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국공립 무용단의 심각한 표류,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문화부 등 감독기관 책임 막중하다


사회
: 국립무용단이 차기 예술감독을 공모하려 하였으나 최근에 무산되었다. 국립극장이 심사위원회를 거쳐 추천한 2인의 후보를 놓고 문화부가 적격자가 없다고 최종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시무용단도 현 단장의 임기 만료로 차기 단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늘 공동 인터뷰는 최근 현안으로 제기되는 국공립 무용단의 예술감독을 주제로 한다. 국공립 무용단의 예술감독이 춤계에서 매우 중요한 그만큼 그간 춤계에서도 예술감독이라는 직책을 두고 다양한 지적들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그리고 춤 환경이 바뀌는 흐름 속에서 예술감독의 역할에 대해서도 요구가 많았고, 이는 해당 무용단들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였다. 오늘은 예술감독의 위상과 역할을 앞으로의 전망과 함께 진단하면서 대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우선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선임 건부터 살펴보자.
 

 


장광열
: 국립무용단이 새 예술감독을 공모했으나 아직도 선정이 되지 않았고 현재 국립무용단은 무 예술감독 체제로 표류중이다. 해가 바뀐지 거의 반년이 지나고 나서야 올리는 공연(5월 25-26일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이 역대 단장들의 소품을 모은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National 컴퍼니가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이처럼 암울하다. 이즈음 국립무용단의 상황은 우리 무용계에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새로운 예술감독을 공모를 시작하는 일정이 너무 늦다. 예술감독의 임기가 3년으로 길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만약 전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정해지면 후임 예술감독 선임은 최소한 6개월이나 1년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예술감독이 바뀌는 데서 오는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 인선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정위원회에서 어떤 인물을 후보자로 올렸기에 주무 부서인 문화부에서 선임을 보류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국립극장의 책임자나 선정 위원회가 국립무용단의 정체성이나 미션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전제된 상태에서 공모와 후보자 추천을 진행했는지도 의문이다. 새로 창단된 국립현대무용단의 2년 운영과정을 목격하면서, 또 예산은 대폭 증액되었으나 공연의 질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국립발레단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무용계 주변에서 존재감조차 없어지고 있는 서울예술단 등을 바라보면서 국공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역할과 그 선임 등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이지현: 국공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이 교체되기 전에 공모 공고가 여유를 갖고 진행되어 예술감독 직책 응모자들이 직무수행 계획들을 미리 세우고 고민한 상태에서 지원하는 풍토가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예술감독 교체 얘기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으나, 예전에 예술감독을 하셨던 분들이 다시 맡는다는 풍문이 돌아 무용계 전체의 기운을 빼기도 했다. 그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문화부 역시 시행에 관한 권한 부분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많이 휘둘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단순히 무용단이나 극장만이 아니라 그 사안에 관련된 행정, 실무의 역할 등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만약 그 문제를 짚었을 때 무용단 자체 내지는 무용인들이 행정이나 정책에 대해 혼선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양자 또는 삼자의 문제가 결합해서 이런 문제가 나타난 것인지 면밀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립이기 때문에 이것은 무용계 전체가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낼만한 사안이다. 진행방식도 책임감이 없었고 아직도 과거 관행에 따라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심사위원 몇 명, 추천위원 몇 명만으로 어찌어찌 진행해보려는 모습들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논의되어 방식자체를 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장광열: 국립무용단의 운영을 관리, 감독하는 문화부가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한다. 국공립 단체들의 운영과 관련 변화하는 흐름을 반영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정책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단체의 발전을 위해 어떤 운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부재하다는 말이다. 문화부는 이제라도 국공립 단체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한 의견수렴을 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국공립 단체의 자문위원, 이사회 등도 단체 운영의 방패막이나 들러리 역할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대폭 쇄신, 운영되어야 한다.

