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국공립 무용단의 현실과 전망을 말한다
국공립 무용단, 주먹구구식 경영 타파 없인 미래도 없어




 

 
사회
: 춤웹진에서는 지난 2회 연속으로 국공립 무용단의 현안을 주제로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호에 국공립 무용단 단원들의 진단을 게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본 기사에 대해 독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뒤따랐는데, 이는 국공립 무용단의 현안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만큼 국공립 무용단의 현안은 춤계에서 비중이 높다. 이들 기사를 토대로 국공립 무용단의 현안을 정리하고 제시하는 공동 인터뷰를 갖기로 한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지난 2번의 춤웹진 기사에서 대담 주제로 잡아본 현안들은 다음과 같다. 1. 국공립 무용단이 실현할 공공성으로서의 예술성은 무엇인가? 2. 그러한 공공성으로서의 예술성은 지난 몇 해 얼마나 달성된 것으로 평가되는가? 3. 국공립 무용단의 예술감독의 역할과 그에 따른 자질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4. 국공립 무용단의 단원들이 해당 단체들에 대해 거는 예술적 기대치가 낮아져가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5. 국공립 무용단이 문화관광부 지원 ‘방방곡곡’ 사업 등 공공성 실현의 명분으로 펼치는 다양한 ‘찾아가기 공연 행사’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이들 다섯 가지 현안을 중심으로 순서 없이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한다.

장광열: 춤웹진에 소개된 대로, 국립현대무용단 단원이 국립 단체는 국립다워야 한다고 지적한 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 단원은 단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국립 단체를 원하였다. 그는 좋은 작품과 준비된 공연 무대를 원하였다. 비슷한 패턴의 반복되는 빈약한 공연을 접하고 또 준비가 안 된 야외 공연 무대에 설 때 국립 단체 공연인데 이런 대우를 받으며 공연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고 하였다. 이 두 가지 반응 속에 국공립 무용단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지 않은가 한다. 그런 와중에 단원들의 열정은 식어가고 실망감은 누적되기 마련이다.

이만주: 현장에서도 그렇게 느끼지만, 단원들의 반응을 봐도 국공립 무용단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실험성은 고사하고 춤계의 일반적 수준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 국공립 무용단의 현주소이다. 서울시무용단원 스스로도 작품성에 문제가 많음을 자인하지 않는가.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이 창단 50주년인데도 내세울 실적이 막연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일이다. 늦었지만 대수술이 시급하다.
 

 

 

장광열: 국립발레단을 비롯하여 국공립 무용단의 전체적인 공연 횟수는 늘어났지만 ‘국립’ 단체에 걸맞은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소속 단원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가? 단원들이 예술적 기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열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사회: 단원들의 열정이 식어간다는 지적이 무겁게 들렸다. 단원들의 실제 진단을 들어보면, 작품 제작-창작 과정에서 단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이는 예술감독 또는 단장의 독점적 권한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의 춤에서 작품 창작 과정이 출연진과 안무자 간의 다이알로그(대화)로 진행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 춤계, 특히 국공립 무용단에서 출연진(무용수)과 안무자(예술감독이나 단장) 사이에 그런 대화나 소통 구조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곳은 있는지 의문이다. 예술감독 위주의 일방통행식 창작 관행은 이제 시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피나 바우쉬가 출연진과의 무수한 대화를 통해 창작하는 것을 우리 국내에서도 긍정시하고 때로는 부러워하면서도 이를 실천하는 국공립 무용단은 없는 줄로 안다. 그러면서 피나 바우쉬의 부퍼탈 무용단 같은 위상을 갖기를 꿈꾼다면 모순이자 착각에 불과하다. 피나 바우쉬가 유일한 정답은 아니지만, 그런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장이 현대의 춤이다.

장광열: 이는 기본적으로 예술감독의 폐쇄적 의식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이라 생각된다. 그런 폐쇄의식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진단해볼 문제인데, 아무튼 그런 의식의 결과 현실적으로는 무용단 내에서 예술감독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게 나타나는 것 같다. 그래서 먼저 예술감독이 진취적이지도 창의적이지도 않다는 진단이 자주 등장한다. 또 행정적-제도적으로 기획의 전문성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중요하게 들린다. 이런 현상들은 직업 무용단이 아마추어리즘을 맴도는 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국립현대무용단 단원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예술감독의 예전 안무 스타일을 답습해서 배울 게 없으며 개인 무용단 운영 시절의 작품 관행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둘째, 작품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않을 뿐더러 예전 수준에도 못 미친다. 셋째, 안무 과정이 나태하다는 것이다.
 

