더욱 높이고 축제 기간도 4주에서 2주 정도로 줄이고 더욱 집중도를 높이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 생긴 대학무용제는 경연만이 아닌 교육 프로그램을 함게 편성해 아카데미 프로그램으로서의 차별성을 살려야 할 것이다.
김채현: 강동댄스페스티벌은 서울의 동쪽 지역의 춤 문화에서 일종의 교두보라 여겨진다. 이른바 강남북에 쏠린 서울에서 열리는 춤제전으로서 적극 육성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고쳐야 할 점이 상당히 많은 요지로 지적하셨는데, 동감이다. 신생 극장으로서 다수 관객을 모으는 것 그리고 극장의 격을 쌓는 것, 이 가운데 어느 쪽을 중시해야 할지 쉬운 과제는 아니다. 이것은 어느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둘의 조화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이 페스티벌은 우선 극장 경영과 춤예술의 조화 측면에서 보자면, 지난해도 그런 경향이 있었는데 전략이 약한 것 같다. 강동 쪽 사람들이라서 서울의 다른 강남북 사람들에 비해 감성과 안목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극장 인프라도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신생극장은 극장 이미지를 제고하고 격을 쌓는 데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극장의 격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한 노력 즉 경영 전략도 수반되어야 한다. 작년과 올해 두 번의 페스티벌을 짧게 관찰한 결과를 두고 말하자면 무엇보다도 종합선물세트 같은 행사 구성부터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장기간 축제를 벌이고 관객을 많이 확보하려는 것은 권장할 일이다. 이런 기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행사 구성이 과연 효율적인지 의문이다. 선정된 작품들이 들쭉날쭉한 것부터 정돈되어야 할 것 같고, 전체 기획에서 현대적 감성이 맥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였다. 신생 극장이 춤 탐색기를 지나 춤예술의 산실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그럼 올해 ‘모다페’를 진단해보자.
장광열: 모다페가 점점 연륜이 높아지고 만큼 모든 프로그래밍이 국내가 아닌, 국제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해외 작품의 수가 적다. 해외 초청 공연 수를 좀 늘리고, 공동작업의 경우 외형 만이 아닌 실질적인 작업을 통해 제데로된 ‘작품’이 만들어지고 그 작품이 다른 곳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플래닝되어야 할것이다.
김채현: 개막작으로 널리 홍보된 작품은 어떠하였는가.
이지현: 나이 드신 분들은 별로 안 좋아하고 젊은 사람들이 호감을 보였다. 개막작 안무자 Sidi가 워낙 젊고 거친 스타일이다. 그 패기와 저지르기, 그것에 균형추를 이루는 오랜 기간의 리서치와 예술의 뿌리에 맞닿아 있는 창작의 근거가 상당한 작품이었다. ‘바벨’은 2011년 작품이기 때문에 이미 많은 투어속에서 정돈된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막작 선정은 좋았다고 본다. 그 다음에 모다페에서 전체적으로 슬로건이 댄스 앤 라이프 ‘춤과 삶’이었다. 저는 그 슬로건 자체에 긍정적 의미를 두고 싶다. 그외 몇 작품을 봤는데 개막작에 너무 돈을 많이 투자해서 그런지 다른 건 매우 소박하였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소박해지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현대춤은 좀 더 소박해지고 건강해져햐 한다. 이번에 조직위원장은 올해가 자기가 주관하는 마지막 페스티벌이어서 그런지 심혈을 많이 기울인 인상을 받았다.
김채현: 모다페는 국제현대무용제로 시작한 지 이제 30년이 넘는다. 나이에 걸맞은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은 당연하고, 제 개인적으로는 국내외 작품 선정과 기획에서 현대적 지향성과 한국적 주체성을 뚜렷이 드러내기를 기대하고 싶다. 그리고 ‘부산국제무용제’가 올해 9회째를 맞았다. 지역에서 하는 행사로서 이제는 자리를 잡은 줄로 느껴진다.
장광열: 부산국제무용제는 올해 기 선임된 운영위원장이 중간에 구속되는 바람에 도중에 김정순 교수가 선임되어 잔여 임기를 치렀다. 올해 행사를 마치고 내년 10년을 맞는 부산국제무용제의 향방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 무용제는 전체예산 7억원 중에서 해외 초청 예산은 1억원 정도이다. 게다가 그 안에 숙박비, 이동 경비, 일비, 식비까지 다 포함돼 있어 실질적으로 해외 단체에 지급되는 예산은 매우 적다. 전체 예산 중에 페스티벌의 내용과 질을 좌지우지할 해외 초청 공연 예산이 20%도 안 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아마추어가 참가하는 행사 프로그램을 많이 늘리는 시도도 지양되어야 한다. 시민참여라고 해서 이상한 프로그램들 많이 하는 것보다는 예술적인 것을 통해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개편 되어야 할 것이다. 해운대가 가진 휴양지라는 지리적 조건이 좋기 때문에 수준 높은 야외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으로 특화되면 축제로서의 국제 경쟁력도 더 크게 생성될 것이다.
이지현: 조직위원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 가운데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느라 부산 무용인들이 단합을 한 것으로 보였다. 축제가 위기였을 것 같다. 해변 갈라 축제는 여름에 바다에서 춤을 즐길 수 있다는 좋은 면이 올해도 여전히 잘 진행되었다. 그런데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시민의 축제로서 부산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축제의 한 편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많이 약화된 게 이번에 좀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니까 교수들 작품도 대중친화적이어서 대중을 배려하는 측면이 돋보였다. AK 같은 행사는 많이 손을 봐야할 것 같다. 사실 부산 국제무용제가 이제는 많이 컸고, 말씀하신 대로 플랫폼의 역할을 하든지, 창작산실의 역할을 하든지 여러 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채현: 부산 지역에서 춤이 놓인 현상황을 배경으로 보면 부산국제무용제가 짊어진 짐은 작지 않다. 대학 무용과의 구조조정 기류는 계속되는데, 부산은 특히 그런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위기라는 말도 들리지만, 춤 전문 인구가 주는 시점에서 이와는 반대로 춤 향유층이 늘어난다면 춤 인구 감소만으로 위기라 단정하기에는 무리이다. 부산국제무용제가 자리를 잡고 대중친화성을 더 띠고 있다는 소감에 비춰, 부산국제무용제는 오히려 이제 갈림길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부산국제무용제에 거는 기대가 강하며 여기서 부산 춤계를 위한 창조적 돌파구가 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