이지현: 문화부의 실책은 지적되어야 한다. 공정성 시비, 관행적인 면, 인사추천이나 공모방식의 차이를 떠나 국립이 가지는 공공성, 그리고 그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심사위원들의 적절한 대표성 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을 임명한다 하더라도 이는 또 많은 문제를 계속 안고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에 비해서도 사회 전반의 변화는 매우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이런 변화들이 전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태에서 춤계는 아직도 구태의연함을 벗지 못했다. 심지어 주무부처인 문화부조차도 안이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 최근 1, 2년 사이 국립극장은 조직개편, 즉 산하 단체들을 정비하고 극장장이 바뀌었다. 다시 말해 국립극장은 조직을 바꾸는 과정에 있었다. 국립극장 측이나 문광부는 이런 점을 들어 할 말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립극장의 미래상에 대해 무용인은 물론 문화예술인이 어떤 청사진을 그려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국립극장의 조직 개편 과정에서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국립극장 내에서 국립무용단의 역할도 사실상 불투명하다. 지난 몇 해 국립무용단은 생산적이지 않았고, 이에 따라 춤계에서 국립무용단이 갖는 위상 역시 위축되어 왔다. 그래서 이번 예술감독 선임 작업이 국립무용단에 대해 나름 전기(轉機)가 되어야 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현재로선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국공립무용단 또는 국립예술단체의 단장의 교체나 선임의 시기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널리 알려야 한다. 그런 법적 규정이 없다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장광열: 이번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공모과정에서 춤계에서는 응모하지 않은 사람이 마치 응모한 것처럼 풍문이 떠돌았다. 모 무용평론가, 영향력 있는 무용과의 대학교수를 역임하고 광역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을 지낸 모 무용가가 지원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실제로 그들은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거론된 당사자 중 한명은 자신의 제자가 지원하지 못하도록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헛소문을 유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춤계의 중요한 인물을 뽑는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들이 유포되고, 그 과정이 혼탁하게 진행되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이번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후보자 선임을 위한 심의위원 구성이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심의위원들의 면면을 볼때 특정한 사람을 뽑기 위한 심의위원을 구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심의위원들에 의해 추천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문화부에 의해 선임되지 못했다는 것은 심의위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 후보로 추천된 사람들이 뽑지 못할 정도의 사람들이었다면 그것 자체로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창단 50주년을 맞은 국립무용단이 내놓는 작품이 역대 단장들의 소품을 모은 공연이라니 지금 국립무용단이 그런 식의 작업을 할 때인지… 전임 에술감독이 갑자기 그만둔 것도 아닌 상태에서 후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원활한 선임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문화부와 국립극장 그리고 무용계의 면면들이 참으로 안쓰럽고 대외적으로 부끄럽다.

사회: 일반 민간 무용단에서도 공백은 금물인데, 하물며 공공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무용단이 그래서 되겠는가. 이런 현실이 아니더라도 원칙적으로 신임 단장 선임은 6개월 내지 1년 전에 이뤄져 국립무용단의 새 청사진을 탄탄하게 갖출 시간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장광열: 외국의 직업무용단 예술감독은 임기 개시 1년 전에 선임되고 임기 시작 전에 기존 단원들의 오디션을 통해 그들과의 재계약 여부를 신임 예술감독이 결정한다. 국공립단체의 예술감독이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전에는 선임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이다. 이는 새 예술감독 체제에서 함께 작업할 신입 단원을 퇴임하는 단장이 뽑는 기존 공공 직업무용단의 운영상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만약 1년 전에 예술감독을 선임하면 함께할 무용단원을 새 예술감독이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예술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체제에서는 신임 예술감독이 전임 예술감독이 채용했던 단원을 데리고 작업하기 때문에 재임 기간 동안의 예술성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수 없다. 한마디로 비효율적이다. 국공립 직업무용단의 구태의연한 예술감독 선임 방식은 이제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사회: 기억하건대, 지난 6년 동안 국립무용단의 새로운 레퍼토리는 사실상 뿐이었던 것 같다. 국립무용단을 비롯하여 대부분 공립무용단은 활발하지 않다. 1990년대까지 공립무용단들이 한국의 춤 현장에서 그래도 예술조류를 얼마간 선도하거나 그에 합류한 반면에, 이제 무용평단은 더 이상 기대 걸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말하자면 지난 몇 해 특히 국립무용단은 주목받을 위치에서 빠르게 멀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 근원적 원인으로는 비평적으로 신선한 시각을 들이댈 작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국립무용단은 여느 무용단체나 다름없는 단체일 뿐이다. 그런 매너리즘이 길면 10년, 짧다면 6~7년 지속되어왔고 다른 공립무용단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공립무용단의 활동과 같은 실질적 내용 면에서 진단했으면 한다.
 