 

 

이만주: 국공립 무용단들의 운영이나 공연 활동을 짚어 보면, 단적으로 말해서, 21세기에 맞는 작품과 운영은 무엇인지, 그런 고민을 던져줄 만큼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양식에서 새로운 메시지가 보여야 하는데 굉장히 미흡하다고 본다. 이래 갖고서 어떻게 세계화를 논하고 국제적 진출을 운운할 수 있을까. 새 술을 부을 새 부대가 필요하다. 새 부대가 어떠해야 하는지, 춤계가 머리를 싸매고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사회: 국공립 무용단은 현수준에서 민간 단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인 줄로 안다. 설령 이 평가에 반론이 있을지라도 창작 과정에서 예술감독과 출연진 간의 소통 부재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 단체 이상의 수준을 보여야 비평의 조명도 받고 일반의 호응도 끌어낼 것이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는 국공립 무용단의 역량 강화나 역량 집중이 중요하다 하겠다. 출연진과의 소통도 역량 집중 측면에서 생각되어야 할 것이다.

장광열: 국립발레단은 최근에 대한민국발레축제를 문화관광부의 별도 예산을 받아 주최하였다. 행사의 운영을 외부의 전문 기획사에 등에 맡긴 것도 아니고 조직위원회를 직접 만들어 국립발레단이 주축이 되어 시행했다. 왜 국립발레단이 이 행사를 주최하는지, 춤계에선 부정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국립발레단의 주 업무가 무엇인지 헛갈리는 실정이다. 공연 시기 역시 주최자인 국립발레단은 물론이고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등 민간 직업발레단이 모두 이 행사 전후로 자체의 대형 전막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국립발레단도 행사 폐막 불과 며칠 후에 새로운 작품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또한 그 시기에는 여타 무용단의 공연도 무척 많았다. 춤 대중화를 위한 이 같은 공공적 성격의 행사를 왜 하필 이처럼 춤 공연이 폭주하는 황금 시기에 개최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러다 보니 객석 점유율도 떨어지고 무용인들조차도 중복되는 공연 일정으로 적지 않은 공연을 놓칠 수밖에 없다. 차라리 비시즌에 개최해 일반 관객들이 춤을 볼 기회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연 작품의 선정에서 대표적인 발레단의 전막 공연 작품 일부를 떼어 묶어서 하루에 공연하는 것과 같은 발상 역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행사는 짜깁기 공연보다는 제대로 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서울 중심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도록 하는 분명한 미션을 가지고 개최되어야 한다. 평가 작업 역시 주최 측에서 할 것이 아니라 외부의 전문 평가기관에 맡겨 시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공사업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한 생산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모양새는 문화부가 공연 작업에 몰두해야 할 산하단체에 공적 예산을 주어서 하도록 하고 돈을 받은 산하단체는 그저 쉽게 행사를 치루기 위해 편향된 인선과 안전한 평가 도출을 위한 장치를 통해 치루는 식의 행사로 전락해 버린 듯하다. 그 누구도 책임질 구조는 없어 보인다. 지극히 일부의 무용단과 일부 무용계 인맥들, 거의 모두 서울에 있는 무용단이 참여하고 서울에서만 개최하는 행사에 ‘대한민국’이란 거창한 단어의 사용은 어울리지 않는다. 돈만 주고 알아서 집행하고 책임을 지라는 식의 문화관광부의 안일한 발상과 무책임함 역시 지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만주: 시중말로, 날고 뛰는 시대에 뭣 하고 있는가 하는 반응이 국공립 무용단에 대해 나오기 마련이다. 지난 호 춤웹진에 게재된 대로 비평가들이 보기에는 표류하고 단원들이 보기에는 오리무중이고 불투명하다. 그 하나의 사례가 국립발레단이다. 다른 국공립 무용단들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화의 시대에 예술적 사명감 없이 남 탓만 하고 있는 것 아닌지 자문해야 할 일이다.
 