 


장광열
: 최근 몇 년 동안이나 계속해 국립무용단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을 제외하고는 신작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창작의 본산이어야 할 국립무용단의 공연은 대부분 기존 작품을 리바이벌하는데 그쳤다.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작품’으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고양해야 할 국립무용단의 기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셈이다. 이는 예술감독의 책임일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국립무용단의 향방을 조율하는 문화부 또는 국립극장 관계자들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

사회: 몇 갈래로 분석할 수 있겠다. 첫째는 단장의 창의력 부족이 기본 핵심이다. 둘째는 단장이 단원들과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며 단원들 역시 열의가 부족하다. 직장인으로서 안주할 뿐 예술창작에 동참하는 단원으로서의 의식은 지난 10년 동안 계속 저하되었다고 봐야 한다. 셋째, 국립무용단을 관리하는 문화부와 국립극장, 서울시무용단을 관리하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춤계의 예술적 흐름을 주시하면서 소속 예술단체, 즉 국립무용단이나 서울시무용단이 예술작품을 내도록 동력 내지는 자극을 주지 않았다고 본다. 그런 여러 이유로 국립무용단, 서울시무용단, 국립발레단을 비롯한 전국의 국공립 무용단이 현재 비유컨대 빈사의 상태에 와있다. 심기일전할 만한 자극적 계기가 물론 있어야 하겠고, 춤계에서 이 문제에 대해 여론이 강하게 환기되어야 한다.

이지현: 복합적인 문제 상황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춤계에서도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다시 환기해야할 부분은 독립안무가들, 독립무용가들이 부러워하고 있는 무용계 전체를 아우른 인프라들, 재원들을 국공립무용단이 갖고 있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작품을 내지 못했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는 점이다. 이는 개인 사업체가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존립하는 무용단의 직무유기인데 어떻게 그런 상태로 전 예술감독이 3년을 문제없이 지낼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예술 측면에 있어서도 이는 굉장한 실책이었다. 또한 국립은 시립과 비교해 봐도 대우나 가진 리소스가 상대적으로 많다. 국립무용단이 방향을 잃고 생각을 못해내고 있다는 점으로 보았을 때 춤계 현장에서 작은 지원금을 가지고 무대를 어렵게 채워나가고 있는, 우리나라 무용공연의 대다수를 해내고 있는 무용가들 앞에서 과연 고개를 들 수 있을까 생각된다.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가 무용계에서도 증폭되고 있다. 40대, 50대 중견으로 넘어가는 대부분 무용가들은 자신이 춤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독립무용가들이 늘어난 카드 빚에 신용불량자가 되면서도 무용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 때 국공립무용단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물적 토대의 위상은 사실 어마어마한 것으로 봐야한다. 그렇다면 공공성을 확보하거나 실현하던지, 아니면 과거에 예술계를 선도해왔던 자극제 역할을 지금도 해내야 할 것인데 이러한 점을 충족시킬 요건을 방기한지 너무 오래되었다.

사회: 공공성 측면에서 국공립 무용단이 내세우는 것이 시민을 위해 찾아가는 행사일 텐데, 이는 부차적인 활동일 뿐이다. 국공립 무용단에서 공공성의 핵심은 고급 인프라를 갖고 국내 춤계의 흐름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일이다. 적어도 춤계의 흐름을 수렴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근래 들어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장광열: 그 대표적 예를 몇 가지 들어볼 수 있다. 우선 지난 3년간 국립무용단의 신작은 어린이를 위한 작품 제작이 유일했다. 문제는 이것이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되었다는 것이다. 소극장용 어린이 대상의 작품은 민간단체에서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다. 국립무용단이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을 일반 소극장보다 작은 규모인 별오름극장에서 올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지 못하다. 또 다른 예로 5월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 국립발레단의 <백조의호수> 공연은 인터미션 없이 1시간30분 동안 공연되었다. 국립발레단은 제대로 된 프로덕션의 작품을 보여줘야 하는 단체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했던 작품을 왜 서울 시내의 또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지 그 당위성을 찾기 힘들고, 왜 <백조의 호수> 전막 공연을 축소된 맞춤형 공연으로 보여주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국립발레단은 얼마 전 공연한 <스파르타쿠스>에서도 남성 무용수들을 포함 제대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치루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립무용단이나 국립발레단 등 소위 국공립 예술단은 1년 동안 몇 회를 공연했는지 양적 수치로만 그 운영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국립’ 단체로서의 성격이나 위상, 그 규모에 걸맞게 예술성이 담보된 프로덕션을 통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주고 있는가도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사회: 국공립 무용단은 예술성과 공공성이 조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공성은 어느 정도 강조하면서도 예술성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난 인상이다. 그런 면에서 다시 말하면, 물량적인 공연의 횟수를 가지고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장광열: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등 국공립 예술단체의 의 공공성 획득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성 높은 제대로 된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지 규모를 줄여 찾아가는 공연 형태로 선보이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지방 공연을 갖게 될 경우 해당 지역의 극장의 여건을 고려해 거기에 맞는 작품만을 공연해야 한다. <백조의 호수> 전막 공연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곳인데도 무대장치를 축소하거나 아예 설치하지 않고 하는 등 프로덕션 자체를 손상시키면서까지 무리하게 공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공공성을 확보하려 한다면 차라리 지역의 관객들을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으로 초청해서 감상하게 한다든지, 영남지역 호남지역 등 권역별로 나누어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극장을 선택해서 그 지역의 주민들에게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문화향수 확대를 위한 지역 순회공연 사업은 이미 전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니 농어촌희망재단과 같은 공공 기관을 통해 적지 않은 빈도로 이뤄지고 있다. 국공립예술단의 지역 관객들을 위한 공연은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 현재 국공립 무용단이 처한 상황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와 연관해서 예술감독 즉 단장의 역할이 진단되어야 할 것 같다. 예술감독이 창의적이어야 할 것은 물론이지만, 예술감독이 창의력을 갖도록 하고 예술감독이 해당 단체의 시너지를 모아들이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중요할 것이다.
 

 