 

 

사회: 국립발레단의 역량을 분산시키는 이런 방식은 수술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발레축제 예산을 국립발레단에 배정하고 이를 통해 행사를 치루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배정 받은 예산으로 행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립발레단의 역량을 분산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이고 현장에서 아마추어리즘을 되풀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춤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관객이 감소하는 현실에서 안이하게 추진한 것은 반성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국공립 무용단에서나 역량 강화 측면에서 예술감독의 역량이나 식견이 핵심 관건일 것이다. 잘 되면 예술감독의 공이고 못 되면 예술감독의 탓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장광열: 국공립 무용단에서 예술감독이 행할 역할에 대해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국공립 무용단 정기공연에서 예술감독이 매번 자기 작품을 내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예술감독이 정기공연마다 자기 창작품을 낼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매번 수준작을 낸다면 바람직스럽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다시 말해 외부 객원 안무를 기용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도 예술감독의 공로 아니겠는가. 말하자면 정기공연에서 매번 자신의 작품을 올려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예술감독이 추가적인 자기 학습 없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으로 창작을 지속하기 때문에 민간 베이스의 안무가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사실만은 뚜렷하다. 국내 무대의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기가 부족하면 다른 안무가에게라도 작품을 맡겨야 한다.

사회: 예술감독에 대해서는 첫 번째 인터뷰에서 국공립 무용단이 가진 인프라를 모아 예술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식견과 안목을 갖춘 사람이 예술감독을 맡아야 한다고 정리된 바 있다. 그런데 근래 몇해 사이 국공립 무용단에서 더 일반화된 듯한 이른바 찾아가기 공연은 예술감독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예술감독을 포함해서 국공립 무용단이 작품에 자신이 없으면 오히려 자신들의 본거지인 극장을 벗어나 다른 곳에 눈 돌리기 마련이다. 더구나 예산까지 뒷받침된다면 말이다. 찾아가기 공연이 공공성 실현 면에서 물론 중시되어야 하겠으나, 본거지에서의 작품이 뒷전이고 찾아가기가 주업이라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시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국공립 무용단의 공공성에서 무엇이 핵심인지 자명해진다. 전세계적으로 유수한 단체들은 작품 덕분에 널리 알려졌지 비유컨대 찾아가기 공연 같은 부수적 활동들 때문에 이름난 것이 아니다.
 

 

 

장광열: 국공립 무용단들이 이른바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즉 국공립 무용단들이 새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단체의 영역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 잠식 외에도, 찾아가기 공연에서는 작품을 약식으로 하니 질적 저하가 심각해 보인다. 정작 단원들도 그런 공연을 달갑게 여기지 않으며, 예술적 성취감을 느낄 공연이 미흡하니 불만이 누적될 뿐이다. 이들 공연들 중에는 갑작스런 졸속 공연도 적지 않다. 본거지에서 예술성을 갖고 승부를 걸 자신이 없는 데다가 정부에서 지원하니 간다는 식이니까 폐해가 매우 큰데, 그 예산을 갖고 민간이 사업을 수행하도록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공립 단체는 시골을 가더라도 제대로 된 공연을 수행해야 한다, 그 전제는 설비와 작품의 완성도이다. 말하자면, 국공립 단체에 대해 별 고려 없이 주어지는 지원이 민간 무용 단체의 활동마저 저해하고 있고, 국공립 단체의 역량도 분산시키고 있다. 그 부작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만주: 해외에서도 정규 무대를 떠나 공공성 차원에서 교육이나 소품을 갖고 약식 공연을 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심은 예술 작품 활동이다. 국공립 무용단들이 본거지에서는 예술성을 내보일 신작을 마련하지 못하지만 본거지를 떠나서는 무용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 가서 부실하게 공연하고서도 실적으로 삼을 것이므로 해당 단체 평점은 오를 것이다... 물리적으로 대민 서비스를 열심히 해서 공공성을 실현한 실적으로 내세울 테니까.