장광열
: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의 경우 현재의 예술감독 체제로는 효율적인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계속 입증되고 있다. 예술감독 혼자서 단체를 생산적으로 운영하기에는 버겁다는 것이다. 이제는 단장과 예술감독을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시도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예술감독이 무용단의 경영까지 책임지다 보니 단체의 예술성에 대해 자칫 그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단원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거나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다른 쪽에 시간을 뺏기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유발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외국처럼 단장제도를 도입하여 경영과 공연 및 훈련을 분리, 경영과 행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단장에게, 공연 작품 및 단원들의 기량 등 예술성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예술감독에게 물을 수 있는 쪽으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이지현: 국립현대무용단이 단장제도를 시행했었다. 이사회와 행정감독이 분담하여 전체 방향성을 잡는 행정적, 경영적 측면을 맡고 예술감독은 예술적 기능만 하도록 했다. 그런데 요즘 국립현대무용단의 여러 상황을 보면 이런 제도가 견제기능이 못 미치는지, 넘어서버린 것인지 모르겠으나 행정 구조가 실종된 상태로 예술감독과 이사회의 직무 분담 구조가 와해 또는 좌초되어 있는 상황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새로운 제도를 통해 어떤 모델을 창출해낼 것인지 모두들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립현대무용단의 문제를 짚어보면 앞으로 새로운 모델 창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사회: 국립현대무용단의 직무 분담 구조가 와해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지현: 이사회가 예술감독을 선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이사진이 공공성이나 미래 예술적 방향성이 아닌 자신의 권리 또는 권한만을 생각한 것부터가 잘못되었다. 그 자리의 예술감독은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이미 규정되어버린 매우 부자유스런 위치에 불과하다. 서로 독립, 견제기능과 정확한 역할을 규정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각자의 노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당연히 불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서로의 역할을 인정해주고 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분담하지 못하는 이사진과 예술감독이 협조하지 못하는 상태가 문제로 보인다.

장광열: 국립현대무용단의 경우 그 운영과 관련해 예술감독과 사무국, 문화부가 이사회와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술감독은 이사회보다는 다이렉트로 문화부와 소통했고, 1년 넘게 이런 과정을 애써 모른 채 해 온 이사회는 공연의 질이나 미숙한 행정 처리 등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예술감독이 이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예산거부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사안을 공표해버린 예술감독도 잘못이 있고 나중에 이사회가 이 사안을 절충과정 없이 전면 무효화시킨 것도 옳다고 보기 어렵다. 국공립무용단의 운영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예술감독과 이사회의 직무 분담 구조가 설립 당시의 취지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중요하다. 춤계 내에서도 이런 점들을 지적하는 여론이 강하다. 이렇게 와해된 현상에 대해 문화부는 감독기관으로서 적절한 조치로 수습해야 한다. 게다가 믿고 싶지 않지만, 춤계의 모씨가 국립현대무용단을 수렴청정한다는 소문마저 나돈다. 그래서 국립현대무용단이 원래 지향점이나 내부 구조를 제대로 회복할 수 있겠는지 의심스럽다.

장광열: 국립무용단의 신임 예술감독 선임이 문화부 장관에 의해 보이코트되었고, 새로 출범한 국립현대무용단 이사회가 예술감독이 만들어 놓은 단체 운영안 일부를 백지화시키는 것 같은 사태가 오늘 국공립 무용단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논의하는 당위성이 되겠다. 여기에는 공연의 질적 저하는 뒤로 숨은 채 양적 성장이 마치 국립발레단의 발전이란 것으로 포장되는 국립발레단의 운영상의 문제, 전신이 무용단으로 출범한 서울예술단의 무력함도 포함된다.

사회: 서울예술단의 설립목적이 무엇인가를 짚어볼 때 이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서울예술단의 위상이 그렇게 저하된 것은 서울예술단이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지속되어 온 데서 근본 원인이 발견된다. 그래도 서울예술단은 무용감독이 있었을 테고, 춤적 방향에서 중요한 대책도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비단 서울예술단뿐만 아니라 국공립 무용단에서 예술감독이 갖춰야 할 역량이나 소양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내적 구조에 초점을 맞춰 진단해 보았으면 한다.

이지현: 이런 상황에서 예술감독 체제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예술감독, 경영감독 내지는 단장이라는 이원구조와 더불어 이사회, 문화부의 서열체계나 역할분담에 대해 여러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관행적으로 예술감독이 새로 부임하면 예술감독의 예술세계나 예술관이 그 단체에서 펼쳐지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국공립무용단이 자체적으로 정체성을 갖고 공공성과 예술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예술감독에 의해 성취하려 하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 앞으로 국공립 무용단이 역할을 잘 하기 위해서 어떤 예술감독, 어떤 단장이 필요한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여 실현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 예술감독과 단장 이원화 체제는 당연히 필요한데, 지금까지의 예술감독 체제에서 보면 단장이 없어 그렇게 됐다는 식으로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예술감독 체제에서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우선의 역할이다.

장광열: 지금까지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은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각 예술단체들마다 노조가 결성되면서 예술감독을 견제하는 기능이 예술감독의 권한을 오히려 축소시키도록 만든 경향이 있다. 예술감독은 노조에 가입한 단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노조는 예술감독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이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처럼 되어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졌다. 둘째, 예술감독이 감독의 책임감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매너리즘에 빠질 정도로 예술감독의 기능이나 책무에 대해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면들이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셋째, 예술감독과 국공립 무용단의 작업에 대해 관리하고, 감시하는 비판기능이 미약했다. 관리감독 기능은 국립무용단의 경우 문화부와 국립극장이 맡을 수 있을 것이고 국립발레단은 재단법인이므로 이사회와 문화부가, 서울시무용단은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가 맡을 것이다. 일단 예술감독은 고유의 업무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감을 느끼고 그 업무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예술감독이 단체 운영 전반에 대해 관여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을 핑계로 창작 작업을 너무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예술감독은 고유의 기능을 인지하여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예술적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이지현: 그 부분에 있어 약간의 모순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공립 무용단의 예술성을 예술감독을 통해 얻으려 한다는 것부터 이미 문제를 안고 있다. 그것이 낳는 결과는 국공립무용단체가 예술감독 개인 무용단화되는 것이다. 국공립단체가 한 안무가의 작품세계를 인정하여 예술감독으로 위임하는 무용계의 관행 속에서는 개인의 예술세계를 국공립무용단을 통해 보겠다는 의도가 깔리게 되므로 구조자체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까지 국립무용단 창단 이래 근 50년동안 이는 충분히 실험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예술감독의 예술성에 100프로 의지한다고 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전체적으로 무용계 자체가 작품 기근 상태로 좋은 작품, 훌륭하고 질 높은 작품들이 나오지 않은 상태가 오래되었다. 구체적인 흐름상으로도 부흥기라기보다 침체기를 맞고 있는 상태에서 예술가의 예술성을 바탕으로 예술감독을 선택한다고 해도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예술감독은 어느 정도의 예술세계를 확보하고 있는 예술가로서 중심의 견지를 잡고, 국공립단체가 예술적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하는지 따져보아 객원안무가를 채용하거나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등 열린 시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혹은 작품을 제작, 생산하여 어떻게 유통하고 어떻게 관객과 만나게 되는지에 대해 견해를 가진 사람이 예술감독으로 위임되어야 한다고 본다. 예술감독에게 전적으로 예술성을 짐지워버리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무의미하다.

장광열: 예술감독은 재임하는 동안 예술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단원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쪽으로 운영방향을 잡아야 할것이다. 이는 예술감독 스스로 할 수도 있고 외부의 좋은 객원 아티스트를 통해서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국 예술감독의 공(功)이 될 것이다. 외국의 직업무용단은 이런 시스템에 익숙해 있다. 예술감독 재임 기간 동안 얼마나 단체가 예술적으로 발전했는가가 예술감독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이지현: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안무가를 데려와서 어떻게 협업해야 할 것인지, 우리나라의 젊은 안무가들을 기용하여 새로운 시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지 등등 이런 부분에 열린 작업방식이 필요하다.
 