사회: 원칙적으로, 국공립 무용단은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의 접촉면을 넓혀나갈 의무가 있다. 이 말을 토대로 국공립 무용단의 공공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국공립 무용단의 공공성에서 그 핵심은 예술적 공공성이다. 예술적 공공성은 훌륭한 작품-공연으로 실현되는 공공성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에서 찾아가기 공연으로 실현되는 공공성은 아무래도 부차적 공공성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런데, 예술적 공공성과 부차적 공공성이 동등하게 인식된다면, 찾아가기 같은 손쉬운 부차적 공공성을 택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언론에도 보도되었듯이 골목 상권 시비를 유발하고 있는 찾아가기 공연 같은 ‘방방곡곡’ 행사에 대해 국립발레단 이사회나 국공립 무용단 운영 주체는 어떤 입장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공 기관 운영 평가에서 예술적 공공성과 부차적 공공성이 얼마나 구분되고 예술적 공공성에 얼마나 가중치가 주어지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예술적 공공성과 부차적 공공성이 동등하게 인식되는 풍토라면 아무튼 시정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국공립 무용단의 경영 전략 등을 21세기에 적합하게 전반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이만주: 예비 사회적 기업, 문예기금을 결정할 적에도 공연 실적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국공립 무용단에 대해서도 실적을 밝히는 절차가 있겠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들은 바 없다. 그리고 춤계뿐만 아니라 예술계에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도 않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지금 말한 대로 공공 기관 운영 평가에서 예술적 공공성과 부차적 공공성이 동등하게 인식된다면, 문제는 크다. 국공립 무용단으로서는 예술적 공공성과 부차적 공공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므로 고충이 크다고 발뺌할지도 모르니까. 지난번 춤웹진 기사에서 단원들도 예술감독과 해당 무용단에 대해 예술적 방향성을 제시할 것과 좋은 작품을 올릴 것을 강조하였다.

장광열: 앞서 국공립 무용단이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는데, 여기서 지금 국공립 무용단이 치중하는 공공성을 유추할 만하다. 그동안 민간 단체의 역량이 성장했기 때문에 공공성 실현도 큰 틀에서 봐야 할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국립발레단이 나서서 추진하는 것으로 들리는 국립발레학교 설립 건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할 사안이다. 국립발레학교 추진이 당장에 추진되어야 할 시급한 사안인지. 또 공공성에 부합하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이미 국립발레단에서 운영하는 발레 아카데미나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영재학교에서 유능한 무용수들을 배출하고 있는데도 굳이 설립할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춤계에서도 이에 대해 반론이 강하다. 국립발레학교가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은퇴 후 직업 확보에도 필요하다는 지적보다는 발레 지도자 재교육이나 혹은 광역시 발레단 설립 등 그 예산으로 더 효율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고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국립발레단은 좋은 공연으로 관객의 접촉면을 확대해야 한다. 국립발레학교의 설립은 장기적으로 보면 필요한 일이지만 지금은 당장 시행할 시기는 결코 아니다. 한국 발레계 발전을 위한 공적 자금이 지금 어디에 더 필요한지 그것부터 파악해야 한다. 누가 보더라도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용역 보고서 하나로 공청회 등도 개최하지 않고 추진하는 국책 사업, 국립단체의 문화관광부의 밀실 행정은 중단되어야 한다. 추진하는 국책 사업이 정말 필요하다면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전문 무용인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사회: 국립발레학교 설립 추진이 이번 공동 인터뷰의 주제는 아니지만, 춤계의 비판이 잦은 현상을 주목하고 거론하자면, 무엇보다 지적한 대로 설립 추진 이유를 비롯해서 인터뷰 및 설문조사 등 석연찮은 대목이 적지 않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2011년 8월 시중 판매용으로 해당 추진방안 보고서까지 발간한 바 있는데, 뜬금없이 평지풍파 일으키는 격이지 싶다. 이를 위해, 길게 말할 것 없이, 무엇보다 지금 소개한 보고서에서 발레 전문가 의견 수렴 및 설문 조사 부분을 일독하기 바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차례의 전문가 자문회의를 갖고 전문가 인터뷰를 28명(대학교수, 무용평론가, 발레단체장, 예술학교 교사, 전문무용수)을 대상으로(시기: 2011. 5~7.), 설문조사를 162명(전문가 35명, 무용수 60명, 대학생 67명)을 대상으로(시기: 2011. 7. 26.~8. 1.) 실시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인터뷰한 전문가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동시에 설문조사 대상자 구성은 상식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 보고서는 ‘발레계 전체적인 공통분모를 찾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아 상당히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단적으로 국립발레학교 설립 추진 근거로 삼기에는 매우 미흡한 보고서이다. 그런데도, 2011년 8월 이후 그러한 공통분모를 찾고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제대로 있었는지 들은 바 없다.
 