 


사회
: 예술감독이 예술성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훌륭하다면 국공립 무용단의 예술감독이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개인적으로도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왜 굳이 국공립무용단에서 예술감독을 선임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국공립 무용단이 갖춘 인프라를 활용하여 개인적 활동을 할 때보다 공공성과 예술성이 더 높은 작품과 공연을 만들자는 뜻에서일 것이다. 개인 무용단,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공립 무용단은 결국 무용단 내의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여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점에서 예술감독의 역할은 예술적 기능을 조절하고 통합하며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더하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장광열: 국립무용단 김현자 예술감독 시절 젊은 안무가 4명에게 안무를 맡겨 공연한 적이 있었다. 외부에 문호를 개방했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이었고 따라서 그들의 작업은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작업은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은 첫째, 국립무용단을 위해 좋은 작품을 안무해 줄 수 있는 유능한 무용가의 선임보다는 티켓을 많이 판매할 수 있는 사람 등이 우선 고려대상 이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제작시간이 필요함에도 실제로 초청 안무가들이 국립무용단의 단원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무척 적었고 4개의 새로운 작품이 하루에 공연되는 것임에도 극장의 리허설 시간은 태부족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젊은 안무가들에게 국립무용단과 함께 작품할 기회를 주고 자체 단원들에게도 안무 기회를 주는 것으로 그 모양새가 좋아 보였지만, 실제 진행된 내막은 그렇지 않았다. 직업무용단의 이런 식의 과시형, 전시형 운영은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사회: 국공립 무용단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무용단 단원들은 신규 레퍼토리를 통해서 기량 개발과 예술적 표현력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현재 국공립 무용단이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니까 단원들은 새 작품을 하지 못하고 기존 레퍼토리를 계속 반복하는 상태이다. 사실 국공립 무용단이 연봉의 측면에서 매력적인 반면, 예술적 측면에서는 그다지 매력 있는 곳은 아니다. 예술적으로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작업이 없으니 일부 또는 상당수의 단원들은 현상태에 안주하는 그런 세태가 역력하다.

장광열: 그 지적이 맞다. 국립무용단의 새로운 예술감독을 뽑는 과정에서 야기된 문제는 우선 단원들이나 국립극장, 문화부 모두 우리가 논의한대로 예술성을 높이기 위한 적임자를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누가 위임되면 나에게 유리한지, 이런 저런 이해관계를 따지다 보니 결국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예술가 집단이나 예술기관 종사자가 아티스트가 아닌, 예술행정가나 예술 경영인이 아닌, 샐러리맨이 되어버리는 순간 그들 모두는 예술의 고유한 가치를 내던져 버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 정부나 지자체에서 국공립 무용단을 만들어 일반 무용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나은 여건을 제공하는 것은 그만한 투자를 해서 그에 상응하는 예술적 성과를 내라는 것인데 그것이 지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광열: 국립발레단, 국립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서울시무용단 등 수년전부터 단체의 책임을 맡아오고 있는 예술감독의 경우 경영과 창작 모두에서의 과중한 무담이 결국은 원활한 단체 운영을 하지 못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지현: 서울시무용단이 소속한 세종문화회관의 이전 경영진이 최근까지 서울시무용단에 7년 정도의 흐름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사이 국립무용단과 서울시무용단 두 단체의 활동 위상의 새로운 변화가 생성되었다. 그 7년의 시간동안 어떻게 보면 국립무용단은 한국무용의 현대화를 열심히 수행해왔다. 국립무용단의 입장에서 과거와는 다른 발전을 한 것이다. 결국 종전과는 다른 이상한 역할 분담이 이뤄졌는데 서울시무용단은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작업을, 국립무용단은 현대적인 한국춤을 공연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서울시무용단을 창의적 관점에서 주목하던 관객들을 다 잃어버리고 말았다. 현재는 서울시무용단의 정체성과 존립근거의 부분에서 상당히 혼란을 빚고 있는 듯 보인다.