 

 

 

 

이만주: 조사 방식에 의문부터 생긴다. 전문가나 설문조사 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했는지 모르겠는데, 대상자 구성이 상식을 벗어났으므로 우선 객관성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 설령 상식과 부합하더라도 전문가 인터뷰나 설문조사에 의한 통계분석이 객관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또한 설문의 작성과 표본의 대표성에 얼마든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해외 메이저 발레단의 관행에 기대어 국립발레학교를 추진하는 논리는 과연 타당한가. 그리고 공론화하지도 않고서 추진하는 것은 더더욱 온당하지도 않다. 학교 설립이라는 것이 탁상 위에서 도표 만들어 몇몇 사람이 합의를 보는 식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와 유럽 및 미국은 교육 시스템이 다르다. 예고도 많고 학원도 많으며, 또 지적한 대로 국립발레단 운영 아카데미나 예술종합학교의 영재학교가 있는데, 구태여 학교를 만들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먼저, 그런 아카데미나 영재학교가 무슨 문제를 안고 있는지 공론을 통해 따져 봐야 할 것이고, 또 그런 아카데미나 영재학교를 없애거나 무시하면서 국립발레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것인지도 역시 공론을 통해 따져 봐야 할 일이다. 설령 국립발레학교를 세운다고 해도 우수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은 또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 기왕 정부가 국립발레학교 설립에 대해 예산을 투입할 작정이라면, 도리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 확보된 예산을 어떻게 선용할 것인지 지혜를 모으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사회: 지난 6월에는 국립발레학교를 국립발레아카데미로 명칭을 바꿔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레의 특성상 조기 교육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조기 교육을 위해 또 하나의 학교가 필요한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겠는데, 위의 보고서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는 객관성과 설득력이 매우 미약하다. 특히 영재학교, 20여 곳의 예술 중고교에서 발레를 가르치고 민간 학원도 무수한 상황에서 사실상 국립발레단 한 단체를 위해 학교를 세워야 할 사정이 과연 절박한지 물어볼 일이다. 그래도 절박하다면, 열린 공론의 장에서 모든 것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국립예술학교 설립 추진 작업을 국립발레단 이사회가 결정하였을 텐데, 필요하다면 이사회에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경위도 물론 공개되어야 한다. 반복되는 말이지만, 추진방안 보고서에서 밝힌 인터뷰한 전문가가 누구인지 궁금하고 동시에 설문조사 대상자 구성은 상식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이런 작업을 추진하는 저의가 더욱 의심스러워진다. 말이 길어지는데, 앞서 소개한 보고서가 국립발레학교 설립의 기대 효과로 소개한 부분을 보면 이런 심증은 더 굳어질 것이다. 보고서는 기대 효과로서 발레의 국제 경쟁력 제고, 발레단과 발레 시장 활성화, 국가적 인재 발굴 및 쳬계적 양성 그리고 무용수 재취업 및 고용 창출의 4가지를 든다. 그리하여 무용수 재취업 및 고용 창출을 위해 은퇴한 전문 무용수들에게 재교육을 통해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방안을 만들 것까지 간략히 조언한다. 이 보고서에서 무용수 재취업 및 고용 창출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립발레학교를 설립하는 저의가 사실상 여기에 있지 않은지 충분히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어떤 형태로든 발레학교를 설립하면 취업 효과가 없지 않을 터이나, 그것은 매우 지엽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매우 지엽적인 효과가 국립발레학교 설립의 기대 효과로 버젓이 제시되면서 국립발레학교 설립 추진의 실제 동기로 각인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춤계 전체로 볼 때 국립발레학교 취업자는 소수일 테고, 일부 소수를 취업시키기 위해 법령을 개정하고 국고를 들여 국립 학교를 설립해야 하는가? 이 경우에는 소수의 취업 혜택을 위해 어린 학동(學童)들을 이용한다는 사회 도의적 지적과 비판마저 따를 것이다. 아무튼 국립발레단은 지금의 국립발레단 운영 아카데미를 국고 도움 없이 앞으로 더 충실히 운영하는 데 힘쓰는 편이 나을 것이다. 또 국립발레학교 설립 추진 같은 부수적 작업보다는, 국립발레단으로서는 단원들이 근무하면서 예술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하고 또 국내의 유능한 발레 무용수들이 해외 유명 발레단으로 이탈하지 말고 국립발레단을 지망하도록 쇄신책을 차제에 세우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장광열: 지적한 대로 국립발레학교 추진은 평지풍파 같고, 이 정도로 매듭이 지어졌으면 한다. 국립발레학교 추진 건을 보더라도 국공립 무용단의 운영이 난맥상에 빠져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양질의 예술 작품보다 부수적인 데서 실적을 쌓으려는 발상이 우세한 것 같아 매우 우려되는 것이다. 특히 서울에 소재한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서울시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은 그 운영 성과나 운영 관행이 다른 국공립 단체들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런 지적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국공립 무용단들이 난맥상이 심각하게 된 데에는 문화관광부나 서울특별시 같은 관리 감독 기관의 책임이 크다. 단원들의 반응을 봐도 예술적 긴장감을 견지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는 없다. 예산과 감독 권한을 가진 주무부서는 이러한 현실을 재인식해야 한다. 주무부서가 예산을 조달 배정하고선 그 이후에 대해서는 관리를 매우 소홀히 한다는 인상이 짙다.