사회: 국공립 무용단의 예술감독이 가져야할 기본 소양은 예술성이다. 몇 번 반복 말하지만, 국공립 무용단이 가진 인프라를 모아 예술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식견과 안목을 갖춘 사람이 예술감독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광열: 최근 수년간의 직업무용단 운영의 잘못된 행태가 낳은 폐해는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새로 선임된 직업무용단의 예술감독은 대부분 노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예술감독은 단체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추진하기 보다는 자신의 임기 동안에 노조 단원들과 마찰 없는 쪽으로 선회하거나 노조 단원들 역시 예술적 성취보다는 적당한 안주를 택하는 쪽으로 쏠릴 수 있다. 예술감독에게는 공연의 성격에 따라 운영방법을 달리해야 하는 안목도 있어야 한다. 국시립 무용단의 경우 공공성을 담보로 한 이상, 많은 공연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일 수도 있다. 이를 얼마나 적절히 조율하는가 하는 문제는 효율적인 단체 운영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사회
: 국공립 무용단이 자주 펼치는 제도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시민들 찾아가기 공연이다. 시민을 찾아갈 필요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래도 찾아가기보다는 국공립 무용단이 갖춘 원래 근거지, 즉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각 시도에 있는 문예회관 등지로 시민들이 오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찾아가기라는 것은 얼마간 할 수도 있겠고 그것이 공공성 실현과 강화를 위한 중요 사업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근거지를 떠난 공연이 주가 되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나라 시민들이 아직은 전문극장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극장 문턱을 낮추더라도 자주 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지현: 중요한 지적이라고 본다. 예전에 80년대, 90년대까지만 해도 문화소외계층을 향한 공연들이 턱없이 적었고 그런 부분에 지원금 역시 적었기 때문에 국공립단체가 그 역할을 많이 수행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90년대부터 문화복지 및 향수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소외지역을 찾아가거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 급격히 많아졌다. 문광부, 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회관연합회에 배당되는 관련 지원금이 증액되어 민간무용단들에게 공연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국공립무용단은 스스로 위상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국공립무용단은 찾아가는 공연은 민간에게 맡기고, 원래 가지고 있던 인프라인 극장으로 관객들, 시민들을 오게끔 하고 문턱을 낮춰 좋은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시점의 공공성이란 것은 이렇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장광열: 극장 문턱을 낮추는 시도는 극장에 상주하고 있는 직업무용단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객 대상에 따라 공연 시간을 11시, 12시에도 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지 않는가?

사회: 우리도 그런 프로그램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데도,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아직 그런 프로그램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예술경영 측면에서 국공립 무용단들이나 단체가 이런 방면의 연구나 경영 개발을 게을리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적에 연연하여 찾아가는 공연 사업으로 만족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예술경영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이 도를 넘어서면 공립 무용단의 존재 근거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진취적 마인드를 갖춘 예술감독이 필요하다.
 

 


이지현
: 국공립 무용단이 앞으로 스스로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과거의 틀이 아니라 지금 변화된 상황에 맞게 다시 한번 고민하여 역할, 행위, 공연 양태들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겠다.

사회: 국공립 무용단에서 중핵을 차지하기 때문에 예술감독의 역할, 예술적 소양, 이를 뒷받침하는 운영 체제가 여기서 논의되었다. 신임 단장 선임이 시급한 국립무용단의 경우는 오히려 차제에 얼마간 시일을 두고 국립무용단의 비전을 원점에서 공론화한 후 선임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올해는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 창설 50주년이다. 그간의 반세기라는 긴 역사는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서울시무용단, 각 지자체의 공립 무용단 그리고 최근의 국립현대무용단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국공립 무용단의 역사였다. 국공립 무용단들은 이런 역사를 자산으로 새 비전을 펼쳐야 하겠는데, 오늘 진단 결과에 비추어 보면 그다지 밝지 않다. 아마 이것이, 대체로 보아, 우리 국공립 무용단들의 현주소가 아닌가 한다. 지지부진한 국공립 무용단들에 대해 춤계의 시선이 엄청 따갑다는 점을 중시하여 문화부, 국립극장 그리고 각 지자체에서는 국공립 무용단들이 심기일전할 전기를 마련하는 데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정리_김인아 기자
2012.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