이만주: 단원들이 현직을 유지하는 데 안주하는 무사안일주의는 단원들 탓보다는 국공립 단체의 운영 방식과 관련이 깊은 것 같다. 어찌 보면 이것이 국공립 무용단의 현주소가 아닌가 한다. 지난번 춤웹진에서 어느 단원이 한 지적을 그대로 옮겨 보면, 계속 발전이 없고, 예술가 집단이라기보다는 어떤 예술적 신념도 없이 욕심 또는 불투명한 의지만으로 진행되는 정치인 집단으로만 비춰질 것이다고 하였다. 이렇게 말하는 단원도 무사안일에 빠지는 것은 시간 문제 아닐까. 국공립 무용단이 쇄신되지 않으면 앞날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 유감스럽게도, 국내 춤계에서 국공립 무용단의 위상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춤계를 지탱하는 것은 민간의 춤 활동가들이지 국공립 무용단이 아니라는 지적도 드물지 않다. 국공립 무용단의 예술적 공공성이 방향을 잡지 못한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장광열: 최근 2, 3년 국공립 무용단 공연을 얼마나 관람했는지 자문하면, 답은 명확해질 것 같다. 지난 번 춤웹진에 소개된 국립무용단 단원의 진단이긴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어떤 레퍼토리 공연만 진행되었고 좋지 않은 평을 받은 작품들이 주로 재공연되었으며 예술감독이 예술에 대한 창의적 발상이 없는데 성과가 당연히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러니 갈수록 비평으로부터도 멀어지는 것이 국공립 무용단들이다. 국공립 무용단들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는지 모르겠다.
 

 

 

사회: 국공립 무용단의 이사회나 운영위원회, 자문위원회 등에서 공공성, 특히 예술적 공공성이 어떤 시각으로 거론되고 경영을 이끄는지 또 공공 기관 운영 평가에서도 예술적 공공성이 어떻게 평가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분명치도 않다. 국공립 무용단의 웹사이트를 검색하더라도 경영 실적 등이 발견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보아 국공립 무용단은 한 마디로 경영이 불투명한데, 이 때문에 심지어는 주먹구구식 경영이 우려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춤웹진 공동 인터뷰에 준하여 국공립 무용단의 난맥상은 크게 두 갈래 방안으로 나눠 해소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첫째로, 국공립 무용단 내부적으로는 예술 작품을 제대로 창작하도록 운영-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외부적으로는 국공립 무용단의 경영을 예술적 공공성 측면에서 주시 평가하는 활동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국공립 무용단과 주무부서가 21세기에 걸맞은 제도와 정책을 조속히 강구하기를 촉구하면서 오늘 좌담을 마친다. 장시간 좌담에 감사드린다.

2012. 07.
*춤웹진